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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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들은.......(6부)

IP : 49f31327aa39a20 날짜 : 조회 : 6517 본문+댓글추천 : 2

퍼즐게임) 오사카 역에서 택시를 타고 골든 로즈마리 호텔에서 내린 비로와 소년은 안병국 사장이 예약해둔 방에 짐을 풀고 신사이바시 역 앞으로 나가보았다. 도로는 좁았고 차들이 많이 밀려 혼잡했다. 거리에 인파는 넘쳐났으며 금발의 외국인도 자주 눈에 띄었다. 비로와 소년은 오오쿠라의 회사 앞에서 주변 거리를 돌아다니며 지형지물을 숙지해 두기 위해 관광객인양 한가로이 돌아다니며 주도면밀한 생각들을 정리해나가고 있었다. 이윽고 밤이 되어 로즈마리 호텔에 모인 세 사람은 최종점검과 몽유도원도 회수에 관한 마지막 의견을 조율하였다 “문제는.....” 안병국 사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는데 안색이 그리 밝지만은 못하였다. 안병국 사장이 비로와 소년을 한차례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오오쿠라 사장의 집무실에 있는 4대의 카메라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으네” 비로가 침중한 안사장의 얼굴을 살피다가 침착하게 답하였다. “카메라를 피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안사장이 한동안 비로의 눈을 바라보다가 역시 침중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카메라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것이 문제일세” 안사장이 가방의 지퍼를 열면서 뭔가를 꺼냈다. “오오쿠라 사장이 지난번에 자신의 집 금고가 털렸으니 이반엔 한층 더 경계를 강화했음은 불문가지야. 그도 나름대로 만전을 기해두었을테니..” 가방에서 물건들을 꺼내는 안사장을 바라보며 비로가 입을 열었다. “안사장님께선 특별한 방법이라도 찾으셨는지요?” 안사장이 가방에서 꺼낸 물건들 중에 골프공보다 약간 작은 둥그런 것을 비로에게 보여주며 싱긋 웃는걸 보니 비로는 그제서야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이것은 글리세린과 몇 가지 화학 유기물이 첨가되어 만든 소형 폭발물이네” “네?” 비로와 소년이 놀란 듯 동시에 대답하였지만 안사장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싱긋 웃으며 비로와 소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 놀랄 건 없네. 글리세린이 들어갔다고는 하나 아주 소량일 뿐이고 폭발음도 극히 작고 인명 살상용은 더더구나 아니니 안심하게나.” 그 때 잠자코 있던 소년이 앞으로 나서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하,, 그걸 어딘가에 터뜨려서 경비실의 주의를 분산시킨 후에 대장과 제가 작업에 들어가라는 것이지요?” 그러자 안사장이 크게 웃으며 소년을 기특한 듯 바라보다 유쾌하게 입을 열었다. “역시 소년의 직감은 남다른데가 있단 말야.” 안사장이 가방에서 꺼낸 물건들을 펼쳐 놓으며 비로와 소년에게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노무라 반장은 신조 형사와 함께 오오사카 시내 중심가의 로미오와 줄리엣 호텔 스카이라운지 커피숍에서 오오쿠라 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오오쿠라 사장이 비서와 함께 나타나자 자리에 앉은 세 사람은 한동안 커피만 마시며 침묵을 지켰다. 무거운 침묵을 깨트린 건 노무라 반장이었다, “ 참, 이쪽은 제 직속부하인 신조 쓰요시 형사입니다. 민완으로서 장래가 기대되는 친구입니다” 오오쿠라 사장이 신조 형사에게 손을 내밀자 신조가 악수를 하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오오쿠라가 노무라 반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반장, 아직도 내 집에 침입하여 무릉도원도를 훔쳐간 도둑놈은 잡지 못하였소?” 노무라 반장이 한차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름으로 조사를 해본 바 아무래도 외국인이 저지른 일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그러면 일본인 도둑들 중엔 없단 말이오?” “동종 전과자를 대상으로 샅샅이 훑었지만 혐의를 둘 만한 인물은 없었습니다.” “으음...” 오오쿠라가 탁한 신음을 뱉어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혹시,,,한국인들이?” “저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경찰들에게 정보를 알아보는 한편, 일본을 자주 왕래하는 한국인들의 신상명세를 파악하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 있습니다” 그 때, 옆에서 침묵하던 신조 형사가 입을 열었다. “반장님께 말씀을 들었지만 도둑맞은 것들이 한결같이 오래전에 한국에서 건너온 국보급 보물들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사실로 비추어 볼 때 그렇게 간이 큰 일본의 전문 문화재 도득들은 몇 명 정도인데 그들은 조사해본 결과 모두 관련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와 반장님은 한국인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인이라.....”