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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날

IP : 1dfee6a89501c9b 날짜 : 조회 : 1465 본문+댓글추천 : 0

안하던 일을 하려니 부은 손이 영 가라앉지 않는다. 버스를 타려면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아이폰 버스앱으로 언제 버스 올까 기다리다 망고쥬스 파는 가게에 눈이 간다. 재작년 여름인가..필리핀에서 맛본 망고 맛이 기억이 나서 망고쥬스를 하나 시켜서 먹는데 그 노점의 구성이 전라도 억양이 심한 30대 중초반의 아내, 조폭처럼 생긴 남편, 한 60대 중반의 시아버지 혹은 친청아버지 되시는 분, 이렇게 3명이다. 조폭처럼 생긴 남편은 구름사탕 만드는 기계와 심각하게 씨름하고 있는데 혹 눈이 마주칠까 좀 조심스러웠다. 망고쥬스가 담긴 컵에 이것저것을 넣고 얼음을 넣고 믹서기에 갈려는 순간 집으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내리는 시간 30초, 타는 시간 30초..1분의 여유는 있다. "먼저 계산할 께요, 버스가 도착해서...." 2500원을 건네니 아내는 눈이 동그랗게 된다. 쥬스는 믹스기에서 아직 돌고 있다. 돌고 있는 중에 버스는 갔다. 어쩔 줄 몰라하는 노점의 전라도 아내에게 "버스 갔어요"라고 친절하게 한마디 한다. 전라도 아내는 엄청 미안해한다. "금방 다시 옵니다" 다시 한마디 한다. 쥬스는 그 망고맛이 아니었다. 텁텁하다. 담배를 필 때가 없다. 두리번 거리다 아닌 것 같은 장소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을 발견하고 나도 에라 모르겠다. 담배를 핀다. 인간들이 참 많다. 왔다갔다 하는 이들은 주로 젊은 친구들인데 고독한 숫놈, 허벅지를 드러낸 사냥꾼같은 젊은 처자들, 목표를 상실해서 심심해 보이는 커플들이 눈에 많이 띈다. 여름이구나. 피가 뜨거워지는 여름이구나. 입을려고 어제 샀던 저렴한 마이는 베낭에 그대로 들어있다. "반복이 돈을 번다" 또 하나의 경구를 떠올렸다. 노력이 돈을 버는 게 아니고 반복하는게 돈을 번다. 음 좋은 말이다. 마음에 들었다. 반복할 정도로 숙달됐는가, 반복해도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는가, 반복할만큼 잡다한 생각이나 계획을 다 던져버렸는가 내가 반복을 싫어하지는 않는가 뭐..어렵다. 반복이란... 버스 안에서 남북대화 어쩌구를 폰으로 보았다.역시 선수를 친 건 북한이다. 아버지도 그렇고 딸도 그렇고 일맥상통하는 맥이 있다. 아마도 많이 가까워질 것이다. 개성공단은 앞으로 잘 안될래야 잘 안될수가 없을 것 같다. 중국임금 월 40만원, 북한 월 10원이라 했던가?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한다?, 음 모를 일이지.... 큰 꿈을 꾸는 사람이 있고 그 꿈을 비웃거나 욕하는 사람은 더 많다. 지 꿈을 왜 사람들한테 강요하나? 바람이 꾸는 꿈이 있다면 그건 바람에게만 해당된다. 바람의 꿈이 태풍이라면 나무의 꿈은 뭘까? 태풍없는 세상.. 지 꿈은 자기한테만 속한다. 바람은 바람의 세상이 있고 나무는 나무의 세상이 있다. 졸다말다 버스에서 창 밖을 바라보다 또 속아서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릴뻔 했다. 또 내렸으면 벌써 3번째인데 정확히 오리에 내렸다. 오리도 버스를 타고 온 곳 만큼 번화하다. 역시 젊은애들, 사냥꾼들, 커플들이 주종이다. 요가간다고 애들 밥 차려주라는 전화를 받았다. 친절하게도 굽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바람같은 사나이 카이사르, 시져라고도 하는 사람의 글이 생각난다. 갈리아 정복기라고 했던가.

1등! IP : 8e4c724b7949d1c
소소한 일상을 담담한 어투로 쓰시니

웬지 모르게 쓸쓸해 보이네요.

관찰력이 풍부하십니다^-^

행복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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