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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곤의 별난 낚시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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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곤의 별난 낚시기행
붕어낚시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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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행 할 세 아가씨를 만난 '진주'




장마가 끝나면서 연일 살인적인 찜통더위가 계속된다.
이런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는 일을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살인적인 더위를 피하기에는 물가에 안성맞춤이다.
물가 가운데서도 바다가 좋겠지만 피서철 바다를 찾는다는 것은 화약을 지고
불로 뛰어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진양호를 찾았다가


바가지 요금에, 불친절에, 아수라장에 가까운 무질서, 게다가 오고 가는 길의 도로 정체까지 겪다보면 전신에서는 열이 오른다. 더위를 식히려 온 건지 자진해 열 받으러 온 건지 구별을 할 수 없게 된다. 바닷가에서 겪어야 할 짜증을 피하려면 역시 내수면이 좋다.

여름철 즐겨 찾는 내수면 가운데 하나가 진양호 주변 계류다. 진양호는 물보다 고기가 많다는 말아 나올 만치 어자원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꾼은 없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진양호는 상수원보호지역으로 낚시와 어로행위가 금지되어 있다.

진양호는 처음부터 낚시가 금지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진양호에 낚시금지조치가 내려진 배경에는 낚시꾼에게 책임이 많다. 어떤 의미에서는 책임의 전부가 낚시꾼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다 갯바위건 민물이건 처음 가는 낚시터에서 고기가 잘 낚이는 자리를 찾으려면 라면 봉지 음식 찌꺼기 등, 예컨대 현지 주민의 생활 쓰레기가 아닌 낚시꾼들이 발생시키는 레저용 쓰레기가 가장 많이 늘려 있는 곳을 찾으라는 말이 있다.

이런 명언(?)이 생겨나게 된 배경은 낚시 동호인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누워 침 뱉기는 이 정도 해두자.

담수가 시작되고 새로운 낚시터가 되면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낚시꾼이 마구잡이로 퍼부어 넣은 밑밥과 빈 페트병 음식 찌꺼기와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무허가 음식점 등에서 흘러나오는 생활 쓰레기로 진양호 주변 일대는 온통 쓰레기 집하장으로 변했다.

진양호는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지역 주민의 식수원이다. 식수원이 쓰레기 집하장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보고 행정 당국이 가만있을 리가 없고 가만있다면 그건 중요한 직무유기다. 진양호 오염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내려진 조치가 상수원보호구역지정과 어로행위금지다.

어로행위가 금지된 다음에도 진양호를 자주 찾았다. 숨어 들어가 낚시를 했다는 얘기는 절대로 아니다. 진양호 자체는 어로행위가 금지되어 있지만 댐 상류나 지류에까지 금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즐겨 찾는 곳은 지리산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진양호 들어가는 산청군 시천면 지역에 있는 계류지역이다. 여름철에는 쏘가리와 은어가 선을 보이는 곳이다. 은어나 쏘가리 구경을 못해도 떼 묻지 않은 자연 속에 몸을 던져 놓고 있는 것 하나만으로도 도시에서 찌른 마음의 떼를 깨끗이 씻을 수 있어 좋다.

3년만에 시천면 계류를 찾았다. 들어가는 순간 실망이 앞선다. 계류 주변은 피서객들이 쳐놓은 텐트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다. 실망이 앞섰지만 자연경관이나 계류란 낚시꾼만 즐기라는 특권이 주어진 곳이 아닌 이상 먼저와 자리 잡은 피서객을 원망할 수는 없다.

목적한 장소를 피서객에게 먼저 점령 당했다해서 그대로 차 머리를 돌려 돌아갈 수는 없다. 진주에 들러 하루 밤 놀고 다음 목적지를 생각해 보자는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젊음이 물결치는 교육도시


진주는 1926년 도청이 부산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경상남도 도청 소재지였고, 조선조 말기까지 경상남도를 다스리는 감영이 있던 곳이다. 개화가 되고 새로운 교육제도 생기면서 신식교육기관은 감영이 있는 지역부터 등장했다.

이 나라를 강점한 일제도 고등교육기관을 도청소재지에 먼저 설치했다. 도청이 떠난 다음 공주와 진주가 교육도시로 자리잡게 된 것도 그런 역사적인 배경 덕이다.

진주는 지금도 서부경남 교육중심지다 대학만도 여섯 개다. 진주 시내 인구가 34만이라고 한다. 인구 34만인 도시에 대학이 6개가 있다. 국립대학인 경상대학교만해도 학생 수가 1만 5,000명이라고 한다.