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오오쿠라 사장이 고갤 번쩍 들고 노무라 반장과 신조 형사를 한차례 쓸어보았다. “분청자기를 도둑맞은 가토 사장도 한국인 어쩌구 하더구만” 가토 사장은 산요중공업을 이끄는 오너인데 회사의 기반을 탄탄하게 올려놓자 남아도는 돈으로 무얼 할 것인지 고민하다가 늦은 나이에 골동품 모으는 취미에 빠져 온갖 진귀한 골동품들 특히, 한국산 골동품이라면 수단방법 안 가리고 품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배포 좋고 물 좋은 오너라고 일본의 골동품가에 그 명성을 아낌없이 날리고 있던 중이었다. 가토 사장 이야기가 나오자 노무라 반장은 눈을 감고 자신에게 찾아와 입에 게거품을 물고 분청자기를 찾아내지 못하면 수사반장 자리 사표 낼 각오하라며 방방 뜨던 가토를 생각하자 쓴 미소가 번졌다. 오오쿠라 사장이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내 노무라 반장 앞쪽에 놓으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수사비도 빠듯할테니 맘껏 쓰고.....내 생각에도 자꾸만 한국인들이 떠오른단 말야 반장이 알아서 수사하겠지만 필요하다면 한국에도 직접 가보도록 하게. 필요한 경비는 내 비서에게 말하면 될 걸세” 카피솝 안에는 이제 손님들로 테이블이 반 이상 들어차서 점차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나눈 후 커피숍을 빠져나갔다. 오오쿠라 사장이 먼저 호텔을 나가자 신조 형사가 노무라 반장에게 볼멘소리로 말을 한다. “반장님, 욕심 많은 돼지쉬끼처럼 생겼는데 말입니다” 노무라 반장이 신조 형사의 어깨를 탁 치며 서둘러 호텔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밖에는 땅거미가 내려오고 있었고 하나 둘씩 켜지고 있는 네온싸인이 먼 기억의 저편에 두고 온 고향의 대문에 걸어둔 등 같다고 생각하며 신조 형사는 반장의 뒤를 바지런히 쫒아가고 있었다. “비로군, 계획대로 실행하되 오오쿠라 사장의 집무실에 들어가게 되면 이 안경을 착용하도록 하게” 안경을 살펴본 비로가 의아한 듯 안사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적외선 감지용 안경은 저에게도 있습니다만” “그 안경은 적외선도 감지해 주지만 또 하나의 기능이 있네” “또 다른 기능요?” “액자에 걸려있는 몽유도원도를 꺼내면 뒷면을 세심하게 살펴보도록 하게. 진품이라면 한문으로 나라국(國)자가 새겨져 있을 것이네 그리고........” 잠시 생각하던 안사장이 말을 이었다. “ 그 안경을 쓰고 오오쿠라 사장의 금고를 유심히 살펴보면 빨간색으로 보이는 책자가 있을거네. 그 책자도 가져왔으면 하네” “책자.....말입니까.? 오오쿠라의 금고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확실하네. 그 안경을 안 끼면 그저 빛 바랜 누런색으로 보일 뿐이지만 안경을 쓰고 보면 빨간색으로 보일것이네. 몽유도원도와 그 책자만 가져오면 되네” 안사장이 소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소년은 오오쿠라 사장의 집무실엔 절대 들어가면 안되네” 소년이 의아해서 안사장에게 말을 하려는데 안사장이 말을 이었다. “소년과 비로군의 키 차이가 상당해서 말야” “카메라에 찍히면 키 차이도 일본 형사 팀에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비로가 말하자 안사장이 눈읏음을 치며 고갤 끄덕였다. “자, 정확히 내일 모레 금요일 날에 시작 할 테니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이틀 동안 긴장도 풀 겸, 오사카 관광이나 하며 쉬기 바라네. 난 지금 동경으로 갔다가 금요일 오전까지 돌아오겠네” 안사장이 방을 나가자 소년이 비로에게 말한다. “대장, 빨간 책자라니.....그건 예정에 없던 물건이잖아?” “글쎄다. 안사장님이 아마도 필요로 하는 물건이니 그렇겠지” “안사장님이 안경까지 준비한 걸로 봐서는 몽유도원도랑 맞먹는 보물이 아닐까?” 소년이 말괄량이 삐삐처럼 입술을 뾰루퉁 내밀며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비로가 싱긋 웃으며 말을 잇는다. “아마 보통 물건은 아닐테지 너도 알다시피 안사장님이 어디 웬만한 보물을 거들떠볼 사람이냐. 게다가 특수 안경을 껴야 빨간색으로 보이는 책자라면 아마도 엄청난 보물같은데” “그러게 말야. 그러나 스승님이 보내주신 메일에는 빨간책자 이야긴 없었잖아?” “걱정도 팔자다. 스승님이 일전에 말씀하신거 벌써 까막었어. 안사장님 말씀을 곧 스승님 말씀처럼 따르라고 하셨지?” “아, 글쎄....그 빨간 책자가 보통은 넘는 물건이지 싶어서 말야” 소년이 계속 의혹서린 얼굴을 하자 비로가 그런 소년의 어깨를 탁 치며 유쾌하게 말을 한다. “이봐 소년, 너 배 안고파? 나 마구로 회 먹으러 갈 건데” “헉쓰.. 마구로 회라? 내가 안가면 일본 열도가 침몰 할 것 같으니 이 몸이 빠질 수야 없지 히히힛....” 미치꼬는 저녁식사를 마치자 산책 좀 하고 오마고 새엄마에게 말한 후 자신이 봉변을 당할 뻔한 그 공원으로 걸어갔다. 공원 벤치에 앉아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본 미치꼬의 눈에 하늘의 별들이 희미하게나마 눈에 들어왔다 동경의 저녁 하늘에서 별을 보다니 운이 좋다고 생각한 미찌꼬가 별들 사이로 겹쳐지며 환영처럼 떠오르는 하나의 얼굴을 생각할 때 주머니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번호를 확인한 미치꼬가 폴더를 열자마자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슌스케, 거기 어디야?” “오사카 입니다 아가씨” “하하하... 오사카까지 구경하려는가 보다. 