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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 야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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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야상곡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독조.
찌불 밝히자 바람 잔다.
후우
흩어지는 담배연기 사이
자박자박
들려오는 지난날 발자욱 소리.








서른세 살의 나는 극강 동안이었다, 라고 말하면
또 구라 튼다고 파르르 떠시겠지만,
아시다시피 지극히 순결한 나는 거짓말을 못한다.
하여튼 서른세 살 나는 극강 동안이었고,
울산 인테리어계의 아이돌 BTS 리더였다.

 

 

녹턴  야상곡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울산 중심가 시계탑 사거리 2층 커휘숍 '녹턴'.
룸싸롱 새끼마담 출신 쥬리가 내게 공사를 의뢰했고,
나는 순익 대신,
창가 테이블 하나를 분양받기로 했다.
테이블은 늘 예약석으로 비워둬야만 하고,
당연히 내가 먹는 건 모두 공짜고,
내 미팅 손님들 매상의 50%는 내가 먹는다, 는
조건을 쥬리가 수락했다.
나는 늘 녹턴 창가에서 공사 의뢰인을 만났다.
내가 참신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며 현란 언변으로 구라를 틀면,
쥬리는 또 피러 팀장님의 성실과 신용과 능력을 보증했다.
하여튼, 녹턴은 내 사무실이었다.



다들, 쥬리와의 썸을 상상하시겠는데, 꿈 깨시라.
나는, 공과 사는 구별한다.


봄.
밤이었고, 시계탑 사거리에는
시간의 부스러기들과 바람맞은 약속들이
부도난 어음처럼 날리고 있다.
(도무지 글빨이 안 서서 예전 글 'pain 1'에서 표절 좀 한다)
저녁 6시의 녹턴은 만석이었고,
쥬리는 안 보이고 알바생들과 주방 삼촌이 분주하다.
ㅡ 죄송한데, 자리가 없어요~.
처음 보는, 눈과 키가 큰 단발의 여자애.
ㅡ 헉 ! @@" 예... 예쁘닷 ! 누...구?
동그란 눈이 반달로 변하며 입술을 오므린다.
ㅡ 오늘 처음... 알바예요.
ㅡ 아~. 나는 저 자리 주인.
자리에 앉아, 방금 들렀던 부산 광안리 레스토랑을 스케치한다.
아메리카노를 들고온 단발을 보지 않고 시크하게 말한다.
ㅡ 아까, 예쁘다고 한 말, 인사였어요. 불쾌했다면 취소.
ㅡ 괜찮아요. 저는 리라예요. 고리라.
풉 ! 웃는 표정을 숨기며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말한다.
ㅡ 나는 피러. 마이 밥펄테니 가봐요.
어떤가. 고수의 품격이 막 느껴지시는가.
기술이라고 부디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나는 단지 집에 있는 은지씨가 더 예쁠 뿐이고,
유부남이지만, 타고난 끼가 잠시 분출한 것뿐이니.



다음 날, 리라가 고딩이라는 쥬리의 말을 듣고,
나는 테이블로 리라를 부른다.
ㅡ 어제 미안했다. 오빠라 불러봐라.
ㅡ 오빠...
ㅡ 글치 ! 계속 그렇게 불러야 한다.
ㅡ 왜요?
ㅡ 내가 까먹지 않게.
ㅡ 왜요?
ㅡ 말이 많다. 선을 긋는 거다. 선 !
옆에서 지켜보던 쥬리가 묘하게 웃는다.
ㅡ 왜 웃어요?
ㅡ 기술자네.
ㅡ 아니, 진심.
ㅡ 그러지 말고 사귀어봐. 실장님 이십 대잖아.
ㅡ 여자 관심 없고~.
나는 잠깐, 아이돌은 피곤하단 생각을 한다.
이래서 연예인들이 기혼을 숨기는군하... ㅡ,.ㅡ"



리라가 자기처럼 고아라는 쥬리의 말에,
나는 내 테이블의 수익을 리라에게 장학금으로 주라고 한다.
나는 여전히 시크하게 리라를 대했고,
리라도 여전히 오빠, 하며 나를 따랐다.
리라가 졸업하면 우리 설계팀으로 불러볼까, 생각한다.



가을 어느 날.
녹턴의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언제부턴가 껄렁한 패거리가 죽 때리고,
리라에게 농을 하고 시비를 건다.
리라가 우는 일이 잦아진다.
남녀공학. 소위 일진이라는 애들이 리라를  멤돈다.
아메리카노를 들고온 리라를 처음으로 또렷이 본다.
ㅡ 왜요,  오빠?
ㅡ 힘 드냐? 내가 해결해 줄까?
ㅡ 하지 마요. 쟤들 무서운 애들이에요.
ㅡ 뭐 약점 잡힌 거 있냐?
ㅡ 아니요. 오빠는 신경 쓰지 마요.



조폭 넘버 쓰리 정사장을 찾아간다.
내가 횟집 공사를 해줬고, 잔금이 좀 남아있다.
ㅡ 부탁 하나만 하입시다.
ㅡ 뭐꼬?
ㅡ 이러쿵저러쿵하니 똘마니 하나 보내주이소.
ㅡ 아라따.
ㅡ 잔금 퉁입니다.



