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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텃밭 ---산너머 들(2)

IP : 4bc4d0ea879112a 날짜 : 조회 : 6869 본문+댓글추천 : 0

아이들 학교 보내놓고 창문 열어 젖히고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커피 한잔을 들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제 씨앗을 심었으니 잘 키워 봐야지. 요즈음은 새벽 여섯시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왜냐하면 산너머 들이 목마르다고 나를 부르니까... 왕복 3키로미터나 되는 길을 열심히 걷는다. 새벽에는 특히 하기싫은 운동인데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걸으니 텃밭이 정말 고맙네? 150집이나 되니 밭들도 각양각색이다. 사람들이 밟고 다니지 못하게 10평에 울타리를 쳐 놓은 집. 팻말만 꽂아놓고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집. 몇 포기의 딸기와 방울 토마토가 목이 말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집. 원래 풀씨가 많았던 자리인지 채소보다 풀이 더 많이 자라고 있는 집. 10평이 너무 넓어 채소 옆에 철쭉 나무를 예쁘게 심어 놓은 집. 10평이 모자라서 이집 저집 양해를 구해가며 논두렁에 완두콩을 심어 놓은 집. 시골에서 얻어왔는지 검은 비닐하우스에 때이른 고추 모종을 심어 놓은 집. 밭 모퉁이에 대나무로 작은열십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예쁘게 호박을 심어 놓은 집. 전직이 농부였을 것 같은 어떤 분은 씨앗을 뿌리고 그 위에 흙을 채로 쳐서 밀가루처럼 곱게 뿌려놓아서 나를 속상하고 부럽게 했다. 모두가 자기 밭에 물을 주고는 흐뭇----해 한다. '우리 열심히 포기하지 말고 잘 키워 봅시다' 지난 일요일에는 가까이에 사는 동생 내외에게 텃밭 자랑을 했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던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것없이 떡잎밖에 나지 않은 열무를 솎았다. 우리것을 다 솎아도 양이 모자라 친구의 밭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이렇게 복잡하면 잘 안 크지????" 우리는 엄청나게 친구를 도와준 것이라며 마주보며 웃었다. 그리고 동생이 하는 말 "그런데 이거 정말 먹을 수 있는 건가?" 맛있는 고추장을 옆에 놓고, 팽이버섯과 두부를 넣고 된장을 끓이고, 삼겹살도 조금 굽고, 참기름을 듬뿍-------그런데 이것도 정말 무 맛이 나네....맵--사 한게.... 고소한게.... 저 혼자 맛있게 먹어 죄송합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1등! IP : 60ddd5f9dd00543
달팽이님 너무나 평온하고 행복해 보입니다. 부럽습니다. 흘러 가버릴 시간을 여유로서 즐기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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