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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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몬테. 10.

IP : 377736e0a346b9b 날짜 : 조회 : 4688 본문+댓글추천 : 13

그가 현장으로 돌아가자 나는 차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자꾸만 주저앉고 싶었다.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복잡한 경우의 수들만 머릿속에 어지럽게 떠올랐다. 육자가 납치에 관여가 되어 있었다면 육자의 죽음이 범인의 심경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과연 촌사람은 이일에 어떤 식으로 관여가 되어 있을지 궁금했다. 그렇게 하나둘 사람들이 내 곁에서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우울했다. 차로 돌아왔을 때 우리님도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우리님도 육자가 차에 뛰어 드는 걸 본 모양이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자살을 목격하는 것은 너무 큰 충격이었다. 내가 차에 탄 후에도 한동안 우리님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엠브란스가 도착했지만 육자는 이미 숨을 거둔 것인지 의료진의 행동이 다급하지가 않았다. 우리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차에 치더니……. 바퀴로 빨려 들어갔어......” “차에 친 것이 아니라 차에 몸을 던진 거예요. 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보고 뛰어드는 걸 눈앞에서 봤어요……. 왜 그랬을까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나 보지. 처음부터 달아날 생각이 아니라 죽을 생각이었던가 보군......” “육자와 조금 전에 통화할 때, 가족이 무사히 돌아오길 빈다더군요. 그 말은 진심인 것 같았어요. 육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돈이 필요 했겠지만 누구를 해치면서까지, 특히 제 가족들을 해치면서 까지 그런 일을 꾸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누굴까? 우리가 무얼 놓치고 있는 거지?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지네.” “우리님. 제가 지금 의지하고 믿을 수 있는 분은 우리님 밖에 없어요.”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우리님을 바라보았다. 그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게 될까봐 겁이 났다. “몬테, 형님께 전화를 걸어주게.” 전화를 받는 큰처남은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것인지 많이 격앙되어 있었다. “미안하네. 어떻게 이런 일이…….” “형님 괜찮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쩌겠어요. 우리님이 전화연결을 좀 해달라고 해서…….” 나는 전화기를 우리님에게 넘겨주었다. “예, 접니다.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전화 연결해 달라고 했습니다. 가까이서 몬테가 봤는데 일부러 죽으려고 차에 뛰어든 모양입니다…….예……. 예……. 경찰도 난처할 것 같고 망자를 생각해서라도 사실과 다르게 발표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예…….예…….예,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예…….예. 알겠습니다.” 우리님은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화기를 돌려주었다. “납치사건과는 무관하게 발표하기로 했네. 경찰이 불법도박장을 단속하는 중 한명이 도주하다 교통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하기로 했네. 조우회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길 하세. 어차피 죽은 사람 더 욕보일 필요가 있겠나.” 나는 우리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비늘님에게 육자의 가족상황이나 주변상황을 파악해 달라고 해야겠네요. 어떻게든 장례는 치러야죠. 만약 가족이 없으면 비늘님이 나서서 장례를 치러달라고 해야 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세. 죄는 미워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되겠지. 그래도 오랫동안 정을 주고 산 사인 데…….” 나는 비늘님에게 전화를 걸기위해 핸드폰 들어올렸다. 그때 핸드폰을 쥔 손으로 진동이 느껴지며 화면이 밝아졌다. 어둠속에서 밝아지는 화면과 진동음이 불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내가 실종되던 날 밤에 느꼈던 그 느낌이었다. 화면에는 낯선 핸드폰 번호로 문자가 전송되어 있었다. 문자보관함 버튼을 누르는 손이 가늘게 떨렸다. ‘신은 인간의 죄를 용서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죄를 신이 대신 용서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죄지은 자들의 자기위안일 뿐. 