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영지연(絶 끊을 절, 纓 갓끈 영, 之어조사 지, 宴 잔치연)
춘추오패 중의 한 명으로 꼽히는 초나라 장왕이
전장에서 개선한 부하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성대하게 연회를 베풀고 밤늦도록 즐기고 있었다.
밤이 깊어 다들 술이 거하게 취해있는데 갑자기 광풍이 불어 등불이 모두 꺼져버렸다.
이때, "끼~아~악!"하는 비명과 함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왕의 총희(寵姬)가 부르짖는 소리 들렸다.
"지금 어둠을 틈타 누군가 제 가슴을 만지고 희롱하였습니다.
제가 그자의 갓끈을 끊어 쥐고 있사오니 어서 불을 밝혀 범인을 잡아주시옵소서."
그러자 장왕은
"불을 켜지 마라!, 모두들 당장 자신의 갓끈을 끊어라"
"갓끈을 끊지 않는 자는 연회를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겠다."라고 명했다.
나중에 불을 밝혔지만 모두의 갓끈이 끊어진 상태였으니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었다.
왕의 총희를 추행했으니 붙잡혔다면 목이 달아날 정도의 큰일이었고,
왕의 위엄에도 흠을 주는 엄청난 사건이었지만
장왕은 술자리에 총희를 부른 자신의 경솔함 때문이라고생각하고 범인을 용서한 것이다.
그로부터 3년 후, 초나라는 진(晉) 나라와 전쟁을 벌이게 되었는데,
친히 정벌에 나섰던 장왕은 매복에 걸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었다.
그때, 장수 하나가 앞으로 나서더니 그여말로 죽음을 무릅쓰고 피투성이가 된 채로 싸워
마침내 전세를 역전시키고 장왕을 구해냈다.
나중에 논공행상을 하는 자리에서 장왕이
"그대는 벼슬이 높은 것도 아니고 그동안 특별히 잘해준 것도 아닌데 어찌하여 죽음을 무릅쓰고 나를 구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장수는 "신은 이미 3년 전에 죽은 목숨이었습니다. 당시 갓끈을 뜯긴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그때 대왕의 은혜로 살아날 수 있었기에 그저 보답하고자 했을 뿐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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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같이 일하던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상사에게 실수를 하여 단단히 찍혀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 하였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상사가 기분 나쁠만한 일이긴 한데 현실적인 피해 같은 것은 전혀 없었고, 보고 과정의 실수이며
사건의 원인도 촉박한 시간과 후배의 경험부족 때문이었습니다.
후배가 거듭하여 사과하고,
자진하여 반성문까지 제출하였는데도
"나를 무시해서 그런 것이다.", "인사도 하지마라", "저만큼 떨어져서 보고해라"라며
계속 모멸을 주며 일주일이 훌쩍 넘었는데도 계속 냉랭하고 감정적으로 대한다고 합니다.
그만한 일로 그렇게까지 아랫사람을 들볶눈 것을 보니
이제는 후배의 실수보다 임원급인 그 상사의 그릇 작음이 눈에 들어와
고사성어 하나를 소개해보았습니다.
절영지연은 절영지회라고도 하며,
이미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리더의 관용에 대한 교훈입니다.
지도자 뿐아니라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필요한 지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