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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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몬테. 11.

IP : 377736e0a346b9b 날짜 : 조회 : 5682 본문+댓글추천 : 11

집안은 누가 다 치웠는지 깨진 유리조각이나 핏자국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틀 만에 돌아온 공간이었지 만 긴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소파에 앉자마자 우리님이 내게 물었다. “좀 전 주소를 불러준 두 사람은 어떤 사람들이야? 두 사람이 유력한 용의자인 거야?”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왜 두 사람을 소재지를 파악해 달라고 했어. 낼 직접 만나겠다고 했잖아.” “내가 저지른 죄에 대해 용서를 구해야 한다면 두 사람에게 제일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해요.” “어떤 사람들인데 주소까지 외우고 있는 거야?” 그의 말대로 내 머릿속에 소희 그녀의 집 주소가 선명히 기억되어 있는지 내 자신도 알지 못했다. 십대후반의 시절 그녀에게 붙이지 못한 편지를 얼마나 많이 허던가? 한 번도 붙여보지 못한 편지였지만 그 봉투에 적던 그녀의 주소가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한성빌라. 교도소 출소 후 그 허름한 빌라 앞을 얼마나 헤맸던가? 그 문 앞에서 벨을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며 누르지 못했던가? 그 모든 기억들이 고스란히 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 두 여인을 만나게 되면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들을 만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을 괴롭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일었다. “내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사람들입니다.” 나는 고해성사를 하는 기분으로 우리님에게 두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통해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우리님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소희란 여자가 있었습니다. 고아원에서 나와 구두 닦기를 하던 열다섯 살부터 스무 살까지 내 전부였던 여인. 그 시절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습니다. 억압과 폭력에 굴복 당하던 고아원에서 벗어나 내 자유의 지에 의해 삶을 이끌어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나는 악한인간이 될 수도 있었고, 착한 인간이 될 수도 있었던 그때 그녀를 만났습니다. 아니 그녀를 보았습니다. 말 한 마디 조차 나눠보지 못했지만 매일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그녀를 바라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구두부스 앞을 지나는 그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 느낌과 설렘까지 모두다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고, 그녀와 키높이를 맞추기 위해 검정고시를 봤습니다. 구두닦이 고아소년과 그녀라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싫어서 대학에 들어가려고 밤새워 공부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매일 그녀와의 사랑을 꿈꾸고 행복한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내안에 선이 가득 차오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걸 내가 스스로 산산이 부셔 버렸습니다. 나란 인간은 원래부터 악한 인간이었습니다. 그런 선한 가면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을 견디지 못했던 겁니다. 아니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왜 그랬는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내 스스로 선과 악의 충돌과 혼란을 견디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그랬는지,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왜 내 삶을 그렇게 스스로 망가트려 버렸는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뭔지 모를 두려움에 가득차서 스스로 견디지 못한 겁니다. 행복이 찾아 왔는데 그 행복을 견뎌내질 못한 겁니다. 한 번도 사랑받아보지 못한 이에게 갑자기 사랑이 찾아 왔을 때,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 사랑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그 사랑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그것이 쉽게 내게서 사라져 버릴 거라는 두려움에 나는 거기서 도망치고 싶었던 것일 겁니다. “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머릿속엔 그 느낌들이 선명히 떠오르는데 그걸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그 느낌이 무엇인지 너무나 선명히 알겠는데, 말로 표현하기엔 모든 표현들이 정확하지가 않았다. “오년동안 그렇게 바라보기만 하던 그녀, 내 삶의 전부였던 그녀. 