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올리네요.^^
이 이야기는 1탄,2탄으로 시점이 되어 있습니다.
<1탄>
조금 오래전으로 기억됩니다. 대략17~18년 전?
당시 유행하던 릴낚시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고...
릴은 그저 한두대 정도만이 가방안에 비상용으로 남아 명맥을 유지했던 시절.
어느 사이엔가는 조용한 저수지에 릴을 던지면
대낚하는 조사들의 눈총을 받던 시기가 시작된 시점의 이야기입니다.
강화도의 국화지.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여있다가 마침내 해금된 그 시절.
당연히 대박을 노린 낚시인파들은 사방에서 몰려들었고...
저 역시 예외일 수는 없어서 어느날 후배 한놈과 따가운 한여름에
버스를 타고...중간엔 트럭을 얻어타고 찾아 갔더랬지요.
제방부근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좋은 포인트를 탐색하던 우리는
물이 엄청나게 빠져 있는 것을 보고는 실망을 하였지만...
하류 제방에서 5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비닐텐트까지치고 장박했던 조사의
살림망을 들여다보고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지요.
그 조사의 살림망에는 근 200여마리는 족히 넘을 붕어가 바글바글 했고...
그것이 2박3일의 조과란 소리에 저희는 냉큼 두어시간 기다려 그 자리를 인수했지요.
역시 검증받은 자리인지라...
저희는 2대씩 피고는 정신없는 입질을 받아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젊음이 뭔지.
당시 29인가 30이었던 저는 그 때만해도 낚시에 미쳐서는 8월의 그 땡볕에
파라솔도 없이 후배와 낮낚시..밤샘낚시...다시 낮낚시를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일사병 걸리려 환장을 한 셈인데 그 때는 그것이 가능했네요.^^
"형...배고프다. 라면 먹자"
"어? 그래 대충 뒤에서 끓여라."
발목까지 뻘에 잠기는 그곳에다 자리를 잡은지라
후배는 낡은 돗자리를 펴고 대충 라면을 준비하더군요.
그늘 하나 없는 물빠진 저수지 뻘바닥에 쭈구려 앉아 라면을 먹다
뻘위에 늘어진 밧줄과 부표룰 보더니 후배가 묻더군요.
"형, 이게 뭐야? 웬 줄이 저수지 전체에 쳐져 있네?"
그것은 당시 관리형 낚시터에서는 슬슬 릴낚시가 자취를 감춰가던 시점이라,
1만원짜리 관리형 저수지로 바뀐 이곳의 주인이
릴낚시를 금지시키려고 쳐놓은 일명 릴방지용 줄막이(?)였습니다.
원래는 노지자리에서 수십미터앞에 쳐놓는 것인데,
가뭄과 배수로 인해 수위가 엄청나게 줄어버려 그 기능을 상실하고
우리가 앉은 포인트 바로 뒤편에 늘어져 있었던 것이지요.
후배의 질문에 답을 해주다가...
슬그머니 저는 가방안에 둔 릴낚시가 생각났습니다.
무방비상태가 된 저수지.
그리고, 계속되는 잔챙이들의 공세에 지친 저는...
관리인이 이미 지나가고 어둠이 깔린 저녁시간을 노려
몰래 저수지 한가운데를 향해 릴을 2대 던져 놓았습니다.
밤새도록 대낚시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찌불의 놀이,
그리고 릴대에서는 간간히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를 들으며
저희는 그렇게 행복한 새벽을 맞이하였더랬죠.
새벽이 지나고...
어느새 살림망에는 초록빛등과 은백색배를 지닌 붕어가 바글대고
새들의 지저귀는 정겨운 소리와 하얀 백로가 물위를 가르는 아침이 되었습니다.
따가운 8월의 햇살에 이제는 피부가 따끔거리기 시작할 즈음...
어디선가 평화로운 저수지를 가르는 커다란 괴성.
