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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숙 비가 (悲歌)

은둔자2 IP : d00c11d0da25bc4 날짜 : 조회 : 2416 본문+댓글추천 : 0

이제 남은건 눈망울 초롱 초롱한 두아이들을 데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아내가 기거할 보증금 1600만원 짜리 임대아파트 하나
그마저도 빚 청산을 하고나면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었으니
결국 집을 떠나 시골 작은 읍내에 일거리를 얻을수밖에 없었다

폭설이 사흘동안 한번도 쉬지않고 내리던 어느밤
한푼이 절실했던 그가 선택할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른 사람들이 퇴근한 시각을 넘겨서라도 더 일을 하는것 뿐이었다
돼지고기 한근만 먹어도 흔들거리는 다리에 기운을 보탤덴데 ..
지금은 추억이라 기억하지만 그당시 하루 두끼를 먹어가며 돼지고기 한근이 얼마나 절실했던지 ..
회사앞 식육점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직원들 옆으로 다가서지도 못하고
주머니에 깊숙히 손을 짚어 넣은채 말없이 돌아서 버리던 그때 ...

빙판진 고개를 넘어 출장을 가야하는데
늦은밤 아무도 나서질 않아 그일들을 도맡아 할수 있었다
별사탕만 요란하게 형형색색으로 들어있지만 장난감 모양 케이스 때문에
아이에게 사 안겼다가 눈물이 나도록 타박을 받고 울던 아내
내 아이에게 고깟 과자하나도 못 사주냐던 아내
가진돈 다 잃었지만 다시 일어서려면 내 가족 지켜내려면 어떤일이든 해야만 했다

하얗게 얼어버린 산고개를 넘고나니 운전대를 어찌나 세게 잡았는지
어깨가 아플 지경이다
겨우 고개를 벗어나니 약간의 내리막길이지만 소읍의 시내가 보이고
조금만 더가면 출장지인데 ..
방심했을까

약간 발끝에 힘을 줘 악셀의 강약을 조절한것뿐인데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리막길을 미끌려가는 자동차
그리고 삼거리 가로등 보호대에 쾅 ... 소리가 나도록 부딪혀 버린다
폭설로 렉카차도 움직이지 못하고 다시 넘어갈 차도 .택시도 없어
난감한데 사각 박스간판에 희미해진 전등이 "여인숙"을 간신히 알리고 있다

방값을 지불하고 들어가 방안을 휘둘러 보고 있는데
노란 주전자에 보푸라기 일은 푸라스틱 물잔을 쟁반에 받쳐든 무표정한 여주인이
물어온다
불러줄까요 ?
아니요 ... 괜챦습니다

구들장에 시멘트를 얇게 바른듯 연탄보일러 호스에 물끓는 소리가 요란하다
내것이 아닌 낯설은 이불을 몸에 묻히고 누웠는데
별사탕 사먹었다 다투는 엄마 아빠에 눈치만 보던 아들녀석 생각이나
그만 눈두덩이 붉어지고 만다

밤새 폭설이 쏟아붓고
연탄가스 냄세와 보일러 끓는소리로 지새운 여인숙의 밤


그 세월이 벌써 15년전의 추억이네요
의지할곳 하나 없었던 . 아니 의지하지 않고 버텼던 그때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행복도 없었겠지요
그때 아들의 초롱초롱한 눈이 없었다면 가족의 소중함도 몰랐었겠지요

고난이 슬픈것만은 아니랍니다
지나와 보니 그렇더군요
밥알을 목안으로 눈물과 함께 삼켜봤으니 삶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거겠지요
혹 힘들어 하는 가장이시라면 지금의 고난을 너무 불행히만 여기시진 마십시요
언젠가 웃을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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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까까요 11-12-14 13:26 IP : d17d71d5587f0d2
만만치 않은게 우리네 삶 이지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어느 누가 편한 삶 만 누리고 살겠습니까...

힘든 역경 지나고나면 또다른 힘든길 나올수도 있는게 우리네 세상살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도 저는 어깨에 무거운짐 조금만 들고저 하루하루 긴장된 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발뒷굼치 치켜들고 빠른 걸음을 걷습니다...

