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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의 유래(어떤 장애인의삶) 2부

안동어뱅이 IP : 56743f8818d4d2c 날짜 : 조회 : 5557 본문+댓글추천 : 0

2부
약봉댁은 찹쌀에 대추와 밤, 계피를 넣어 밥을 만들어 팔았다.
또 온갖 약초와 국화를 넣어 빚은 술을 만들어 팔았다. 각종 과자를 만들어 술안주로 팔았다. 장님 특유의 손 감각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었으니 맛이 너무나 좋아, 문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순식간에 장안에 소문이 났다.
저녁때가 되면, "오늘은 약봉댁에 가서 약봉댁 술에다 약봉댁 과자를 안주로 해서 한잔하고, 약봉댁 밥을 먹으러 가세."하는 것이 인사가 되었다.
그러나, 음식값이 꽤나 비싸서 보통사람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내고 내노라
하는 부자나 양반들이 먹을 수 있어, 약봉댁을 다녀 간 사람을 자랑을 하였고 약봉댁에서 음식을 먹어 보는 것이 소원이 되었다.
약봉댁 밥은 약밥으로, 약봉댁 술은 약주로, 약봉댁 과자는 약과로 불리게 되었으니, 오늘 날 약밥, 약주, 약과의 원조가 되는 것이다.
술을 높여서 부를 때 약주라 부르는 것으로 보아 당시의 인기가 어떠했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약봉댁은 아들딸을 낳아 행복하게 살았으며, 많은 돈을 모았으므로 새로이 집을 지어야 했다. 풍수를 불러다 북한산 아래 명당 터를 잡았다.
집터가 넓어 터파기만 하는데 두 달이 걸리며 많은 돈이 든다고 했다.
빨리 집을 지어야 하는데 터파기로 세월을 보낼 수가 없다. 약봉댁이 남편과 아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집 지을 산자락에다가 터파기 할 돈을 몰래 묻어 두시오."
영문을 모르는 남편과 아들이 약봉댁의 말대로 밤새 몰래 돈을 묻어 두었다.
다음날 동네에 소문을 내기를 "약봉댁의 집터를 파면 돈이 나온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앞 다투어 삽과 괭이를 들고 집터를 파니 돈이 나오는 것이다. 구름 같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어 땅을 파니 돈이 나오고, 돈이 나올 때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이틀만에 산 하나가 허물어지고 말았다. 약봉댁이 말했다.
"이제 캘 만큼 캤으니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땅을 좀 고루어 주시오."
모든 사람들이 축대까지 쌓아 집터를 말끔히 정리해 주었다.
이틀만에 집터를 다듬고 많은 사람들의 칭찬을 받았으니 약봉댁의 지혜는 실로 감탄 할 만하다.

약봉댁은 집 지을 도목수인 아들의 친구를 불러 놓고 술을 권하며 말했다.
"이 집은 정승이 나올 명당이므로 집을 지을 때 한치의 어긋남이 없어야 하네. 또 모든 일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하므로 매사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아니 되네."
아들의 친구인 도목수는 머리를 조아리며 맹세를 했다.

집을 지을 때 약봉댁은 맛있는 약밥과 약과와 약주를 들고 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맛있고 값비싼 음식을 먹은 일꾼들이 열심히 일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집 짓는 구경을 하러 왔다. 약봉댁은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도 음식을 나누어주었다.
길가의 집은 오래 짓는다는 말이 있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들기 때문이다. 약봉댁 집 짓는 구경을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여보게, 저기 주춧돌이 삐딱하니 바로 세우게.'
'기둥은 이쪽으로 기울었네'
'대패질은 말끔하게 해야지.'
모두가 공사감독이고 모두가 주인이다. 일꾼들이 조금만 소홀하면 호통을 치고 게으름을 피우면 모든 사람들이 나무란다.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약봉댁 집터에 와서 음식을 얻어먹고 집 짓는 구경을 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그렇게 구경만 하는 것이 미안했던지 스스로 거들기 시작하고 자기 집을 짓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도왔다.
그래서 집은 생각보다 빨리 지을 수 있었다.

---3부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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