간절한 소망만이 존재할 뿐 절대로 나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 사랑이 현실로 다가 왔을 때 나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대입시험이 끝난 던 겨울,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에 그녀의 편지가 구두부스에 꽂혀 있는 걸 발견한 순간부터 하루 종일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마치 무거운 철근덩어리가 내 몸을 누르고 있는 것처럼 그녀의 편지가 나를 짓눌렀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말 한마디 나눠본적도 눈빛한번 제대로 마주처본 적이 없는 그녀가 내게 만나자는 편지를 보냈는지.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조차 모르겠어요. 왜 그 편지를 받고 그렇게 공포에 휩싸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날 밤 약속시간이 열두시가 다 되어서 약속장소로 갔어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아니 우리가 서로를 처음 인식하게 되었던 구두부스 앞 건물과 화단사이 은폐된 공간의 화단 난간에 작은 케이크가 놓여 있었어요. 내가 온 걸 발견하고 그녀는 성냥에 불을 켜서 촛불에 불을 붙였어요. 그런데 왜 내 머릿속에는 케이크가 놓인 위치에서 짓이겨지던 나방의 그 질감만이 가득했는지 모르겠어요. 왜 그 끔찍한 질감이 내 머릿속에 가득했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녀를 그 나방처럼 짓이겨 버렸어요. 갈망하고 또 갈망하던 그 사랑이 찾아 왔는데 왜 나는 그걸 견디지 못했을까요? 공포에 질린 그녀를 짓이겨 버리면서 나는 숨을 쉴 수가 있었어요. 그렇게 나는 스스로 내안의 선을 모두 파괴시켜 버렸어요. 그 길로 서울로 올라가서 폭주가 시작되었어요. 보이는 대로 짓밟아 버리고, 파괴시키고, 굴복시키고, 유린하고, 시간이 갈수록 더 잔인하게 변해갔어요. 마치 내 잔인성의 끝이 어디인지 확인이라도 해보려는 듯이 그렇게 변해 갔어요. 그런데……. 그런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내가 왜 그랬는지……. 왜 그녀의 사랑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님이 긴 숨을 내쉬었다. 그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내 어께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몬테. 나는 아직도 부족한가 봐. 몬테에게 말을 해주고 싶은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은데, 그걸 명확히 이끌어 낼 수가 없어. 소설을 몇 권이나 쓴 작가라고 하면서 아직도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그 느낌을 명확히 이끌어 낼 수가 없어.” 그는 한동안 말없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범인에게서 온 문자에서 뭔지 모를 느낌이 오는데 그걸 명확히 찾아낼 수가 없어. 자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꾸만 한 여인이 떠오르네. 무척이나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던 여인이었지. 이런 아른거리는 느낌을 한 줄로 명확히 규정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인이었네. 그 여인이라면 지금 자네가 느끼는 그 느낌을 한 줄로 쉽게 표현해 주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그게 되질 않네. 그것은 타고난 재능인가 봐.” 그는 말을 끝내고 긴 한숨을 뱉어냈다. 그의 한숨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그럼 다른 여인은 어떤 여인인가?” “이름도 모릅니다. 그저 그 미소만이 머릿속에 남아 있을 뿐입니다. 나를 그 악에서 구원해 준 여인입니다. 십년 전 한 여인을 겁탈했습니다. 집에 아이가 있는 줄 모르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는 여인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안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그 여인은 반항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동안 정신없이 내 욕정을 채우다 묘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더니 그 여인이 곁에서 잠에서 깨어난 아이의 손을 꽉 쥐고 아이에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미소가 내 스스로 걸어버린 최면에서 나를 깨어나게 했습니다. 악마에게 인간의 사랑을 보여준 것입니다. 인간이 인간에게 주는 그 뜨거운 사랑을 알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 미소를 본 순간부터, 내 죄악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내 삶은 지옥이 되어버렸습니다. 내가 저질러 버린 그 숫한 죄들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되면서 내 삶은 지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지옥에서 나를 구원해 준 것이 내 아내입니다. 그런 아내가 내 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겁니다. “ 아내의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나는 아내 없이는 살수 없었다. 그 지옥 같은 삶을 계속 이끌어 갈수가 없었다. 내 흐느낌을 지켜보던 우리님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죽으려고!” 우리님은 내 마음을 다 읽고 있었다. 내가 그 두 여인에게 속죄해야 한다는 말을 한 순간부터 내 마음을 다 읽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죽으려고! 죽으려니 그 두 여인이 걸린 거야? 왜 이렇게 자꾸만 나약해지는데. 왜 이렇게 나약해만 지는 거냐고?” “제가 죽어야 이 복수는 끝이 날거예요. 제가 죽지 않으면 이 복수는 끝나지 않을 거예요. 