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아직 비위가 약하시거나 식사를 하시는 중이라면...
이글은 나중에 읽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책임 안져유....)
아마 글보는 분들 중 상당수는 저와 같은 경험 한두번은 있으실거라 생각됩니다.
1987년. 그 격동의 시절. 전 춘천에 일년간 기거한 적이 있었습니다.
호반의 도시 춘천.
아마 저보고 어디가서 살고 싶냐고 물으신다면......
1. 제주도
2. 춘천
3. 그외 물좋고 공기 좋은 곳(한마디로 낚시하기 좋은 곳)
이런 순으로 대답을 할겁니다. ^^
비록 87년. 단 일년의 대학생활이었지만 그 곳의 인상은 경치, 사람, 물가, 교통....
모든 것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으니까요.
하지만....지금은 그 낭만의 도시는 많이 변색되어 아쉬움을 남깁니다.
'으.......속쓰려........'
그날도 마찬가지. 전날 말술을 먹고 아침 느지막히 기숙사침대에서 일어난 전
이미 밥때가 지나가버린 걸 알고 식당의 점심시간을 기다리며
곰곰히 오늘 하루의 있지도 않은 스케쥴을 정리해봤습니다.
음....오늘은 토요일. 수업도 없고(있으나마나 맨날 빼먹으면서^^)....
밥먹고 나면 12시남짓. 뭐하고 오늘 하루를 보내야 좋을랑가......
이런저런 궁리를하다 불현듯 지난번 시조회에서 상품으로 받은
낚시대가 떠올랐습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마자 갑자기 행동이 빨라지더군요.ㅎㅎㅎ
밥이고 뭐고 빨랑 어딘가가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싶은 생각에....
어쨌든 자리를 박차고 나와 낚시대들고 친구자전거 말없이 빌려타고는
곧장 시외버스터미널부근의 공지천쪽으로 페달을 밟습니다.
공지천. 아마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당시엔 이디오피아라는 유명한
2층 레스토랑과 둑방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선상카페(?)들도 있었죠.
중간에 눈에 띄인 낚시점에 들립니다.
새낚시대에 줄묶고 바늘 매고.....미끼를 고릅니다.
"아저씨, 여기 공지천에서 낚시할건데 어떤 미끼를 써야할까요?"
"음...뭐 떡밥도 쓰지만 거긴 구데기가 잘 먹히지."
"그래요? 그럼 그거 한봉 주세요."
톱밥위에 살아서 꿈틀거리는 디글디글한 구데기들을 한 웅큼 쥐어서
신문지에 쌓아주십니다. (음.....좀 징그럽긴 하죠?)
쌕(지금은 이런 단어도 잘 안쓰데요....)에 넣고는 다시 가다보니
길가에서 파는 이런저런 음식들이 눈에 띄입니다.
음.....아침도 걸렀는데 저거라도 사가야 이따 후회를 안하겠지?
제가 또 굶고는 못사는 체질이기에.....길가에서 파는 햄버거 하나와
콜라를 사선 다시 그것도 쌕에 넣고 목적지인 공지천 뚝방위에 오릅니다.
선상카페들이 늘어선 곳을 지나 얼마전 만난 소복입은 미x친여성분에게
겁탈을 당할 뻔한 자리를 조금 지나, 건너편 산기슭의 춘천 MBC를 바라보며
2칸짜리 글라스롯드대를 하나 펼칩니다. 수심 약 2미터이상....
음.....이때 첨 구데기를 만져보았지만 암튼 과감히 낚시바늘에 꿰어선 입수.
한낮이라 그런지....잔챙이들의 입질만 몇번 있고는 영.......
별반 입질도 없고 슬슬 허기가 집니다.
아까 사왔던 햄버거를 꺼내 맛있게 한입. ㅋ.....역시 시장이 반찬이야.......
배가 고팠던지라 우걱우걱 콜라와 함께 순식간에 거의 다 먹었을 무렵.
엇!!
간만에 보는 반가운 입질. 먹던 햄버거 조각을 내려놓고는 찌를 뚫어지게
주시합니다. 한마디.....두마디........드디어 붕어를 보나.........
오랫만에 온 제대로 된 입질에 힘차게 챔질!!
그러나.............너무 반가운 나머지 챔질이 빨랐던 듯....허망하게 빈바늘.
크게 실망하곤 다시 구데기를 달아 던지려 구데기가 든 신문지를 펼치는데,
뭔가가 이상합니다.
'어라?? 아깐 이놈들 무쟈게 많았는데 왜 확 줄었지????'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아까 그놈들을 담아온 쌕을 들여다 봅니다.
이런........
이놈들. 허술하게 쌓인 신문지에서 열심히 탈출을 하여.....
쌕속에는 구데기들이 스멀스멀 기어다니고..........윽!!!!
젠장......징그러운 놈들.
