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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으며, 아들의 머리를 보니 단정하게 이발은 했지만
앞머리가 약간 긴 것 같아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건넸는데,
"아빠, 이 정도 머리면 아주 짧은 머리예요.
다른 애들은 파마도 하고 염색도 하는 것 같던데요."
"머라카노, 그걸 학교에서 허용한다 말이가! 대학생도 아니고 고등학생을...
참, 이거 무슨 학교 교육이 이래 되었노? 아니지, 1차적으로 가정교육이 잘못되었지."
(어제, 혹시나 싶어 아들에게 다시 "다른 학교도 그런 것을 허용하나?"라고 물었죠.
"아빠, 학교 문제보다 학생 개인의 멘탈이 문제겠지요. 하지 마라 해도 굳이 한다는데...")
약간의 흥분과 함께 요즈음 학교 교육의 무너짐과
대학 시절 교직 이수하지 않은 제 솔직한 마음을 얘기하였습니다.
참다운 스승이 될 자신이 없어서였다고...
아내가 옆에서 듣다가 한마디 거듭니다.
"하여간 당신은 생각이 너무 많아 고생이데이..."
(어쭈, 아들 앞에서 이 무신 소릴, 질 수 없어 한 방 먹여 줍니다.)
"당신 말이 맞데이, 나는 생각이 많아 내 혼자 힘들지만'
당신은 생각이 너무 없어 가끔 날 힘들게 한데이..."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던 아들넘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하는 말이
"엄마, 아빠! 두 분 성격이 정반대인데도 살아가시는 것 보면 정말 신기하거든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희 부부는 햄릿과 돈키호테 같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아들에게 의미 있는 말을 건넵니다.
"아들아, 부조화 속의 조화란 말 모르나?
만약 아빠, 엄마가 같은 성격이었으면 아마 더 힘들었을 끼다."
문득, 힘들었던 지난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저의 부부는 결혼 후 10년간은 한 번도 다투질 않았습니다.
아내가 저의 말에 온전히 순응만 했기에 가능했지요.
유일하게 다툴 때가 백화점에 옷 사러 갈 때였습니다.
아내는 제 옷을 사고자 했고 저는 아내의 옷을 사주고자 항상 옥신각신하였지요.
(그때마다 늘 제가 지고 말았고 아직까지 옷 한 벌 제대로 사주지 못한 못난 저입니다.)
그러했던 행복이 IMF 후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자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가끔 아내의 불평 섞인 가벼운 말에도 속 좁은 저는 그 말이 비수처럼 들렸습니다.
참지 못한 저는 언성을 높이게 되고 아내 역시 응얼진 가슴을 토했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위로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습니다.
한 번의 다툼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곤궁한 살림보다 부부간의 사랑이 더욱 피폐하게 말라감을 느끼면서
부끄럽고도 못난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툼의 원인 제공자는 나였는데, 내가 무엇을 그리 잘 해주었다고...
아내가 순응하던 때는 전혀 다투질 않았음을 상기하며 이제는 내가 순응키로 하고
부닥칠라치면 일부러 피했습니다.
아니면 지든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고 왜 다투었는지조차 모르는 쓴웃음만 나옵니다.
2년 전, 장인어른 돌아가셨을 때 다시 한 번 굳게 다짐을 하였습니다.
("장인 어른, 집사람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부부싸움, 살아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겪는 일이겠지요.
그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순간적인 감정으로 대응하지 말고 한 호흡 멈추시기 바랍니다.
누구 한 사람만 참으면, 그냥 져 주면 결코 다툴 일이 없습니다.
횐님들, 까짓것 우리 남자들이 집시다.
이기는 것은 밖에서 이기고 안에서는 지고 삽시다.
혹여, 밖에서도 못 이기는 스트레스는 붕어와의 만남에서 풉시다.
그러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반드시 이기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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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입가에 웃음과 함께 그분들의 행복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고도의 염장임을 알면서도 결코 배아프지 않는...
야근 마치고 이제 퇴근합니다.
횐님들, 오늘 밤은 소리 없이 다투는 행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