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되기 전에 연휴 동안 물가에서 지내려고 계획을 세우고는 어디가 좋을까 생각을 했더니 딱 한 군데가 떠오릅니다. 그곳은 올해 5월에 처음으로 출조한 이후 낚시터의 풍경에 빠져 마니아가 된 바로 충남 당진의 안국지입니다. 이번 출조는 조과보다는 휴식이 주 목적인 쉼 그 자체를 즐기기로 하고 추석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에 3박 4일 일정으로 안국지로 낚시여행을 떠났습니다.
안국지 관리사무소 겸 식당인 은봉산장입니다. 안국지가 은봉산 7부
능선에 위치해 있어서 이름을 은봉산장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마치 황토방처럼 실내에 고풍스러우면서도 향토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입니다. 음식이 맛있기로 낚시인들에게 입소문이 났는데 예전에 저도 이곳에서 제육백반을 먹었는데 집밥처럼 아주 맛깔스러웠습니다.
그때 먹었던 제육백반인데 불맛이 나는 게 반찬도 정갈합니다.
이번에는 캠낚을 즐기기 위해 이곳에서 식사는 하질 못했네요.
식당 바로 뒤에는 방갈로가 있습니다. 농촌형 민박시설로 허가를 받은 곳인데 마당에 테이블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숯불구이 해 먹으면서 추억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릴 대여비 2만 원을 지불하면 숯불까지 피워 줍니다.
실내는 원룸 형식으로 주방과 욕실이 있습니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가족과 함께 하룻밤 지내기에 불편함이 전혀 없습니다. 무엇보다 침구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욕실 또한 깨끗하며 온수가 나옵니다.
바로 옆에는 멋진 집이 들어서있는데 안국지 지기님의 집입니다. 탁 트인 창문으로 보이는 안국지 풍경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관리소 앞 주차장에는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습니다. 샤워실에도 온수가 나오기에 저는 안국지 출조 때면 여기서 씻곤 합니다.
안국지는 캠낚하기 좋은 곳이라 많은 분들이 노지에서 낚시를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음식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단 숯불을 피우는 것은 안 되며 야간에 등을 켜는 것도 다른 조사에게 방해가 되기에 어둡기 전에 저녁 식사를 마쳐야 합니다. 관리소 앞 정자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라도 편하게 가지고 온 음식을 먹을 수가 있습니다.
안골지 단골 조사님도 오늘은 이곳에 주방을 펼치고 캠낚을 즐기시더군요. 정자에 앉아서 음식을 먹으면 마치 소풍나온 기분일 거 같습니다.
안국지 지킴이인 쿠키입니다. 맹인 안내견인 레브라도 리트리버인데
올해 다섯살입니다. 워낙 순둥이여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데 특히 아이들이 가까이에 있을 때는 아이들이 놀랄까봐 앉아서 가만히 있는다고 합니다. 정말 사람 말을 잘 알아듣는데 이제 저들 몇 번 봤다고 꼬리를
흔들면서 반겨줍니다.
추석 연휴 시작이라 아직은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호젓하게 낚시를 즐기기에는 좋습니다.
나홀로 집을 짓고 사색의 시간을 갖고 계신 조사님의 표정이 평온해보입니다.
제방에서는 한가로이 텐트를 치고 독조를 즐기는 분도 계시네요.
아방궁을 제대로 설치한 것 같으신데 안국지의 매력에 빠지셔서
계획보다 1박을 더 하셨습니다.
핫 포인트 중의 한 곳인 무넘이에는 역시 조사님이 계십니다.
안국지는 저수지를 끼고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포인트 근처에 이런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옵니다. 주차하고 바로 밑에서 낚시를 하면 되기에 아주 편합니다.
제가 안국지에서 가장 선호하는 자리입니다. 바로 옆에는 졸졸졸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르고 바로 옆에서 텐트 치고 캠낚하기 좋은 장소이기에 자리가 비면 조과에 상관없이 이곳에서 낚시를 합니다.
