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일이니 (대략 1981년도)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얘기가 되네요
그때도 하라는 공부는 뒷전이고 그놈의 낚시가 뭔지 허구헌날 물가만 찾아 다녔으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이름때문인것 같습니다
서울 경(京) 물이름 수(洙) = 서울의 물이름 = 한강 ... 이렇게 되나요?
어쩌다 외삼촌이 월남에 파병나갔다 들어오실때 가져온 A형 텐트를 제 손에 넣게 되었는데
그 전까지만 해도 비닐한장 가지고 다니면서 대충 작대기 엮어 삼각형 지붕 만들어 디배자면 그게 최고인줄 알았는데
텐트가 하나 생기니 맨땅에서 대충 자다 옷속으로 지네 들어올 일도 없고 세상 부러울것이 없었습니다
텐트도 생겼겠다 낚시대도 그시절 쫌 있는사람만 손에 넣을수 있는 로얄 그랏스 롯드 금장판 3대로 중무장 했으니 안먹어도 배부를때 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캐미라이트가 많이 보급이 안될때라 주로 칸델라를 사용 했었죠
요즘 젊은분들은 그게 뭔지 모르실 겁니다
회색 얼음조각같은 카바이트를 물에 넣으면 보글보글 거품이 일면서 암모니아 가스가 생성 됩니다
삿갓을 씌운 노즐에 불을 붙이면 그 불빛으로 밤을 밝히고 낚시찌에는 야광 태잎을 붙어 어신을 감지하는 그런 ...뭐...아뭇튼 그런게 있었답니다
젊었을때니 눈이 좋아 희미한 칸델라 불빛 하나로도 어신을 감지했으니 지금 생각하면 꿈도 못꿀 일이었죠
아뭇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로 화순에 서성저수지 라는곳이 있는데 이곳은 무등산 뒷자락 깊은 계곡에 저수지가 하나 있는데 둑방 옆에 큰 절벽이 있어 그곳에서 고기를 잡을때에는 절벽 위로 자갈을 한짐 지고 올라가 삽으로 한삽 퍼 던지면 그 돌에 맞아 붕어 잉어들이 둥둥 뜬다 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서 내 기필코 그곳을 가보리라 마음 먹었습니다
그때당시만 해도 제 애마가 자전거 오토바이 였습니다
아시려나? 자전거에 30cc 엔진을 달아 바퀴를 돌리는 그런게 있었습니다
날을 잡아 2박 3일 여정으로 자전거에 낚시가방이며 A형 텐트에 3일을 버틸수 있는 쌀과 김치 등등....
누가 보면 피난가는 보따리상 마냥 한짐 가득 싣고 출발을 하게 되었습니다
화순 서성저수지...
정말 멀더군요..
광주 주월동에서 출발하여 몇시간 걸려 화순까지 가고 또 화순에서 백용리를 거쳐 저수지를 찾아가는데
백용 이라는 전방(지금으로 보면 백용슈퍼)을 찾고 거기서 부터 비포장 오르막길로 올라가는데
길이 그냥 비포장이 아니라 경운기도 겨우 올라갈만큼 거친 들길 이었죠
어찌됬든 저수지를 대충 돌아보니 상류에는 무슨 정자같은것이 하나 있고 숯공장이 하나 있더군요
그리고 둑방쪽은 접근이 힘든 높은 절벽으로 형성되어 있고....