상처 입은 자들의 고통과 슬픔과 절망이 하나도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인데 신에게 인간의 죄를 사해줄 권리는 없다. 신이 아닌 인간에서 용서를 구하라. 우리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죄는 그 죄로 인해 고통 받은 자만이 용서할 수 있다. 신에게, 너의 죄와 무관한 사람에게 용서를 갈구하기 전에 맨 먼저 너의 죄로 고통 받은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라. 선한 사람들, 악에게 고통 받은 선한사람들만이 너의 죄를 용서할 수 있다. 너의 죄를 용서받지 못하는 한 너는 악마일 뿐이다. 이틀의 시간을 주겠다. 이틀 후면 나도 악마가 된다. 모든 해답은 이 글에 들어있다. 범인에게서 온 문자였다. 처음 진동이 느껴지던 그 순간부터 나는 그 문자가 범인에게서 온 문자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내 심각한 분위기를 느낀 탓인지 우리님이 내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갔다. 머릿속에 모기소리같이 ‘윙’하는 소리가 들려 올 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 듯 아무런 생각도 이끌어 낼 수가 없었다. 우리님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멀리서 들려왔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군. 드디어 나타났어.” 나는 어두운 물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달빛만이 은은히 비쳐드는 어두운 수면아래 너울거리는 말풀 사이를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를 노리는 살기가 느껴졌다. 나는 낚시꾼이 아닌 붕어가 되어 있었다. 어둠속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냥꾼의 사냥감이 되어버린 것이다. 숨이 막혀왔다. 온몸을 조여 오는 낯선 살기와 압박감이 나를 짓눌러 오고 있었다. 그 깊은 어둠속에 두 개의 반짝이는 불빛이 보였다. 나는 그 불빛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나를 그 깊은 물속에서 끄집어낸 그 불빛은 우리님의 빛나는 두 눈이었다. 우리님의 두 눈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건 승부욕에 가득찬 승부사의 눈빛처럼 보였다. “이제 모호하던 모든 것들이 분명해 졌어. 범행의 동기가 무엇인지? 범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님은 혼잣말을 하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시간이 없어. 시간이 너무 촉박해……. 범인이 과거의 범죄 피해자라는 것은 분명해 졌어. 피해자가 너무 많아……. 압축해야 돼. 압축해야 돼......” 혼잣말을 되뇌던 우리님이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다시 핸드폰을 열었다. “범인이 그걸 몰랐을까? 피해자가 많다는 걸. 아니 당연히 알았을 거야. 이정도 준비를 했다면……. 범인은 우리가 자신을 찾아주길, 자신을 말려주길 원하고 있어……. 그런데 왜 시간을 주지 않은 거지. 왜 불가능한 시간을 부여해 준걸까?...... 모든 해답은 이글에 들어있다. 모든 해답은 이 글에 들어 있다……. 이것이 시간을 단축해줄 열쇠일거야……. 무얼까? 무얼까? 이글 안에 무슨 해답이 들어 있을까?.......” 나는 우리님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그대로 우리님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마치 정서불안 환자처럼 어지럽게 생각들을 정리해 가고 있는 것 같았다. 때론 눈을 감고 그대로 있다가 갑자기 눈을 뜨고, 미간에 잔뜩 찌뿌린체 모아지지 않는 생각들을 모아 나가다가 무엇인지 떠오른 듯 나지막한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범인과 우리님과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핸드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문자를 받은 사람들……. 그 안에 있어. 누구일까? 과거 범죄의 피해자 이면서 그걸 감추고 곁에 다가와 있는 사람……. 십년이 넘도록 복수만을 꿈꾸었던 사람……. 누구일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어디서부터! 해답을 찾아야 해! 해답을 찾아야 돼! 무언가를 남겼어. 분명 이 글안에 무언가를 남겼어. 무엇일까? 무엇을 남긴 것이지? 뭐가 있는 거지? “ 우리님은 그 글에서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생각을 깨뜨리며 내 의견을 말했다. “왜 이 글안에 무슨 열쇠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건 방법을 알려준 것 같은데요.” 우리님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어둠속에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방법을 일러주려면 이렇게 긴 글을 보냈을까? 네가 죄지은 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라 이틀의 시간을 주겠다. 이 한 줄이면 끝날 내용이야. 이렇게 긴 글을 보낸 건 단순히 방법을 알려주려 한 게 아니야. ‘모든 해답은 이 글에 들어있다.’ 이 문구를 넣어야 될 이유가 없어. 