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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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이름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고성 인근의 한 계곡지(이후 유료 낚시터로 개장을 하기도 했슴)로 밤낚시를 갔을때의 일입니다.
지금은 갈때가 다된(치매가 와서) 조그만 할매개(슈나우저)를 데리고 다니지만
그땐 천수!?를 다 누리고 간 콜리종인 대형 목양견을 자주 데리고 다녔습니다.
..
낚시대를 펴고 앉으니 해가 져버리고 물깊은 계곡지의 시퍼런 물빛이 바닷물처럼 인광을 희엿 희엿 비추이는 저수지의 양 사방은
음산한 소나무 그늘이 만재한 곳입니다.
무서운 곳이죠..안좋은 소문도 무성하고... 산위쪽 저만치의 기도원 십자가 불빛이 나무사이로 음산함을 더해 주는곳에 홀로 앉았습니다.
그러나 나는 무섭지 않았습니다.
내 뒤엔 훈련 잘된 코린(콜리종의 이름)이 미동도 않은채 지키고 앉아 있으니 나는 찌만 바라보며 낚시 삼매경에 빠지면 될것입니다.
늘상 처럼, 가끔씩 주머니에서 미리 잘개 찢어놓은 두마리 분량의 오징어를 한조각씩 꺼내 뒤로 넘겨주면
코린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가락까지 덥썩 덥썩 물면서 받아 먹곤 했지만
입질인듯 바람인듯 깜박거리는 찌 때문에 근 한시간을 눈이 빠지도록 물만 바라보고 있었지요.
.... 습관적으로 주머니에서 오징어를 뒤적거리는데 아니 벌써....바닥이 드러났네요.
눈이 나쁜탓에 찌를 주시할려고 구부린 자세의 허리가 저려서 기지개를 켜며 뒤돌아 보며 말했죠..
"코린 이젠 오징어 없다. 다 먹었네....."라고..
.
.
그런데... 의자뒤 깔아논 돗자리에 배를 깔고 드러누워서 오징어를 낼름 낼름 받아 먹던 녀석이 보이질 않아...
코린!
코린!
코린!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돌려 뒤쪽을 향해 목청을 조금씩 높여 가며 부른는 중에 불현듯 드는 생각....이...
도착후 대편성을 하고 자리를 잡던중 뒤꽃이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20여미터 저수지 제방 입구에 세워놓은 차(그당시에 베스타라는 승합차)로
다시 돌아가야 할일이 생겼었죠.
그때 습관처럼 따라와서 뒤 트렁크 문을 훌쩍넘어가서 평상시의 자기자리인 중간의자에 길게 드러누웠던 코린..
그리고..
그리고..
다시 데려왔었나...아.... 뭐야... 안 따라 왔나..?!!
아... 오만가지 생각과 등줄기에서 흐르는 차가운 물줄기..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던 등뒤의 소나무 그늘이 무언가의 망토처럼 느껴지고....
그렇게 그렇게 얼마의 시간동안 초죽음의 심리상태를 겪다가 어떻게 어떻게...
진짜 진짜로.. 어떻게 어떻게...몸만 달랑 움직여 차로 향합니다...
조금만 더가면 , 조금만 더가면, 조금만....
차에 닿았습니다. .... 살았습니다.... 문에 키를 꼽는데.... 코린이.... 풀썩 창문에 매달려 천진스런 표정으로 혀를 날름 거립니다.
아....
정말...
뭐지.....
내손을 핱아가며 근 한시간 가량을 낼름 낼름 오징어 조각을 받아 먹던 그것이.... 대체 ....
.
.
난 아직도 독대 출조만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붕어가 꼬리에 금테를 두르고 폴짝 폴짝 난리 부르스를 쳐도 멀찍이라도 어느 한분이 인생을 곱씹으며
까만밤을 세우지 않는 곳에는 대를 드리우지 않습니다.
행여 그분이 전을 거두는 기세라도 있을라 치면 잽싸게 먼저 선수를 쳐서 붕하고 사라집니다.
항상 가장 뒤쳐진 물소가 사자의 사냥감이 되는걸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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