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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포인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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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포인트 2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주방에서 마른안주를 챙기며,
하얀 여자가 창가 테이블에 맥주병을 놓는 모습을 본다.
누굴까... 도무지 짐작이 안 간다.
또래의 풋내보다는 연상인 듯 성숙한 냄새는 나는데...
컵과 안주를 테이블에 놓는데, 하얀 여자는 창밖을 보며 아무 말이 없다.
ㅡ 험 !
고개를 돌리는 하얀 여자의 눈동자가 젖어있다.
ㅡ 운 겁니까?
ㅡ 아니, 술 마시자.
술을 따르며, 술잔을 쥔 여자의 손을 본다.
ㅡ 반말은, 일단 참기로 하고, 술 잘 마십니까?
ㅡ 아니, 잘 못 마셔. 피러 너는?
ㅡ 잘 못 마십니다. 근데, 표백제 먹습니까?
ㅡ 응? 표백제는 왜?
ㅡ 하얗기에. 얼굴도, 손도.
ㅡ 아, 햇빛을 못 봐서 그래. 늘 실내에 있었거든.
건배하고 여자가 원샷을 하고 나도 원샷을 한다.
술을 따른 여자가 또 원샷을 한다.
ㅡ 선수군요.
ㅡ 선수 아니야. 빨리 취하고 싶어서. 피러는 안 마셔?
ㅡ 천천히. 취하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여자가 연거푸 석 잔을 마신다.
하얀 여자의 붉게 변하는 모습이 어디선가 본 듯도 하다.
ㅡ 이제... 정체를 밝히시오 !
젖어있던 여자의 눈동자에 희미한 장난기가 스친다.
ㅡ 바보야 ! 나 숙이야. 정숙이, 기억 안 나?
ㅡ 정수기? 미안하지만, 모르겠는데요?
ㅡ 피러 넌 6학년 4반, 나는 3반. 일요일 저녁 일 기억 안 나?
ㅡ ?
ㅡ 니가 날 때리다 엉큼하게 가슴을 만졌잖아.
ㅡ 응? 세상에 ! 뭐... 뭐야, 이거 !


여름이었을 거야.
마루에 누워 이리저리 김밥말이를 하던 오후.
피러야~.
골목길을 울리는 여자애들 목소리.
대문을 열면 후다닥 달아나 골목을 도는 계집애들의 꼬리.
몇 번의 허탕에 약이 오른 나는 죽기살기로 뒤를 쫓았고,
계집애들은 영악하게 삼거리에서 흩어졌지.
나는 오직 한 놈만 잡는다, 는 탁월한 선택에,
머리 하나는 더 큰 계집애의 뒤를 쫓아가며 점점 지쳤고,
힐끔거리며 뒤돌아보던 계집애는 뛰는 속도를 늦춰 줬지.
막다른 골목길에서 뒤돌아서는 계집애.
헉헉거리며 올려다본 계집애의 까만 얼굴.
ㅡ 니... 헉헉... 누구야?
ㅡ 나는 정수기, 옆 반이다.
ㅡ 니 쫌 헉헉... 맞자 !
나는 용맹하게 주먹을 휘둘러 거인을 쓰러트렸지.
에라이~.
거인의 몸에 올라타 몇 번을 때렸지만, 계집애는 눈을 감고 움직이지 않았지.
ㅡ 니... 헉헉... 죽었나?
아이고... 내가 우짜자고 흉기를 휘둘러서...
ㅡ 니... 헉헉... 눈 좀 떠봐라.
계집애가 살포시 눈을 떴고, 당돌한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지.
한동안의 눈 맞춤에 계집애의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고 있었지.
ㅡ 피러 니 얼굴이 붉어졌다.
ㅡ 웃기지 마라 ! 니 얼굴이 빨간색이다.
이상한 일이었지.
계집애의 눈을 보고 있는데도, 계집애의 볼록한 가슴이 자꾸 느껴졌지.
ㅡ 니... 만지고 싶제?
ㅡ 웃기지 마라 ! 사람을 뭘로... 만져도 되나?
계집애가 승낙의 뜻으로 눈을 감았고,
나는 두 손으로 덜덜, 계집애의 가슴을 쥐었지.
하아... 말랑한 애기 엉덩이 같애...
ㅡ 피러 니, 떨고 있나?
얼굴이 빨개진 계집애가 눈을 감은 체 속삭이듯 말했지.
ㅡ 웃기지 마라 !
ㅡ 뽀뽀하고 싶나?
ㅡ 웃기... 눈 뜨지 마라 !
꿀꺽 !
덜덜 떨면서 얼굴을 마주쳐 가는 그때, 쓰글 !
ㅡ 영순아 ! 정수기 여깄다 !


ㅡ 설마... 그때 그 정수기가 니가?
환골탈태가 이런 것인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떡이던 정숙이 잔을 든다.
ㅡ 피러야. 마시자. 보고 싶었다.


