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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척이 하품하는 그곳에 가고 싶다

IP : 5bf5a2213583a95 날짜 : 조회 : 5962 본문+댓글추천 : 0

경북․대구권 날씨는 연일 무더위로 장식하며 수은주의 빨간 막대는 내려올 줄 모르고 수직 상승을 하고 있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부서가 달라도 동료의 얼굴을 쳐다보며 너스레를 떨 수 있는 달콤한 시간이다. 일곱 명으로 이루어진 밥조(?) 멤버는 정해진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며 사회문제와 그날의 화제 및 잡담을 연령차를 뛰어넘어 나눈다. 밥조 회장(?)이 중복 날을 맞아 보양식 메뉴를 준비한 모양이다. 사무실을 벗어나 승용차 두 대로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은 보신탕집이었다. 넓은 시골집 마당에 중복더위를 뛰어넘기 위해 보양식을 먹으러 온 사람들로 차량은 만원이었다. 개와 염소 중에 선택을 하란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선택을 한 후 천장에 포도넝쿨을 올려놓은 평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물고 있었다. 요즘 담배 피우는 죄인(?)은 식당에도 대부분 금연표 딱지를 붙여놓았기 때문에 실외에서 한 대를 굽고 실내에 입장을 해야 한다. 한 무리가 벌써 식사를 마치고 종이커피 잔을 들고 퇴장을 하고 있었다. 무리 중에서 누가 어깨를 툭 치기에 돌아보니 대학의 후배 녀석이다. “어이구 선배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식사하러 오셨어요?” “아, 이거 이웃 동네에 살면서도 이런 데서 만나는구나. 집은 편하고 별일은 없제?” “아, 예. 선배님은 변함이 없습니다.” “에이. 이 사람아, 요즘 체력이 달려 보신하려고 이 집에 왔잖아.” “요즘도 붕어 만나러 다니십니까?” “보고는 싶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어……. 혼자 빼먹지 말고 처녀지 하나 주라.” “아! 선배님이 장소가 없다면 대한민국 조사들 어디 가서 낚시합니까? 저수지 천국이라는 경산․청도․영천 권을 꿰고 계시면서…….” “예끼. 이 사람아, 내 발씨가 뭐가 그리 넓노? 자네에 비하면 참새 걸음이지. 오늘 만난 김에 숨겨 놓은 곳 이실직고하고 가라.” 정말 허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후배들 중 한 사람이다. 과거로 되돌아가면 둘만의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1997년 이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지인들끼리의 대출 보증관계가 자주 이루어지곤 했다. 언젠가 저녁을 먹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친한 것보다도 그냥 알고 지내는 정도의 사람이 갑자기 전화가 와서 대포 한잔 하자는 제안에 불려나가, 결국은 재직증명서를 떼고 인감증명을 발급받아 보증이라는 걸 서 준 적이 있었다. 그 후 1997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호랑이 보다 더 무서운 IMF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추운 겨울,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 정부는 국제 금융기관인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외환위기에 따른 구제금융 요청에 따라 재정긴축과 구조개혁이 뒤따르고 직장인들 사이에 구조조정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게 열병처럼 퍼져 나갔다. 개인은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함에 따라 부도가 나고 도미노현상처럼 보증인들이 줄줄이 같이 넘어지던 시기였다. 직장에서는 하도 개인의 급여차압이 들어오니까 재직증명서를 과거에는 신청하면 바로 발급하던 것을 아내의 동의서를 첨부해야 발급을 해 주었다. 거절 못하는 사람이 보증을 요청할 때 결국은 마누라 핑게를 대고 직장규정을 이야기해서 피해 가라는 뜻이었다. 당시 누가 보증관계 때문에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했더니 “돌아가신 부모님이 산소에서 일어나 앉아 보증을 서달라고 해도 서주면 뒤 책임을 져야지요.”하더란다. 가장 가까운 부모님이 그것도 돌아가신 부모님이 산소에서 일어날 리가 없겠지만, 그만큼 보증을 서지 말든가 선다면 연대책임을 지라는 이야기였다. 그 시절 술 한 잔 먹은 덕분에 코를 꿰이게 되었고 매월 직장에 급여압류 고지서가 발부되어 날아오곤 했다. 당하고 보니 보증이라는 게 고의든 아니면 개인의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음침한 마약거래처럼 보증인이 물 밑에 잠수되어 있는 점조직형태였다. 물론 보증이 필요한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누구도 보증을 서주고......’ 등등 공지를 하지는 않지만……. 좌우지간 사건이 터진 후 대책위원회가 구성되고 연락이 와서 그 모임에 참석을 하고나서야 그도 보증에 같이 연루된 줄 알았다. 집에서 들고 있던 적금, 보험 등을 해약하고 허리를 졸라 맨 덕분에 겨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피해를 개인이 부담한 후 한참 지나고 나서 그와 둘이 술 한잔을 할 기회가 있었다. 두 사내는 그날 저녁 술을 마시며 팔불출이 되었다. 남들이 동석한 자리이면 손가락질을 받았겠지만 둘이 앉아 같이 팔불출 노릇을 했으니 술이 깨고 나서도 서로 손가락질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통사람들이 마누라와 자식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 하지 않은가? 그날 저녁 술좌석에서 신혼이던 그가 먼저 마누라 자랑을 했다. “형님! 겨우 전세방 한 칸 얻어 신혼살림 차렸는데 전세금 빼고 곗돈 1번 붓고 해서 다 갚았어요. 신혼의 새색시가 눈물을 흘릴 때 사나이 가슴에는 피눈물이 나데요. “ 전세를 빼고 난 뒤 갈 곳이 없어 어느 집 우사 옆에 붙은 방 한 칸을 얻어 신혼살림을 차렸다는 이야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새색시 자랑을 듣고 취기가 어우러져 나도 마누라 자랑을 했었다. “아, 나는 말이야, 이실직고를 했더니 ‘이번에 인생 공부를 했으면 두 번 다시 실수를 하지마세요.’ 하면서 해결을 시켜주더라. 그런데 말이야. 사람은 막 질타하는 것 보다 오히려 간단하게 끝내는 게 더 가슴에 와 닿는 거야.” 사실은 둘이 앉아 이렇게 표현하는 것 보다 더 팔불출 노릇을 한 게 더 진솔한 고백이다. 이 무더위에 자지러지게 울부짖는 매미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선배님은 우리나라 조사님들 중에 가장 행복한 조사 반열에 든다는 걸 알고는 있습니까?” “왜?” “한번 생각에 보세요. 직장에서 반경 일이십 분 안에 도착할 저수지가 한 삼사십 개 안 됩니까? 그런데 무슨 또 저수지 이야기를 하세요?” “에이, 사람하고는. 난 무슨 소리라고...... 자, 만난 김에 더위를 식혀 줄 장소 공개해라.” “그런데 조건이 있습니다.” “아! 더워진다. 나 지금 허기 만났다. 그래, 조건? 좋다. 뭐꼬?” “첫째는 혼자만 아시고 장소공개는 못합니다. 손님 모시고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 알았다. 숨넘어간다. 빨리 이야기해라.” 그렇게 후배를 윽박질러 자칭 처녀지를 소개받았다. 80년대 한국사회에 있어서 대학이 급팽창할 때 대학 소유의 부지로 편입이 되어 농사용 저수지의 기능을 상실하고 낚시꾼이 거기에 저수지가 있다는 걸 인지할 수도 없는 장소에 20여 년 간 묵혀 둔 200평 남짓한 웅덩이란다. 그런데 붕어의 개체는 엄청 많은 걸 확인을 했고, 몇 차례 낚시를 시도했지만 월척을 한 번도 만나지는 못했단다. 확인한 최고치는 8치에서 9치 정도라고 했다. 웅덩이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월척이 존재한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지만 그놈들이 하품만 하고, 입질을 안 해서 못 낚아 낸다고 했다. 그리고 이 웅덩이는 자기 혼자만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혼자 가서 손맛만 보고 매운탕 생각이 나면 그냥 몇 마리만 접수하라고 몇 번이나 강조를 했다. 충성맹세(?)를 하고 겨우 지리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낚싯대를 던져 찌가 서기도 전에 입질이 바로 들어온다는 환상의 황금 웅덩이!! 붕어의 때깔이 예술이라는 황금웅덩이!! 정말 월척이 하품해서 입질을 안 한다는 그곳에 이 질긴 무더위를 피해서 떠나고 싶다. 설령 귀 얇은 낚시꾼의 믿음이 새벽에는 실망으로 변할지라도......

