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2. 복원력의 상실(평형수의 부족)
과거 일제강정기와 6.25전란을 겪으며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던 최빈국에서
지금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까지 우리민족은 놀라운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렇게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너무 가난했기에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
이제 대한호는 작은 조각배에서 초대형 선박으로 거듭나게 되었습니다.
작은 조각배 시절 배안으로 한 바가지의 물이라도 들어오면 퍼내기 바빴지만
이제는 이 큰 선박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배안에 평형수라는 물을 채워야 하는 시절이
된 것입니다.
오직 성장위주와 경제적 효율만을 따지던 시절에서
균형이 가장 중요시되는 시절로 전환 되어야 하는 시절이 온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이 시대적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침몰.
경제적 효율을 따져 짐을 더 많이 싣기 위해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평형수의 양을 줄이고,
경제적 효율을 따져 배의 구조를 잘 알고, 그 배를 오랫동안 운항하던 직원들 대신
값싼 임금의 일용직 계약직 직원들에게 배의 운항을 맡겼습니다.
낮은 임금과 근로조건이 열악해서 직원들은 자주 교체되었습니다.
낮은 임금과 파리 목숨 같은 신출내기 계약직들과 노령의 계약직 선장에게 배와 함께 죽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 주인의식을 요구하는 건 무리인 상황이 되었습니다.
승객의 안전이라는 최우선 과제는 경제적 효율이라는 익숙해진 관습 앞에서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했습니다.
대한호의 균형은 어떠합니까?
성장과 효율에서 균형과 복지로 전환되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적절히 수용하고 있습니까?
부와 권력은 끊임없이 순환하고 적절히 분배 되어야 하고 한쪽으로 쏠림이 심화되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돛대 끝, 일부 상류층에 부에 권력의 무게중심이 집중되는 현상이 가중되고
평형수의 역할을 하던 중산층이 고갈되어버리는 사회구조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균형을 잃어갈 때 중심을 잡아줘야 될 중산층이 사라지고 최상층 돛대 끝 상류층으로
모든 부와 권력이 빨려 들어가 버린 대한 호는 균형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부와 권력은 세습되어가면서 계속해서 일부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신분상승의 기회는 점점 더 사라지고, 기존의 신분이 고착화되는 현상이 가속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버지로서 나는 가난했지만 내 아이는 커서 신분상승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공부 잘하면 선생님, 대기업 정직, 9급 공무원, 진짜 잘하면 의사, 약사를 꿈꿀 수밖에 없는 사회 …….
내 아이의 미래를 꿈꿀 수가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우리사회는 어쩌면 중세봉건 사회보다 신분상승이 더 어려운 사회가 되어 있습니다.
부모가 상류층이면 그 아이는 상류층이 되고, 한번 정직은 영원한 정직, 한번 계약직은 영원한 계약직,
아버지가 가난하면 자식도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집사줄 경제적 여력이 되지 않으면 자식은 집하나 장만하는데 평생이 걸리는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사회는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요구하고, 준법을 요구하고, 책임감을 요구하고, 복종을 요구합니다.
세월호 선원들의 월급명세서를 보고나서 저는 차마 세월호 선원들에게 욕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들의 무능력과 무책임함에 화가 치솟지만 월 170 겨우 넘는 월급과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 신분으로
고된 일을 하며 가족들을 부양하던 그들에게 왜 같이 죽지 않았느냐고 너는 살인자니 살인죄를 받으라는 말을 못하겠습니다.
살인자는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만들어 저 임금을 지급하던 사주이지,
박봉에 불안한 고용에 어쩌면 한 가정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을 그들에게 살인죄를 묻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사주 유병언과 그의 자녀들은 정관예우 변호사들 총동원해서 세금포탈 횡령 혐의로
추징금 얼마에 집유나 실형 몇 년 선고될 것이고,
가난하고 돈 없는 선원들은 변호사도 제대로 선임하지 못하고 마녀사냥처럼 살인죄가 적용되어
중형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가난한 사람들의 가족은 파탄을 맞게 되겠지요.
온갖 죄악과 부도덕은 사주가 저지르고 한 푼 벌어먹고 살아보겠다고 고된 일을 했을 뿐인데,
그들이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게 대처했다고 해서 사주보다 더 높은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대한 호는 다른가요?
온갖 탈법과 편법으로 IMF라는 암초에 대한 호를 좌초시킨 장본인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그 상황이 되도록 방치하거나 협조했던 공직자들은 그때의 공직자가 지금의 공직자 들이고
최대 주범중 한명이던 대우 김 회장은 감춰 놓은 자금으로 황제처럼 살고 있습니다.