처음보는 깍두기 옵빠가 녹턴으로 나를 찾아왔다.
쩍벌 종아리의 회칼과 날카로운 눈빛을 보며 부탁한다.
ㅡ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타일러 주소.
무릎 꿇은 일진들에게 깍두기가 음산하게 말한다.
ㅡ 너거들, 리라가 눈지 아나? 울 행님 사촌이다.
ㅡ ...
ㅡ 딴말 안 한다. 잘해라.
ㅡ 네~ 압 !
일진들이 도망가고, 리라를 부른다.
ㅡ 감사 인사드려라.
에이 뭘요, 사양하는 깍두기 얼굴이 붉어진다.
빨갛게.



겨울.
리라의 졸업식에 다녀온 쥬리에게 묻는다.
ㅡ 어땠어요?
ㅡ 우리 리라가 제일 예뻤어.
ㅡ 둘, 자매 하소.
ㅡ 그러기로 했어.
오빠 오늘 술 사주세요, 리라의 전화를 받는다.
태화강변 포장마차에 밤이 내리고,
우리는 호호하하 못하는 술에 취해간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아요?
나도 그래.
나빠지지 않게 기를 쓰며.
나도 그래.
아니. 오빠는 몰라요.
왜 모른다 생각해?
바보니까.
내가?
네. 진짜 바보니까. 내 마음 알아요?
어... 그니까...
흔들리던 리라가 고개를 테이블에 박는다.
흔들어도 깨지 않는 리라를 부축해 택시를 잡는다.
ㅡ 어디 가고 싶습니까?
하 시파. 이 냥반 선수네. ㅡ,.ㅡ"
ㅡ 글쎄요. 어디로 가야 하나...
ㅡ 맡겨 주이소.



여관방 문을 닫고 리라를  침대에 눕힌다.
짧은 청치마 사이 리라의 허벅지를 보며,
나는 어금니를 앙 물고 주먹을 꽉 쥔다.
안 된다. 무너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아내와 아이를 생각하며 훽 몸을 돌린다.
ㅡ 오빠...
리라의 취한 듯 젖은 목소리.
ㅡ 토할 것 같아요. 욕실 좀...
리라의 등을 토닥이며 주문을 왼다.
가자집으로가자집으로가자집으로...
욕실 바닥에 쓰러진 리라를 일으킨다.
ㅡ 오빠. 옷 좀 벗겨줘요. 샤워하고 싶어요.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으며 리라의 옷을 벗긴다.
오 하나님 부처님 차라리 제 눈을 멀게 하소서.
알몸의 리라를 욕조에 누이고 돌아선다.
ㅡ 오빠. 가지 말고 기다려요. 꼭.



ㅡ 오빠. 저 이제 어린애 아니에요.
침대시트 속에서 리라가 속삭이고 있다.
ㅡ 어린애 맞고, 나는 가족이 있고.
ㅡ 거짓말 !
훽 ! 시트를 젖힌 리라가 울먹이며 말한다.
ㅡ 내가 싫어요? 왜 싫어요?
ㅡ 바보야. 거짓말 아니야. 나는 아내와...
돌아누워 울먹이는 리라의 하얀 등이 들썩인다.
리라가 침대 옆에 서 있는 내 손을 잡는다.
ㅡ 그냥... 안아만 줘요... 그냥 잘게요.



오는 여자 거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던 내가,
나도 믿기지 않지만, 그냥 잤다.
알몸인 남녀가 부둥켜안고, 그냥 잤다는 말이다.
리라는 진한 키스 빼고는 정말 약속을 지켰고,
밤새 리라 엉덩이에 끼인 대물을 달래느라
나는 긴긴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다음날.
사실 나, 서른세 살 유부남이얌.
쥬리에게 실토한 나는 아내와 딸을 녹턴으로 부른다
내가 위험해서 불안해서 믿을 수 없어 그런 선택을 한다.
ㅡ 리라에겐 아픈 짓이겠지만, 이게 맞다 싶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와 다섯 살 딸이 녹턴에 온다.
아내와 딸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하게 함빡 웃는다.
리라는 주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리라가 행방불명 됐고, 쥬리는 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리라는 점점 희미해졌다. 잊혀 갔다.
삼 년 후 쥬리는 녹턴을 팔았고, 나는 업을 접었다.
모든 것은 슬프게도, 추억이 된다.