어디에 짐을 풀었고?” “골든 로즈마리 호텔입니다” “애걔걔,, 싸구려 호텔 아냐? 일행은 몇 명이나 돼?” 조금 뜸을 들인 슌스케의 목소리가 덤덤하게 휴대폰 속에서 소용돌이 치며 울렸다. “그게...셋 인거 같기도 하고 둘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알겠어. 슌스케. 내가 내일 갈 테니 계속 수고해 줘” “아니, 아가씨 잠깐만” 그러나 미치꼬는 벌써 전화를 끊은 후였다. 슌스케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무언가 알 수 없는 불길한 기운을 감지하며 오야붕인 노부히로 다케시타의 얼굴을 떠올리며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그리고 미치꼬의 해맑은 얼굴을 떠올리며 미치꼬에게 연정을 품고있는 자신의 마음이 너무 바보같다는 생각을 하자 술이라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마구로 횟집에서 기분 좋게 저녁식사를 마친 비로와 소년은 캔 맥주 하나씩 들고 오오쿠라 사장의 회사 주변을 다시 한 번 답사하고 있었다. 운전은 안사장이 하겠지만 준비를 철저히 하면 할 수록 안전은 그만큼 더 보장된다는 스승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치밀하게 주변 지리를 익혀두어야 했다. 안 사장은 딱 10분을 주겠다고 했다. 그 십분 안에 과연 무사히 일을 끝내고 안전지대로 대피할 수 있느냐가 문제였지만 비로는 늘 그래왔듯이 안 사장을 믿기로 했다. 그렇지만 옆에서 도와주어야 할 소년이 오오쿠라 사장의 집무실에 들어올 수는 없다. 필요한 물건들은 환풍기에 남아있을 소년에게 받아서 일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역시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물건들을 훔칠 때면 언제나 시간을 넉넉히 잡고 여유롭게 일을 했는데 이번엔 시간과의 싸움에 단단히 긴장하고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자칫, 들통이 나서 건물에 갇히게 되면 십중팔구는 잡힌 몸이라고 생각하면서 비로는 세차게 고개를 흔들며 한차례 심호흡을 했다. 세월이 갈 수록 보물들을 훔치는 일이 힘들어지고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의 머리 싸움도 나날이 치밀해져 가고 있지만 스승님께서는 우리 한국인이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는 말을 늘 강조하시곤 하였다. 우리 한국인들에겐 불구대천지의 원수 일본을 이렇게라도 복수를 해주는 것이 왜인들의 난으로 인하여 억울하게 돌아가신 선영들을 위한 해원굿이 되는 것이라고 스승님은 늘 말씀하셨다. 한반도를 떠나 섬나라의 누런 지하 속 어둠의 습기에 갇혀 날마다 통곡하고 있을 우리 조상들의 혼이 담긴 보물들을 생각하면 잠을 못자겠다는 스승님.....그런 스승님을 우연찮게 만나게 되어 이 일을 하게 된지도 어언 10여년 세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국보급 문화재들을 훔치는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비로가 열 여덟 살 때 지리산 청학동을 떠나 서울로 상경할 적엔 웬 대머리 군인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철권통치를 하다가 뒤를 친구에게 물려준 시기였다. 대학생들과 시민들은 연일 데모를 했으며 정국은 한치 앞도 못 볼만치 혼탁함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시기였다.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댕기머리를자르고 청바지에 남방을 입고 조금씩 서울내기로 변신을 하던 비로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스승은 비로에게 미래를 바라보는 공부를 하게 해준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였다. 지리산 외진 청학골에서 사서삼경 등 한문공부와 근처 성불사에서 주지스님에게 불무도만 배운 비로에게 서울은 그야말로 물설고 낮설은 곳이었다. 공사판을 돌아다니며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셋방도 얻고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던 중에 그야말로 운명처럼 스승님을 만나게 된 그날......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 날, 날씨가 추워 공사판 일감도 떨어지자 순대국밥이나 먹으러 동네 시장으로 향하던 비로에게 차 한대가 지나갈만한 한적한 골목길에서 이상한 풍경이 눈에 잡혔다. 스포츠 머리를 한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시장바구니를 든 아줌마로 보이는 여자의 머리채를 휘어잡고는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를 질질 끌고가고 있었다. “니 년이 도망가면 어디까지 갈 것 같아. 그래 남편이 돈 좀 못 벌어 온다고 젖먹이를 떼놓고 도망가?” “아악,, 왜 이래요. 당신 누구예요 누군데 왜 이러는 거예요” “얼씨구, 이제 나는 남편도 아니다 이거지. 그래 씨블년 어디 오늘 모두 죽어보자” “아악...살려줘요 이 사람은 저의 남편이 아니예요. 살려주세요” 남자의 큼지막한 손이 여자의 뺨에 내리꽂혔다. “상/넌이 젖먹이를 떼어 놓고 토낄만큼 독한 줄은 알다만은 이혼서류에 도장이나 찍고 내뺄것이지 시퍼렇게 살아있는 남편 앞에서 대놓고 악을 써?” 남의 부부싸움에 끼어들만큼 오지랖 넓은 비로가 아니었기에 그냥 스쳐지나가려는데 여자의 애절한 목소리가 비로의 귓가에 파고들었다. “아악...