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지인들에게 제 낚시 무용담을 들려주면 다들 거짓말이라고들 합니다.
거짓인지 있을법한 일인지 이 글을 읽으시는 동료 낚시꾼분들의 냉철한 판단 부탁드립니다.
때는 약 15년전 강원도 철원 남대천 도창리에 한창 낚시를 다닐때 입니다.
주말에 출조해서 그런지 팬션앞 수초가 형성되어 있는 명당자리는 이미 의정부, 포천 꾼들에 의해
금요일부터 점령되었기에 어쩔수 없이 보가 있는 끝자리에 짐을 부렸습니다.
그 자리는 보 근처이기 때문에 물흐름이 약간 있고, 수초대가 일부분밖에 없어 꾼들이 기피하는
자리였지만, 명당자리는 빼곡히 앉을 자리없이 빡빡해 보였기에 담배라도 한대 필려면 옆자리
조사님들 눈치를 봐야 했으므로 그냥 편하게 하루 보내고 간다는 심정으로 다대편성을
하였습니다.
역시나 낮부터 열심히 쪼아 보았지만 입질조차 없었고, 밤에 아주 간간히 옆 명당자리에서 들려오는
챔질소리와 잡힌 붕어들의 물질 소리를 부러워 하며 꾸벅꾸벅 졸면서 낚시를 하였습니다.
낚시의자에서 잠자기가 너무 불편하여 뚝방위에 주차한 차에 들어가 세벽녘으로 알람을 지정해놓고
잠을 청했는데 알람소리를 못듣고 세벽 피크 입질도 못보고 해가 뜨는 모습을 보며 다시
제 낚시 자리로 이동을 하였습니다.
뚝방에서 낚시자리로 이동하려면 누군가 만든 나무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명당자리들을
지나야 하는데 조사님들 일부는 살림망 조차도 담그지 않은것을 보아 어제 밤과
오늘 세벽에 특별한 호황은 없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차에가서 잠이라도 잤으니 내가 이득이다라고
키득이며 제 자리로 와보니 역시나...밤세 입질한번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듯 찌들이 말뚝처럼
고정되어 있더군요..
그냥 다시 집으로 가기에는 좀 아쉬움이 남아 파라솔과 장비들 이슬이 마를때까지만 조금 더
해보자는 심정으로 밤세 끼워두었던 미끼를 교환하였습니다. 미끼는 지렁이와 글루텐이었는데
지렁이는 밤새 날씨가 더웠는지 맥아리가 전혀 없어 보였고 글루텐은 좀있다가 집에 가야하는데
한봉 더 뜯기가 아까워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제자리 뒷편에 똥꾼들이 버리고간
쓰레기 더미에서 옥수수캔이 있었다는 것이 문득 생각이 나, 건들어 보니 제법 쓸만한 옥수수가
몇개 있었고, 미끼는 이놈으로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당시 남대천에서는 옥수수미끼가 잘
먹히지 않았습니다. 본인은 메주콩으로 대물낚시도 즐겨했는데 그것도 이곳 강원도에서는 무용지물 이었죠..
펼쳐둔 6개 낚시대중 3개는 정리하고 나머지 3개 장대낚시대에 옥수수를 두세개씩 껴두었습니다.
꼴에 대물낚시를 한다고 제 체비는 외바늘에 큰 바다 바늘만 사용했기에 옥수수를 두세개는 껴야 바늘이
잘 안보였기 때문입니다. 모닝커피 한잔때리고 담배한대 맛있게 피고 있는데 옆자리에서는 조사님들끼리
어제 조황에 대해 말씀나누는 소리, 아침 요기를 위해 취사를 하시는 소리 등으로 북적이고 있는데
갑자기 3.6칸대 찌가 살짝 들렸다가 내려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설마 입질은 아닐테지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또다시 이번에는 찌 톱이 좌우로 까딱까딱 움직였습니다. 순간 입질전 예신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고 담배가 필터까지
다 타들어가 손까락이 데이는지도 모르고 찌만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10초정도 지나 찌가 몇센티 올라왔는데
이순간 챌까~말까~ 고민하는 중에 다시 찌는 움직임이 없어졌습니다. 그냥 챌껄 하는 아쉬움을 되세기고 있는 순간
그 찌는 갑자기 물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분명 찌톱이 케미포함 2칸정도 물위에 있었기때문에 물결로 인해 잠긴건 아니라는
것은 알수 있었으나 찌를 끌고 내려간다는 것은 메기 등 잡어의 입질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은 확 사라졌고 아무런 기대없이
낚시대를 들어올렸습니다. 챔질이라 하기에는 워낙 기대감이 사라져 건성건성 들어올렸는데 그순간 묵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디 돌에 걸렸나..라는 생각으로 혼자말로 짓거리고 있는데
낚시대가 엄청나게 휘면서 뿌지직 하는 소리와 낚시줄이 팽창되어 피아노줄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도모르게 낚시대를
잡고 있는 한손은 어느새 두손이 되었고 이거 분명 4짜다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멤돌았습니다. 당시 제 기억에 그 낚시대는
은성 연질대였는데 부러질까 엄청 걱정이 되었습니다. 제 낚시대에 걸린 붕어는 어찌나 힘이 좋던지 제가 제압할수 없었고
낚시대가 부러질까 걱정이 되자 물속으로 파고드는 붕어의 힘에 제압되어 저의 몸은 물가로 이미 발이 끌려들어갔습니다.