바로 뒤에는 전기를 쓸 수 있는 배전함이 있어서 전기 장판 같은 것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국지 곳곳에 설치가 되어 있어서 편리합니다. 하지만 전기가 많이 소비되는 전열기구 등은 사용을 금합니다. 물론 사용료는
무료입니다.
안국지는 잔교나 좌대 같은 시설물이 전혀 없이 자연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입니다. 시설한 것이라고는 받침대를 설치할 수 있는 것만 되어 있습니다. 시설물 없이 20년 이상 그대로 보존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지기님이 얘기합니다.
해가 곧 질 거라 서둘러 대를 편성합니다. 안국지는 다대 편성은 가능하나 거리 제한은 있습니다. 옆에 낚시하는 분과 서로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찌를 세워야 합니다.
낚싯대 3대를 편성하고 있는데 해가 저물고 있네요.
은은한 노을이 물가에 내려앉습니다.
밤이 되면서 찌불을 밝혔습니다. 물 위에는 초록과 빨간 요정이 빛을
발하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 밝았습니다. 전날 새벽까지 잠을 못 자서 그런지 피곤해서 12시 전에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안국지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낚싯대에 이슬이 맺혔네요.
제가 가장 이 자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정면으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국지의 일출은 언제봐도 멋집니다.
낚시인이라면 누구나 아침장을 노리는 시간입니다. 저 역시도 평소에는 아침장을 보기 위해 열심히 낚시를 하겠지만 이런 풍경을 마주하면 낚시보다는 카메라를 먼저 집어들 게 됩니다. 붕어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지만 이런 풍경은 오늘이 아니면 못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저 이런 풍경에 대를 드리우고 있는 조사님은 눈앞의 풍경만 바라봐도 행복할 것입니다. 낚시인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됩니다.
제방 너머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아침 풍경을 사진기에 담으러 나섭니다.
마치 고요한 아침 호숫가의 풍경입니다.
다른 조사님들은 아침 잠에 빠지신 건지 어린 조사만이 아침장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멀리 고창에서 아버지와 함께 어릴 때부터 안국지로 출조를 하는 초등학생 조사입니다. 낚시춘추 취재 때 부자 사진을 찍어서 잡지에 실어주었는데 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안국지로 19년째 다니는 안국지 마니아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아버지는 방갈로에서 잠을 자고 있는 듯합니다.
멋진 포즈로 캐스팅을 하는 게 한두 번 낚시 다닌 솜씨가 아닙니다.
안국지에서 본인 기록이 38cm라고 전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풍경 속에서 어떤 생각을할지 궁금하네요.
안국지의 아침은 이런 멋진 반영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황홀합니다. 그저 풍경 속에 빠지게 됩니다.
관리소 앞에서도 열심히 아침장을 보고 계시네요.
제방에서 낚시하는 조사님에게 입질이 왔나 봅니다.
버드나무가 사진의 액자처럼 멋진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캠낚하기 좋은 이곳도 늘 인기있는 포인트입니다.
파라솔을 젖히고 아침 이슬을 맞으면서 찌를 바라보고 있는 조사님의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이런 멋진 풍경을 마주하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저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게 됩니다. 그 말은 "미치겠네"
사진을 찍고 오니 옆에서 낚시하던 분은 철수를 하고 다른 분이 새로
오셔서 낚시 준비를 하시네요.
추석 명절이 코앞이라 일찍 철수한 분들이 많으시네요.
멋진 아침 풍경을 만나고는 계속해서 낮에도 이런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 낚시인생에서 미끼를 달지 않고 빈바늘로 강태공이 된 느낌으로 낚시합니다. 도저히 낚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그저 풍경 속에
머물고 싶다는 마음 뿐입니다.
어느덧 풍경에 취하다 보니 점심 먹을 시간입니다. 제 자리 뒤에 본부석에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사치를 누려봅니다.
캠핑 낚시 기분도 내면서 말이죠.
