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에 열화 같은 성원 감사합니다. 켁! 그럼 못다한 이야기나 이어가 볼까요.
---
몇개의 나뭇가지들이 연달아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악 하는 소리와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들렸다.
누가 비명을 질렀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악 하고 비명 지른 놈의 쉰 소리와 다른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아야! 아야! 자, 잠깐! 잠깐만! 잠깐만 내려봐!
-이 시키! 너 이 시키, 니 나이가 몇인데 앵겨붙어! 이 좃만헌 시키!
쌈이 나자 주위의 후레쉬 불빛들이 두 사람을 향하고 건너편에서도 렌턴빛이 기다란 광선검처럼 뻗어왔다. 여기저기서 뻗어온 불빛이 한곳을 비추자 어른거리는 불빛아래 엉겨있는 두 사람의 형태가 검게 드러났다.
한 사람은 길고 한 사람은 짧았는데, 놀랍게도 작달막한 사내가 덩치 위에 올라타 좃만헌시키라고 소리치며 멱살을 조이고 있었고, 깔린놈은 잠깐만 내려오라면서 버둥거리는데 첨벙거리는 물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깔린 덩치의 두 발은 물속에 잠겨 있었다.
아래에 깔린 등빨 좋은 덩치는 대단한놈이었고, 그를 깔아 뭉개고 올라타 멱살을 조이는 사람은 중년의 작달막한 사내였다.
그 중년 사내를 확인한 순간 난 그가 휘둘렀던 짱대가 정확히 6칸임을 알았다. 낮에 둑을 오가며 그가 그 육중한 육칸 짱대를 휘두르며 수몰된 나무 사이로 찌를 세우려 애쓰는 것을 목격했었고 그게 몇칸이냐 묻기도 했었던 것이다. 그는 그 육칸대를 몇번이고 휘둘러 수몰나무 사이로 채비를 넣으려다 나무에 걸려 채비를 두어번 뜯긴 후 결국 포기했었는데, 대단한놈이 나타나 봉돌이 머리 위로 난무하자 분노의 칼을 빼어 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살펴보니 그의 육칸 기다란 짱대는 대단한놈의 스무 낚시대 중 대여섯 대 건너 부터 채비를 걸어 당겼는지 놈의 찌 대여섯개가 한곳에 끌려와 엉켜있었다. 대단한놈이 엉겨붙은 게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는 판단을 잘못했다. 그는 덩치만 컷지 허여멀건한 게 허우대 멀쩡한 물렁살로 보였고, 더구나 얼어죽기는 싫었는지 해가 떨어지자 겨울철 군고구마 장수들이 즐겨입던 위 아래가 붙은 두툼한 스즈끼 털옷을 입었는데, 그게 제일 큰 사이즈의 옷을 입었음이 분명 할 텐데도 커다란 덩치에 옷이 꽉 껴 팔다리를 자유스럽게 놀릴 수가 없어 보였다.
누가 내게 그의 직업이 뭐 같냐 물었다면 아마 난 어느 식당의 주방장 쯤 되지 않을까 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처음 그를 본 순간 그의 희멀건 얼굴과 야들야들해 보이는 피부에서 군 시절 덩치 큰 주계병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중년의 사내는 작달막했지만 체격은 다부졌는데, 거친 손과 걸친 상의에 새겨진 **건설이란 작업복, 그리고 야구방망이 같은 육칸대를 위해 직접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철제로 만든 앞받침대로 보아 건설현장에서 잔뼈가 다져진 사내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아! 아아아!
대단한놈의 비명이 계속되자 중년 사내가 슬그머니 그의 멱살을 놓고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자 깔려있던 대단한놈도 일어서려고 버둥거렸지만 위 아래로 꽉 낀 옷을 입은데다 두툼한 털이 물에 젖어 버둥대기만 할 뿐 쉬 일어나지 못했다. 하여간 여러가지로 대단한놈이었다.
그런데 한순간 중년사내의 안색이 싹 변했다. 짧은 옷 소매가 말려 올라가 버둥대는 놈의 팔뚝으로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상처가 제법 깊은지 검은 피가 뭉클거리며 계속 흘러나왔다.
당황한 중년사내는 버둥대는 덩치를 일으켜 세워 스즈끼복 등에 붙은 풀을 털어 주더니, 차로 달려가 연고를 하나 꺼내들고 달려와 모조리 짜내 놈의 상처에 두툼하게 발라주고는 자기가 걸어 엉켜놓은 대단한놈의 엉킨 낚시줄을 풀기 시작했다. 다친놈의 화를 누그러뜨리고 달랠 요량같았다.
한동안 그를 노려보던 대단한놈이 그 옆에 주저앉아 전화기를 꺼내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난 그때 싸움을 구경하고자 그들 곁에 가까이 있어서 그의 전화내용을 본의 아니게 들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싸움구경 아니던가.
전화는 집의 마눌에게 하는 것 같았다. 통화내용인 즉, 손님이 많아 일하다가 손을 베었으며, 가게가 추워서 그러니 동서를 보낼테니 옷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동서에게 전화를 걸어 저수지로 갈아 입을 옷을 가져오란다. 마눌에게 낚시왔다는 것은 절대 비밀로 해달라며... 통화내용으로 보아 역시 놈은 요리가 업인 것 같았다.
사월 초봄의 밤은 매우 추웠다. 전화를 마친 놈이 피가 흐르는 팔목을 감싼 채 쭈그리고 앉아 엉킨줄을 풀고 있는 중년사내를 노려보더니 물에 젖어 추운지 차로 가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주워들었다. 그것은 중년사내가 놈의 팔에 발라준 연고가 담겼던 튜브였다. 한동안 서서 후레쉬로 약을 짜낸 빈 튜브를 비춰보던 대단한놈이 부르르 떨더니 소리쳤다.
-아, 시바! 이거 무좀약이잖아!!
놈의 째지는 소리가 조용해진 둑을 다시 울렸다.
---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참, 예명은 xodidto에서 風笛으로 바꿨습니다. 바람 풍에 피리 적이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