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병이 나서 잘못보고 귓병이 나서 잘못 들어 시도때도 없이 변하는 이 생각을 착각하여 그만, 누가 가래서 갔겠습니까. 누가 오래서 왔겠습니까. 그냥 미운 마음이 앞섰기에 십리도 못가 발병 날것을 염두에 두지 못했습니다. ‘미움 마음 떠나서는 좋아하는 마음도 없다’ 는 거룩한 말씀을 미처 숙지하지 못하여, 좋든 싫든 곱든 추하든, 눈병 없이 살아보고자 오늘에서야 오줄없는 걸음 청합니다. 넓은 마음으로 줏대없이 들락거리는 이 조졸을 용서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