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이제 고 1이 된 아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민물낚시를 데리고 다녔던 지라
이제 곧잘 낚시도 잘하고 어떨 때에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조과가 저보다 더 높은 적도 있었습니다.
새벽 5시쯤에 도착해서 아들은 한 대만 펴서 외 바늘 글루텐으로 낚시를 시작하고
저는 아들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대를 펴서 떡밥 집어제와 글루텐으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한참 민감하고 질풍노도의 시절을 보내고 있는 아들이 걱정 되어서
낚싯대는 담가만 두고 아들 옆에 앉아서 조용히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도
아들이 뼘치급 붕어를 잡아내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한참 낚시에 몰두하면서 찌를 바라보는데 아들 자리에서 풍덩 하는 소리가 몇 번 들려서 화들짝 놀라 바라보니
어떤 노인이 아들의 찌에서 1미터도 안 되는 곳에 갈퀴를 던져서 수초를 제거하는 겁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한 열 번은 넘게 이곳저곳을 던지고 있기에 한마디 했습니다.
[아니 낚시하는데 바로 옆에서 그러면 어쩌자는 겁니까]
그 노인이 그러더군요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던졌다고…….
세상에 70은 되어 보이는 노인이 고 1에게 뭐라고 하면 끽소리 못하고 네 그러지 뭐라고 하겠냐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넓고 넓은 저수지에서 왜 하필이면 여기에서 우리 옆에 붙어서 소란스럽게 낚시를 하느냐고 한소리 했습니다.
한동안 이어지던 입질은 뚝 끊어지고 아들 인상이 안좋아 보이길래
조용히 아들을 불러서 저만큼 나무 그늘 아래로 데리고 가서 음료수 한잔 하면서 말했습니다.
나이 먹은 노인이 그러는 거니 우리가 참자고. 그리고 너에게 뭐라고 그랬냐고 물어보니 아들이 하는 말이
노인이 여기서 낚시 좀 할 테니 이해하라고 했답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지만 아들을 토닥거려주고 다시 낚싯대 옆으로 돌아와서 집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찌를 바라보면서 찌 움직임을 바라보는데 아들이 화난 표정으로 제 옆으로 와서 집으로 가자고 합니다.
갑자기 뭔소린가 하고 상황파악을 해보니
그 노인이 아들이 앉은 자리에서 1미터 옆에 붙어서 낚싯대를 펼치고 게다가 담배까지 자랑스럽게 피우면서 앉아 있었습니다.
저 역시 담배를 피우지만 자식들 근처에서는 절대로 담배를 피우지 않습니다.
낚시터에 가서 같이 낚시를 하더라도 가능하면 저만큼 멀리 가서 한 대 피우고 자리로 돌아와서 낚시를 합니다.
굳이 간접흡연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밖에서 술을 먹고 들어오면 얼른 잠자리에 들어서 취한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갑자기 열이 뻗어서 아들에게 낚싯대 접으라고 말하고는 그 노인에게 말했습니다.
[젊은 놈에게 나이 먹은 노인에게 욕을 해서 미안하지만 몇 마디 하겠습니다.
넓디넓은 저수지에서 왜 다른 자리를 놔두고 우리 자리 옆에 와서 소란을 피우고
그것도 모자라서 아이 옆에 그렇게 붙어 앉아서 자리를 펴고,
게다가 담배까지 피우면서 아이에게 담배연기를 쏘이게 합니까? 제발 나이 먹고 그런 추태는 하지 맙시다.
그렇게 해서 고기를 얼마나 많이 잡을지 모르겠고 그 고기로 영양보충해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얼마나 오래오래 살지 모르겠지만,
나이 먹고 제발 욕먹으면서 살지 마세요.
나이 먹으면 염치가 없어진다고 하지만 손자뻘인 고등학생에게까지 욕먹을 일은 하지 맙시다.]
아들하고 낚싯대 바로 접어서 철수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들에게 그랬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게 단순히 숫자가 늘어난다는 게 아니고 기품이 쌓이는 거다.]
여기에 계시는 회원님들은 연령대가 20대부터 70, 80대까지 두루두루 계시겠지만,
낚시라는 것도 다른 취미와 같이 스스로 즐기면서도 주변 이웃과 자연을 두루두루 헤아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선친도 초등학생이었던 저를 데리고 부산에서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가야하는 김해수로로 낚시를 다니시면서
저에게 제일 먼저 가르친 것이 낚시터에서 행해야 할 예의범절이었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더불어 즐기는 낚시가 되길 빕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