물가에서 또 하루를 지새웠다.
이십 오륙 년이 흘렀다, 젠장.
극강동안은 이제 주름 짜글하고 백발 성성하다.
하룻밤 독조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딸이 먹고 싶다는 튀김을 사러 분식점에 들린다.
튀김 봉지를 들고 돌아서다 문득 사장 얼굴을 본다.
ㅡ 어? 어 !
ㅡ 어머? 어머 !
세상에, 쥬리다 !
그 교태 넘치던 쥬리가 반백 아줌마가 되어 앞에 서 있다.
우리는 손 맞잡고 반은 울고 반은 웃는다.
잘 살았어요? 우찌 살았어요? 살다 보니 이리도 보네.
ㅡ 그래그래... 우리 팀장님. 반가운 얼굴 또 보여줄까?
ㅡ 누구?
ㅡ 저기 누굴까?
주방에서 빼꼼 얼굴을 내미는 남자를 본다.
짧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ㅡ 어? 낯이 익은데...
ㅡ 리라 구해준 깍두기.
ㅡ 맞네 ! 세상에... 오랜만입니다~.
깍두기가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인다.
ㅡ 이상타. 저마이 순한 양이 아니었는데...
ㅡ 사랑의 힘이지.
ㅡ 사랑? 결혼했어요?
ㅡ 했지. 나 말고, 내 동생이랑.
ㅡ 그랬구나...
ㅡ 저기~ 저기 오네.
쟁반을 들고 시장길 걸어오는 키 큰 여자.
리라다. 리라다 !



시선을 마주친 리라와 나는 한참 말이 없다.
리라가 쟁반으로 입을 가리고 눈을 가리고 얼굴을 가린다.
리라의 그림자가 나를 덮는다.
나는 애써 험험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ㅡ 리라야. 내가 늘 먹던 아메리카노로.도라.
 

 

 

 

 

 

 

 

 

 

 

 

 

 

녹턴  야상곡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죽 쒀서 개 준 슬픈... ㅡ,.ㅡ"



1등! IP : 6865135dcb8c37b
녹턴에서 마이 굶주린(?) 피러 꼬물 누부야(?)의 젊은 시절 로멘스가 아닌 로망이었군요.

그때 당시 혈기왕성하셨으면 천하제일무적신공을 펼치셨을텐데 그 넘의 가슴이 새가슴에, 운우지정의 혈을 뚫을 기력이 3초인 관계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고 마셨군요. 안타까운 사연입니다.ㅠㅠ


오마낫 ^^;;


그라고요 사진 30대인데 40대로 보여요. 액면가로 정확하게 봐도요 ^^;;








총알같이











텨==================333333333333
추천 0

IP : ec3ecd036d6bb7a
꾼낙님.
거 너무 아부 하시는거 아닙니까?
제가 보기엔 막 50줄에 접어 든걸로 보입니다.

그나저나 그 리라라는 소녀.
땡잡았네....
3초에 3센티를 교묘히 피해갔네....ㅋㅋㅋ

등평도수 신법으로 텨 =3=3=3=3=3=3=3=3=3=3=3
추천 0

IP : 2e892e244a78de3
와`~~~ 정말 집중하며 읽었네요!!
소설이라 상상하며 읽는데....
왜이리 재밌을까요??
진짜라면.....
추억 공유해주신 피러님~~~
감사합니다!!
추천 0

IP : 602f8b9bba7b2e4
댓글들이 너무 잔혹한거 아녀요?
진실한 사랑은 상상속에만 존재한다고..
이 가을에 잘 읽고 갑니다.

지난번 저수지 옆에 사신다는 허리곱은 할매 이야기를
각색하신거 같구만요. ㅠ.ㅠ
추천 0

IP : c240098d1290be9
요상한 상상도 많이 하시는 군요.
이왕 상상하시는거 진도 더 나가시지...ㅋㅋ
추천 0

IP : a30a78ba203d8ff
피러님!!!

왜 유독
3초~
3센티~
3~
.
.
.
3이라는 숫자가 댓글에 많은지...
추천 0

IP : e8409c549921c76
아~악!!
내눈~~^^;;
고문님 사진 안본눈 삽니당..ㅋㅋ
제 중딩때 한문샘 닮으셨네여...^^;
젊은 샘이였는데 카리스마 장난 아니었음돠...
글의 전반적인 구조가...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라는 작품이 생각납니다.
고문님은 중공업이 아니라 소설등단을 하셔야 할듯...

그나저나 고문님....
제 꿈이 웹툰작가입니다..^^
원작 하나만 부탁합니다.
내용은....
무협과 낚시를 접목시키고...
중간 중간 야설을 하나씩 끼워넣고...ㅋㅋ
추천 0

IP : 9f91818d6541294
으르신 흰말씀은 됐고요.
황금빛 어체 4짜 오 개만 껀져주떼요.ㅡ.,ㅡ;
추천 0

IP : 085ad3e5c9010af
공갈이든 진실이든 역시 월척에 얼쉰 맞네요`!
젊은날의 혈기 왕성한 모습속에 몇갑자가 숨어 있는지~~

길가다 채인 조각들 가끔 보여 주삼`~
추천 0

IP : 41ac6fdc77c6f11
이은미의 녹턴이 배경으로 흐르네요. 운명에 우릴 맡겨요. 꽃잎이 흩날리네요. 내사랑 그대 이젠 나를 떠나가요~~
추천 0

IP : d169d9a585e2129
사실 3초 인거 들키실까봐 놔두신거 아닙니까?-,.-?
영원히 멋진 오빠로 기억 되시려고? ㅋ ㅋ ㅋ

도망~~~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