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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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박조가<一泊釣家>)
춘삼월(春三月) 호황기(好況期)에 대물한수 바라던꿈
신방지가 터졌다고 바람결에 들은말에
귀여린 꾼의습성 호승심(好勝心)이 발동하여
해남땅 이백리길 더듬더듬 찾아갔네.
제방노변(堤防路邊) 불문하고 초입부터 자리잡은
문전성시(門前成市) 장사진(長蛇陳)에 맘부터 바빠지고
이리저리 자리찾아 한참을 헤맨끝에
선객(先客)들이 버린자리 마지못해 꿰어찬다.
참붕어가 잘듣는다 새겨둔말 기억하며
얕은물 수초틈새 채집망 던져두고
어느곳이 더나을까 지난경험 살려내어
그럴듯한 공간마다 찌세우기 공력(功力)이라.
받침틀 단단에는 칸수별로 대눕히고
뒷꽂이 가지마다 총알도열 단정하다.
밤낚시 추위걱정 바닥골라 텐트치니
비로소 안심되어 허리펴고 자세잡기,
때이른 봄더위에 흘린땀을 훔쳐내며
십팔만평 넓은수면 눈을돌려 바라보니
물오리 노니는데 보트함께 떠있구나!
물에서나 뭍에서나 붕어사랑 매한가지.
지렁이 마릿수로 뭉텅꿰어 달아놓고
제대로 앉혔는지 바닥사정 헤아리며
연줄기 삭은틈새 몇번이나 고쳐넣은
허접조사 굳은신념 아픈팔도 감내(堪耐)한다.
던지면 문다더니 뜬소문에 홀렸더냐?
애태우며 노리기를 두시간째 감감소식
채집망 꺼내어서 참붕어로 바꿔볼까?
오늘만은 참자하던 떡밥한번 이겨볼까?
서풍이 건듯분다. 하늘도 보자꾸나.
찌끝에만 머문눈은 피로에 붉어지니,
연푸른 하늘빛도 가슴에 담자구나.
담아온 고뇌(苦惱)일랑 수향(水香)으로 닦아내고,
"
(신방일몰)
낙조(落照)에 물든수면 감탄하며 바라볼때
삼점육칸 찌머리가 가물가물 움직인다.
해거름 찌불켜기 한시간전 받은입질
서풍이 만든파문(波紋) 이겨내고 솟는구나!
올라라 오르렴아 거침없이 오르렴아
신방지 붕어손맛 어디한번 보자구나!
멈출듯 이어지는 찌솟음에 애가닳고
긴장으로 젖은손은 손잡이를 말아쥔다.
관운장의 청룡도가 이보다도 날랬더냐?
낚싯꾼 첫챔질은 파공음(破空音)도 요란하다.
바늘질에 놀란붕어 요동질에 나도놀라,
박차고 일어나서 두손까지 쳐드는데.
큰물에서 놀던몸은 힘조차 장사(壯士)더냐?
버티고 끄는것이 수중(水中)의 호걸(豪傑)일세!
당겨질듯 벗어나고 물러날듯 당겨지니
오호(五號)줄 사이에둔 인어간(人魚間)의 대전(大戰)일세!
두뼘에 가깝구나 어디보자 대물붕어,
비늘조차 힘차구나. 그모습도 늠늠하다.
소문으로 듣던모습 오늘에야 만나보니
신방의 입소문이 명불허전(名不虛傳) 틀림없다.
이른저녁 다져먹고 커피한잔 마신후에
미끼바꿔 세운찌들 케미꺾어 표시하고
조금전 보던손맛 다시한번 되새기며
다시만날 대물꿈에 가슴이 부푸른다.
자정을 넘기면서 졸음이 밀려든다.
옹색하게 앉아자는 새우잠도 달콤구나!
소난로(小煖爐) 붉은빛은 요염하게 비추는데
꿈속에본 찌올림에 놀라깨는 허접조사.
아침이 밝았구나 해오름이 상쾌하다.
초저녁 꾸던꿈은 태공의 남가일몽(南柯一夢)
흐려진 찌불만큼 대물꿈도 잦아드니
거둘때를 아는것이 낚시꾼이 아니던가!
(신방붕어)
에필로그:
지난가을 평전지에서 낚시를 하던 후배꾼으로부터
문자 한 통이 날라 왔다.
"대물 한 수 했습니다"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각이었다.
그에게 전화를 했을 때 그는 흥분으로 몹시 떨며 말까지 더듬고 있었다.
4짜 붕어도 여러 번 걸어낸 경험이 있는 그가
36센티 붕어 한 마리를 잡고 그렇게 흥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며칠 전 또 다른 후배꾼 한분은 내게 이런'말을 들려주었었다.
"형님 요즘 낚시꾼들 간이 부은 것 아닌가 모르겠어요!
삼십대 중반 급 붕어 잡은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하니...
특히 대물꾼들 말입니다. 일년에 월척 한 수하는 게 내 목표인데... 허허허
긴 기다림과 그 기다림 끝에 만날 수 있는 대물과의 상면을
정말 살 떨리게 고마워 할 줄 아는 그들이 참 대물꾼이 아니겠는가?
그들과 함께 출조가(出釣歌)를 부를 수 있어 나는 늘 행복하다.
곡우(穀雨)즈음 어유당(魚有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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