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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인의 눈물 ...노년사례 1

은둔자2 IP : 8ce899bad8a04bc 날짜 : 조회 : 3040 본문+댓글추천 : 0

자주 뵈는 어르신 한분이 계십니다
올해 연세 84세
깡마른 체구이시지만 늘 웃는얼굴에 유머스럽고 활기차서
젊은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시는 재밋는 분입니다
다니시는 병원의 간호사들과도 스스럼 없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여주시기도 하고
그 연세에 애인도 있는 멋쟁이시죠

어른 사시는 댁에 가본적이 있습니다
오래된 감나무들로 둘러쌓인 어르신 댁은 2층 슬라브에 넓은 정원과
그 정원을 꾸미고 있는 정원석들 .넓은 잔디마당등으로 시골집 치곤
깨끗하고 잘 관리가 돼있었습니다
가을이 되면 그 어르신 댁으로 감을 사러가곤 했죠
평생 감농사를 지으며 살아오신 덕에 감기들때 홍시탕이 좋다는 비법을
그 어르신으로부터 전수받기도 했었습니다

늘 즐거운 분이죠
만면에 웃음 그득하셔서 노인이라서 젊은 사람들로부터 냄세나는 노인정도로
취급받는 분은 아니셨죠
이 어르신 십년을 곁에서 보면서 지난 십년 한 노인의 변화를 봅니다
그동안 두번 오토바이 사고로 몸이 많이 불편해 지셨습니다
늘 타시던 오토바이도 이제 타시지 못하지만 여전히 잘 웃으시고
여전히 즐거운 표정은 변함 없으시죠

그런데 노인에게 십년의 세월은 젊은 사람들의 십년과는
판이하게 다르더군요
급격히 노쇄해지시고 말씀 하시는것마저 어눌해 지셨습니다
어제 비가 오는데 그 어르신 휴대폰 밧데리가 나갔다며 들리셨더군요
손님이 없어 대화가 오갔는데 처음으로 그 어르신 눈물을 봤습니다

그분 아들이 환갑 다 되어가십니다
시골 어르신 치고는 생각이 남달라 많은 자식들 교육시켜 서울로 내보셨다 합니다
집 사주고 사업자금 대줘가며 정성을 다해 키운 자식들
그 아들이 어르신 평생 키워오신 감나무를 두고
아버지가 잘못 키웠느니 어쩌니 하며 그 감나무들을 잘라버렸다 합니다
그 감나무를 오르내리며 자식들 키워 내셨는데 감나무가 더이상 수익이 없으니
땅을 팔 생각을 한거였겠죠

어르신
오랬만에 긴 말씀을 하십니다
어이 박사장
네 당신은 말이 통하는 젊은 사람이니 말하는 것이니
늙은이 푸념이라 생각말고 잘 들어두소
박사장 나이부터 준비 해야돼
자식들 다 주려하지말고 죽기전까진 내가 가진것이 있어야 해
부모는 자식 거름이지만 다주고 빈 가지로 말라 없어질때까지
내 지주 하난 있어야 겠더라구 ..

자식도 내 품안에 있을때 뿐이지 그 자식 지 머리 크고나면
다 소용 없는 일이야
얼른 떨어져야지
나이 먹어 늙어지면 자식 곁에서 얼른 떨어져 나와야해
그래야 덜 서러워
자식만큼 큰 도둑도 없어
박사장 부모님 계시지 ?


다 주고 빈껍데기 뿐인 늙은 부모가 품안에서 재롱떨던 아들에게서
상처받고 눈물을 떨굽니다
노인과 함께 밑둥 굵어진 감나무들
그 한그루 한그루가 베어져 쓰러질때 팔순의 남은 기력도 한가닥 한가닥
떨어져 나갑니다
세상의 전부가 돈이라고도 하지만 과연 돈 뿐일까요
돈보다 귀한건 낳고 자라고 성인이 되어오는동안
한번도 내게 아까워 하지않고 줘 왔던 부모님의 깊은 사랑이 아닐까요
그 사랑 잊지 맙시다
우리에게도 언젠가 노년은 반드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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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잡고싶다 11-12-01 12:56 IP : 9e2bb1e21e9ebf0
선배님
저희 어머니께서도 항시 하시는 말씀이신데요
늙어서 돈줄 안쥐고 계시면 자식들 막 대하신다 하시네요
누구집에서는 그렇터라,,, 하시면서 물론 저보고 하시는 소리겠지만요
부모님께 잘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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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악어이빨 11-12-01 13:02 IP : 08af07099763ea4
주고도 주고도 또 줄게없나

고민하시는 우리부모님들이겠지요,

부모사랑은 내리 사랑이라지만

자식들은 부모마음의 깊이를 가늠 하지 못하지요.