"까악! 푸드덕, 까아악!!! @!#%$@(&*&!!!! 푸드덕!"
엥? 이게 뭔소리.........?
후배와 저는 자연스레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다시 볼 수 있을지모르는...광경을 보았습니다.
저수지 상류쪽의 하늘.
아까는 평화로이 물위를 날아다니던 고고한 백로의 자태와 정반대인,
오도방정을 떠는 백로 한마리가 공중에서 공중제비(?)를 돌고 있었습니다.
저 놈이 뭘 잘못 먹었나...?
흡사 바람 센 겨울 하늘에 균형 안잡힌 연이 춤을 추듯이...
때로는 추락을 할 듯이 수면으로 곤두박질하다 다시 비상하는 백로.
잠시 의아해 하던 저는...
상류쪽 조사들의 외침에 아래를 보고는 사태파악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밑에는 한 명의 조사가 힘겹게 릴대를 부여잡고 있었는데...
그 릴링을 하던 대상어가...아니 그 대상이 바로 그 백로였던 것.
아마도 저희처럼 고기욕심이 났던 어느 조사가
힘차게 릴을 공중으로 쏘아 올렸는데
정말 재수없던 백로 한마리가 하늘을 날다 그 릴바늘에 걸린 모양.
졸지에 조사가 아닌 조(鳥)사가 되어버린 그 사람은
정말로 엄청난 손맛(?)을 만끽하며 하늘을 향하여 릴링을 해대고 있었고...
한동안 깃털을 흩뿌리며 바늘털이를 해대던 백로는...
마침내 힘이 다했는지 수면위로 떨어지고 말았고
그 이상한 낚시는 마침내 조사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잡힌 새를 보러 가려했지만
서둘러 그 조사는 백로를 잡아들고는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지더군요.
왜 잡아들고 갔을까요?
흥부처럼 치료해주고 복을 받으려고 그랬을런지...아님 털뽑고 구워 먹었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맏기겠습니다.ㅎㅎㅎ
백로를 걸은 손맛, 여러분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
<2탄>
4~5년 전. 화성 덕우지.
정말 오랜만에 예전 직장의 후배를 만나 동출을 하였습니다.
녀석이 워낙 게으르고 멀리 가는 것을 싫어하는지라...그 때 처음 가 본 저수지였죠.
대부분의 서쪽 저수지들은 바다에 가까울 수록 바다새들이 날아오곤 합니다.
가마우지...갈매기...어떨 때는 도요새까지.
이 곳은 그래도 좀 바다와는 떨어진 편이었는데 갈매기들이 몇마리 보이더군요.
오랜만에 유료터에 온지라 3.2칸 쌍포에 양바늘채비를 하여 밑밥질을 해봅니다.
후배는 입사 후 제게 낚시를 배운 놈인데...
교수님, 교수님 하며 따르던 새~~까만 놈이 맨날 양어장만 다니더니
이제는 유료터에서는 저보다 조과가 훨씬 많더니 이제 아예 가르치려 듭니다.
"형! 여기는 미끼는 어떻고 목줄 길이는 어떻고..."
"지난번에 이 자리서 대박을 쳤는데...거짓말 안보태고 넣고 셋세면 입질을 하는 데..."
"낚시대만 많이 피면 뭐하나요? 난 왜 그런 낚시를 하는 지
돈쓰고 멀리가서 기름값에, 톨비에...시간 낭비에...피곤하지..."
계속 뭐라하는데 슬슬 받아주다보니 짜증(?)이 납니다.
"야. 우리 이따 저녁내기 할까?"
"예? 내기요? 좋지요~
뭘로 할까요? 마리수? 씨알?"
슬쩍 던진 말에 자신있다는듯이 받아내는 후배.
'음...아무래도 저 녀석은 여기 현지조사와 다름없으니...
마리수는 내가 불리하겠지?'
나름 잔머리를 굴리고는 후배에게 말했습니다.
