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시를 낚다.

IP : 377736e0a346b9b 날짜 : 조회 : 1437 본문+댓글추천 : 0

시를 낚다. 너를 낚는다. 밤새 팽팽한 원줄에 긴장감이 감돌고 활처럼 휜 낚싯대가 윙윙거려도 끝내 낚여 지지 않던 네가 아침 햇살에 저항없이 물위로 건져지고 살림망에 담긴 싱싱한 너의 몸짓에 햇살이 잘게 부셔진다. 너를 낚는다. 잘 마른 낚싯대를 접어 챙기고 물속에 잠긴 살림망을 들어 올리면, 내 곁에서 더 빛나게 농익은 네가 눈부시게 부셔져 내린다. 너를 낚는다. 흩어진 담배꽁초를 주워 챙기고 밟혀 누운 풀잎들을 일으켜 세우면, 잘 개어진 낚시 짐을 한 아름 짊어지고 밤새 피어난 들국화에 작별인사를 건네면, 너는 어느새 군살 다 빠진 미끈한 언어로 내 안에 담겨 있다. 너를 낚는다. 너는 어디에나 있다. 아무리 깊이 숨겨져 있어도 네가 그곳에 있음을 알기에 오늘도 너를 낚는다. 네가 간직한 미끈한 비늘들이 너무 고와 너를 낚는 긴 밤이 외롭지 않다. p.s 나주 이름모를 소류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