그 절벽에 올라가 저수지를 내려다 보니 정말로 1미터가 넘는 잉어들이 때를지어 노닐고 있는게 보였습니다
들은게 있어 상류를 포기하고 절벽 옆쪽에 붙여 낚시대를 펴기로 하고 물가로 찾아 내려가는데 날도 점점 어두워 지고 비포장 길에서 절벽 아래쪽 물가 까지는 50여 미터를 내려가야 해서 보통 힘이 든게 아니었습니다
몇번 왔다갔다 하면서 부산스럽게 낚시터 자리 만들고 대 펴고보니 이미 어두워진 상태 였습니다
제가 겁이 좀 많은데 이상하게 낚시할때는 겁이 없어지는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아뭇튼 대는 펴 놨고 텐트를 쳐야 하는데 주위가 온톱 잡풀 줄기들이 얽혀있고 바닥 경사가 심하여 2박을 버틸만큼 좀 편안하게 자리잡을 요량으로 근처를 둘러보는데 왠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게 보였습니다
옳다됐다 하고 수십번 왔다갔다 하며 그 돌들을 몇개씩 날라가며 나름 판판하게 터를 만들고 그 위에 풀을 깔고 텐트를 치고 ~~
그때당시는 후레쉬 라고 해봤자 ㄱ 자 형태로 생긴 굵은 건전지가 3갠가 4갠가 들어가는 손전등이 전부라 잘 보이지도 않을때 였습니다
잠깐 좀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돌무더기에서 돌을 가져다 옮길때 돌 밑쪽에 하얀 천조각이 보였지만 아무생각 없이 빨리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다른 생각은 안들었습니다
자리를 잡고 칸델라를 켜고 대를 폈는데 발앞은 완만한데 갑자기 깊어지는 직벽 형태의 자리라 거의 초릿대 만큼 찌를 올려야 바닥이 닿을만큼 수심이 깊은곳 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지렁이를 끼워 던지기가 무섭게 덩어리 붕어가 물고 늘어지는데 그야말로 찌가 서기도 전에 정신없이 붕어가 달려 들었습니다
배가고프고 날은 흐려지고 비도 내릴것 같았는데 그놈의 붕어가 마구 마구 던지기 무섭게 덤벼 드는데 붕어 잡는것 외엔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
달달 거리며 왠 경운기 한대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비탈길이라 자전거를 길갓쪽에 놔뒀길래 올라가 봐야 했습니다
시커먼 옷을입고 경운기 타고가는 영감님이 이 먼곳까지 낚시를 왔냐고...
그 밑에는 몇일전에 임자없는 거렁뱅이가 죽어 묻어놨는데 다른데서 하지 거기서 왜 하냐고....
그 말을 듣는순간 갑자기 쌔~하고 한기가 들었지만 그놈의 붕어가 때거지로 나오는데 한귀로 듣고 바로 흘려 버렸습니다
붕어 잡는 재미에 지렁이 낀 손으로 건빵을 먹어가며 시간가는줄 모르고 낚시를 하는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 했습니다
빗줄기가 굵어지니 오른쪽 절벽쪽에서 빗물이 뭉쳐 주륵주륵 떨어 지는데 또 바람까지 불어 칸델라 불빛이 꺼지기 일쑤였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낚시대가 부러져라 하는 월척 붕어들이 계속 잡혀 주는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수지 물이 불어 발이 이미 물에 잠겨 있었습니다
변변한 비옷하나 없이 판쵸우의 걸치고 요즘처럼 파라솔 같은것은 있는지도 모를때 였기에 혹시나 몰라 낚시대를 뒷쪽으로 1미터가량 이동시켜 놓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비는 더욱더 새차게 쏟아지고 바람은 텐트가 날아갈 정도로 불어 재끼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빗줄기는 아예 폭포처럼 쏟아 붓고 천둥 번개가 치는데 한번 번쩍 일때마다 귀청이 나갈정도 였습니다
윗쪽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텐트 안으로 들어오기에 그 와중에 텐트 주위로 물골을 낸다고 밖으로 나가 받침대로 물골을 내는데 순간 번쩍 하고 번개가 칠때 안봐야 할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그 돌무더기에서 허연것이 바람에 날려 펄럭이는데...
