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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알감자.......

까까요 IP : d17d71d5587f0d2 날짜 : 조회 : 2234 본문+댓글추천 : 0

고등학교 1학년 .....어느 여름날의 오후하교길....

집안에는 빛쟁이들로 아수라장입니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호형호제 하며 아버지와 친형제처럼 지내던 옆집아제가......

그런 옆집아제가 안방의 TV 를 들고 냅다 뛰쳐나갑니다....

누구하나 만류하는 사람이 없습니다....지 목아지 지가 챙기 간다는데...무신 힘이 있어...무신 입으로....

이리뛰고 저리뛰어봤자 다~부질없는 짓입니다...

그라소...다~가져가소...더 주고싶은데 .... 인쟈 남은기 암~것도 없십니다...

미안합니더...그라고....담에...이 담에...좋은날 오면 그때...꼭 갚겠습니더....

부모님께서는.... 미안합니더...죄송합니더.....연신 바닥에 두분의 머리를 비비고 계십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조그마한 업장이 실패로 끝이나고 야반도주 하다시피 .....구미로 이사를 합니다.

철뚝가에...훅~ 바람만 불어도 주저않을것같은.. 위태위태해 보이는 슬레트집.......

큇퉁이 방 한칸을 월세로 구합니다..

다섯식구가 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공간입니다...어쩔수 없습니다... 이것도 감사해야 합니다..

당장에 오늘하루 살아남는게 우선입니다.....방이 크니..작니..아~주 배부른 소리 입니다..

내방..니방...웃기는 이야기 입니다.....작금의 현실에서는 허망한 욕심이요..사치 입니다....

간단한 이삿짐 정리를 합니다..근데요...정리 할것도 없십니다.....

이불 보따리 하나. 옷 보따리 하나. 밥그릇 몇개. 숟가락 몇개가 전부 입니다...

그래도 정리 할거는 해야 되겄지요? 대~충 대충 저들만의 자리에 안착 시킵니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날에 새로운곳에서의 삶이 시작 됩니다....

배가 고픕니다...현기증이 나네요...... 하지만 배불리 먹을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얀쌀이라고는 한~참을 훝어야만 보이는....보리쌀이 주인 행세를하는......밥을 매일 먹습니다..

열일곱 피끓는 청춘에게는 그 양이 ...바람빠진 풍선 마냥 항상 부족합니다.....

반찬은 무우짱아찌......찌들대로 찌들어 ...짭습니다...한조각에 밥 한공기 ....충분합니다....두조각은 낭비 입니다......

이런 보잘것 없는 밥상 이지만 식구중 누구하나 불평 한마디 없습니다.

왜냐구요? 서로의 눈만 보아도 천근 만근의 힘겨움이 보이니까 ...그리고 가족 이니까.....

그렇게 오늘도 하루의 삶을 연장합니다....

어둠이 내립니다....이제는 쉬어야 합니다...

사과궤짝 같은 쪼끄마한 하나의 방에 지그재그 로 누워...그렇게 일가는 피곤한 육신을 달랩니다..


어~이... 보소!...내 양말 어데갔노?.......

아~이구! 쫌...조용히 하소....아~들 다 깨긋구만 ...시끄럽구로...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

소년은 터질것같은 오줌보의 압박에....부시시 눈을 뜹니다...

근데 , 방안 한쪽 구석에서 부모님께서 소곤소곤.......이 야심한 밤에 무신 정담을 그렇게......

아들래미들 몰래 뭐~맛있는거라도 드시나?...

소년은 미동도 하지않은채 살포시 실눈을 뜨고 부모님 계신곳을 응시합니다......

방안 구석에서 주섬 주섬 뭔~가를 챙기시는가 싶더니...이내 자리를 박차고 일어 나십니다.....

퍼뜩 가입시다...그래~오늘 그믐 맞제?....아무도 보는사람 없겄제?...호미 챙깄나?

어머니와 두런두런 주거니 받거니....이내 밖으로 나가십니다....

야심한 밤에 어디 가시지? 함~따라 가볼까?......궁금해 미치겠지만 아랫배의 압박을 푸는게 우선입니다....

뒷뜰로 냅다 달립니다..시원~하게 해결하구 ...대문쪽을 보니 벌써 부모님의 보이지 않습니다....

철뚝가 외딴집의 칠흑같은 어둠은 소년에게 궁금증보다는 두려움을 먼저 불어 넣습니다....

뒷골이 쎄~합니다....천지가 먹물을 뿌려놓은듯 ....무섭습니다.... 저 어둠이 금방이라도 덥칠것만 같습니다...

흐 흠~ 안되겄다... 방에 들어가자.. 아부지 .어무이 금방오시겄지...두려움에 뒤도 보지않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동생과 형 사이를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눕습니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듯... 금새 곤한잠에 빠져듭니다...


배야! 아침 묵고 ....학교 가야지......꼭두 새벽 부터 깨우십니다...

새벽 첫 기차를 타야하니 빨리 일어 나야 합니다...

