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8월 마지막 주말
홍조사는 이날도 숨가뿐 도시를 뒤로 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깊은산속 계곡지를 찾는다.
오늘 기대가 되는건 회사 김반장의 너스레가 아직도
귓전에서 맴돌기에 본인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돈다.
몇일전 ...
"어허~~ 홍형 잉어가 아니라니깐 그러네...내가 두눈으로
똑똑히 봤단말일세"
"애 머리만한 붕어면상을 봤다는데 거참...내가 초보꾼도
아이고...큿큿 "
여하튼 김반장의 허풍은 회사서도 워낙 유명 하지만
낚시꾼의 본능이랄까...새로운 곳 거기다 그림까지 이리
좋은 산속 계곡지는 늘 꾼에게 설레임을 선사한다.
정성스레 전을피고 삐꾸통 안에 수건으로 둘둘 말아논
두툼한 가죽케이스를 조심스레 열어본다.
아남 니콘 카메라...홍조사의 또하나의 즐거움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자리도 셔터를 눌러보고 돌사이를 피어오른
이름모를 들꽃도 지나치는 법이없다.
그렇게 거대한 자연을 이작은 상자속에 담고자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있을때즘 해는 어느덧 산옆에
기대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아아악~~~~"
분명 남자아이의 비명소리였다.
'이깊은 산속에 왠 남자 아이가?'
이런 생각이 스칠때쯤 다시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아악 아악~~아악~"
소리는 전보다 가까웠다...아이는 이쪽으로 오고
있는것이었다.
'산짐승?' 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카메라를 들지 않은 손은
낚시가방 속에 박달나무 몽둥이를 정신없이 찾고 있었고
쏜떼묻은 몽둥이가 손안에 들어오자 홍조사는 몽둥이가
으스러지라 손에 힘을주어 그것을 끄집어냈다.
작은 규모의 소류지 인지라 홍조사가 앉은 상류에서
제방이 멀지않다.
"아악~~~흐헝헝 악~~~~"
비명소리는 붉은 하늘빛 만큼이나 처절했다.
그리고 제방에 그 소리의 근원이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는 혼자였다.짧은 순간이었지만 홍조사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이는 혼자 제방에서 괴로운듯 비명을 질렀다.
남루한 옷 산발이되어 위로 뻗친 머리...부모나 기타 누군가의
보살핌의 흔적을 찾아볼수 없는 아이는 그렇게 제방을 오가며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되고 있었다.
홍조사의 손엔 어느덧 몽둥이는 온데간데 없고 카메라만이
올려져 있었다.
찰칵 ! 찰칵! 두번의 셔터음...도움을 줄 방법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이에게 다가갈 용기도
그는 없었다.
아이가 사라진 후 홍조사의 마음은 바람에 일렁이는
수면과 같았다.
뭔가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그는 폈던 낚시대를
접고 철수를 택했다.
몇일 후...
퇴근길에 현상을 맡겼던 사진관엘 들렀다.
평소 입이 무겁지 않은 사진관 사장이 오늘따라
유독 굳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내미는 봉투안에 들은 사진을 챙겨넣으며
집으로 향하는 홍조사의 머리속에 비명을
지르던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던건 우연이었을까....
그는 집에 도착하고 마누라의 얼굴을 보는둥
마는둥 하며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꺼내든 사진이 담겨진 봉투...
그는 정신나간 사람처럼 한장 두장 넘기기 시작하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그아이의 사진을 볼수있었다.
사진을 보는 그의 손이 떨렸다...그떨림은 손을 타고
전신으로 번져나가는것만 같았다.
사진속 아이는 혼자가 아니였다...
아이는 끌려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머리칼을 움켜진 이 허연손..그리고 그손을
따라 이어지는 사람형상의 그것...
그아이는? ...
그아이는 미쳤던게 아니였다.
홍조사는 고개를 위로 들수가 없었다...
가족중 누구가를 부르고 싶었지만 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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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가 대단하시네요
글전개가 일류소설가 이상입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너무 실감나게 잘 읽고 갑니다. 으~~ 무셔라~~~
책임지소서...............
소름이 쫙~ 사무실천장을보니 으악~ 암것도없내요 ^^;
헉!
왜이러지...
2run18 욕이나올려다 믄득, 뇌리를 스치는 그무언가가?
22:00 자동점멸시스템=절전/퇴근해야겠다 ㅋ
납량특선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