살려줘요 난 위쪽 산동네 수진 수퍼마켓 뒷집에 살고 있는 새댁이예요” 여자의 그 말에 비로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여자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보이는 여자의 얼굴에 비로는 어? 하면서 의구심이 솟았다. 분명 골목길 지나다가 수퍼 근처에서 서너 번 마주친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다시 가까이 가서 확인하는 비로의 모습을 본 스포츠머리가 험상궂은 얼굴을 하며 비로에게 소리쳤다. “이봐 너 뭐야 남 부부 일에 상관 말고 꺼져 씨블넘아” 다시 한 번 잠자코 여자의 얼굴을 살핀 비로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스포츠머리에게 대꾸를 했다. “형씨. 사람 잘못 본 것 아니오? 저 아줌마는 우리 동네 사람이 맞는데” 스포츠머리가 난데없이 이단옆차기로 비로의 가슴을 내지르자 비로는 억~하는 소리와 함께 길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에이, 십쉬꺄. 남 부부 일에 상관 말고 꺼지란 말여 씨블럼아 뒤지고 싶어” 그렇게 험악하게 말을 뱉어낸 스포츠머리가 다시 여자를 끌고 봉고차 쪽으로 가려고 하자 불의의 일격을 당한 비로가 일어서며 몸을 추스르고 한마디 뱉었다. “어이 형씨, 그 아주머니 놔주지 그래” 스포츠머리가 뒤를 돌아 비로를 바라보며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며 누군가를 부르자 봉고차에서 두 놈이 내리더니 비로를 에워싼다. 보통체격의 꽁지머리와 씨름선수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놈이었는데 비로는 그놈들이 인신매매범인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꽁지머리가 비로의 멱살을 잡으며 ‘이 쉬퀴가 죽으려고 용 써...’ 하는데 비로가 두 손날로 꽁지머리의 양쪽 목덜미를 내리치자 꽁지머리가 커억~~하며 자신의 목덜미를 잡고 주저앉자 무릎으로 녀석의 안면을 찍어버리니 녀석은 댓자로 뻗어버렸다. 뚱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한차례 스포츠머리를 쳐다본 후, 비로를 향해 하마처럼 달겨들지만 비로의 돌려차기에 안면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길게 뻗어버린다. 이를 바라 본 스포츠머리가 독사같은 눈을 치켜뜨더니 안주머니에서 재크나이프를 꺼내 비로에게 사정없이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비로는 긴장했다. 지금까지 칼을 든 상대와 부딪쳐본 적이 없었다. 스포츠머리는 발길질과 주먹질 그리고 칼까지 휘두르며 비로를 압박하고 있었다. 뒷걸음질만 치던 비로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스포츠머리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비로에게 달겨들려는 찰나, 스포츠머리가 어이쿠~~하며 칼을 든 손을 부여잡으며 고통에 찬 신음을 뱉어내고 있었다. 스포츠머리의 손등에 웬 표창같은 것이 박혀있었다. 비로가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골목 끝에서 중년의 남자가 나타나더니 스포츠머리의 손등에 박힌 표창을 뽑아들고는 일갈을 하는 것이었다. “사내 시끼 세 놈이 칼까지 들고 한사람을 상대하다니 썩 거지지 못하겠느냐?” 중년 남자의 일갈에 세 놈은 서로를 부축하더니 봉고를 타고 달아나버렸다. 중년 남자가 싱긋 웃으며 비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비로는 그 손을 잡고 일어서며 감사의 예를 드렸다. “요즘 세상에 드물게 용기있는 젊은이를 보다니 오늘 일진이 좋으려나 하하핫” 비로가 게면쩍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저기...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닐세. 오늘 의협심이 대단한 젊은이를 보았으니 내가 행운아일세” “의협심이 아닙니다. 아는 얼굴의 동네 아주머니가 봉변을 당하고 계시길래...” “바로 그런 것이 의협심이 아니면 뭔가? 의협심은 먼데 있는 게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불의를 보았을 때 사나이답게 나서는 것이 바로 의협심이 아니던가” “그렇게 보아주신다면 부끄럽습니다 근데.....” “응?” "칼 든 녀석의 손등에 박힌 것은 표창인가요?“ “하하핫.. 표창은 무슨......내 전용 이쑤시개라네” “네?” “함께 가세. 시장이 가까우니 시간이 좀 이른 듯하지만 대포나 한잔 하려나?” 상념에서 깨어난 비로는 그 후, 중년의 신사를 스승으로 모시며 각종 무술들과 소매치기며 훔치는 기술들을 습득하며 지금까지 지내온 기억들을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이니 없던 용기가 새삼스레 샘솟는 기분을 느끼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입안에서 혀를 굴려 조용히 말해보았다 ‘나는 누가 뭐래도 스승님이 하시는 일이 정의라고 믿는다’ “반장님!” 노크도 없이 거칠게 반장실 문을 열고 들어온 신조 형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노무라 반장을 보며 말했다. “무슨일인가. 신조 형사” “노부히로 다케시타가 심복 서 너 명만 데리고 오오사카행 신칸센을 탔다고 신타로 형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야, 다케시타가?” “자동차를 놔두고 신칸센을 탄 이유가 뭔지 모르겠으나 다케시타를 수행하는 놈들이 무라카미와 곤도, 그리고 마쓰이의 얼굴도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 초거물들이 몽땅 나오셨구만” “그놈들이 오사카엔 무슨 일로 가는걸까요?” “그야 낸들 알 수 있나. 