천근 만근 내리 않는 눈을 .반~은 쥐어뜯으며 밥상머리 앞에 않습니다...

이기 뭐꼬? 감자 아이가! ..... 어데서 났십니꺼?..어데서 나기는~ ...샀제....!

쪼매한 알감자 조림이 양은냄비 하나가득 쌓여 있습니다...

밥 한숟가락...알감자 한알...맛 납니다...이~기 참말로 감자 맞십니까?...

지 한테는 소고기보다 맛납니다...그렇게 삼형제는 짱아찌를 배신하구 .....알감자의 노예가 되어 버립니다....

감자야~ 알 감자야!! 니 매일 우리집 밥상에 있으마 안되겄나?

한알 한알 ...무지무지 섭섭합니다....다~묵고 나면 언제 또 묵을수 있을지.....기약없는 이별입니다.....

어~이구! 야 ~들아 내일 또 해줄테니까 애~끼지말고 푹 푹 묵어라....

아까버서 깨작깨작하는 아들넘에게 ...어머니 께서 한 말씀하십니다....

예~~에 어무이!........형제는 그저 기쁩니다....이렇게 맛난걸 내일도 먹을수 있다니.....행복합니다....

어무이는 안 잡숫습니꺼? 내는 아까 묵었다..너거나 마이 묵어래라....

해거름 해질때쯤 일자리 구하러 나가셨던 아버지께서 돌아 오십니다...

축~ 처진 어깨...검게 그을린 얼굴.....오늘도 일자리는 구하지 못하셨나 봅니다...

다섯식구가 옹기종기 모여않아...간단히 저녁을 해결합니다....

TV 한대없는 살림살이다 보니 밥을 먹고 난뒤 달리 할일이 없습니다....

많이 움직이면 쉬~이 배가 꺼질까봐.....그렇게 한쪽 구석에서 세 형제는 억지 잠을 청해봅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자정이 넘은시각.......

행여나 잠든 아이들 깰까봐....까치발을 한채 숨소리를 죽이시며 부모님은 조용히 방을 빠져 나가십니다..

근데 이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는 눈이 있습니다...마치 도둑 고양이처럼.....

악바리 둘째 아들입니다....숨도쉬지않고 조용히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오늘은 어디가시는지 기필코 알아야 겠다.. 도대체 밤마다 어디를가시는지....사뭇 진지합니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조심히 뒤 따릅니다..

희미한 달빛에 비친 부모님의 그림자와 손을잡고....그렇게 어둠속을 한참을 따릅니다....

어느듯 얕으막한 야산의 산허리에 도착할즈음 ..두분의 발걸음이 멈춰섭니다...

잠시 주위에 지켜보는 없는지....제자리에서 한바퀴 휭~하니 돌아보십니다...

아~이쿠! 앞만보구 따르든 둘째는 순간 바닥에 그대로 엎어집니다.....

틀키지는 않았겠지? 휴~ 다행입니다.. 보지 못하신듯 합니다....

두분이 쭈그리고 않으셔서 열심히 호미질을 하십니다...그리고 주섬주섬 소쿠리에 무언가를 담고 계십니다...

그만~하마 됐다....아~들 깨기전에 얼른 집에가자!

아버지의 재촉에 어머니는 마지못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십니다...

논둑길을 걷는 와중에도 몇번이고 뒤돌아 보십니다...무슨 미련이 그렇게 많으신지......

밤길도 어두운데....한웅큼 미련을 남겨두시고....저~만치 멀어져 가십니다......

저기서 두분은 뭘~하셨을까?

단박에 부모님이 허리굽혀 무언가를 열심히 찿으시든곳 ...그곳으로 내달립니다...

이기뭐꼬? 감자밭 아이가!

그렇습니다......

감자 수확을 마친밭에서 밭주인이 상품이 될만한 감자는 모두 캐내어간... ....

엎어질대로 엎어진.....아무것도 없는 감자밭이었습니다.

말이 감자밭이지 수확을 끝낸 감자밭은 마치 황무지 같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아무것도 보이지않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

오로지 동물적인 본능만으로 땅속의 알감자를 찿아 소쿠리에 담고 계셨든 겁니다...

보리밥에 짱아찌만 매일 먹는 자식넘들.......

조금이라도 영양보충 시켜줄려구....그렇게 밤마다 밤이슬을 맞으셨습니다.....

가슴이 터질것 같습니다....아니 아니 면도칼로 베어낸듯 쓰라리고 아픕니다....

그자리에 주저않아 ...소리없이 목놓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립니다.....

울어도 울어도 가슴속 멍우리는 풀어지지않습니다....한없이 더욱더 조여만 올뿐.......

다음날 아침밥상에도 어김없이 알감자조림이 올려져 있습니다...

먹을수가 없습니다...목이메어...가슴이메어....

사랑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못난아들 지금은 넉넉치않은 삶이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요...

뽀얀 쌀밥에 알감자...... 이제는 제가 준비 하겠습니다....