이걸 다시 하나씩 주워담아야 하나? 저 가방을 통째로 털어버려?
당시 처음 미끼로 구데기를 썼던지라....전 그게 양식구데기냐 아니냐를 떠나
보는 것 자체만으로 시골 재래식화장실이 생각나 징그럽더군요...
그보다 더한 지렁이, 갯지렁이는 숱하게 만지면서........^^;
암튼.....보기 싫은 가방을 저만치 던져두고서 다시 미끼를 끼울 무렵...
불현듯이 떠 오르는 괴기스런 생각에....머리털이 곤두섰습니다.
'가만.......
아까 내가 산 햄버거도 저 가방안에 함께 있었는데....?'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시선은 이미 거의 먹어 버린 햄버거 1/4쪽에 머물고
전, 콩닥콩닥 뛰는 가슴으로.....조용히 햄버거를 집어들었습니다.
쿵!!!!!!!!!!!!!!!!
저, 기절이란 걸 하는 줄 알았습니다.
햄버거에 덮힌 빵을 가만히 열어보니....................................
속에 든 고기패티위에는 구데기 두어마리가 꿈틀꿈틀.........
어떤 놈은 누구 손의 작품인지 몸통이 터져 붙어있고....반이 잘린 놈도...
아마 저 탈출한 놈들의 상당수는 내 뱃속에 들어갔으리....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갑자기 속에서는 헛구역질이 마오기 시작했습니다.
아, 맛만 좋다고 먹었던 햄버거가...
"우웩! 우웩!!!!"
그러나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물고기를 잡는답시고 잔뜩 산 구데기.
그 상당수는 저의 고단백 보양식이 되어버린거죠........ㅠ..ㅠ
그날은 그렇게 구데기에 제대로 한대 맞고 속이 느글거려 대를 접어야 했죠.
그 후....한동안 전 구데기기피증이.....ㅎㅎㅎ
지금요?
얼마전 수상좌대를 탔는데 구데기 두어마리가 기어다니드만요....
이게 왠 떡이냐......잽싸게 잡아서 마침 떨어진 생미끼 대용으로 썼죠. ^^
지금은 거머리든...산지렁이든....심지어 볶음밥위의 새우마저도 미끼로
쓸 수 없나 고민하지요. ㅎㅎㅎㅎㅎㅎㅎ
아마 낚시꾼이라면 누구나 저와 마찬가지겠지요.
하지만.....절대로 그 미끼를 붕어는 먹으라고 줘도
다시는 제가 먹긴 싫습니다.
(글쎄요...모르는게 보약일까요?^^)
추접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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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대사가 마신 해골물이 생각이 나네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거...맛있는건 농갈라 묵읍시다
우 ~~~ 웩!!!
차라리 확인전에 다 드셨더라면..
암튼 안좋았던 기억 이지만 재밋게 읽고 갑니다 ^^
아 속이 안좋습니다 상상하게 되네요
ㅎ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우~웩....ㅋㅋ
먹을만 하던데....
도루묵알 씹을때보다는
조금 연한 느낌이랄까?
폭~터지는 느낌.
베어나오는 육수
나름 괜찮던데....
ㅇ.ㅇ
그런 종류의 애벌레들이 대체적으로 맛있던데....ㅎㅎ
개인적으로 지렁이를 종류별로 맛보았는데
민물용 지렁이는 흙내음이 강해서 비위에 안맞았지만
갯지렁이는 맛이 의외로 좋았다는 느낌 입니다...
다음에 한구데기 합시다!~~~~~~
뙤약볕에서 파라솔도 없이 얼굴껍질 벗겨지며 낚시하던 생각이 납니다.
춘천시에서 콘크리트 좌대 만들어 서비스? 한후부터 붕어 확 줄었습니다.
당시엔 수질도 그런대로 낚시할만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타지로 나와 못가본 것이 한 이십년 이상 되네요.
한여름밤 선상주점에서 보쌈김치 놓고 소주한잔 하던 생각이 제일 먼저 납니다.
물나그네 님께는 구더기버거의 안좋은 추억이지만....저는 좋았던 공지천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ㅎ
8년전 춘천에서 근무할때 공지천에 낚시하던 분들 참 많았었는데
저는 낚시대 하번 담가보지 못했습니다.
글 읽는 순간 뭔가 그림을 그리는 듯 글을 쓰시네요.
감사합니다.
견지낚시 한참 할때가 생각납니다.
필림통에 담고 주머니에 넣어둔 것이 온몸을 기어다니는 경험...
목에 떡밥과 섞어 놓은 통에서 겨나와서 온몸을 기어다니는 경험...
쓰고 남은 것을 냉정고에 넣어 두었는데...냉장고를 돌아 다녀서 욕 먹었던 기억...
집안에 두었는데, 벽타고 돌아 다녔던 덕이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