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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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낚시2

IP : 690c835d05eed72 날짜 : 조회 : 9709 본문+댓글추천 : 0

한 달쯤 지난 뒤, 서사장은 제 가게로 놀러와 히죽히죽 웃으며 약을 올립니다. "남형, 거 가서 두어 번 재미 쫌 봤소. 그저께는 월척도 한 수 했소." "그카고 또 갔나...요." 못말릴 사람, 동네 사람이 제재하면 그 좋은 넉살로 가볍게 받아 넘기며 낚시를 한답니다. 서사장 가고 나서 또 다른 유혹이 슬그머니 움트고 있었습니다. 벌금 문 것으로 속도 쓰렸지만, 요즈음 그만한 잔재미 보는 곳도 드문데다 월척까지 잡았다니…… 머릿속은 어거지 합리화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래 본전도 찾고 월척 손 맛도 볼까?' 다음 날 오후 한가한 시간을 틈타 '잠시 배달중' 팻말을 걸고 그곳으로 탐색하러 갔습니다. 저수지를 한 바퀴 휘이익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아주 멋진 포인트를 발견하였죠. 부들 밭과 수초가 적절히 어우러진 그림 같은 포인트를 점 찍어 두고 가게로 와서 그에 맞는 채비를 교체하고 밤이 되기를 새신부 기다리듯 두근거리며 기다렸죠. 저수지와 동네가 붙어 있어 다들 주무시면 도둑 낚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밤 12시, 가게에서 출발하여 저수지를 향하는 마음은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으로 꼭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듯 하였습니다. 칠흙 같은 어두움에도 후레쉬를 비추지 못합니다. 철조망 밑으로 기어들어 가는데 '찌이익" 점퍼가 철조망에 걸려 버렸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길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작전 수행에 옷 정도 찢어지는 게 대수였겠습니까? 대를 한 대 두 대 펴는데, 정말이지 그 묘한 기분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스릴감 그 자체였습니다. 수초 옆 포인트는 그럭저럭 투척을 합니다만, 부들 옆 가까이 붙이는 포인트는 그야말로 감으로 투척해야 했습니다. 해 지기 전 자리했다면 다섯 대 정도는 편성 가능했지만 겨우 세 대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부들 옆 우측 두 칸대 포인트, 던지자마자 멋진 찌올림으로 7치급이 첫 인사를 합니다. 느낌이 아주 좋은, 짜릿한 흥분감으로 도둑 낚시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 마리 잡고는 동네 불빛을 흠칫 봅니다. 아직은 두 세군데 불빛이 보입니다. 밤 1시가 되었는데 아직 잠도 없는가, 갸우뚱 거립니다. 어! 이번에는 좌측 수초 옆 3칸대에서 입질이 옵니다. 시원하게 찌를 끝까지 올려 줍니다. 챔질, '아싸' 이번에는 8치급... 고요한 밤에 찰방찰방 물소리가 저수지를 수 놓습니다. 점퍼 깊숙이 라이터를 켜고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행여 불빛이 새어 나가면 도둑 낚시가 들통 날까 봐 동네 반대편으로 깊숙이 한 모금 빨고는 이내 내뿜습니다. 까만 밤에 안개 낀 듯 뽀얀 담배 연기 사이로 중앙 수초 사이 2.7칸 찌가 꿈질꿈질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경박하게 '쑥' 솟아 오릅니다. 예상대로 6치급... 참으로 다양한 씨알들이 심심치 않게 놀아주고, 분명 월척급 덩어리가 찾아와 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시간은 어찌어찌 가는지 모르게 어둠 속으로 묻혀져 버립니다. 열 댓마리를 그렇게 잡은 후 허리 한 번 펴고 있는데... 부들 옆 포인트에서 심상치 않은 예신이 들어옵니다. 바짝 긴장하여 케미를 응시하며 '꾸울꺽' 침을 한 번 삼킵니다. '깜박깜박 하더니 스무스하게 조금씩 올려주는 멋진 찌올림… '좀 더... 좀 더어... 더~어~ ...... '오올치, 그래...!' 아뿔사! 너무 찌 맛을 즐겼나 봅니다 챔질 순간 이미 수초를 감아버리는 야속한 놈... 강제집행도 어렵고 불도 비추지 못하고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이지요. 운명에 맡기는 수 밖에, '으라~챠' 강하게 들어올리는 순간, '투~둑~. 아~! 원줄이 터져 버립니다. 허탈함과 동시에 이내 여분의 낚시대로 바로 교체하고 다시 투척합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여분 가까이 입질이 '뚝' 끊겼습니다. 한 시간 쯤 있으면 날이 밝아 올텐데...... 노심초사 하고 있는데 다시 입질이 들어오고 고만고만한 7치 전후의 씨알들이 한 놈씩 올라오면서 아침을 불러냅니다. 뿌옇게 날이 밝으며 소나기 입질이 들어오는데 이런... '째잭째잭' 거리는 새 소리의 장단에 맞추어 찌가 춤을 춥니다. 그 찌의 춤에 질새라 5치급 붕애도 아침이 왔다고 귀엽게 앙탈을 부립니다. 동네 분들이 일어나실 시간이라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는 상황. 작은 넘들은 바로 방생하고 쓸만한 놈들 스무 여수 정도. 다시 한 번 이쁜 얼굴을 봅니다. 오랜만에 찌 맛, 손 맛을 마음껏 만끽하게 해 준 고마운 넘들, '잘 가거래이......' 월척을 잡지 못한 미련을 훌훌 털고 일어서는데, 허~억 동네 어르신으로 보이는 분이 총총 걸어 오시면서 절 부르는 것 같았습니다. 또 걸렸나 싶었죠. 부르시는데 냅다 도망갈 수도 없고, 으이그... "보소, 고기는?" "예, 어르신 다 놓아 주었고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았심더..." "에~해이~ 고기 다 놔주따고...갑자기 매운탕 생각나서 탕거리 쪼매 얻어갈라 캤디마..." "어르신 죄송합니다." "아이구마 됐구마, 담에 묵으머 되제..." "낚시 하는거 보이 옛날 생각도 나고...허~허~..." 웃으시면서 뒤돌아 가십니다. 잠이 결코 올 수 없었던 하룻밤 도둑 낚시, 아마 내 생애 이처럼 짧게만 느껴진 밤낚시는 없었을 것입니다. 숨 죽이면서 밤을 지샌 손 맛 같은 짜릿하고 흥분된 도둑낚시, 월척에 대한 아쉬움보다 어르신께 탕거리 드리지 못한 아쉬움만 남기고 일어 섭니다. 불륜의 밤을 보낸 듯한 긴장감과 함께 어르신에 대한 아쉬움은, 잊을 수 없는 제 낚시 추억의 한 편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낚시터에는 추억과 발자국만 남기시길 바랍니다.^^

