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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사람 잡네.

IP : 15b869628fc66b4 날짜 : 조회 : 3313 본문+댓글추천 : 0

"성님! 이거 한번 던져 보이소." "이기 머꼬?" "옐로우 수파 라꼬..지깁니더." 후배가 건네 준 놈을 받아 던져 본다. "엥..뭐 이런기 있노. 그냥 나가네." "ㅎㅎ 성님! 쪼맨한 거 걸어도 손바닥을 탁탁 칩니더." 예전 서울 상경 후 간만에 찾은 고향의 물가. 참으로 많은게 바뀐 듯 했다. 그 중에 가장 큰 변화라면 고향에서 낚시 좀 한다는 사람은 모두 옐로우 수파로 대를 갈아탄 것이었다. 아니 낚시대 한 대에 돈이 얼만데 그걸로 칸수 별로 두대 세대씩이나.. 두어번 빌려서 낚시대 손 맛을 본 이후론 깊은 병에 들었다. 그동안의 있던 대는 모두 박달나무 같은 느낌이었고 같이 출조를 하면 대피기가 좀 창피(?)해졌다. 웬지 낚시 까지도 싫어지기 시작했다. 단무지만 봐도 옐로우수파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 와중 어느날 후배의 전화 "성님! 싸게 set로 나온게 있다는데 할라요?" "그--래..우쒸 낚시집에 이야기 해 봐라..내가 할란다." 그날로 그동안 피땀 흘려 모은 "전립선 펀드"를 해약을 했다. 죽였다. 이건 뭐 봉돌 잡고 있다 놓으면 인공지능이 있는지 구멍 구멍 찾아 다닌다. 4칸대가 애들 장난이다. 걸면 파르르 파르르 떨리는 느낌이 첫날밤 옷 벗길때 보다 더 짜릿 짜릿. 명검이 이제사 주인을 만났구나.내 이 놈들을 후대에 길이 물려 주리라. 최근 거금을 주고 좌대와 받침틀 하나를 장만 했다. 지난 주 고향의 첫날 밤 친구와의 동행 출조. 약간 으쓱해진 마음으로 좌대와 받침틀을 펼쳤다. 친구는 내 좌대와 받침틀을 보곤 "우와..직이네. 인자 니 하고 낚시 가모 늘 올려다 봐야겄다." "에이 그기 아이고 내 허리도 좀 부실하고 아는 사람 통해 억수로 싸게 장만 한기다." 횡설수설 변명을 했지만 죄를 지은 것처럼 갑자기 미안해졌다. 헤아리지 못한 자책감에 밤 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늘 농사일로 바쁘다 보니 비록 고향에 있지만 출조가 만만치 않고 겨우 겨우 짬낚으로 버티는 지금의 친구들에겐 요즘의 장비는 사치였고 과잉이었으리라..얼마나 내가 낯설었을꼬... 앞으로 고향 친구들과의 동행출조때에는 앞받침대와 뒤꽂이를 예전과 같이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10년 이상된 내 낚시대 더 열심히 닦으리라 생각해 본다. 에필로그) 나를 그토록 황홀하게 했던 옐로우 수파. 몇년을 사용후 부러진 절번을 교체 하러 낚시 가게를 갔다. 주인 왈 "손잡이 대와 중간 중간 제외하곤 모두 가짭니더." 그 순간에는 기분이 울컥했지만 아직도 난 그 수파대에 가장 애착이 간다. 물론 절번 사이 사이 가짜도 그대로고.. 나중 아들이 낚시를 좋아 한다면 아무 말하지 않고 그냥 물려 주려 생각 한다.

