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이틀 남겨 놓고 낚시로 인연을 맺은 후배와 송년회를 겸해서 출조를 했습니다. 겨울 물낚시가 가능한 곳으로 매년 12월에 송년회를 겸해서 출조를 했던 충남 서산의 덕송지 풍차낚시터로 후배와 함께 낚시여행을 떠났습니다.
충남 서산 팔봉면에 위치한 덕송지 풍차낚시터입니다. 약 1만 평의 계곡형 저수지로 저수지 모양이 길쭉한 타원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침 많은 눈이 내려 저수지는 설국의 멋진 풍경을 연출해 줍니다. 눈 내린 낚시터의 풍경은 보기만 해도 낭만적입니다. 이번 출조에도 겨울 낭만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덕송지 풍차낚시터는 낚시터 이름처럼 풍차 모양의 좌대가 인상적인 곳입니다. 마치 네덜란드의 시골 풍차 마을을 연상시키는 곳인데요.
미대를 졸업한 지기님께서 좌대를 디자인하여 특허까지 출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 이국적인 풍경 때문인지 가족과 함께 출조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저는 매년 12월에 선배님들과 함께 이곳에서 송년회를 겸해서 낚시를 하곤 했습니다. 세 번 중에 두 번은 눈이 내렸을 정도로 겨울에 덕송지로 출조를 하면 설국의 풍경을 맞이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네요. 2017년 12월에 출조를 했을 때 찍었던 사진이 붕어삼국지 2월 호 표지로 선정이 되었던 적도 있습니다.
덕송지 풍경은 겨울뿐만 아니라 사계절이 모두 좋습니다.
2018년 가을인 10월에 사무실 선배님의 퇴직을 앞두고 함께 출조했을 때 찍었던 사진도 붕어삼국지 12월 호 표지를 장식했는데 그만큼 덕송지 풍경이 아름답다는 증거가 되겠죠. 특히 아침 물안개 핀 역광의 풍경이 아주 멋졌던 게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낚시터를 지키고 계시는 충무님께서 카트에 눈을 치우고 있네요. 이곳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낚시 짐을 카트에 실어서 좌대까지 옮겨 주기 때문에 무척 편리합니다.
난간이 있어서 카트가 물에 빠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각보다 좌대까지는 꽤 먼 거리입니다.
수상 좌대는 서로 등을 지고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제방 방향 쪽에서 본 풍경입니다. 좌측에 다리가 있는데 예전에는 저 다리를 건너 제방 쪽에서 사진을 찍곤 했는데 지금은 연결을 시켜 놓지 않아서 제방 쪽으로 갈 수가 없습니다. 겨울에는 안전상의 문제로 그렇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찍었던 사진인데 아침에 산책을 나온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이와 아침 햇살에 비추는 풍차 좌대의 풍경이 한 폭의 수채화 같아서 그 순간을 놓칠새라 연사로 찍었습니다.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는 제가 덕송지에서 찍었던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입니다. 다리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이번 출조에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없어서 조금은 아쉽긴 했습니다. 그때 찍었던 사진 몇 장 투척합니다.
늘 그랬듯이 오늘도 제방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수심이 깊은 14번 좌대로 입실합니다.
좌대 안에는 샤시 창문이 있고 대형 난로가 있어서 한겨울에도 춥지 않게 낚시할 수 있습니다. 난로에 들어가는 석유 한 통은 제공이 됩니다. 한 통이면 1박 2일 낚시에 충분합니다. 한 쪽 창문을 열고 낚시를 하면 되는데 사진에 보이는 자리에서 세 명 그리고 사진 뒤 쪽에서 한 명 총 네 명이 낚시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타일이 깔려있어 깨끗합니다. 플라스틱 의자도 여러 개 구비가 되어 있기에 낚시 의자를 가져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곳이 가족낚시터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가 수세식 화장실이 모든 좌대에 설치가 되어 있기 때문일 겁니다.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가족과 함께 출조하기를 갈망할 텐데 가족과 함께 출조하는 것이 힘든 가장 큰 이유가 화장실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여성분들은 화장실 문제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곳은 수세식 화장실에 세면대가 있으며 심지어 샤워기까지 있어서 온수가 나오기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할 수가 있습니다. 낚시터에서 샤워를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황제 낚시를 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저도 저녁에 자기 전과 아침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더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이곳에 싱크대가 있는 것을 보고 버려진 공간을 활용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싱크대가 들어가니 아주 훌륭한 공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싱크대와 정수기 그리고 커피 포트까지 있어서 편리한 주방 시설입니다. 싱크대에도 온수가 나와서 설겆이 하는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어런 시설이라면 낚시터라기 보다는 물 위에 떠 있는 수상 펜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싱크대는 12개 좌대 중에 4곳에만 설치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좌대 가격이 다릅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야외용 4인 식탁과 대형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커피자판기가 있습니다. 물론 커피는 무료로 맘껏 마실 수 있습니다.
식탁에 비닐 테이블보가 깔려 있고 여분의 비닐도 준비되어 있는 게 지기님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냉장고 옆에는 실내에서 신을 수 있는 슬리퍼도 갖추어져 있습니다.