6개 대학 대학생 수가 줄잡아 6만 명은 넘어 설 것이라는 것이 현지 주민의 귀뜸이다. 진주 시내 주민 다섯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대학생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진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의 80% 전후가 지방 출신이라고 한다. 지방에서 와 있는 학생 수가 4만 5,000명에 가깝다는 계산을 해 볼 수가 있다.

4만 5,000명의 유학생이 숙식비 잡비 등으로 지출하는 돈을 한달 평균 80만원만 잡아도 4만 5,000명이면 360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다 현지 학생도 있다. 이들이 써는 돈도 만만치 않다.

학생과 군대는 공통점이 있다. 철저한 소비집단이라는 공통점이다. 인구의 1/5이 소비집단인 진주는 청년문화가 발달해 있다. 진주 최대의 번화가인 '차 없는 거리'에 나가보면 젊은이들 천지다. 업종도 패스트푸드 가게, 커피숍, 호프집, 패션 가게, 나이트 클럽 들뿐이다. 한마디로 오늘의 진주는 젊음이 물결치는 도시다.

숙소를 정하고 차를 세워 놓은 다음 카메라를 메고 '차 없는 거리' 라는 이름의 번화가를 향했다.


힙이 예쁜 아가씨


차 없는 거리 입구 건너편 보도를 걷는 사이 앞서가는 세 아가씨가 유난히 시선을 끈다. 시선을 끈 것은 정확히 말해 세 아가씨 가운데 한 아가씨의 육감적인 힙이었다. 몸에 찰싹 달라붙은 얇은 천의 여름용 슬랙스에 싸여 원형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는 아가씨의 힙은 아담하면서도 둥그스름한 원형이다.

슬랙스가 저토록 엉덩이 살에 찰싹 달라붙어 있으면 팬티 심 자국이 비칠 만도 한데 아무런 흔적이 없다. 노 팬티거나 아니면 티백형 팬티를 입었다는 뜻이다. 몸에 찰싹 달라붙는 슬랙스를 입으면서 노 팬티거나 티백형을 입는 정도의 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세련된 아가씨에 틀림없다.

육감적인 원형 힙을 감상하면서 같은 속도로 뒤를 따른다. 차 없는 거리로 들어서는 입구 횡단보도에 왔을 때 때 맞춰 신호가 적색이었다. 세 아가씨 옆에 나란히 서서 신호가 청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린다. 눈을 돌린다. 한 아가씨와 시선이 마주 친다. 카메라를 두 대씩이나 메고 있는 게 이상한지 다시 한번 바라본다. 이때다.

"말 좀 물어 볼까요?"

"?"

세 아가씨 모두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거부감은 나타내지 않는다.

"진주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로 가자면 어디로 가야 하지요?"

"건너편인데요."

우리가 서 있는 곳은 차 없는 거리가 환히 보이는 위치다.

"(상당히 무시하는 투로) 아니 저기가 진주에서 제일 번화가라고요?"

아가씨 얼굴에 순간적으로 자존심이 팍 상한다는 표정이 뚜렷이 떠오른다.

"듣기보다는 진주 되게 시골이네.(일부러 들으라는 혼자 중얼중얼)"

차 없는 거리가 진주 최고의 번화가라는 말을 한 아가씨가 엄청 자존심 상한 표정이다. 이어 자존심이 상해 못 참겠다는 듯이,

"여기는 입구라 그렇지 안으로 들어가 보면 좋아요."

"안으로 들어가 봐도 별 것 없을 것 같은데."

"(아이구 기가 막혀 미치겠다는 표정으로) 진주 너무 무시하네. 좋은지 안 좋은지 안으로 들어가 보고 얘기해야지요!(기가 막혀 죽겠네 하는 거친 숨소리까지)."

"그럼 언니들이 안내 좀 해 줘요?"

아가씨들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고 어쩔까 하는 침묵의 의논을 하는 사이 횡단보도 신호등이 청색으로 바뀐다. 아주 자연스럽게 나란히 걷게 되었다. 차 없는 거리에 들어섰다.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작전은 이 정도에서 끝나야 한다. 더 이상 자존심을 건드렸다가는,

"별 꼴이 반쪽이네."

하도는 휑하니 가 버릴 위험이 있다.

"여기는 서울에 뒤지지 않는데요."

"(아가씨, 그럼 그렇지 하는 환한 표정으로)직접 와 보면 달라요. 서울 일류 패션도 없는 게 없다고요."

과연 그랬다. 전국의 유명 브랜드 패션 스토어가 모두 몰려 있었다. 거리는 온통 젊은이로 뒤덮여 있다. 여자 65%에 남자 35%정도의 비율이다.

"언니들 데이트하러 가는 길인가?"

"그냥 나왔어요."