2등! IP : 2ba4d2aa252f00d
추억담긴 물건이 진짜가짜를 떠나 보물이지요~~~ 나중에 아드님도 좋아하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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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IP : b65f44dda51316e
이제꺼 잘사용하셨으면

어느고가대보다 좋은대입니다.ㅎㅎ

선배님배려..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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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b28b4f5ecf68c3
"나중 아들이 낚시를 좋아 한다면 아무 말하지 않고 그냥 물려 주려 생각한다"

이거슨....중간중간 짝퉁인게 뽀록났을때 쪽팔림을 면하기위한, 소풍님의 기술입니다. 에~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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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dc6c12a1bfdf843
어느 분들은 수파 노랭이라고 하더군요

예전부터 낚시 하시던 분들중에 아직도 한대정도씩은 가지고 다니시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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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ed49b148e620ffa
것봐요.
시골스럽게 생긴 분이 믄 좌대유? ^^*
다아 짐이래니까.
피러, 울산 살아유.
직접 갈 수도 있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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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6320d23e77739fb
담에 헬기를 하나 살려구요.
지중해 저편에서 헬기를 띄어놓고설랑 헬기 안에서 릴대를 튕겨 쇠고기 등심살로 범고래도 잡고, 향고래도 잡고, 또 하이니켄 맥주를 걸어두면 인어도 올라오고... 또...
아아니~ 그르니까 제 얘긴즉슨~ 사촌이 땅 사면 배가 마이 아프다 이런 말씀을 드리..
아아니~ 그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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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be0a1c2e9c3be95
"늘 농사일로 바쁘다 보니 비록 고향에 있지만 출조가 만만치 않고
겨우 겨우 짬낚으로 버티는 지금의 친구들에겐
요즘의 장비는 사치였고 과잉이었으리라..얼마나 내가 낯설었을꼬..."


이부분에서 감동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마음 씀씀이에 복받으실겁니다 ^^*


그친구들분들 마음이 제마음과 비슷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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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d9b023a419e395
" 나중 아들이 낚시를 좋아 한다면 아무 말하지 않고 그냥 물려 주려 생각 한다. "

가업 대물림~~~참좋은 생각 입니더~~ㅎㅎ

저도 물려 줘야 하긋네요~~다 짝퉁이라도~아무말 하지 않고~ㅎㅎ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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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56fe39472532715
음....
감동 받고 갑니다
소풍님 은근히 사람 감정을 자극한단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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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708f4714632cec7
소풍님! 그래두 물려주실때, 아들눔아 한티
야그 하심이......

난중에,아들눔아가...알구나서,받을 ....
정신적인 충격(?), 배신감(?) , 앞으로 맺어 나가야할 ,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악영향(?) ☞ ☞ ☞ ☞
☞ 사람을 믿지못함 ☜☜

을 ......고려 하심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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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5b869628fc66b4
어릴적 도회지 또래 친척들이 오면
늘 기가 죽었습니다.

소 먹이기,천렵만이 놀인 줄 알았는데
이상한 장난감이며 또 쏘세지, 과자등등

사투리를 쓴다는것도 이상하게 너무 창피 했고
장난감은 만지지도 않고 그저 지켜 보기만 햇었습니다.
쏘세지는..ㅎㅎ
싫어 한다 하며 먹지를 않았습니다.
먹어 봤어야 알지요. 벗길 줄도 모르는데..

그때의 그 소외감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요즘 물가를 가면 장비 전시장을 방불케 합니다.
캠핑카에다 좌대며 텐트며 받침틀에 낚시대까지 너무나 황홀합니다.

혹여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고부가가치의 "힐링"이
때때로 저수지 옆에서 농사 짓는 분에게나
정말 어렵고 힘들게 낚시를 하는 분들에겐
"킬링"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낚시를 논하기엔 아직 일천한 조력과 나이이지만
낚시가 가진 가장 원시적인 즐거움이 무었이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겠습니다.

저 부터 두 가지는 실천을 해 보려 합니다.

"정말 필요하지 않은 경우엔 약간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구매를 최대한 자제 한다."

"농번기에는 가급적 농사 짓는 부근으로의 출조는 최대한 자제한다."


어줍잖게 무거운 글 올려 죄송 합니다.
그냥 제 반성문이라 여겨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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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be0a1c2e9c3be95
저는 헝그리 오지낚시를 좋아하니까

둘다 포함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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