범인은 지금 우리에게 뭔가 메시지를 건네고 있어. 그건 알겠는데 그 메시지가 무엇인줄 알 수가 없어.” 우리님은 그 문자 안에 범인이 무엇인가 우리에게 힌트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과연 그런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님이 그렇게 강한 확신을 갖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내 마음속에는 ‘모든 해답은 이 글에 들어있다.’는 문구보다는 ‘이틀 후면 나도 악마가 된다.’는 그 말만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이틀 후면 나도 악마가 된다. 악마가 된다. 악마가 된다.’ 이말을 되풀이 하다 보니 머릿속에 끔찍한 영상들이 떠올려 졌다. 아내와 아이들이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모습이 자꾸만 떠올려 졌다. 하지만 감정의 폭주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 번도 구체적으로 끄집어내진 않았지만 머릿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모두 살해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까지 끄집어내게 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일부러 그 생각을 끄집어내지 않고 봉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범인의 문자로 보아 아직 가족들은 살아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위안이 되었다. 아직 이틀의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그 문자를 통해 나는 그의 나약한 마음을 읽었다. '악이 선이 되는 것보다 선이 악이 되는 것이 더 어려운 것이다. 선이 쉽게 악해질 수 있다면 그건 선이 아니다. 선이 쉽게 악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나약하게 악에게 짓밟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 글에서 느껴지는 그는 선이 분명했다. 그런 선이 돌지 난 아이와 해맑은 미소를 가진 네 살배기 아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엄마를 죽일 수는 없을 것이다. 악으로 가득 찼던 그 순간의 나도 절대로 그런 짓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악한 존재조차 하지 못하는 끔찍한 죄를 선이 저지를 수는 없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의 글에서는 지성과 이성이 느껴졌다. 그 지성과 이성에 모든 걸 맡길 수밖에는 없다. 인간의 착한 본성에 의지 할 수밖에는 없다.' 악마조차 저지르지 못할 그런 죄를 인간이 저지르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는 없었다. 우리님은 계속해서 추론을 해 나가고 있었다. 우리님의 추론이 더 나보다 뛰어나다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우리님은 스스로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건 선과 악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 악의 실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선과 악의 본질은 악인만이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선한 존재는 악이 어떤 본질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선의 본질이 어떤 것인지 조차 알지 못한다. 오직 악인만이 선의 본질이 무엇인지 악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악은 선을 마음껏 짓밟을 수 있는 것이다. 선의 본질과 나약함이 무엇인 줄, 선이 악의 어떤 본질을 두려워하는 줄 너무나 잘 알기에 악은 선보다 언제나 강했던 것이다. 우리의 이런 깊은 상념들을 깨뜨리며 다시 핸드폰 벨이 울렸다. 큰처남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어디야. 지금 연습장으로 바로 와.” “예. 바로 넘어갈게요. 만나서 이야기 하시죠.” 연습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게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더 이상 경찰의 개입을 두려워하거나 매스컴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 범인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복수인 것 같네. 이젠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할 것 같아. 시간이 없어.” “예. 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촌사람에게 전화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우리님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리지 마세요. 이렇게 주변 사람들을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촌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선배님....... 혹시 오해 하실까봐 걱정했습니다.” 