신발에 물이 차오르는것조차 느낄수 없는 긴장감이었습니다. 이때 저도모르게 안돼..라는 말을 중얼거렸고 피아노줄 소리
때문인지 주변에 있던 조사님들이 웅성거리며 제 자리로 오셔서 이래라 저래라 조언들을 해주셨습니다.
전혀 제가 제압을 못하니 뒤에서 답답하셨겠죠..그리고 과연 4짜 붕어인지도 궁금하셨을 테구요..
경험상 4짜는 잡아보지 못했지만 제가 느끼는 힘은 엄청났습니다. 낚시대를 잡고 있는 제 팔은 후들후들 거렸고 전혀 제
앞으로 끌어올수 없이 붕어의 움직임대로 그냥 버티기만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10분이 지난것 같았습니다.. 붕어도 힘이 빠졌는지 그때부터 서서히 제가 당기는 힘대로 끌려오는걸 느낄수
있었는데 사실상 제 앞까지 끌어오기에는 낚시대가 절대 버틸수 없다는 것을 경험상 알수 있었고
맹탕 자리이지만 제 자리에서 왼쪽에 유일한 자그마한 땟장 자리까지 끌어오자
저로서는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뒤에 서성이던 조사들에게 낚시대를 잡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제앞 5미터 까지는 끌어왔기에 제가 물속에 들어가 건져올 생각이었습니다.
흔쾌히 조사님이 낚시대를 잡아주셔서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붕어가 있는 땟장권까지 들어가니 허리춤 정도 되는
물높이였습니다. 흙탕물이 일어나 잘 안보였지만 낚시줄을 봐가며 붕어 위치를 확인하는데
흙탕물 속에서 간간히 보이는 붕어의 형체는 다름아닌 잉어였습니다. 땟장에 줄을 감겨서 이리저리 못하는
잉어를 저는 두팔로 들어올렸습니다. 잉어가 기운이 빠졌는지 생각보다 큰 저항은 없었습니다.
뚜벅뚜벅 물가로 잉어를 안고서 나오는데 조사님들의 신기해 하는 표정들이 보였습니다.
물가로 나와보니 대충 크기는 1미터가 넘는 금빛 갑옷을 입은 잉어였습니다.
살다살다 발갱이(잉어가 되기 전 새끼잉어)는 몇번 잡아봤지만 이렇게 큰 잉어는 처음봤습니다. 흔히 결혼식장
부페에서 볼수 있는 잉어찜잉어보다 한참이나 크기가 컸습니다. 흥분을 가라앉치고 부들부들 떨리는 몸이
점차 정상으로 돌아올때쯤 구경하시던 어떤 할아버지 조사님은 저에게 이 잉어를 가져갈 거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가져갈것은 아니다라고 말씀드리니 본인에게 달라고 하셨습니다. 본인이 약을 해먹고 싶다고
가져가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왕 주기로 했으나 저도 처음 잡아보는 대물잉어인지라 한번더
잉어를 눈에 담고자 쳐다보았는데
순간 유독 잉어의 큰 눈과 제 눈이 마주쳤는데 잉어가 마치 눈물을 흘리는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잉어가 얼마나
울어대던지 꿰~엑 꿰~액 하고 저를 보며 돼지처럼 소리내어 울어대는데 그런 광경도 처음이거니와 잉어의
눈물과 울움소리가 너무나도 애처롭게 들려왔습니다.
그래서 찰나 생각을 한것은 내가 이 잉어를 저 조사님께 드리면 솥단지 안에 들어갈 운명인데..
왠지 잉어를 살려주고 싶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 조사님에게 미안한데 그냥 제가 가져갈께요..제가 부모님께 약해드릴겁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조사님을 돌려보내고 혹시라도 제가 잉어를 방생하는 것을 눈치채면 미안할것 같아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몰래 다시 물가에 방생시켰습니다.
그러고 싶었습니다. 너무나 큰 잉어였고 (제가볼때는 1m는 훨씬 넘었습니다.) 제 종교가 기독교신자이지만
잉어가 요물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입니다.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흥부와 놀부처럼 혹시 박씨를 물어왔냐.. 로또는 샀냐..좋은 일이 생겼냐..물으시는 분들이 계실건데
그런거 전혀 없었습니다. ㅎㅎ 오히려 그 잉어를 잡았던 낚시대를 다음에 써보니 초릿대를 포함한 몇군대가
실금이 가는 바람에 그 아끼던 3.6칸대를 버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대물낚시 채비 였지만 목줄이 터지지도 않았고..바늘이 펴지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낚시대는 비록
전사했지만 그 큰 잉어를 건져낼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15년이 지났는데도 제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이 나는 추억입니다.
잉어들 종종 대낚시에 나오지요.
요물이 아니고
영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