신타로에게 계속 미행하도록 지시하게” “알겠습니다” 외사과의 미즈노 형사가 가져온 서류철을 뒤적이던 노무라 반장의 눈이 날카롭게 찢어지더니 다시 앞의 서류철을 살펴보면서 빨간 볼펜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하면서 서류철을 한 장 한 장 넘겨가고 있었다. 그리고 작업을 마치자 미즈노 형사에게 따로 골라낸 서류철을 주면서 뭔가 귀엣말로 지시를 내렸다. 로즈마리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온 비로와 소년은 맛있는 한식을 먹고 원기를 충전하기 위해 쯔루하시 역 근처에 많이 있는 한식촌 거리로 향하였다. 오오사카 중심가는 깨끗했으며 비록 출근시간으로 자동차의 정체가 심했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대체로 무덤덤했다. 시골 촌놈이 난생 처음 서울구경 하는 것처럼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가며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던 소년이 뭔가를 발견했다는 듯이 비로에게 바삭 붙어서 말을 한다. “대장, 일본 여자들 참 이상하네” “뭐, 일본 여자들이 왜?” “일본여자들......걸음걸이가 말야......” “걸음걸이? 걸음걸이가 왜” “자세히 살펴보믄 말여, 꼭 뒤가 마려운 걸음걸이 같지 않어?” 비로가 걸음을 멈추고 소년에게 살짝 꿀밤을 먹이며 실소하는 얼굴로 대꾸했다. “인마, 넌 어찌된 것이 그런거나 살피고 말여....좀 더 생산적인 상상을 하던지 몽유도원도를 감쪽같이 탈취하는 생각이나 하던지 해야 이뻐해주지 요넘아” 그러면서 장난스레 웃는 비로에게 소년이 뻘쭘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참, 대장도....나라고 그런 생각 안할까. 걱정 붙들어매셔. 이번에도 완전무결 하게 처리하고 온천욕이나 하고 한국으로 날아갈 생각 완벽히 해두었으니까“ 비로가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봐 소년, 이번 일은 어떨 것 같아. 네 직감은 뭐라고 하지?” 소년이 그렇게 묻는 비로의 얼굴을 해맑은 눈으로 바라보면서 생글거리는 얼굴로 말하였다. “대장. 이번엔 정말 힘들거야. 잘못하다간 붙잡힐 것만 같어” “붙잡힌다고? 그러나 너의 눈이나 얼굴은 정반대로 나오는데?” “킥킥킥....그러면 된거지 그런 걸 굳이 입을 열고 말로 해야만 알아들으려오?” “잘한다 대장을 놀려먹기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말한 비로가 다시 소년을 꿀밤주려고 하자 소년이 냉큼 앞서서 걸으며 배가 고프니 빨리 가자는 시늉을 한다. 비로와 소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을 걸을 때, 두 사람의 뒤를 따르는 그림자가 있으리라곤 비로와 소년이 꿈엔들 알았을까. 노부히로 다케시타와 그의 부하들이 오오사카 역을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오오사카의 옛 지역인 오사카후 센난군의 변두리 쪽에 위치한 보기에도 웅장한 대리석 건물로 만든 3층 집이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곤도가 재빨리 대문의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약 1분쯤 지나서 대문이 열리며 백발머리가 인상적인 중년의 남자가 다케시타 일행을 맞으며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어서오십시오. 다케시타 오야붕, 회장님께서는 이미 오셔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다케시타를 힐끗 쳐다본 백발의 중년은 곧 앞장서서 일행을 저택 안으로 인내하였다. 이 저택의 주인은 일본 제일의 골동품 감정가이자 일본 최고의 매장을 자랑하는 유통회사 니뽄 마트의 시네마루 긴또 회장의 별장이었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시네마루 회장이 다케시타를 보자 만면에 웃음을 띠며 호들갑스럽게 환영의 말을 늘어놓았다 “여어,, 어서오게나 다케시타, 그 호랑이 같은 풍모는 여전하구만” 다케시타가 모자를 벗고 머리 숙이며 대답하였다. “회장님. 그동안 강녕하셨습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려, 나야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지 자네도 더욱 혈색이 좋아 보이는구만” “그리 보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한 다케시타가 심복들을 인사시키자 시네마루가 호기롭게 말했다. “자 다들 앉지. 그리고 치루는 여기 홍삼차 좀 내오도록” 치루라 불린 백발머리가 공손히 머리를 숙이며 주방쪽으로 가자 시네마루가 자리에 앉으며 의미심장한 얼굴로 다케시타를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케시타. 한가지 일 좀 처리해줘야겠는데 말야” “말씀만 하십시오” “오오쿠라 사장 알지? 그 인간이 갖고 있는 물건 중에 하나만 빼와야겠는데 말야” “어떤 물건을?” “오오쿠라의 회사 자신의 집무실에 그 물건이 있는 건 확실하고 그 물건은 다만........” 다케시타가 재촉하는 눈빛을 취하자 시네마루가 정색을 하며 계속 말했다. “그냥 겉 표지가 빨간색으로 된 서책이라고만 들었는데 말야” 다케시타가 바싹 다가앉으며 우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빨간 서책입니까. 