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대략 6년 정도 전이겠어요.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날, 밤 아홉시 대한늬우스 일기예보에서는 내일 오전에 호남지방에도 한두 차례 눈이 내리겠다고 했겠죠.
그때는 그나마 총기가 있었던지, 찌르르~ 뇌를 자극하는 신호음과 함께, 아주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곤 했었습니다.
빨리 날이 밝기를 고대하며 일찍 잠을 청했고,
이틑날이 되자 정말 하늘에선 함박눈이 간헐적으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때 마침 당일이 일요일이였었고, 그 시기 일천한 저에게 낚시 비슷한 것을 배우고 계셨던 두 살 많은 형님께 전화를 했더랬습니다.
"형님~ 지렁이 한 통만 사셔서 용동지로 넘어오십시오. 오늘 준척 포함 20여 수는 나올 듯합니다."
항상 일찍 일어나는 그 형님은 바깥 날씨를 이미 확인했을 것으로 판단, 불가하다는 형님 목소리가 들리기 전에,
저는 서둘러 내 할 얘기만 전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30분 정도 지나 용동 저수지에서 기다리는데, 마지 못해 억지로 끌려나온 춘향이 언냐 처럼 그 형님도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더군요.
저는 그냥 히히 거리며 형님 낚시가방만 챙겨들고 최상류 논둑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좌에서 우로 1.5, 2.5, 3.0, 3.2, 2.9칸을 펴서 수초 위에 대충 얹어두고 입질을 기다렸습니다.
그 시각까지도 북서풍을 타고 내달리던 함박눈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며 백설기 처럼 옷에 달라붙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낚시대를 다 펴두고 5분 정도나 지났을까 입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저는 챔질은 하지 않고, 형님 옆에 바싹 붙어앉아
"몇칸대 입질이 들어옵니다." "형님 챔질이요." 하면서 코치만 했습니다.
조과요?
둬 시간 낚시에 정말 준척 서너 마리 포함 스물댓 마리는 낚았습니다.
톡톡 거리다 천천히 정점까지 올려주는 입질에 챔질을 하면서 고기를 끌어내던 그 형님의 감격에 겨워하던 그 표정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네요. ^.^
둬 시간 정도 지나자 그 많던 입질이 뚝 그쳤고, 점심 시간도 가까웠으니, 우린 미련없이 대를 거두고 소주나 한 잔 청하러 식당으로 갔습니다.
먼저 그 식당에 자리해 계시던 지역 선배들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시며, 혹시 너희 둘이 용동지에서 낚시했냐 물으시더군요.
맞다 했더니 그럼 그렇지 이 눈보라 몰아치는 날씨에 낚시하고 있을 인물이 너희 밖에 더 있겠냐며... ^^;
우리도 구석진 자리를 택해 자리를 하고 오늘 낚시에 대해 '복기'를 했습니다.
오늘 함박눈 속에서 소나기 입질을 받았던 그 형님은 상기된 목소리로,
"어떻게 이런 날씨에 이런 조과가 가능하냐. 믿을 수가 없다. 내 생전 처음이다. 원래 눈 오는 날 붕어가 잘 나오냐." 하며
속사포 처럼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진정하시라며 먼저 술도 한 잔 권해드리고, 식사도 하면서 둬 시간 동안 입낚시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먼저, 북서계절풍이 어떻다느니, 수온이 어떻고, 수초와 은신처라거나, 2~3일 전에 수온을 재보니 어떻더라, 이미 그곳에 붕어들이 머물러 있을줄 알았다던가 하는...
그렇게 그날, 아름다운 함박눈이 내리던 날이 지나고, 그 이후론 지금까지 그 형님과 눈을 맞으며 낚시를 해본 일은 없네요.
올 겨울 눈이 내리는 날 물가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나누며 그 형님과 낚시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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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님의 해박한 낚시지식을 얻고 싶습니다.
우셔도 상관 없고 바지에 지려도 괜찮다면,
윤뺀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ᆞ사랑 2를
답례로 불러 드리겠습니다.
그러실려면 먼저 쾌차하셔야 겠지요? ^^"
대단하십니다
자주 복기 하실려면
빨랑 쾌차 하시길....
저 때만 해도 그나마 어떤 자연현상이나 절기에 맞춤하게 기발한 생각이 떠오르거나, 제법 읽을 만한 글도 거침 없이 써내려가곤 했었고,
지금 이 시기 어느 저수지 어떤 포인트에 몇 칸대를 펴면 제법 굵은 씨알이 솟구칠 거야 하며 누군가에서 소스를 주면 그분이 4짜도 낚아내고 월척도 너댓 수 씩은 했었는데...
지금은 이 모양(=꼬라지)입니다. ^.^
예전 처럼 10m 높이 골조 위에서도 거침없이 달려다닐 수 있을 때까지는 몸을 좀 사려야겠어요.
오늘도 한갑보에서 돌붕어 7~9치가 나온다지만,
방에서도 점퍼 입고, 마스크 쓰고, 모자 쓰고 이렇게 있답니다.
소설이 코앞이라 그런지 날이 무지 차네요.
감기 걸리시지 않도록 잘 살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겨울밤 함박눈속 낚시 모습 연상해봅니다.
좋은 날 지속되시길 기원드립니다.
멋진 추억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잼나게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