그래서 떠나보내고나면 후회가 큰가봅니다.

둔자님의 어른공경하는 마음이 흐뭇하게 합니다.

둔자님~

오늘도 로보트 모드로 변신하실거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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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향작 11-12-01 13:22 IP : 39d9734a54f53bc
저희 어머님이 어머니 친구분들한테

"다줘~" 자식새끼 안주면 누구 줄꺼야" 다줘~"

라고 하시는데......

이제는 받은거 돌려 드려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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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下 11-12-01 13:44 IP : abd724fdae6589d
주실 분도

돌려드릴 분도

안계십니다~

같은 분들이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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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애성아 11-12-01 13:46 IP : 69d7d777603b497
이런거 올리시므 안되요~

괜히 눈물 찔끔 거리는 사람 꼭 있거든요?

흐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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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붕어 11-12-01 13:48 IP : eb43cb4684df651
저도 많이 부족하지요.

더 잘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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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애 11-12-01 14:02 IP : 6836f29f740f07a
80년대 이웃에사는 형님뻘 되시는분이.....
일찍 자식들에게 재산 분배를 해주시더군요...
10여년 지켜보면서 무덤에 가기전까지는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식사랑 끝없는 사랑입니다.
부모님 살아 계실때 마음 아파할 일은 안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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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찬o제비 11-12-01 14:04 IP : 3faaacd3e94e0e2
울 시골에 계신 80 노부모님!

누님 형님들이 칠순.팔순 잔치를 해 드릴려고 했지만
막내아들 제비가 저러고 있는데 잔치는 무슨 잔치냐고
지금은 산에도 다니고 새우낚시도~옥내림도 할 줄 아는데요 ㅋ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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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골 11-12-01 14:12 IP : f52a034384fc6e8
저도 11월8일날 아버님을 다시는 오지못할 곳으로 멀리떠나 보내고 날마다 그리워 하고있습니다
몇년만 있으면나도 60인대 늘 옆에계실때는 정말몰랐 습니다 부모는 아들이 애기로 보이나봐요
도착해서 꼭전화해라 천천히가라 하셨는대 이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남니다 몇일전 시골집에 가보니
더욱 그리워 지드라구요 텅빈 마당 지금쯤은 문에종이도 발라있어야 하는대 찌저지고 먼지만이 싸인것을보고
먼하늘만 처다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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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자 11-12-01 15:41 IP : 410f6c18e172cb4
간간히 지면이나 방송으로 접할때 마다
어쩌다 세상이 이지경까지 왔는지....
사람자식 아닌 모습들이 많은 이들을 너무 아프게합니다
추천 0

36세손 11-12-01 18:04 IP : 3f0ec5049835125
팩 우유




빨대로 먹다

쪼글쪼글하다


지닌 것 다 내어주고 더 비울 수도 없이 가벼워지신


어머니같다



...........................................


은둔자님의 글에 오래 전에 쓴
졸시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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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와춤을 11-12-01 19:41 IP : 7164958c9a24091
은자님요 여기 올린글 모두 모아 수필집 하나 내십시오.

제가 한 20권은 책임 지겠습니다.

은자네 둔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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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앙 11-12-02 00:48 IP : 606b3bf6679d20b
아이구나!! 젊디 젊은 제가 글귀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면서 못내 눈시울이 붉어 지네요..

스스로에게만큼은 거짓말 하지 말고 살자가 제 신조인데.. 이것만 가지고는 또 안되겠네요..

이렇게 "월척" 이란 커뮤니티 안에서 먼 훗날의 제 인생을 또 한번 배워갑니다..

회원님들 모두 모두 사랑하시고 또 존경받고 또 곤경하며 살수있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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