촌사람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인지 걱정스러운 어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왜 그랬나?” “지난달 실적이 부족해서 마감 날 몬테님 가족명의로 가라계약을 몇 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양해도 구하지 않고……. 하지만 절 의심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어떻게 선배님한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순간이나마 자네를 의심해서 미안하다는 소릴 하고 싶어서 전화했네. 그리고 조사 받을 때 육자 이야길 들었지?” “예. 육자선배님이 그러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자네가 그래도 육자와 많이 친했으니 아는 게 있으면 이야길 해주게.” “죄송합니다. 진작 말씀을 드렸어야 했는데……. 육자님이 두어 달 전에 단둘이 동출을 했을 때 술에 많이 취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자기는 도박에 빠져서 인생을 망쳐버렸다고……. 도박 때문에 가족이고 뭐고 다 버렸다고……. 그런데 지금도 도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요. 육자선배님이 많이 우시데요. 몸이 아픈 딸아이가 하나 있는데 아직 살아있는지나 모르겠다고 하시면서 많이 우셨어요. 선배님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그동안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육자의 늘 그늘에 쌓여 있던 얼굴이 떠올려 졌다. “육자가 죽었네.” “육자님이요?” 육자의 죽음을 전해들은 촌사람이 충격이 큰 듯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네가 비늘님과 연락을 취해서 장례를 치러주게 그리고 가족들을 찾아서 같이 장례를 치룰 수 있게 해줘. 그리고 사람들한테는 육자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해주게. 이번 일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아마 포커와 차사랑도 내용을 알고 있을 거야. 자네가 연락해서 함구시켜 주게.” 전화기 너머로 침울한 촌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육자님 가족들부터 찾아보겠습니다. 선배님 힘내셔요. 가족 분들 꼭 무사히 돌아오실 겁니다.” “그래. 고맙네.” 나는 전화를 끊고 우리님을 바라보았다. 우리님은 운전대를 잡은 상태로 생각 속으로 깊이 몰입되어 있었다. 나와 촌사람의 통화까지 그의 귀에 들렸을까 싶을 정도로 깊은 몰입이었다. 연습장에 도착 했을 때, 이미 경찰들이 현장 수색을 마친 것인지 철수를 하고 있었다. 큰처남이 우리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돈은 그대로 회수 되었네. 그리고 이것이 발견되었네.” 큰처남이 편지 봉투를 내게 건네주었다. 겉에는 ‘촌사람에게’라고 적혀 있었다. 편지를 읽어보았다. 그 편지는 촌사람에게 적어 놓은 유서였다. 육자에게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홉 살 딸애와 일곱 살 난 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애들을 돌보던 아내마저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자신이 그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기에 자신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이 들어놓은 보험의 보험금으로 그들이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 어린 것들을 세상에 두고 떠나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마지막 글을 읽자 모든 상황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자신의 죽음과 보험금으로 그들의 삶을 유지시켜주려 했던 그는 아내가 죽고 나면 고아가 될 아이들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나의 위기를 이용해 어떻게든 살아보려 했던 것이다. 나는 그동안 그의 죽음까지 결심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나도 육자처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가족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내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은 내게 용서를 구하라고 했다. 그래야만 내 가족들이 살수 있다고 이틀의 시간을 주었다. 내 죽음으로만이 그가 이루고자 하는 복수의 완성인 것이다. 내가 살면 가족들이 죽게 될 것이다. 내가 죽으면 가족들이 살게 될 것이다. 육자는 죽음으로 내게 해답을 알려주고 있었다. 내가 해야 할 일, 가족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을 그가 내게 알려준 것이다. 나는 핸드폰 문자를 열어 큰처남에게 건네주었다. “범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큰처남은 급히 핸드폰을 받아들고 내용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핸드폰 번호를 적어 근처에 있던 경찰에게 건넸다. “이 핸드폰 번호 빨리 수배해. 