교사였던 오빠가 아버지뻘 남자에게 날 팔았어,
장학사가 욕심인 오빠가 심봉사처럼 말이야.
나는 스물네 살 심청이었어.
그 색히는 날 집안에 가두고, 나를 조련했어.
나는 집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어. 사육당한 거지.
그 색히가 잠들면 나는 늘 기도하곤 했어.
신이시여, 오빠랑 이 남자를 제발 죽여 주세요.
내 간절한 기도가 통했었나 봐.
오빠가 결핵을 앓다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색히도 죽었어.
201동 아파트 옥상에서 202동 옥상으로 건너뛰다가.
황당하지?
그 색히 뽕쟁이였거든.
그 많은 돈, 다 쓰지도 못하고 다이한 거지.
삼천포에서 진주로 나온 지 일 년이야.
문득, 니 생각이 나길래 동창들에게 수소문 좀 해봤어.
누구는 니가 죽었다고 했고, 누구는 '늦은 오후'에 가면 있다고도 했어.
여기 주인여자가 진주에선 유명하잖아.
피러 친구라니까, 장담할 순 없지만 기다려 보라고 하더라.
자기도 기다리는 중이라고.
다행히 이것저것 묻지 않아 편했어.
피러 넌 하나도 안 변했네. 나 너무 많이 변했지?


ㅡ 짐작도 못했어. 여자란 묘한 동물이네.
ㅡ 내가 봐도 난 어릴 때 얼굴이 없어.
ㅡ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ㅡ 놀랐니?
ㅡ 아니. 그럴 수도 있겠네, 싶기도 하고.
ㅡ 너는 어떻니? 괜찮아?
ㅡ 어떤 게 괜찮은 건데? 아, 화내는 거 아니고.
ㅡ 편하냐고, 마음이.
ㅡ 글쎄... 불편하진 않아. 술 더 마실래? 사 올게.


피러야, 하고 땅콩이 불렀다.
ㅡ 왜?
ㅡ 저 여자, 잔다.
정숙이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다.
피러야, 하고 땅콩이 또 불렀다.
ㅡ 왜?
ㅡ 저 여자가 니 찾았었다.
ㅡ 들었다.
ㅡ 저 여자 어떻노?
ㅡ 뭐가?
ㅡ 그냥, 이 누나의 촉이 그렇다.
ㅡ 그니까, 뭐가?
ㅡ 늪에서는 발걸음을 조심해서 내디뎌야 되는 기라...
ㅡ 계속해 봐라.
ㅡ 아차, 깊다 싶으면 재빨리 발을 빼야 하거등.
ㅡ 그렇제? 같은 생각이다.
ㅡ 그라모 걱정 안 한다. 니 꼴리는 대로 해라.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며 땅콩이 골방으로 가고,
엎드려 있는 정숙의 하얀 손목을 잡다 흠칫, 멈춘다.
자해의 흔적.
너도 막다른 골목에 서봤구나. 그 암담한 벽에 기대봤구나.
ㅡ 피러야...
정숙이 고개를 들지 않고 잠꼬대처럼 웅얼댄다.
ㅡ 어.
ㅡ 나 취하는데, 화장실 좀 데려다줘.
ㅡ 그래, 가자.


비틀대는 정숙을 화장실에 밀어 넣고, 비상계단에 서서 하늘을 본다.
하늘이 무겁게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곧 소나기라도 내릴 듯 습기를 머금고 있다.
모르겠다. 이 순간 내가 왜 '희망가'를 부르는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 같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 노래를 멈춘다.
정숙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흡 !
눈을 감고 정숙의 입술을 느낀다.
뜨겁다.
정숙의 혀가 파고든다.
부드럽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오직, 탐할 뿐이다.




/

ㅡ 자기 지금 뭐 하노?
ㅡ 아무것도 아님 ! ㅡ,.ㅡ"
ㅡ 손 치아 바라 !
ㅡ 아무...
ㅡ 존 말할 때 !


퍽 ! @@"


ㅡ 이기... 미칬나... 했나?
ㅡ ...
ㅡ 했냐고오 ! ㅡ;:ㅡ"
ㅡ 사 살리도 !
ㅡ 이기 언제 야그고?
ㅡ 당신 만나기 전이다. 진짜다 !
ㅡ 내 얘기가 몇 번 나오는데?
ㅡ 진짜다 ! 당신이 덮치기 전이다.
ㅡ ... 따라 들어온나 !


흑 ! ㅜ.ㅠ"
나머진 내일 하입시더.

/

 

 

 


1등! IP : 447a1b599a6dba6
ㅋㅋ
아~~ 꼬시라
쌤통이닷!!!!!


은주 형수님
홧팅!!!!!

텨@@@€€€€€€£££££
추천 0

IP : d066c3d9d2a6693
젊은시절 아련한 추억의 한자락..^^~
나이를 드시긴 하셨군요..
기억을 곱씹으며 사시는게..
피터님의 글을 마주하니 저도 기억을 스치는 인물이 있군요..
추천 0

IP : ea0b939571db719
하~
숨이 막힘니다
사모님께 안걸렸으면
엔딩을 볼수 있었는데...
내일까지 또 기다려야 합니까?

부디 살아 계시길
간절히 바라옵니다~~
추천 0

IP : ad502f4c778aafb
추억속의 그녀 !
그래서 더 생각난다 ^^
부디 아무일 없으시길 ,,,
애독자로 부터 ~ ㅎ
추천 0

IP : 226016e451fdac4
나이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거리낌없이 휘젓고 춤을추는 펜촉이 눈에 보입니다.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글 솜씨 최고 입니다.

하나빼고는 `~~
3초는 넘을수 없는 넘사벽이라는데...
사실일까??
추천 0

IP : d9158aa8dbc59ca
어렵네여
숩게 쓰줘바유
안구가 삼초를 못넘기겄유, 얼쉰
추천 0

IP : 74c20eeb483b9e7
궁뭉과 출신인 갑다.?
나이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고들 합니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