1등! IP : f29b3a58e01364a
재미있게 잘보았습니다^^
40여년전 수자원보호구역 ..
아직도 상수원으로 접근금지..한3년전에야
낮에 일반인 산책로로 문을 연 저수지에서의
(지금의 부산 팔송 법기수원지와 부산 서대신동
동아대학교안 저수지 )
중학교급우와 잡혀서 벌썼던 추억....ㅋ
엊그제 같은데...벌써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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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IP : 2b8538189199241
ㅎㅎ 아부지와함께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한두해전에 경산 남매지서 낚시하다가 벌금 300만원 물었다는 카드라 통신이 생각나네요

무슨일이든 하지 말라는것 몰래 할때가 스릴있고 재미있는것 같습니다

안출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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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IP : 15b869628fc66b4
예전 진양호에서
한 겨울 도둑 낚시 하던 생각이 납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천 0

IP : 9872b549dc79aee
맛깔스런 글, 잘보고 갑니다.^^
도둑낚시라는 건 사유재산을 몰래 훔쳐갈 때 써야 맞는 표현 같고,
'몰래낚시'가 좀 더 애교있고 합당하지 않을까...생각해 봅니다.
제가 아는 어떤 분은 몰래낚시의 선수이십니다.ㅎㅎㅎ
갈수록 금지구역이 많아지니....참 아쉽네요.
추천 0

IP : 690c835d05eed72
♥ 석천공님 저와 연배가 비슷하신 듯 하네요.^^
님의 대명 한자음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맞을른지 궁금하네요?

