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의 일로 기억됩니다.
그 아이는 늘 뒷자리에서 말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지각도 밥 먹듯 하고, 가끔 결석도 하는 모범생은 아니었습니다.
여자 아이였는데, 남자 친구는 물론 여자 친구와도 잘 어울리지 않았고 늘 혼자였죠.
꾀죄죄한 모습의 그 친구는 눈망울은 매우 깊어 보였습니다.
어느날 평소와는 달리 머리에 보자기를 쓰고 학교에 왔습니다.
장난끼는 별로 없었던 저였는데 그날따라 아무 생각없이 호기심에 그 친구 보자기를
훌쩍 벗기고 말았죠. 순간 나는 깜짝 놀랐고 다른 아이들은 고함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짧은 스포츠 머리형으로 컷트한 선머슴아 모습이었습니다.
…………………………………
며칠 후 그 친구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들리는 얘기가 어린 저의 가슴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찢어지는 가난때문에 머리카락을 잘라 팔았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
지각하는 것도, 수업 마치자마자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곧바로 집으로 가는 것도,
간간이 결석하는 것도, 이유는 생활고와 병든 아버지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철들 무렵 문득 그 친구가 생각났고 부끄러움에 고개숙인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는 초등학교 앨범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그 친구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를 아들에게 들려 주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한 행동이 평생 후회됨을, 애비와 같은 잘못을 경계하라 했습니다.
5학년인가 6학년 때의 일로 생각이 납니다.
덩치가 또래 친구와는 제법 큰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한 쪽 눈이
의안(義眼)을 하고 있어서 모든 반 아이들이 그 친구에게 가까이 가지를 않았습니다.
측은한 생각이었는지 어떤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그친구 곁에 제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둘이 장난치다가 그 친구가 제 연필을 부러뜨려 버렸습니다.
저는 물어달라고 으름장을 놓았고 그 친구는 그 다음날 새연필을 사서 왔습니다.
그리고 새연필을 주면서 저에게 자기 집에 놀러가자고 하더군요.
쫄망쫄망 그 친구 뒤를 따라 간 곳은 빈민촌으로 보이는 허름한 판잣집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하나 밖에 없는 친구를 자기 어머님께 자랑하고 싶어
절 데리고 갔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반갑게 맞아 주시면서
"그래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놀아라."
그리고는
"ㅇㅇ야 어제 그 친구한테 연필 잘 갖다 줬냐?"
그 말에 전 깜짝 놀라며, 얼굴을 들 수 없었고 무작정 숨고 싶었습니다.
40여년이 지난 얘기지만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에 남는 것은
철없는 어린 나이라고 하기에는 스스로의 행동에
너무나도 부끄러운 추억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두 친구를 만나면 정말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습니다.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두 친구의 행복한 삶 또한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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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또한 도리켜보면 부끄럽고 숨어버리고싶은 그런 추억들이 있습니다.
아련한 추억속에 그 친구들의 변한모습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하면서...
너무 자책하실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어릴적 철 없을때의 추억으로 가슴에 고이 뭍어놓으셔도 될듯...
저도 지난 일들에 왜 이렇게 부끄러운 생각이 들까요...
마음이드네요
선배님글은 진짜 편안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지나간 일인데...
행복하게 살고 있을겁니다 지금에 충실하게...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요
아마 두 친구분 어디선가 행복한 삶을
살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어린시절....아름다운 추억에
일부라 여기시고^^~
가슴에 오래두고 부끄러워 하시거나
반성 하실일은 아닌듯 합니다
저도 어린시절이 생각나네요...
기분 좋은 날 되세요
제 곁에도 늘 아부지와함께님이 계신 것 같아 늘 포근하네요.
꼭 보고 싶은 분이세요.
들은 아드님은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요?
아마도 제 짐작인데 아무말 못했을것
같습니다^^~
행복한 하루보내세요^^~
따뜻하신 댓글에 참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좋은 일보다 안 좋았던 일들이 가슴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더군요.
잘했든 기억보다 잘못했든 기억이 더 생생하고 오래 가더군요.
자성(自省)하면서,
남에게 상처주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끄러운 추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전에 정신과 전문가 말씀하시길
사람은 누구나 좋은기억보다 아프고 충격적인 기억을 더 많이 생각한다는...
아부지와함께님 좋은 일을 더 많이 하셨을듯한 성품이십니다^^
누구나 부끄러운 일을 하면서 사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그런일이라면
초등학교 다닐때 하루에 1건씩 했습니다 ~^^
현재가 중요하고 미래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