그때 대기업은 여전히 그때 회장과 집안이 경영을 하고 있고,
그때 무너진 기업들도 종업원들은 길거리에 나 앉았지만,
사주들은 감춰 놓은 자금으로 화려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때 얼마나 많은 중산층들이 사라져 갔습니까?
장사를 하던 사람, 소규모 회사를 운영하던 사람, 직장을 잃어버린 사람…….
그때의 주요 책임자들은 비축해 놓은 부와 권력으로 여전히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때 무너진 소시민들은 평생 가난과 빛의 굴레라는 형벌 속에서 살아야 했습니다.
IMF때 서민들이 장롱에서 금을 꺼내 대한 호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고,
또 오늘 침몰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해 저금통을 잘라 성금을 낼 것입니다.
이 땅의 평형수는 권력과 부를 손에 쥔 그들이 아니라 서민들입니다.
더 이상 평형수를 고갈시켜서는 안 됩니다.
부와 권력이 적당히 분배되지 못하고 물을 빨아드리는 스펀지처럼 한쪽에서 흡수하고
거기에 저장되어서는 안 됩니다.
대한호는 평형수의 부족으로 좌초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정부가 아무리 경기를 부양한다고 돈을 풀어도 경기는 부양되지 않고
그 풀린 돈 마저 기존에 부를 축적한 사람들에게 흡수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지금 대한 호엔 평형수가 말라버렸습니다. 시중에 돈이 흐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한호가 평형수 부족으로 복원력을 상실해 세월호처럼 전복되고 나면
그 죄를 모두 서민들에게 감내하라고 할 것입니다.
세월호 침몰은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승객의 안전보다 끊임없이 경제적 효율을 따지는 회사 시스템이 직원들에게 평형수를 줄이도록 만들었고,
그 대신 화물을 더 싣도록 했던 것이고.
회사의 경제적 효율을 따진 고용정책 때문에 낮은 임금과 계약직 신분이 선원이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앗아 갔던 것입니다.
직원들은 벌어먹고 살기위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회사 시스템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낮은 처우에 회사를 잠시 머물다 떠나는 곳으로 인식했기에 책임감이 없었을 뿐입니다.
선박 검사를 담당하던 곳들의 직원들 또한 그들이 속한 곳의 시스템과 관행을 따랐을 것입니다.
하위직이 어떻게 조직의 시스템과 관행을 깨면서 그곳에서 근무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결국 회사의 시스템을 만들고 관행을 만들었던 상부는 모두 빠져나가고
그 조직 속에서 벌어먹겠다고 고생하던 사람이 덤터기를 쓰는 모습.
이것이 이 사회의 모습입니다.
부와 권력이 없으면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희생양이 되어야 한다는 것.
대한호가 다시 복원력을 회복할수 있도록 성장과 효율이 아닌
균형과 분배에 치중해야 한다는건 시대적 소명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사회의 불평등과 소득격차를 줄여 대한호에 평형수가 가득차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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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를 보고도 방관하고 좋은세상 만들어서 후손들이 행복하게 잘살도록 앞장서지 못한 나는 과연 죄가 없을까?
저 세월호는 돈에만 눈이 먼 우리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 아닐까?
나부터 먼저 욕심을 내려놓고 진실의 눈을 떠야겠다
나중에 '지리산 행복학교'라고 책으로도 나왔죠.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뒤에 '지리산 행복학교'에서 등장했던 시인 한분이 공지영님의 연재를 이어서 다른 연재를 시작하였습니다.
공지영님의 글에서 소개된 그 시인님의 싯구절은 정말 너무 좋았는데, 그분이 연재한 수필? 산문? 기행문?은
너무 재미가 없더란 말입니다.
아.... 그래서 그때 생각이 난 것이.....
시인은 역시 시로 말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고, 소설가는 역시 픽션같은 논픽션으로 말하는 게 헐 재미지구나!
하는 거였습니다. 어쨌든 다른 독자들도 저와 비슷했는지 어쩐지 그 시인님의 연재산문은 몇번 나오고 끝났습니다.
붕어우리3님, 지금 님이 느끼는 감정을 소설로 멋지게 표현해보시면 어떨까요?
어차피 논픽션이니 나중에 저 썩어빠진 놈들도 철저히 복수해 버리고요!
님의 저수지의 그녀를 읽으면서 단 한장의 삽화도 없는데 어찌 그리 장면 하나하나를 마치 영화보듯이
그려낼 수 있는지 정말 감탄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님에게 논술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말 부탁드립니다. 지금 님이 느끼시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 소설로 표현해보시면 어떨까요?
현실을 보고 어찌 허구를 표현하란 말인가?싶다면 다큐형식도 있지 않겠는지요.....
이야기 할려면 너무 길어서 요기 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