"그래. 그것 잘됐네. 진주가 처음인데 안내 좀 해주지."

"아저씨. 사진작가세요?"

카메라를 두 대나 멘 게 그렇게 보였나 보다.

"사진작가는 아니지만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어요."

"에이~. 사진작자 맞는 모양이다."

사진작가로 단정한 듯, 거짓말해도 소용없다는 말투다.

"지금 어디 가는 길이에요."

"친구들이 놀러와 차 없는 거리 구경시켜주러 나왔어요."

질문에 계속 대답하던 아가씨가 다른 두 아가씨의 눈치를 보며 답한다. 힙이 예쁜 아가씨와 또 다른 아가씨가 진주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한 아가씨야 어찌되었건 힙이 예쁜 아가씨가 진주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목적을 이룰 가능성이 그만치 높아진다. 절대로 놓치지 말고 따라 붙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진주 처음이라 동서남북도 몰라요. 어디 좋은 곳 있으면 안내해 줘요. 내가 한 잔 살게요."

직설적인 프로포즈에 세 아가씨가 한순간 망설이기는 했지만 거부반응은 나타내지 않는다. 이럴 때는 상대를 안심시켜야한다. 얼른 명함을 꺼내 건너며,

"나 수상한 사람 아니니 안심해요."

젊은 아가씨들에게 작가라는 명함은 이상하게도 효과를 나타낸다.

"어마! 작가시네요."

당장 호기심을 보인다. 상대가 호기심을 보인다는 것은 경계심을 풀었다는 뜻이고 경계심을 풀면 이제 일은 간단하다.


내일을 기대한다


20분 후 우리 넷은 차 없는 거리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바 '첼시'에 앉아 있었다. 첼시로 오는 사이 세 아가씨 이름도 알게되었다. 본명을 밝힐 수 없으니 지윤주, 한지현, 강정애 정도로 해 두기로 하자.

횡단보도에서 처음 말을 걸고 계속 대답을 한 아가씨가 지윤주고, 힙이 유난히 예쁜 아가씨가 한지현이다. 지윤주는 진주가 집이고 한지현과 강정애는 외지에서 놀러온 아가씨다. 세 아가씨는 경북에 있는 한 대학에 다니는 친구 사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강정애와 한지현이 지윤주가 사는 진주로 놀러 왔다.

"여름에는 바닷가로 가야지 내륙인 진주에는 왜 왔어?"

술자리가 시작되면서 말을 놓기로 했다. 그것이 친근감을 준다.

"여기서 만나 내일 바닷가로 놀려가기로 했어요."

한지현의 답이다.

"어디로 갈 거야?"

"부산으로 해서 동해안 가기로 했어요."

강정애가 답한다.

"남자 친구들은 당연히 구해 놨겠지?"

"그런 것 없어요."

"현지에서 찾으려는 거구나."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화를 내어도 좋은 수준의 질문이다. 그러나 화 대신,

"그런 나이 이미 지났어요."

한지현이 생글거리며 답한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인상에서 세 아가씨는 최소한 대학 3학년이 아니면 졸업학년이라는 느낌이다. 그 정도 나이면 같은 또래 사내가 시시해 지는 시기다.

"나도 내일 부산으로 갈 예정인데 태워 줄까?"

일단 내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부터 만들어 놓고 보자는 작전이다.

"부산 가세요?"

강정애가 묻는다. 묻는 강정애의 얼굴에도 듣고 있는 지윤주와 한지현의 얼굴에도 거부감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쯤 되면 맥이 통하고 희망적이다.

"부산으로 해서 동해안을 돌 예정이야. 부산까지 가 보고 내가 방해가 되거나 귀찮다 싶으면 거기서 헤어져도 좋고 아니면 기왕에 동해안을 돌 예정이니 같이 가도 좋고."

그럴 계획은 전혀 없었지만 승부수를 던진다. 승부수를 던져 놓고 답을 재촉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한다. 세 아가씨가 의논할 기회를 주자는 작전이다. 화장실에서 돌아와 아가씨들의 눈치를 살핀다. 합의가 되었다는 눈빛이다. 합의 내용은 함께 여행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게 눈에 보인다.

눈빛과 표정으로 답을 읽은 이상 더 이상 답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 이제부터는 즐겁게 술을 마시며 친밀감을 익혀 가는 것만 남았다. 내일부터 세 아가씨와 함께 할 여행이 기대된다.


사진 설명

1. 여름이면 찾는 진양호 상류 계류.

2. 진양호.

3. 교육의 도시답게 공원에는 독서에 빠진 젊음이 있다.

4. 진주의 상징 촉석루.

5. 의기 논개가 왜장을 안고 남강에 뛰어 들었다는 의암바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