범인은 저에게 이틀 안에 내 목숨으로 속죄하라는 말은 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제 가족들을 모두 죽일 거예요.” 우리님도 그것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인지 내 말에 놀라는 기색이었다. “이틀 안에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에게 속죄 할 수 있겠어요. 이틀 안에 그럴 수 없다는 건 범인도 알거예요. 내 스스로 내 죄를 느끼고 내 생명을 끊으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한동안 우리님은 말이 없었다. 그가 깊은 생각에 젖어 추론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도 내 말이 맞는다는 것을 이미 느꼈을 것이다. 그 외에 다른 방향이 없다는 것을 그라면 분명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직 이틀이라는 시간이 있네. 만약 범인의 요구가 그것이라고 하더라도 이틀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 더 생각해 보세. 그것밖에 방법이 없겠는지 더 생각해 보세. 방법을 찾아보겠네. 내 모든 걸 걸고서라도 꼭 방법을 찾아보겠네.” “어떤 방법이요? 어떤 방법이 있는데요? 가족들을 살려내야 해요. 어떻게든 살려내야 돼요.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우리님에게 말을 끝내기도 전에 휴대폰 벨이 울렸다. 혹시 범인에게서 온 연락일까 싶어 깜짝 놀라 휴대폰 화면을 보았다. 차사랑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나는 감정을 수습하고 전화를 받았다. “형님. 지금 방송에 형님가족들 사진이 뜨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채널에서 사진이 뜨고 있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 “범인의 이틀의 시간을 줬네. 이틀 안에 가족들을 찾지 못하면……. 내가 그러라고 했네.” “그럼 이쪽은 어떻게 할까요?” “범인이 광주 한복판에서 내게 문자를 보냈어. 광주에 있는 것이 분명하네. 현상금을 두 배로 올리겠네. 동원 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동원해서 찾아주게.” “예. 알겠습니다. 형님. 희망을 잃지 마세요.” 전화를 끊고 나서 핸드폰의 전화번호부를 열었다. 스크롤을 올리자 낯익은 사람들의 이름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맨 밑에 351명이라는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범인은 이 숫자 안에 있었다. 최소한 범인과 연관된 사람이라도 있을 것이다. 우리님 명의로 된 새 전화의 번호를 아는 사람은 여기에 저장된 사람들이 전부였다. 시간이 없었다. 이틀이라는 시간동안 범인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내 생명을 끊을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사람들을 동원한다면 그리 많은 숫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좁혀가다 보면 가족들이 위험해 질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님 정확히 제 핸드폰에 351명의 사람이 입력되어 있습니다. 우리님이 계획하신 데로 이 사람 중에 범인이나 범인과 연관 지어진 사람이 있을 겁니다. 범인에게 직접 물어 봐야겠습니다. 원하는 것이 내 죽음인지.” “잠깐만 생각을 정리해 보세.” 우리님이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범인이 원하는 것이 자네의 죽음이 아니라면? 자네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긴 세월동안 자네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복잡한 방법 말고도 자네를 죽일 수 있는 쉬운 길들이 많았을 건데 왜 이런 방법을 썼을까? 범인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네의 죽음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죽음을 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만약 자네가 꼭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결정을 하게 된다면 그건 범인의 예측을 벋어나서 갑작스럽게 진행되어야 할 거네. 더 이상 자네에게 고통을 안길 방법이 없다면 자네 말대로 혹시 자네 가족들을 살려줄 가능성도 있겠지. 하지만 범인은 자네의 편한 죽음을 용납하지 않을 거네. 자네가 그런 문자를 보낸다면 자네가 그렇게 죽어버리면 자네 가족을 모두 죽여 버리겠다는 회신이 올 거라고 생각하네.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자네 핸드폰에 저장된 사람들을 모두 조사할 건지에 관한 것이네. 만약 큰형님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이미 조사를 시작했을 거네. 조사를 한다고 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범인을 찾아낸다는 보장도 할 수가 없는 것이고 범인이 위기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은폐하려 한다면 자네 가족이 위험해 질 거라는 생각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이네.” “일단 모두 모여서 정리를 해봐야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레 저녁에 모든 걸 결정지을 겁니다. 별다른 진척이 없다면 내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습니다.” 우리님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그는 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나를 말리지 않았다. 