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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바-"
"나도 임마 반갑지. 애들은 잘 크고?"
"어-어-어 -"
"그래 3월말에 한번 보자."
그 녀석의 별명은 "인터벌"입니다.
인터폴도 아니고 인터넷도 아닌 인터벌이란 별명을 가지게 된건
그 친구의 지독한 말더듬 때문이었습니다.
평소엔 또 그런대로 들어 줄만 하지만 뭔가 긴장된 분위기나
낯선 현장에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통역이 없어면
청취 불가 수준일 정도 였습니다.
공부도 나름 잘 했고 특히 서예와 미술에는 타고난 재능이 있었지만
이 친구의 말더듬은 군대이든 직장이든 어느곳 하나에도 적응치 못하는
참으로 지독한 핸디캡이었습니다.
결국 조그마한 시골의 서예 학원으로 낙찰이 되어 나름대로 적응은 했지만---
중학교때인가 봅니다.
"오등은 자에---"로 시작하는 기미 독립 선언문을 외우라는 엄명이 떨어졌습니다.
국어 선생님이 누구입니까?
인상은 하얀비늘님이나 붕어향님을 능가하고 거기다 스냅을 실어 짧게 짧게 끊어치는 주먹하며..
오죽하면 별명이 "개거품 이셨겠습니까?
어쨌던 약속된 날 개거품 선생님이 말씀 하셨죠.
"외운 놈은 앉아 있고 못 외운 놈은 복도로 나가라."
"양심 불량인 녀석은 가중 처벌이니 알아서 하도록-"
십 여명만 앉아 있고 나머지는 자진해서 도살장으로 끌려 갔습니다.
"야 ! 너 외워봐"
"오등은 자에------------------"
"되었고 뒤에!"
"오등은 자에---더듬---버벅---"
"나가 임마."
드디어 "인터벌" 차례가 되었습니다.
"오-오-오-"
"오우케이! 수고 했어. 앉아.."
그날 그 녀석이 외운건 "오" 밖에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때 이 녀석이 저를 따라 낚시를 하기 시작했었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
에어컨도 없는 낚시점은 새물찬스를 누리는 꾼들로 북적 되었습니다.
"학생 뭐이고?"
"떠-떠-떠-"
"떡밥말이재. 거 있네."
"지-지-지-"
"지렁이 말이가?. 조 있다 아이가. 짝밥 칠라꼬?"
손님은 북적 되고 날씨는 덥고 아저씨가 좀 짜증이 난 모양입니다.
"보-보-보 -"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어이 보거라 학생. 보 뭐이란 말이고"
"보-보-보-보... 봉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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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도 하고 살아온 이야기도 흠뻑 할 생각입니다.
소풍가듯 설레네요.
글은 예전 글인데 조금 바꿔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