그러니까 발간색으로 된 책자를 말하시는 겁니까?” “바로 그렇네. 오오쿠라 집무실에 있는 금고나 은밀히 만들어 둔 비밀금고를 찾아내야 하는데 말야, 문제가 있다는 말이야” “그런거라면 염려마십시오. 어떠한 금고도 열 수 있는 기술자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시네마루가 손사래를 치고 고개까지 흔들며 대답했다. “그런 문제가 아닐세. 그 책자가 평소에는 빨간색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란 말야” 다케시타가 곰같은 눈빛으로 시네마루의 입술을 주시하자 시네마루가 계속 말을 했다. “그러니까......일반 눈으로는 보통의 누런 책자로 보이지만 뭔가 특수한 안경을 사용해야 보인다는거야” 잠시 침묵하던 다케시타가 시네마루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오오쿠라에게 그 안경은 있겠지요?” “그야 그렇겠지. 그리고 그 책에 나오는 글씨들도 그 안경을 써야만 보이는 것일테고 말야” 다케시타가 말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안경의 유, 무를 알아보는데 사흘, 책자를 가져오는데 나흘, 합해서 일주일이면 되겠습니다” 담배 파이프에 시거를 눌러 담던 시네마루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아, 역시 다케시타는 뭔가 틀려도 틀리는군” 그렇게 말한 시네마루가 치루를 향해 말하였다. “치루, 그걸 가져오도록” 치루가 가져온 봉투를 다케시타에게 내놓으며 시네마루가 말한다. “2억일세. 책자를 가져오면 3억을 더 주겠네” “반장님, 다케시타 일행이 오사카 관광호텔에 방을 잡았고 일주일 동안 머문다고 합니다. 뭔가 냄새가 나는데요” “다케시타가 정말 일주일을 머문다면 뭔가 일이 벌어지겠군. 도쿄를 그리 오래동안 비워둘 다케시타가 아닐텐데”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고 신타로 형사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만” “일단 사흘동안만 미행하라고 말해주게 사흘이 지나도 다케시타가 도쿄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뭔가 일이 터진다는 신호야” “알겠습니다 사흘이 지나가도 다케시타가 오사카에 남아있다면 반장님과 제가 가겠다고 말하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그리고 미즈노 형사좀 불러주게” 오사카 관광호텔 특실에 방을 잡은 다케시타는 이를 바드득 갈며 가라진 목소리를 뱉어내었다 “쥐색히 같은 놈...” 왼쪽에 있던 곤도가 앞으로 나서며 말을 했다 “오야붕, 시네마루 회장이 간뎅이가 너무 커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입이 무겁기로 소문난 마쓰이가 나서며 말을 했다 “오야붕, 이제 시네마루의 일은 맡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잠시 말을 그친 다케시타가 조금 뜸을 들인 후에 말을 이었다. “시네마루가 내 약점을 잡고 있어서 말야” “그렇다 해도 이젠 청부업도 아닌 도둑질이나 시키는 시네마루를 그냥 두시면 안됩니다” 곤도가 나서며 말을 했다. “그렇습니다. 대 노부히로 조직의 오야붕을 뭘로 보고 도둑질까지 시킨다는 말입니까 반드시 손을 봐야 합니다” 그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무라카미를 보며 다케시타가 말을 했다. “무라카미, 네 생각은 어떠냐?” 그러자 무라카미로 불리운 자가 앞으로 나서며 예의를 다한 몸가짐으로 절도 있게 답한다 “오야붕, 시네마루 회장은 정계에도 꽤나 끗발을 날리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이 오야붕의 약점을 잡고 있으니 분해도 일단은 참고 이제 우리가 역으로 시네마루의 약점을 잡을 궁리를 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시네마루는 아주 교활한 작자입니다” 곤도가 다케시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시네마루 회장을 옆에서 떠나지 않고 24시간 붙어 있는 치루야 말로 회장의 싱크탱크입니다. 치루를 어떻게 요리하냐에 따라 시네마루의 운명이 결정 날 것입니다” 무라카미가 나섰다. “그렇습니다 오야붕, 치루 없는 시네마루는 게다짝에 나막신 같은 존재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치루를 제거하지 않고는 오야붕도 시네마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입니다” “음...” 다케시타가 소파에 육중한 몸을 파묻으며 무거운 신음을 토했다. “치루, 그 놈이 보통내기가 아니란 말이다.게다가 조심성이 몸에 배어 있는 놈이라서 엔간해선 허점을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마쓰이가 비장한 얼굴을 하며 다케시타에게 말한다. “오야붕,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제 선에서 치루를 해결 하겠습니다” 다케시타가 손사래를 치며 마쓰이에게 말했다. “마쓰이 경거망동 말도록, 치루는 그렇게 쉬운 놈이 아니고 치루가 사라지면 시네마루가 우리를 먼저 의심할거다 워낙에 눈치가 빠삭한 인간이라서” 의자에서 일어나 간이 바로 걸어가 냉장고에서 양주를 딴 다케시타가 단숨에 양주 한 컵을 입에 털어 넣고 말을 이었다. “교활한 시네마루가 책자 하나에 5억 엔을 내놓는단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무라카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보통 책자는 아닐 겁니다. 