"사이즈로 하자!"
"아, 뭐 사이즈든 마리수든 상관없슴돠~ㅎㅎㅎ
어종은 뭘로 할까요? 붕어만? 아님 잉어나 향어까지?
형님이 선택하세요."
"음....그럼 종류에 상관없이 낚시바늘로 잡은 건 다 인정하는 걸로 하지."
"좋~~~습니다.^^
야, 이거 저녁을 뭘로 먹어야 하나? 닭도리탕? 제육에 쇠주? ㅎㅎㅎ"
후배는 마치 공짜밥상이 앞에 차려진 듯 아주 자신만만하더군요.
하지만...후배의 모습을 보니 그럴만도 했습니다.
거의 내가 한마리 잡을 때 두,세 마리를 걸어내더군요.
마음 속으로는 저녁밥은 어차피 내가 살 것 같고...간만에 동출인데
마음 비우고 이야기꽃이나 피워보자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할 즈음.
미끼를 좀 갈아볼까...하는 마음에 대를 들었는데 이 때 제법 바람이 불었던 것 같습니다.
낚시줄이 나의 얼굴을 지나쳐 뒤로 날라가고 다시 뒤로 간 줄이 앞으로 오기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줄이 안돌아 오는 겁니다.
"???? 뭐지?"
낚시대를 휙휙치니.... 갑자기 대어를 낚은 것처럼 뭔가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나무에 걸린건가? 뒤에는 나무도 없는데?'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니...
원줄이 하늘로 기어올라가는 것이 아닙니까!
원줄을 따라 시선을 올리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웬 갈매기 한마리가 사력을 다해서 날개짓을 하고 있고...
그 갈매기의 목주변에는 목걸이마냥 봉돌이 대롱대롱...
알고보니 뒤에서 서성대던 갈매기 하나가
봉돌이 근처로 지렁이를 매단 체 날아오자, 이게 웬 떡이냐하며
냉큼 받아먹다 제대로 아오시가 된거였죠.^^;
"푸드덕...푸드덕..."
저 역시 예전 봤던 조사처럼 진정한 조사가 되어서 연날리기를 해봤습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릴이 아닌 대낚이니 손맛은 죽였겠죠?ㅎㅎ
주변 조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는...
간신히 힘이 빠진 갈매기녀석을 옆자리의 후배가 도와주어
낚시줄을 풀고 돌려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야~~~ 내가 제일 큰 놈 잡았으니 밥은 너가 사라!"
"예? 아니 형님. 그건 아니죠. 물고기가 아니잖아요."
"야, 언제 물고기만이라고 했냐? 바늘에 걸린 건 다 인정한다고 했잖아!"
"예?.....아, 그건 그렇지만...이건 좀...."
"ㅎㅎㅎㅎ....좀이고 뭐고 억울하면 넌 왜가리라도 걸던지.ㅎㅎㅎ"
황당해하는 후배와 사실 나도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우리는 실컷 내가 이겼네, 아니네를 반복하다
어차피 저녁은 제가 마음속으로사기로 한 것. 재미있는 추억과 함께 즐거운 저녁을 먹었습니다.
낚시를 다니다보면 참 재미있고 황당한 경험들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은 내 인생의 한페에지가 되어 이렇게 되새김질을 할 때마다 미소짓게 하네요.
그래서 우리의 조행은 늘 한결같지 않기에
우리는 한결같이 낚시를 즐기나 봅니다.^^
**********별 것 없는 추억의 조행.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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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
바다에서 갈매기 낚아 본적 있는데..정말 크더군요
날아 다닐때는 그렇게 큰 줄 몰랐습니다.
언제 한번 걸어봐야 하는데..
재미 있게 잘 보았습니다.
잘봤습니다^^
넘재미나게잘봣읍니다.
손맛지대로 봤시유
생각 밖으로 많군요.ㅎㅎㅎㅎ
잘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