그의 생각에도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 말고는 가족들이 무사히 풀려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이번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 모두에게 아침에 집으로 모여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모두들 집으로 모였다. 큰처남과 비늘님, 포커와 차사랑, 그리고 나와 우리님 모두 여섯 명이었다. “범인이 광주를 벗어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범인은 내 핸드폰 안에 저장된 사람 중에 있습니다. 아니면 범인과 연관되어 있는 사람일 겁니다. 저장된 사람은 모두 351명입니다. 어젯밤에 대충 확인해 보니 골프연습장 고객들 관련해서 이백 여명의 전화번호와 조우회 관련해서 오십여명, 그리고 처갓집 식구들과 기타 백여 명으로 되어 있네요.” “한번 해볼 만한 숫자데.” 큰처남이 다소 상기된 어투로 말했다.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죠?” 포커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겨서 기쁘다는 듯 밝게 물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식으로 헤집고 들어갔을 때, 가족들이 더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거야.” “형님. 어차피 시간이 이틀밖에 없습니다.” 내 망설임을 보고 차사랑이 말했다. “그래. 그래서 여기 모이자고 한거야. 그리고 핸드폰 번호로 모든 분들에 대한 신원파악이 가능 할거예요. 문제는 어떻게 움직일 건지입니다.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들어 갈 건지 아니면 어느 정도 데이터만으로 대상자를 압축해서 조사를 진행할건지…….” “대상자를 압축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압축할건데.”큰 처남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연습장 골프교습을 담당하는 김프로와 프론트 담당인 송이가 내 전화번호에 입력된 연습장 고객카드를 들고 들어왔다. “자네들도 이리 와서 앉아, 일단 그건 우리님이 말씀해 드릴 거예요.” 우리님은 준비한 프린트 물을 모두에게 나눠 주었다. 프린트 물에는 내 핸드폰에 입력된 명단 전체와 범인에게서 날아온 문자가 복사되어 있었다. “나눠준 프린트 물을 보시면 일단 전화번호를 연습장 고객, 조우회 사람들, 그리고 친인척 및 기타로 구분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맨 뒷장을 보시면 범인이 보낸 문자가 있습니다. 그 글에는 단순한 협박이 아닌 깊이 있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범인은 상당한 수준의 지성과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의미가 함축된 문장 쓸 수 있는 것이 아무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직업이 글 쓰는 일이라 글의 구성만으로도 그 사람의 수준을 가름 해 볼 수가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학력수준과 사고수준이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보여준 형태를 보았을 때 아주 지능이 높은 사람입니다. 상대방의 심리까지 예측하고 휴대폰을 버려 우리를 그쪽으로 유도한다거나 커피숍에 문자를 남겨둔다 거나 하는 것들이 어쩌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 보다 더 지능이 뛰어난 사람일 겁니다. 이렇게 자세히 말씀드리는 이유는 삼백오십 명의 데이터 중 지금 말씀드린 부분을 고려해서 아는 분들로 일차로 선별작업을 진행해 달라는 것입니다. 가장 염두에 두어야할 부분을 맨마지막장 하단부에 적어놓았습니다. 첫째, 범인은 일부러 보여주기 위해 커피숍에 ‘준대로 거두리라’라는 문자를 남겨 놓았다는 점, 그리고 지문이 없다는 점. 둘째, 범인은 휴대폰을 버린 위치에서부터 우리가 추적할거라는 걸 예측했다는 점, 그리고 몬테가 그 장소를 찾을 거라는 걸 알고 일부러 무덤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 셋째, 일부러 내 명의를 도용해서 휴대폰을 개설하고 그 휴대폰으로 위의 문자를 보냈다는 점. 넷째, 위의 문자가 일반이기 쓰기 힘든 상당한 수준의 글이라는 점. 다섯째, 범인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복수라는 점. 특히 십년 이전의 일로 복수를 계획하고 준비할 만큼 치밀하다는 점을 주목해 주십시오. 과연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삼백오십명중 몇 명이나 될까요? 문제는 범인이 아닌 관련인이 있는 경운데, 일단 거기까지는 제외하고 진행하겠습니다. 지금 전화번호를 모두 나눠드렸습니다. 조우회 사람들 번호는 포커님, 차사랑님, 비늘님이 각자 체크해 주세요. 그리고 친인척은 큰형님이, 그리고 연습장 고객은 방금오신 직원 분들이 체크해 주세요.“ “의심이 가는 사람을 체크하면 되는 건가요?” 송이가 물었다. “아니요. 아가씨. 모두들 그동안 지켜보거나 대면했던 기억들로 보아 이 사람은 절대 아닐 것이다 하는 사람들을 체크해 주세요. 이 사람은 죽었다 깨나도 그런 머리를 못 쓸 것이다 하는 사람이나 이런 글은 죽어도 못 쓸 것이다 하는 사람들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대로 두세요. 일단 몬테님이 어젯밤에 본인도 다 체크해 놨으니까 중복 체크된 사람만 제외시킬 거니까 부담 없이 많이 체크해 주세요.” 가족들은 성향분석이 쉽기에 체크가 쉬웠던 탓인지 큰처남이 바로 체크를 끝내고 우리님에게 물었다. “체크를 다 했는데 이젠 어떻게 하면 됩니까?” “예. 일단 여기에 있는 모든 자료를 형님께 넘겨드릴게요. 몬테하고 나는 움직일 곳들이 있어서 일단 큰형님이 많이 움직여 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여기 있는 명단 모두를 대상으로 과거 몬테의 범죄와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 체크해 주세요. 특히 몬테가 서울에서 주로 활동했기 때문에 24년 전부터 10년 전까지 서울에서 거주했던 사람들은 별도로 정리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럼 우리들은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까요?” 