지난번 츠츠미 회장 집에 있는 고려청자를 가져다주었어도 고작 2억엔을 내밀었는데 이번엔 서책 하나에 5억엔이라면 필경......” 무라카미에 이어서 곤도가 말을 받았다. “보통 책자는 아닐겁니다만, 서책 하나에 5억씩 내놓는 걸 보면 그 서책을 우리가 잘 활용하면 시네마루의 똥줄을 쫄아들게 만들 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다시 양주 한 컵을 털어넣은 다케시타가 길게 숨을 토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시네마루는 상상 이상으로 교활한 인간이란 말이다. 게다가 옆에는 조조를 능가하는 치루가 버티고 있단 말이다” 마쓰이가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오야붕, 치루 한 놈 손보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습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빠가야롯 곤도, 성질 좀 죽여라 너는 성격이 급한 것이 흠이다” 다케시타가 곤도를 차갑게 쳐다보며 목소릴 높이자 곤도는 고갤 숙이며 물러났다. 한참을 차가운 공기가 방안을 울리고 있더니 다케시타가 모두를 바라보며 단호한 목고리로 명령을 내린다. “일단, 오오쿠라를 뒷조사해서 안경의 유무와 서책의 행방을 파악할 것, 그러노라면 이번에도 신노스케를 불러야겠지? 곤도는 신노스케를 불러오도록” “소년, 나는 호텔로 돌아가서 스승님에게서 온 메일이 있나 살펴보겠다. 또 스승님께 자문을 구할 것도 있고......넌 어떻게 할래” “그럼 대장은 먼저 호텔로 가. 나는 구경이나 하고 갈게” “그래 너무 늦지 않도록 하고 술은 마시지 말 것, 9시까진 돌아와라” 비로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자 소년은 신이 난 듯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모든 풍경들이 낮설었고 언어도 틀린 이웃 나라에 와서 마음이 들떠있는 소년에게 미행자가 붙어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할 일이었다. 쇼핑천국 신사이바시를 한동안 정신없이 돌아다닌 소년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유흥천국 도우톤보리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마침 땅거미가 내려오는 시각이었고 거리의 네온싸인 간판들이 하나씩 둘 씩 켜지고 있었다. 도우톤보리 중심가로 들어선 소년은 황홀하기까지 한 네온의 간판들에 마음이 들뜸을 느끼며 여기저기 구경을 하기에 정신이 팔릴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넘쳐났으며 어둠이 완전히 대지를 삼켜버리자 도우톤보리 거리는 젊은이들의 열정과 낭만으로 한껏 열기를 끌어모으는 중이었다. ‘쪽바리들도 우리랑 똑같네’ 공연히 웃음이 나오는 소년은 배가 고파지자 술이 땅겨왔다. 대장이 술 먹지 말라고 했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가지는 못하지, 그렇게 생각한 소년은 간단하게 한잔 할 수 있는 술집을 찾아보기 위해 종종 걸음으로 부지런히 거리를 누볐다. 이윽고 아주 작은 선술집을 발견한 소년은 거침없이 술집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고 메뉴판을 살펴보니 한국 소주가 보이자 소주와 꼬치구이 서너 개를 시키고 창밖으로 눈을 돌려 형형색색의 네온으로 불타는 듯한 오사카 시내를 구경하며 상념에 잠겼다. 술집의 테이블은 총 5개가 있었으며 4개의 테이블에 소년과 손님이 앉아있었고 한 개의 테이블은 비어있었다. 소년이 소주 한 병을 비워갈 무렵, 머리를 기괴한 모양으로 만든 스킨헤드족으로 보이는 불량기가 다분한 네 명의 젊은이가 들어와 테이블은 만원이 되었다. 스킨족을 힐끔 바라 본 소년은 묵묵히 소주잔을 털어넣으며 기묘한 모습을 한 일본 젊은이들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소주병만 만지작거렸다. 소주 한 병이 바닥을 보이자 술집 주인에게 한 병을 더 시킨 소년은 안주도 하나 새로 시키려고 메뉴판을 바라보는데 스킨족이 앉은 자리에서 비꼬는 말투가 들려왔다. “이젠 고딩들도 대놓고 술집에 와서 마시네. 우리 때는 강변이나 산 속으로 들어가서 마시길 좋아했는데 말야” 빨간머리가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노란 머리가 더 이죽거리는 말투로 말을 받았다. “글세 요즘 고딩들이 고딩처럼 보여야 말이지 그래서 요즘 고딩들 무섭다지? 우리 앞 자리에서 혼자 폼 잡으며 쳐 먹는 고딩이 진짜 야쿠자 고딩이라고 하더라. 우리 오늘 몸조심 해야겠다. 무서운 고딩 님이 계시니까” 이어서 낄낄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고 소년은 소주 한잔을 털어넣으며 뒤를 한번 돌아보곤 네 명의 스킨족을 바라보며 씨익 하고 웃어주었다. “아이고 웃는 모습도 참 귀여운 고딩일세. 내가 술 한병 사주고 싶다” 노란머리가 낄낄거리며 말하자 빨간머리가 색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난 저 고딩을 따먹고 싶어 죽겄다” 한바탕 왁자지끌 웃는 소리가 들렸고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찌푸린 눈매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스킨족과 소년을 번갈아 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소년이 일어나서 주인에게 술값을 건네주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스킨족 중에 한 놈이 느물거리는 목소리로 나가려는 소년을 보며 말했다 “크흐..