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이빨 빠진 호랑이

IP : 36e9493e0293906 날짜 : 조회 : 3886 본문+댓글추천 : 2

피를 빼고 돌아온 날 밤에 손톱을 다듬었다

갈증과 식욕의 끝에서 우아한 공격이란 없었다

스스로 긋는 선에는 늘 예리한 날이 서 있었다

깎고 버려도 하루가 지나면 자라서 손댈 수 없었다

거울 앞에서 입술을 헹구는 동안에도

무너지고 무뎌진 허기는 갈기를 세우고

검은 낯빛과 덩그러니 남은 송곳니를 꿰뚫는

실체가 없는 허물을 게걸스럽게 핥고 있었다

삶의 전리품들은 창백한 벽 사이 어둠을 두고

거리도 아닌 거리를 두고 넘어도 그만인 담을 두고

영원할 것처럼 다가온 한순간의 불시착

나는 또 잠시 나를 털고 이곳을 벗어나겠지만

산 자와 죽은 자를 채우는 바람의 언덕 위에서

불쑥 솟은 안개의 목덜미에 매달린 사람들은

한 때의 유행과 한 때의 증거만을 뒤적거리며

짧은 행복에 전부를 걸고 진실을 헤맬 것이다

고기를 쫓는 짐승에게는 고기가 있어야 하는 것

풋내 머금은 꽃송이로 흔들어 대는 인생의 유혹이란

질식할 것만 같은 시간의 위협으로부터

본능을 도려내고 짓밟히며 사는 것

유일한 낙을 위해 그 모두를 버릴 수 없다면

이 정글에서, 나의 거울 앞에서

남은 발톱으로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육식동물/부제-이빨 빠진 호랑이
(치과에서 돌아온 날)

이빨 빠진 호랑이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엄청나게 괴로워 하죠. ㅎㅎㅎ 전 저쪽 아래 얼쉰처럼 이빨 빠진 호랑이를 캐릭터로 해도 재밌겠죠)



2017년 3월 8일

완전 이빨 빠진 고양이(?)가 된 날에 적었던 글이네요. 찾아보니까!!

그런데 5년 뒤에도 여전히 치아로 고생하고 있네요 ㅎㅎ
시간이 지나고나면 가졌던 생각들도 표면이 깎이고, 다듬어지고, 날카로워 찔리는 부분도 반듯해지는 모양입니다.
뭐 여전히 냉소적이며 깊은 심중엔 고독의 본성이 사무치게 남아 있지만요.

2022년도 11월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네요.
남겨진 한 해가 짧네요.
다음 주부터 추워진다는데 다들 방한, 보온, 감기조심 하시길요. ^^

 

 

 

 

이빨 빠진 호랑이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2등! IP : 36e9493e0293906
ㄴ와~~~~~~~~~아!!!!!!


너무 맘에 드는데요(^.............................^)

감사드립니다. 노지사랑님 ^^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추천 0

IP : 3a1cc4006d2872d
하..닭띠는 공룡의 후손인중 알았더니..
냥이 추종자셨...*,.*
.
.
.
.
텨==========333333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