성격이 급한 포커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일단 조우회 사람 중 체크에서 빠진 사람들은 포커님과 비늘님이 조심스럽게 만나봐, 의심하지 않게 개인적인 일로 만나는 것처럼 해서 만나봐. 그 중에 범인이 있다면 평소와 다른 느낌이 있을 거야. 그리고 연습장 고객들은 김프로와 송이가 연락을 취해보고 만날 수 있으면 만나보고 큰형님이 직원들 한테 같이 움직일 수 있는 형사분들 지원 좀 해주세요. 의심사지 않게 사은품 같은 것 전달한다는 명분으로 연락취하고 방문가능하면 방문해서 느낌들 살펴보고, 형님은 가족들과 기타 분들 주변 조사좀 해주시고요.” 대충 이야기가 끝나자 나는 차사랑과 함께 방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다 주소 조회가 다 끝나면 전체 명단을 자네에게 넘겨주라고 할게. 지난번 자네가 그랬지 10억 이라면 조상 묘를 파서라도 찾아 낼 거라고. 20억이면 어떨까? 대신 살려서 구해내야 한다는 조건이네. 누구든 가족들을 찾아내 주면 20억을 지급하겠네. 이미 죽었다면……. 죽은 시신이라도 찾아주면 5억을 주겠네. 명단을 구획별로 나누워서 배포하게 한 명당 한명씩 따라 붙여, 그리고 혹시 미심쩍은 정황이라도 발견되면 바로 연락하게 하고, 만약 발견한다 하더라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하게.” “예. 무슨 말씀인지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할 거면 왜 별도로 대상을 선별해서 접촉하게 한 건가요.” “풀을 건들면 뱀이 움직이겠지. 지금 밖에 사람들은 풀을 건드는 역할이네. 뱀을 발견하고 잡는 역할은 자네 역할이네. 자네가 실력이 있는 친구 몇 명과 함께 움직이게. 만약 위치가 파악되거나 하면 자네가 구해 내게. 자네만 믿네.” “위치만 파악되면 싸움에 강한 우리들이 더 유리할 겁니다. 인질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속전속결이 최선의 방법일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마약 찾게 된다면 범인들을 다 죽여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들을 무사히 구해내겠습니다.” “오늘은 멀리서 지켜보고 뒤따르게 하고, 낼은 직접적인 방법까지 동원할 생각을 하세.” “직접적인 방법이라면....” “내일은 법은 잊어버리세. 정 안 되면 350명 모두 잡아 가두고 집집마다 치고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찾아내야 돼.” “제 성격상 진작 그렇게 하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무식하게 막고 품는 방법이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오늘 자리를 비울 거네. 범인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면 방심하게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 그리고 꼭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 자네는 범인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는 내 히든카드네. 지금 심정이라면 자네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싶네.” “걱정 마십시오.” 이야기를 마치고 거실로 나오자 대충 자료들을 정리한 사람들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흩어지기 전에 별도로 큰처남에게 계획을 말해주고 차사랑에게 주소지가 파악된 자료 전체와 전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p.s 사실 저수지그녀 연제 끝내고, 그 뒷이야기로 한 7~8편 정도 분량을 썻습니다. 내용이 휀님들이 실망할 내용이고, 별로 잘쓴 것 같지가 않아서 연재를 포기했습니다. 몬테 끝나면 한번 다듬어서 올려보도록 할게요.

IP : 7a3b221ae035451
기다리다 출근하자마자 봅니다...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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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3ce2542e9d5635
월척 들어보면 추억의 조행기부터 봅니다.
오늘도 흥미진진하게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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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a46c01351d257b
재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네요 ㅎㅎ 그리고 저수지의 그녀 후속편이 있었군요 짜릿하게 다듬어서 올려주세요 기다려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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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d23d24e6e3805a6
흥미가 점점 더 해집니다.
클라이막스로 가는 느낌이 팍팍 옵니다.
다음편이 기다려 집니다.
추천 0

IP : 4bd8ce7f7b783f4
다음편은 언제 올리 시나요...?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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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b0fdbda2acabb9f
아주..흥미로워 지는군요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궁굼해 지는군여

저수지의그녀2 는

기대는되지만
결말이 슬픔이면 ....아~~~~~


1편에서는
해피앤딩이라서 좋았는데...
추천 0

IP : 423048a08802f8a
저수지그녀의 뒷편도 기대됩니다
범인은 항상 ~우리 ~가까이에 있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