언젠가는 뒷굼치 내려놓아 편한걸음 걷기위해서...오늘도 그렇게 가쁜숨을 몰아 쉽니다...


우리모두 힘차게 ....열심히 살아보입시더....

친구의삶이 가슴속 한켠에 여운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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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ngkk707 11-12-14 13:32 IP : 0ec18670c0a7180
부끄러운일이지만 백수시절에 안동댐장박라며 잉어향어팔아 살림보탠적잇읍니다.
비닐에냄새안나게 꽁꽁묶어비료푸대넣어 향어횟집들고가면 손에쥐는몇마넌....아직애엄마도모르는 저만의비밀입니다.
그땐붕어는안쳐줬지욯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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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터미박 11-12-14 13:52 IP : 66a7ea8e61f9e39
IMF 사태난지도 어언 15년이 흘렀군요..

당시엔 다행히 총각시절이라 가장으로서 어려움은 없었지만,
부모님꼐서 큰 위기에 몰린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그 큰 빛을 언제 갚을지 막막했고
조금의 희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꼐서는 내외간에 손잡고 아파트에서 투신할려고도 했습니다 ..

가족들과 눈물로 허심탄외한 대화를 나누고 이빨을 꺠물었습니다 ..


포기하지 않고 부모님과 두 동생까지 합심하여 열심히 살다보니
3년만에 빛 다갚고 저축까지 하게 되더군요..

지금은 부모님 취미가 여행 입니다 ㅎㅎ


지금 이시간에도 삶을 포기하고 돌아오지 못할길로 떠난 분들도 있을것 입니다
단 한가닥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고 삶을 포기 하지만
분명, 희망은 찾아올거라 확신 합니다

`그 어떠한 고통도 시간이 해결해준다~ ...

정말이지 진실한 명언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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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치부대병장 11-12-14 14:12 IP : ab8f64807ee65f6
짠합니다.....

출장을 자주가게 되는데....

요즈음은 "불러드릴까요? 도 없고.....

아예 TV켜면 안내가 나오더만요.......

부산가면 꼭 태종대에서 묵는데........아침바다 전경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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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붕어 11-12-14 15:44 IP : 578f871605895bc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식농사까지도 잘 지어놓으셨으니

과연 둔자님의 능력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그것이 알고싶다ㅎ

환절기에 감기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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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낚시왕 11-12-14 16:03 IP : 681a95731a6fd9f
그져 대단하시단 말밖에는 ..

말 그대로 자수성가 하신거네요 ~ ^^

전 아직 한참멀었네여 ~ 에휴 ~~ 울 엄니 말데로 고생을 들해서 그런가 ㅡㅡ;;

언제 정신챙겨서 제대로 일을할지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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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비늘 11-12-14 16:11 IP : 577ef06216b2d15
지금의 아름다운 제수씨랑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밥 안묵어도 배부르쥬?^^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어른들의 말씀....딱 맞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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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붕어 11-12-14 16:32 IP : e2a93e5d549acf3
짠한 이야기속에 그실체를 찿다보믄

내 발꾸락도 보이고 남자.가장이라는 무게가

한없이 무거워 하신분들이 많어리라 봅니다

길지도 짧지도 안은 인생하나.부모님과 가족들.

형제 자매. 모두가 행복해 지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지요..둔자네 참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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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이빨 11-12-14 16:41 IP : 08af07099763ea4
뎃글 달기도 부끄럽읍니다,

그만큼 노력하지 못했기에,,,

젊었을적 은둔자님 얼어붙은 손이

이제는 따뜻한 온기로 가족과

함께 행복누리는가 봅니다.

가내 평안하심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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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울림 11-12-14 18:10 IP : e74e14ac074b53c
어려운역경을이겨낸만큼 인생의자신감이

한결더 늘어나겠지요,

앞으로는 좋은일만가득하도록 만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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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와춤을 11-12-14 18:29 IP : 7164958c9a24091
이글 보니 차라리 염장이 더 어울립니더.

날 울리지 마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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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빼로 11-12-14 22:17 IP : f25ec875c26e1f5
우울한 내 마음을 짠하게 만들어버리네유~

밑바닥까지 가본 사람은 두려울게 없습니다.

좋은 저녁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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