1등! IP : 60ddd5f9dd00543
입질!기다림님 글 잘읽고 갑니다
조금은 저도 느낄수 있는 대목이 있네요..ㅎㅎㅎ

황금저수지라 멋집니다 저도 그런곳 한군데 알고있는데
조금 시원해지면 갈 생각입니다

더운날씨에 건강 유의 하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요..^0^
추천 0

2등! IP : 60ddd5f9dd00543
입질!기다림님!
반갑습니다.
항상 귀가 얇아서 요기갔다 저기갔다 하는 신세입니다.

황금웅덩이에서 좋은 조과 있기를 바랍니다.
질기고 무지한 이 무더위 슬기롭게 잘 이겨내시고 떠나는 조행길이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추천 0

3등! IP : 60ddd5f9dd00543

공자님!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항상 꿈을 꾸는 게 미지의 저수지 아니겠습니까?
사실 어떤 저수지든 조건에 맞는 시기에 입질이 붙는다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꾼은 환상의 저수지를 쫒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일은 무수히 많이 있겠지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집안 두루 편안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낚시꾼과 선녀님!
언젠가 영천부계 저수지에 친구들과 밤낚시를 갖다가 이슬이를 마시면서 제 친구가 한 이야기를 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아, 월척 사이트에 접속하면 모든 글에 댓글 달린 것 보면 ‘낚시꾼과 선녀’라는 분은 무엇 하시는 분인지는 모르지만 사람이 그렇게 성의를 표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냐?”
같이 있던 사람 모두가 동감을 하더군요.
저 역시 님의 마음 씀씀이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 질문이 있습니다.
정말 낚시 가셔서 예쁜 선녀를 만난적은 있으신지요?
하하하…….
그리고 자녀분과 같이 외식 자리인가요?
가장의 모습도 그렇게 보기가 좋았습니다.
사모님도 같이 하셨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요.
항상 건강하시고 집안 두루 편안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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