순간 뒷덜미가 쌔~하면서 갑자기 왠지모를 소름이 ~~~
물골을 파다말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 잔뜩 웅크리고 쪼그려 앉아 어서 비가 그치기만 바라고 있었습니다
어느순간 텐트안에 촛불이 꺼졌지만 성냥이 젖어 있어 다시 불을 붙일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번개가 또 칠때 텐트 밖으로 비친 검은 그림자에 깜짝 놀라 나도모르게 비명을 지를수 밖에 없었습니다
갑자기 텐트 입구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 했습니다
A형 텐트는 입구가 하나라서 물쪽으로 입구를 내 놨는데....
저수지 물이 불어 거기까지 물이 차오르기 시작 한것이었습니다
텐트 밖으로 나가려면 입구로 나가야 했는데 그 입구는 경사진곳이라 수평을 맞추기 위해 어느정도 높게 되어 있는데 입구까지 물이 차올랐다면 조금 더 버티다간 텐트까지 물에 잠길것 같았습니다
무섭고 춥고 배고프고 아끼던 낚시대도 챙겨야 하는데 밖으로 나갈 용기가 안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물은 차올라 이제 텐트바닥 중간만큼 물이 올라와 이대로 있다가는 텐트마져 물에 잠겨 죽을것 같았습니다
어쩔수 없이 밖으로 나가는데 발을 내딛는 순간 미끄러져 첨버덩 하고 빠졌습니다
온 몸이 젖고 눈을 뜨지 못할만큼 바케쓰로 쏟아 붓는 빗줄기에 낚시대를 겨우 챙기고 텐트를 챙기려는 순간
번쩍이는 번갯불에 또 그 돌무덤의 하얀 천을 봐버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이미 반쯤 정신이 빠져나간상태로 오로지 본능적으로 낚시가방 하나만 메고 넝쿨숲을 헤치며 자전거로 달려갔습니다
빗물에 미끄러운 오르막 산길을 몇번 넘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후레쉬는 언제 없어졌는지 깜깜 그 자체였습니다
자전거가 있는 길까지 올라와 보니 다시 그곳에 내려가 남은 짐을 챙겨올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덜덜 떨어가며 낮에 봤었던 숯만드는곳까지 어두운 길을 자전거를 끌고 찾아가 문을 두드려 영감님을 보자 나도모르게 안도감인지 뭔지도 모를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차마 그 돌무덤에 돌들을 가져다 텐트밑에 깔았다는 말은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날이 밝아 그곳을 찾아가 봤지만 저수지 건너편쪽에 뭔가 거무튀튀 하게 보이는것이 텐트인것 같았고 살림살이는 이미 물에 가라앉아 찾을수도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서도 살림망에 붕어가 왜 그리 아깝던지 ~~~~
여기까지가 화순 서성저수지 낚시였습니다
지금은 그곳이 팬션촌이 되어있고 카페도 있고 길도 좋아졌는데 왠지 그 저수지는 쪽팔리고 안좋은 추억이 있어 꺼려하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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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 가심 이십니다~~요^
아무래도 이 미친병을 고치려면 죽기 전까지 가야 할랑가 봅니다
추억의 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칸데라,야광테프.모다 달린 자전차~
그시절이 그립습니다
종이봉지 건빵에 맹물은 얼마나 맛났었는데요...
뮤즈하우스님 덕분에 잠시 추억에 젖어 봅니다
종종 놀러오세요^-^;
글솜씨도 멋스럽네요
잘봤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아직은 추운 계절인디요~
너무 재밌게 보고 갑니다~
지금은 추억으로 이야기하실수 있지만..
그당시 그상황에서는 얼마나 놀라셨겠습니까
재미난 이야기 좀 많이 들려주세요
잘읽고 갑니다...
정말 풍광이 좋은곳입니다.
요즈음은 도로 사정이 좋아
넉넉히 광주 서구에서 30분이면 들어갑니다.
화순 전대 병원 뒤.
큰비 올때 무등산수만리 계곡에서 흙탕물 내려올때 화순분들 오후시간에 오셔서 12시까지 지렁이로 매기를.
2012.년5월달에 서성지 잉어에 빠져 17번을 갔었습니다,,,.
환산정주변 석축에는 뱀을 많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