♥ 소요님 저도 4~5년 전에 남매지 얘기는 들었습니다.
벌금 300만원! 그 얘기 듣고 놀랐습니다.

♥ 소풍님 가까이 계시면 저와 소풍 한 번 가시면 좋을텐데...
좋은 원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부담은 갖지 마시구요^^

♥ 물나그네님 언어순화 고맙게 생각합니다.
조금 더 긴장감을 표현코자 했는데 짧은 글 재주로 부족한 것 같네요.

♥ 강형붕어님 처음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즐거운 하루 되세요.^^
추천 0

IP : ee560432cc079c4
ㅎㅎ...선배님도 그런면이?

잘읽었습니다!

자주자주 올려주십시요~~~!!
추천 0

IP : 4f8ba7b9749a2a9
손맛도 손맛이지만.... 도둑낚시라는 묘미가... 심장을 찌릿하게 하지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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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0036ab2ca9a388c
♥ 그림자님 자주 못올립니다.
독수리의 비애를 모르시나요?

♥ 묵호사랑님 님의 본명은 제 가슴에 새겨진 이름입니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이름이지요.

♥ 율포리님께서는 많은 추억이 있으시겠지요.ㅎㅎ
늘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 그대로그렇게님 휘버스의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70년대말 인기곡이었지요.해변가요제도 생각이 나구요.

♥ 장핑퐁님 추억의 조행기 애독자 중 한 분이시지요.
님께서도 추억의 한 편에서 미소지으실 것 같네요.

♥ 말뚝왕박방랑님 4짜는 아무나 잡는 것이 아니죠.
전 아직까지 4짜 잡아보질 못했습니다.ㅠㅠㅠ

♥ 신수향2님 적당히 즐기고 싶었은데 그것이 잘 안되네요.^^
아마 분위기에 훨씬 취했던가 봅니다.^^

♥ 은빛붕어님께서는 크나큰 축복을 받으신 것 같네요.
저 또한 스승님의 건강하심을 기원드립니다.
추천 0

IP : b32d3a6eb333b2b
팔당...막 낚시 금지 했을때 입니다.

그때는 루어 낚시에 한참 열중 일때인데,

동네? 사람이 멀리서 호르라기를 불어 댑니다.


급히 논둑을 돌아 나가려는데...

강에 빠지고 말았습니다.ㅜㅜ


두사람이 쫒아 와서 뭐라 합니다.

신분증을 내 놓으라는 등


물에 빠진 뒤라 약간 이성을 잃어서

씩씩 거렸더니, 그냥 가더군요^^


그뒤로 팔당 댐 방류 할때

대박이라 는 등...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그때의 쪽**으로 다시는 낚시를 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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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dc6c12a1bfdf843
저는 아직 도둑낚시(몰래낚시)를 해 본적은 없지만

마치 제가 그 현장에 있듯이 긴장이 되네요...

철수할때 동네 어르신...생각만 해도 가슴이 덜컹...ㅎㅎ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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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690c835d05eed72
♥ 태양아빠님 혹 자제분 이름이 태양이라면 멋진 이름이네요.
태양처럼 밝고 환하게 키우시길 바랍니다.

♥ 어느날갑자기님 과찬의 말씀입니다.^^
부족함이 많은 글을 그리 보아 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 설용화님 초등학교 1~2학년 때 논산 수로에서 붕어 잡고 참게 잡던
추억이 떠오르네요.외갓집이 논산에 있었고 방학 때 놀러갔던 기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지금도 외가의 집과 마당,뒷 산, 그 아래 수로...
너댓 번밖에 안갔는데 또렸하게 그려집니다.

♥ 바른생각님, 님처럼 바른 생각의 낚시가 아닌 도둑 낚시라
고민은 조금 되었습니다. 재미 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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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75ac85f3e961c9
아부지선배님!
훔쳐먹는 사과가 맛이 있는법이라는.....
여자도.....ㅎㅎ
그동네 한번더 도전하이소
물론 고기 잡아서 동네 어르신 드린다고 하시구요...
늦게와서 이제야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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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6446e02db4c497
감사합니다
제 아들 이름입니다^^
태양이란 이름이.. 태명이인데
너무 좋아서 태명이 이름이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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