출조 전에 지인이 추석 선물이라고 준 와인을 이곳에서 개봉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 칠레산 와인인데 정말 향도 좋고 맛있습니다.
안국지의 멋진 풍경 속에서 와인 한잔하니 하나도 부러울 게 없습니다.
이곳이 정녕 무릉도원이 아니겠습니까?
풍경에 취하고 와인에 취하니 더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낚시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찌를 거둬들이고 풍경만 바라봤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무렵 다시 사진기를 들고 산책하듯이 나섭니다.
무넘이 쪽에서 바라본 은은한 햇살에 비친 안국지의 풍경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지기님께서 뭔가를 줍고 계시길래 나중에 여쭈었더니 은행을 주우신 거라고 하시네요. 은행잎이 노랗게 단풍이 깃든 안국지의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군데군데 자리한 분들도 평온한 안국지의 분위기를 즐기고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방은 조과가 받쳐주기에 늘 인기있는 자리인데 오늘은 제방을 전세
내신 것 같습니다.
파란 수면에 비친 반영이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합니다.
제방 끄트머리에 차를 주차하고 산 밑 포인트에도 조사님들이 자리를
하셨네요.
어린 아이들과 함께 출조한 가족 출조객도 보입니다.
참 맑고 깨끗합니다.
빛의 방향이 변하면서 이런 수채화 같은 풍경에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건 행복입니다.
안국지의 밤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달이 휘영청 밝아서
헤드랜턴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안국지의 아침이 또 밝아옵니다.
어제와는 또다른 부드러운 톤의 아침 햇살입니다.
조사님들이 철수하기 전에 서둘러 조과를 확인하러 갑니다.
제방에서 낚시하신 분의 조과를 살펴 보겠습니다.
허리급 이상의 붕어로 손맛을 보셨네요.
체고 좋은 안국지 토종붕어입니다.
관리실 앞 포인트로 가 보겠습니다.
옥수수 미끼로만 낚시하신 분의 조과입니다. 역시 월척 이상급 붕어로만 낚으셨네요.
붕어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관리소 앞 포인트에 진지를 구축한 조사님의 조과는 어떠했을까요?
살림망에는 월척 이상급만 담겨 있습니다. 안국지는 나오면 월척은
기본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 안국지 출조 때 제 옆에서 후배 분과 두 분이 캠낚을 즐기셨던 분인데 역시 안국지 마니아답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큰 손맛을 보셨네요.
제 자리가 멀리 보이네요.
제방 맞은 편에서 낚시하신 분도 살림망이 묵직하네요.
허리급 붕어들로 살림망에 가득찼네요.
고창에서 온 부자는 방갈로에서 잠을 자는지 자리에 없어서 사장님과
함께 살림망만 확인을 했는데 가장 많은 조과를 올렸습니다.
역시 안국지 터줏대감다운 조과입니다.
산 밑 포인트에서 낚시하신 분도 허리급 붕어를 낚으셨네요.
낱마리여도 월척급 이상입니다.
바로 옆에서 낚시하신 분은 사진 촬영은 사양하셔서 살림망만 찍었는데 사짜 떡붕어 한 마리도 있습니다. 안국지에는 이런 자생 사짜 떡붕어도
간간히 나온다고 합니다.
저의 조과입니다. 마릿수 조과는 올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월척은
만났습니다. 조과보다는 멋진 풍경을 낚을 수 있었기에
전혀 서운하지는 않습니다.
제 낚시인생에서 처음으로 빈 바늘 낚시를 경험하면서 또 한 편의 추억을 만든 것 같습니다. 추억의 책갈피 속에 차곡차곡 쌓일 거 같습니다.
금방 끝날 거 같던 코로나가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 일수록 휴식이 필요합니다.
제 낚시 인생에서 가장 긴 3박 4일 장박낚시를
안국지에서 하면서
쉼이란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고 왔습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안국지의 모습은 어떨지가 사뭇 기대됩니다.
그때 다시 찾아올 것을 기약하며
안국지를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