좋은밤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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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악어이빨 11-10-24 19:25 IP : 08af07099763ea4
어려운 역경 이겨내시고

훌륭한 남편이시자 존경받는 아버지,,까까요님~

저도 존경합니다,,,
추천 0

2등! 빼빼로 11-10-24 19:49 IP : f25ec875c26e1f5
저는 아무 할말이 없습니다~

그 어려움속에서 다짐하고 다짐햇던 가족들과에 사랑과 관심에 꼭"성공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항상 까까요 마음 깊숙히

자리를 햇겟지요~

사춘기에 그 환경속에서 잘못하면 좋지않는 길을 갈수도 있었을것인데.....

그렇지를 못한것이 바로 부모형제 생각이 뇌리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돈이많은 부자보다는 지금 님에 마음속이 대한민국에 최대 갑부보다 못한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님은 부자 입니다~

가슴 시린 지난 일들에 글들 읽고갑니다.

즐거운 저녁되십시요~
추천 0

3등! 붕어와춤을 11-10-24 20:31 IP : 8d77c6431101731
까까요님

읽을수록 눈시울이 떠거워 집니다.

어려운 시절 격어본 사람이 어려운 사람 심정을 아는가 봅니다.
추천 0

진우아범 11-10-24 20:50 IP : 0adb273bdcbbe2a
겪어본자만이 알수있는 삶에 진중함과 무게가

와닿읍니다

까까요님

님의 그 지난일들이 지금과 그이후에 큰자산임을

저는 믿읍니다

그진솔함의 출발도 그배고픈시절이 큰스승 이었음을

확신합니다

함 뵙고싶네요

밤새 소주잔을 기울리며 가슴에 박힌 기억을 하나씩 하나씩

추억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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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붕어 11-10-24 20:59 IP : e2a93e5d549acf3
뭔가 범상치않는 글솜씨가 진솔함에 무게를 더하니..


삶에 가장 큰기운은 부모님 일겁니다 힘던삶에 무게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어시려고 얼마나 마음 조리셨을까요

휼륭한 부모님 속에 자라난 아들이라서 곧게 자란 모양 입니다

빈곤속에 풍요를 1편에이어 2편에 감동으로속으로 빠져 들어 봅니다

사랑과 관심속에 자라는 아이들은 곧은길을 가는것을 보아왔습니다


요즈음 세상 자기자식 귀하게만 키워서

아픈살점 찢는 못된 어른들이 많습니다 다 자기 주관적이지요

나누면 행복한 삶속에 적당히벌고 즐거운 생활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까까요님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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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마™ 11-10-24 21:00 IP : 9fe6f51675d97b3
휴~~~초저녁 부터 한잔한 탓인지
감정이 더 오르네요....
찡한가슴 안고 일찍자렵니다 ㅠㅜ
추천 0

풍경이되자 11-10-24 21:04 IP : d0175728a221032
더운밥 하얀 쌀밥 마음껏 먹을수잇다는것이

얼마나 행복한것인지,,,

어느새 저도 망각하고잇는듯하네요

다시금 돌아봅니다

책보둘러메고 신나게 뛰어서 등교하던 국민학교 그때를~~~~
추천 0

붕어아지야 11-10-24 21:59 IP : 4f39ac2811670c6
오늘 따라 갈바람이 쌀쌀합니다
아부지~~
어무이~~
사랑합미데이♥♥
까까요님 화이팅♠♠
추천 0

붕어우리 11-10-24 22:00 IP : 73e25cba87db99a
가난했던 시절의 감수성을 자꾸 자극하시네요.

떠올릴때마다 가슴한켠이 아련히 쓰려오는 그 시절....

잊어버리고 사네요. 될수있으면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네요.

가끔은 먹먹하고 쓰라려서....

이미 너무 늙어버리신 부모님과 그때 그시절이 겹쳐지면 울컥 눈물이 날거같아서요.


까까요님 글에 댓글을 못다니는 분들이 몇분보입니다.

아마 그분들 가슴속에도 다시 떠올리기에 너무 큰 상처들이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까까요님 글을 너무 잘쓰셔서 떠올리기 싫어도 자꾸만 떠올라지는 상처가 있는 분들도

많다는거.... 한번 생각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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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와해장 11-10-25 08:31 IP : a94150fba9e6fe4
부모님들은 많이 드셔서
항상 배가 부르십니다.
두번 읽기가 두렵습니다.
아마 한 번더 읽으면 눈물이 쏟아 질까 두려워서 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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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下 11-10-25 10:29 IP : abd724fdae6589d
그 추억..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한에는

언제나 행복이 함께 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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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애성아 11-10-25 10:52 IP : 2da2cde05c10ac9
우이~쒸~

그때는 배불리 먹는게 전부였을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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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까요 11-10-25 20:57 IP : d17d71d5587f0d2
다녀가신 선배님.갑장님.후배님....고맙습니다...

너무 무거운 글들만 올려 송구합니다....이런삶도 있으려니.... 그렇게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쉬어 갈까 합니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난날의 추억....올려볼까합니다....괜찮으시죠?

좋은밤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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