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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

IP : 67f55d44bd263a4 날짜 : 조회 : 2248 본문+댓글추천 : 3

ㅡ 아버지...
창밖을 보며 서 계시던 아버지는 대답이 없었고,
돌아보지도 않았습니다.
겨울 아침 역광에 아버지의 뒷모습이 어두웠습니다.
ㅡ 저, 서울 갈 겁니다.
ㅡ ...
ㅡ 편입할 겁니다. 국문과로.
ㅡ ...
ㅡ 죄송합니다.


나이 60에 오십 다섯 살 아버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스물다섯 살 나는 너무 어렸습니다.
갓 제대한 나는, 차가운 얼음 같은 아버지가 싫었습니다.
평생 한 번도 나를 안아주지도 토닥이지도 않았고,
언제나 나를 서늘한 눈빛으로만 바라본 아버지.
너는 돌고 돌아 결국 이 길로 가게 돼 있어,
내 재능을 극찬했던 국어 선생님과 미술 선생님은 결국,
아버지의 반대에 비겁하게도 나를 포기했습니다.
선생님들을 배웅하고 돌아왔을 때,
마당엔 활활 불길이 솟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책과 습작노트들이, 내 꿈들이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긴 가출을 끝내고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국문학과도 미대도 아닌, 법대나 경영학과를 명령했습니다.
경영학은 사막이었고, 나는 선인장이었습니다.
피폐한 사막의 토양에 나는 뿌리 내리지 못했습니다.
경찰인 아버지가 운동권인 아들을 납치했습니다.
입대.
군대에서 처음으로 해방을 느꼈습니다.
실컷 읽었고 맘껏 썼습니다.
복학 전에 실수로 등단이 됐습니다.
가벼운 치기가 통한다는 사실에 실망했습니다.
내가 원한 건 이런 허술한 세계가 아니었어.
치열한 사유와 빈틈없는 디테일이었어.
자발적 아웃사이더의 치기 어린 오만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고,
침묵이 먼지처럼 쌓이던 그 순간이 아버지와의 마지막이었습니다.





# epilogue

살다 보면 가끔 아버지 닮은 사람을 봅니다.
아버지가 아니란 걸 분명 알지만,
나는 그 사람을 쉽게 스치지 못합니다.
속고 싶어서 속으로 가만히 불러봅니다.
아버지...


백화점 주차장.
승용차에서 내리는 중년 남성을 봅니다.
아버지가 아니란 걸 분명 알지만,
나는 그 사람을 쉽게 스치지 못합니다.
속으로 가만히 불러봅니다.
아버지...
속고 싶지만, 속을 수 있는데,
아버지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ㅡ 2023년 1월 2일. 피터.

 

 

 

 

 

 

 

 

 

아버지 2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아부지.

저,

붕어 겁나 잘 잡아요. ㅡ,.ㅡ"

 

 


2등! IP : ae16d5105158846


겨울바람이 코끝을 시립게하네요

콧물니게 시리 ㅡ,.ㅡ



붕어 앞에 한글자 빠진거 아닌지요?

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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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38175f4c5ee3db
마음을 풀어 놓을곳이 있는 피터 님이 부럽습니다.

저는 아직 풀어놓을 곳이 없네요

항상 건강하세요~
추천 0

IP : d76b859e1d01edc
너무나도 그립고
크게 한번 불러보고싶은 그사람
아버지가 넘 보고싶어 집니다...ㅜ.ㅜ
추천 0

IP : 8d2b72b696a3976
아~이런!

새해벽두부터 왜 이래요!

왜 사람맴을 이리 헤집어놓고 뭐래요?

아~~진짜 줘 팰수도 없고`~!!

복많이 받아유`!!
추천 0

IP : 3797ee28775ee7d
그리운 이름

아부지~~~ ㅡ.,ㅡ
울 아부지도 나처럼 머리가 하얗게 세 셨었습니다.
잠에서 깨어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며 아부지를 봅니다. 내가 이제 아부지의 나이가 되었네요. 염색을 안하면서부터 점점 더 닮아가는 모습에 그리움만 쌓여갑니다. ㅡ.,ㅡ



근데 피러 아버님이요~~
그 못난 아드님 붕어 못잡습니데이~~~
붕어 잘 잡는다는거 개뻥이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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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602f8b9bba7b2e4
울 아버지는 올해 99세이십니다.
지난주 까진 거실에 나와서 컴퓨터 스위치 켜고 혼자 바둑을 두셨지요.
바둑은 물론 일부분 기억력과 추리력에선 나를 앞섭니다.
점차 기력이 떨어지는 중이라 요 몇일 방에서 잘 안나오시네요.
당신은 없이살며 고생하셨어도 자식인 나에겐 평생 든든한 스폰이었지요.
특히 먹는걸 못줘서 배고픈 시절은... 제겐 없었네요.

- 나 붕어 겁나 잘먹어요.이던가? 하여튼 이부분에서 잠시 먹먹함을 느꼈습니다.
추천 0

IP : 130608f4a48f76d
새벽에 이 글을 1, 2편 나누어 읽어며.....
다시한번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곰곰히 해보았습니다.
아버지는 광복둥이시고,
못사는 집안의 7남매중 맏아들로 태어나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동생들까지 책임지셔야 했기에...
아버지는 늘 일과 술에 힘겨워 하시던...
너무 열심히 인생을 사셨지만,
인생의 무게에 힘들어 하시던 모습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맘은 아니셨겠지만,
챙겨야 할게 자식뿐이 아니셨기에....
자식에게 따뜻한 말씀 전하기 또한 어려웠을거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젊어서 너무 많은 고생을 하신지라
몸이 건강하시질 못한 모습을 보며...
힘이 약해진 아버지를 보면서...
많이 안타깝고 슬픕니다.
그래도 아버지의 맘..... 이해하게 되었고,
언제나처럼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피러님! 피러님의 글을 읽고,
부모님을 다시한번 생각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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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b76a2edea8bd191
코로나로 면회도 자주못하고...
마지막 면회때
소리없이 올려다보시며 눈물만짓던
모습이 선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추천 0

IP : bab45ce0e0a2334
그렇게 당당하고 힘이 있으셨던 아버지가 어느덧 제게 의견을 묻고, 부탁을 하시는 모습을 뵈면서 많이 서글펐습니다.
그런 아버지 얼굴이라도 뵜으면 좋겠네요...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