어디서 문자가 발송된 건지? 현재 어디에 있는지? 누구 소유인지? 전부 다 파악해. 빨리.” “범인이 노리는 것은 돈이 아니라 복수였습니다. 내가 저지른 죄의 대가를 제 가족들이 받고 있는 겁니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와 말을 이어 갈수가 없었다. 눈물이 주체 할 수 없이 흘러 내렸다. 우리님이 큰처남에게 말했다. “이틀, 이틀이라는 시간밖에는 없습니다. 이제 모든 방법을 다 써야 될 것 같습니다. 방송 매체마다 사진 돌리고 목격자나 범인을 찾을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지시를 하겠습니다.” 큰처남이 전화로 방송국 협조를 구하고, 전국 경찰에 사건 협조를 구하라는 지시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큰처남이 핸드폰 조회를 요청했던 경찰이 급히 다가왔다. “강 경장님. 마지막 신호가 시내 콜박스 사거리쪽 중계기에 잡혔다고 합니다. 지금은 전원을 끊은 상태라 위치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핸드폰 명의는 ‘박진우’라고 하는데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박진우. 우리님!” 놀란 눈으로 우리님을 바라보았다. 우리님이 더 놀라고 있었다. 범인은 우리님의 신상정보까지 알고 있었다. 범인은 우리를 놀리기라도 하듯 우리님 명의의 핸드폰을 개통했던 것이다. 큰처남이 같이 이야기를 듣던 형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일단 개설 대리점이 어딘지 확인하고 목격자 진술 확보해.” 우리님의 얼굴이 어둡게 변해갔다. “우리를 손바닥 보듯 보고 있었어.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군. 우리는 지금 이길 수 없는 적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님의 말이 맞았다. 우리는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철저하게 자신을 숨긴 체 우리를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적. 그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가 내 고통을 키우기 위해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기 전에 내가 죽는 길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나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범인은 내 고통을 더 키우기 위해 무슨 짓이던 저지를 것이다. 내 갑작스러운 죽음은 범인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복수의 대상이 사라져 버리면 범인은 구지 내 가족들을 죽일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나는 죽음을 결심했다. 그 순간 소희의 얼굴과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손을 잡아주던 그 여인의 얼굴이 함께 떠올랐다. 내가 죽어야 한다면 죽기 전에 그들의 용서만은 꼭 구하고 싶었다. “형님, 두 사람을 찾아주세요.” 내 말에 큰처남이 혹시 범인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한 것인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주소를 불러 드릴 테니, 그 사람들 위치만 파악해 주세요. 내일 제가 그 사람들을 만나볼 겁니다. 광주시 동구 계림동 323-**, 성은 모르고 소희. 이십사 년 전까지 거기 살았습니다. 그리고 서구 화정동 한성빌라 203호. 이름은 모르고 어린아이와 같이 십년 전 그곳에 살았습니다. 제가 만날 수 있게 위치만 확인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내가 불러주는 주소와 이름을 메모하던 큰처남이 고개를 들어 내게 물었다. “왜? 뭐 집히는 거라도 있어. 이번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이야?”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꼭 제가 만나야 됩니다. 먼저 접촉해서는 안 됩니다. 부탁드릴게요.” “알았네. 낼 아침 위치 파악되는 데로 알려주겠네.” 큰처남의 대답을 듣고 우리는 현장을 빠져나와 연습장에 붙어있는 집으로 갔다. 아내가 실종 되었던 그날 밤 끔찍한 기억들로 다시 아무도 없는 그곳에 들어가는 것이 싫었지만, 이미 죽음을 결심한 후여서 그런지 그곳에 들어서는 마음이 편안했다. p.s 우리님 이름이 박진우. 저수지의 그녀 주인공 입니다. 저수지의 그녀 마직막 부분에서 감방에서 목을 맨 진우를 몬테가 발견하고 살려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건 전개가 저수지의 그녀 6년후라는 거 모르셨죠. 조금 있으면 저수지의 그녀가 등장할지도 몰라요.....ㅋㅋㅋ

IP : a8c7ddfa077b841
저수지의 그녀 처음부터~마지막까지 다 읽었었는데,, 마지막회의 그런 장면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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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a46c01351d257b
흠 붕어님 저수지그녀 막편 숨겨놓으셨군여 얼렁 방출하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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