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주말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가 온다.' 는 남지심님의 말이 생각난다.
'비가 오고 나면 계절이 바뀐다.' 는 말이 더 좋을 듯하다.
봄비가 오면 파릇파릇 새싹이 나지만, 가을비가 오고 나면 우수수 낙엽이 지면서 찬바람이 불어와 겨울이 창 앞을 가로막고 선다.
10월의 마지막 주말도 훌쩍 지나갔다.
주말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높은 산에는 눈이 내렸다는 소식도 있고...
설악에 단풍이 곱다는 것도, 내장산이 단풍으로 불타고 있다는 것도, 화왕산 억새꽃도 가지산의 억새꽃도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도 방송을 통하여 잘 알고 있다.
그런 소식이나마 전해주고 화면으로 보여주는 방송국이 고맙다.
수초가 싹아 내리는 저수지에서 월척들이 겨울나기를 위하여 마지막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지만, 생활에 시간을 빼앗긴 월급쟁이들은 마음대로 휴가를 가기도 힘들고 주말을 기다리건만, 주말이면 왜 그렇게 날씨마저 음산한지 조급한 마음을 더욱 움츠리게 한다.
찬바람에 언 손을 호호 불면서 바람에 날리는 낚시대를 움켜잡고 마지막 몸부림을 쳐보건만 찌는 물위에 얼어붙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 길가엔 코스모스도 겨울 준비를 끝낸 듯 처량한 모습으로 가을 바람을 맞고 있다.
철모르게 시작한 낚시가 평생에 버리지 못하는 악연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언제나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틈만 나면 물가로 달려가는 정성이 갸륵해서인지 올해도 토종 4마리, 떡 3마리의 월척을 잡았으나 해마다 10여수의 월척에 미달되는 터라 마지막으로 몸부림을 치고 싶다.
그냥 자연이 좋아서 물가로 간다는 핑계를 대지만 마음은 언제나 시원한 찌 올림과 울컥거리는 대물의 몸부림, 북북 울어대는 낚시대 소리와 핑핑 거리는 낚시줄의 피아노 소리를 그리워하지 않았던가?
낚시가 먹고살아야 하는 직업이라면 얼마나 지겨울까?
마음놓고 낚시를 다닐 수 있다면 마냥 행복할까? 아니다!
이리저리 눈치보고 마음 조이며 달려간 저수지에서 몇 번의 출조 끝에 한 마리 올리는 월척의 동그란 눈동자와 큼지막한 입이기에 더욱 그리워지는 것이다. 희소가치라는 걸일까, 세월이 지남에 토종월척이 귀해지고 그래서 더욱 값진 것일 것이다.
그리운 님은 가까운 듯 멀리 있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이 더욱 우리를 안타깝게 만들고 그래서 더욱 더 기를 쓰고 달려가는 것이 낚시인들의 마음이리라.
가을이 꼬리를 보이고 간다.
이런 날은 바이올린의 소리라도 듣고싶다.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피아노 3중주라도 듣고 싶다.
'굵고 짧게 살아라 한다. 정말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러나, 발아래 부서지는 낙엽소리를 듣는 가을이 되면 끈덕지도록 오래 살고 싶다.'
그래야 [입 큰 붕어]를 또 만나지....
---2002.10.28 어뱅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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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해 살고~'를 말씀 하십니까?
감성이 변치 않으심에 존경과 부러움을 동시에 가져 봅니다.
이왕 마음 다잡아 잡수신김에 사구팔 한번 땡기시길 빌겠습니다.
11월 한달 정도의 기회가 있습니다.
마지막 정열을 물가에서 태웁시다.
11월 4일부터 휴가를 내서 남도로 떠납니다.
사구팔이나 감성돔도 노릴 겸...
납자리님!
언제 다시 물가에서 한번 만납시다.
사구팔이 아니면 월척이라도 잡아야지요.
부럽습니다.
안전하고 멋진 여행이 되시기를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