방의 구조는 육각형의 형태로 4인 가족이 함께 지내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넓은 공간을 제공합니다. TV와 에어컨이 있으며 전기 패널 보일러로 인해 따뜻하게 잠을 잘 수가 있습니다.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침구가 있으며 창문에 블라인드가 있어서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잘 수도 있는데 낚시터에 와서 잠을 많이 자면 조과는 당연히 떨어지는 건 아시죠?ㅎㅎ
오늘 함께 이곳에서 송년회를 겸해서 낚시를 함께할 낚시 후배입니다. 올해 낚시로 인연을 맺게 된 후배인데 눈이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을 옆에서 봐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가 있네요. 아마도 낚시터에서 눈을 맞이하는 풍경이 생소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시설에서 낚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는데 마치 호텔에서 황제 낚시하는 것 같다고 하네요.
눈이 그친 후 눈이 녹기 전에 아름다운 설국의 풍경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 나갑니다. 평일이어서인지 예약한 손님들이 아직 좌대에 입실을 하지 않아서 썰렁해 보입니다.
저희 좌대에 설치된 낚싯대만 보이네요.
저는 이곳을 여러 번 찾았지만 오늘 이곳이 처음인 후배는 손맛을 봤으면 하는 게 제 마음인데 후배는 이런 풍경에서 낚시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하니 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누구라도 이런 풍경을 낚시터에서 맞이한다면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5시가 되니 벌써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해서 일찍 저녁 식사를 합니다. 이곳에 출조하는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캠낚하듯이 고기를 구워먹는 편인데 저희도 오늘 한우를 준비했습니다. 반찬이라고는 김치와 양파뿐인 조촐한 식탁이지만 낚시터에서 이 정도면 진수성찬입니다.
한우를 수제 도마에 올려놓으니 고급 음식점에서 나온 고기 같습니다. 얼마 전 수제 나무 도마에 필이 꽂혀서 도마를 네 개나 구매를 했는데 이 도마는 음식 플레이트용으로 사용하려고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주문을 했던 것인데 고기와 잘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한우 부채살입니다. 고기의 모양이 낙엽과 비슷해서 낙엽살이라고도 부릅니다. 은은하게 퍼진 마블링이 예술이네요.
한우 특수부위인 업진살입니다. 업진살을 참 좋아하는데 식감이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오늘은 후배와 낚시터에서 송년회 파티를 하는 거라 소주가 아닌 레드 와인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가을에 와인 샾에서 구매하면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낚시터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 마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날이 오늘이네요. 프랑스산 와인으로 가격도 적당하고 향과 맛이 아주 좋습니다. 레드 와인이 곁들여지니 송년회 느낌이 더 나는 것 같습니다.
한우는 숯불에 구워야 맛있지만 좌대에서는 숯불 피우는 것을 금지하기에 제주도 화산석 돌판에 굽습니다. 돌판을 달군 후 돼지 비계로 돌판을 닦으면서 기름을 내어 주면 소고기를 구워도 달라붙질 않습니다. 요즘 낚시터에서 고기를 굽게 될 때 구이바다를 사용하는 게 보편화 되어 있지만 좀 귀찮아도 돌판에 고기를 구우면 그 맛이 더 좋습니다. 돌판이 무겁기도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당연히 돌판에 구워야겠죠.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만 들어도 침이 넘어 갑니다. 너무 익히면 소고기는 질겨지니까 핏기만 없애고 바로 먹습니다.
후배와 함께 눈 내린 덕송지의 수상 펜션에서 둘만의 조촐한 송년 파티를 합니다. 오늘 이 순간이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의 책갈피 속에 차곡차곡 쌓이길 바라면서...
어느새 와인 한 병을 다 마셨네요. 분위기에 젖어서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마시다 보니 와인 한 병을 금방 비웠네요.
다른 좌대에서도 송년회 기분으로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녁을 먹고 밤낚시를 시작했지만 예보대로 강한 바람에 낚시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사진에는 잔잔하지만 초속 8m의 강풍에 도저히 낚시를 할 수가 없어서 낚시를 접고 준비해온 야식을 먹기로 합니다.
야식은 대방어회입니다. 수산시장에서 대방어회를 해체해서 판매하는 것을 방어의 배 주위 부분을 얘기해서 회로 떠 왔습니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후배이지만 그래도 안주가 좋으니 술 한잔 안 할 수가 없겠죠. 계룡산 철화분청 주병과 잔으로 한껏 분위기를 띄웁니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저는 가능한 낚시터에서도 도자기를 사용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만족을 위해서입니다. 계룡산 철화분청 도자기 접시에 방어회를 올려놓으니 이곳이 낚시터인지 일식집인지 구분이 가질 않습니다. 일본 아리따 도자기 축제 때 출장 가서 사온 간장 종지도 오늘 선을 보이네요. 후배와 함께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보니 겨울밤은 깊어만 갑니다.
덕송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총무님께서 퇴실하는 손님을 태우려고 카트를 끌고 오시네요.
항상 낚시라는 게 철수할 때는 아쉬움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에 아쉬운 마음을 잠시 접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침이 되니 어제 내린 눈이 많이 녹았습니다.
저희를 태우러 총무님께서 오시네요.
2021년의 마지막을 멋진 풍경 속에서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다시 찾아올 것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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