귀여운 놈, 따먹고 싶다는 말에 바로 겁먹고 도망가 버리네” 킬킬거리는 스킨족을 다시 한번 노려본 소년은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밖으로 나온 소년은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두리번거리더니 술집 맞은편에 오락실이 보이자 그 오락실로 들어갔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스킨족들이 술집 문을 열고 나오는 모습을 본 소년은 오락실을 나와 스킨족을 따라갔다. “어이, 형씨들 잠깐 볼까” 소년이 스킨족 뒤에 서서 대찬 목소리로 말하자 어리둥절한 스킨족이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빨간머리가 나서며 말한다. “꼬맹아, 형아들이 술집에서 장난 좀 친걸 갖고 개기지마라 그러다 골로 가는 수가 있다” 이번엔 노랑머리가 나서며 말하는데 취했는지 몸을 비틀거리며 소년의 앞으로 오더니 소년의 머리를 매만지며 한마디 한다. “아휴,,,귀여운 놈, 형아들을 기다린 걸 보니....” 노랑머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어쿠 하며 얼굴을 감싸 쥐고 나가떨어지자 세 놈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소년에게 덤벼들었으나 소년이 앞으로 나서며 이단 옆차기로 두 놈의 안면을 세계 걷어차버렸고 남은 한 놈에겐 중지 손가락이 튀어나온 주먹으로 인중을 내지르니 순식간에 네 명의 스킨족은 길바닥에 딍굴며 신음만 연신 토하고 있다. “이봐, 쪽바리들. 나도 니놈들을 따먹고 싶지만 너무 더러워서 구역질이 나니 이만 가겠다 다음부턴 만만해 보인다고 함부로 시비걸지 마라 알겠냐” 그렇게 말한 소년이 침을 한번 뱉고 나서 오던 길로 되돌아가는데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무거운 소리가 들린다 싶었을 때, 소년의 어깨에 둔탁한 소리가 났고 소년은 억, 하는 소리와 함께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감싸며 길바닥에 고꾸라졌다. "상노무 꼬맹이가 무술 좀 배웠나본데 감히 우리 스킨헤드족을 뭘로 보고 개겨. 뒤지고 싶어 환/장한 놈 아녀” 빨간머리의 손에 묵직한 체인이 들려 있었고 나머지 놈들도 정신을 챙기더니 각자의 품속에서 재크나이프와 둥그런 공이가 튀어나온 쇠파이프로 보이는 막대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체인을 든 녀석이 쓰러져있는 소년에게 다시 체인을 휘두르며 공격해오자 소년은 옆으로 뒹굴며 체인을 피하고 벌떡 일어섰다. 체인에 맞은 어깨가 고통스러운지 한손으로 어깨를 감싸쥐고 있었다. 소년은 긴장한 얼굴로 스킨족을 노려보았다. “이봐 꼬맹아, 너 무술 좀 하는가본데 어디 한번 더 덤벼봐라 귀여운 놈아” 노랑머리가 이죽거리며 쇠파이프로 보이는 막대기를 들고 앞으로 나서자 나머지 세 놈도 바짝 다가와서 무기를 위협적으로 흔들며 소년에게 공포감을 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소년은 왼쪽 어깨를 가만히 움직여 보았다. 통증은 있었으나 손을 쓸 수는 있겠다 싶어 안도감을 느낀 소년이 앞쪽에 서서 막대기를 흔드는 놈에게 발차기 공격을 시도하려는데 옆 골목에서 양복을 말끔히 빼입은 남자 두 명이 나타나더니 스킨족을 보며 일갈을 하는 것이었다. “대일본제국의 사내놈 넷이서 무기를 들고 한사람을 공격하는 꼬라지들이라니” 막 소년을 공격하려던 스킨족이 갑자기 나타난 두 사람에게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형씨들은....상관말고 꺼져주시지” 노랑머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명의 사내가 스킨족들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불과 5분도 안되서 네 명의 스킨족은 길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토했다. 그리고 손바닥을 털며 옷매무새를 바로 한 두 사람이 소년에게 다가와 예의 바른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십니까?” 그제서야 소년은 두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낮이 익은 얼굴이었다. “아, 당신들은......” _ 6편 끝 -

1등! IP : 49f31327aa39a20
아침 저녁으로 날씨는 쌀쌀하고 바람은 몹시 불고....
낚시는 못 가고....
천상 글이나 쓰며 혼자 놀고 있습니다 =_=;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인디 몹시도 우울한 나날들 입니다
모쪼록 즐낚들 하시길 바라며 운전도 조심들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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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7678653828c259
요ㅛ먼주 낚시도 못갈 상황인데..담편 이나 지둘리고 있을랍니다 잘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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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2218ee0d0c0751
수고해주신 덕분에 즐겁게 탐독하고 있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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