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쿠자의 딸 -
비로와 소년이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1시 30분 이었다. 가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짐을 찾아 출구를 나오자 안병국 사장이 비로와 소년을 반갑게 맞으며 너스레를 떨어대었다
안병국 사장은 재일교포 2세로서 대외적으로는 미나미통상 주식회사의 사장이었지만 그의 진짜 직업은
문화재와 보물들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정물아비 임을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만큼
그는 자신의 이중생활을 철저히 숨기고 있었다
“여어 비로군. 건강하게 잘 지내지. 스승님께선 여전하시고?”
안병국 사장은 거의 120 킬로는 넘을 듯 육중한 몸집을 가졌는데 웃는 얼굴만큼은 개그맨 남희석처럼
하회탈 얼굴과 판박이라서 그를 볼 때마다 비로는 저절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안사장님 나와주셨군요. 거의 1년만이지요?”
비로가 머릴 숙여 공손히 인사하며 악수를 나눈 후 말을 하자 안사장이 예의 육중한 몸을 흔들어대며
호기있게 비로의 말에 대답한다
“정확히는 11개월 하고도 7일 만이라네 하하핫”
“그런 것 까지 다 기억 하십니까? 역시 안사장님 머리는 못 당하겠다니까요”
“이까짓 것은 산수에 밝은 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계산이고 진짜 머리는 비로군의 스승님 아니신가?
그 분에 비하면 우리들 머리는 그야말로 새대가리 머리 아니던가 하핫”
“그게 또 말이 그렇게 되는가요?”
두 사람이 함께 시원하게 웃은 후에 옆에서 뾰루퉁한 모습을 하고 서 있는 소년을
비로소 발견한 안사장이 이크크 하는 얼굴로 소년을 덥썩 안더니 호들갑스럽게 말한다
“우리 귀염둥이 소년을 깜빡했네 그려, 춤추는 소년, 잘 지냈지 일본어 솜씨는 많이 늘었고?”
“안사장님은 비로 형만 눈에 들어오나 봐요”
소년이 안사장과 포옹을 끝내고 짐짓 시무룩한 얼굴로 말을 하자 안사장이 더욱 과장된 제스쳐를 취해가며
공항이 울리도록 크게 말한다
“그럴 리가 있겠나. 내가 우리 춤추는 소년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데 그런 내 맘도 몰라주고
그리 섭하게 말하면 마구로 회 안사줄거야”
소년은 1년 전에 비로를 따라 첫 일본 원정을 와서 안사장을 만났으며 안사장이 히라쥬쿠의 어느 일식집에
비로와 소년을 데려가서 마구로 회를 시켜줬는데 그 맛에 반한 소년이 혼자서 3인분이나 먹어댈만치
그 뛰어난 맛을 잊지 못하고 있었는데 안사장이 마구로 회를 사주지 않겠다고 하자 깜짝 놀라며 한발 뒤로 물러나서 말을 한다
“아고, 안사장님 와 그러세요 제 말이 농담이라는 거 다 아시잖아요?”
“하하하 알고 말고 소년, 그래서 마구로 회를 안 사주겠다는 내 말도 농담였지”
“ 이구,, 제가 한방 먹었네요”
세 사람은 유쾌하게 웃으며 공항을 빠져나와 안사장의 오피스텔이 있는 신쥬쿠를 향해 출발했다
가늘게 내리던 비는 어느새 장대비로 둔갑하여 공항 아스팔트 위에서 아우성을 내지르며 주위 사물들을 침묵속으로 빠트리고 있었다
동경 경시청 강력계 수사반장 노무라 히데오는 늦은 점심을 먹고 돌아오더니 자신의 책상 서랍에서
서류철을 꺼내 살펴보곤 신조 쓰요시 형사를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반장님”
신조 형사는 강력계에 투신한지 5년째 되는 중참급 형사로서 유도가 5단에 가라데가 4단인
동경 경찰대학교를 나온 장래가 촉망되는 재원이었다 그가 강력게에 투신한 지난 5년 동안 미해결 살인사건 3건과
자신에게 충당된 강력범 검거율 95% 이상이라는 동경경시청 창설 이래로 현재의 노무라 수사반장의 뒤를 이을
최고의 민완형사로 한창 주가를 높여가던 중에 있었으며 음지에서 암약하는 범법자들에게는 저승사자 라는 닉네임으로
불리우는 최고의 형사였다
“외사과의 미즈노 형사한테선 아무런 소식이 없는가?”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다는 말을 며칠 전에 들었습니다만,,,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 별거 아니네만 이제 또 뭔가 터질 것만 같은 직감이 들어서 말일세”
“국보급 문화재 도난 사건을 두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노무라 반장을 바라보며 신조 형사는 가슴이 답답해져 옴을 느꼈다 문화재 도난 사건은
국가기밀 이라며 자신은 참여치 말고 강력범죄에만 몰두하라는 반장의 심정을 이해 못할바는 아니지만
가끔씩 어디선가 호출을 받으면 나갔다가 들어올 때는 풀이 죽어 들어오는 반장을 볼 때마다
자신도 참여시켜 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국 눌러참고 있었다 아마도 청장님께 불려가서 질책 아닌 질책을 받고
돌아오는 듯이 보였다 노무라 반장의 얼굴을 보다가 답답해진 신조형사가 비감서린 목소리로 말한다
“반장님. 미즈노 형사와 사건을 해결하기엔 몹시 어려울 것입니다 이젠 저도 끼워 주시지 않겠습니까?”
멀뚱히 신조형사를 바라보던 노무라 반장이 힘겹게 한마디 한다
“이봐 신조. 나도 그러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이건 청장님이 나 개인에게 부탁한 일이니만치
내 맘대로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란 말일세”
“제가 비밀리에 움직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노무라 반장이 서류철을 서랍에 넣으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시시각각 터지는 강력사건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인데 자네가 문화재 사건에 움직이다보면
눈치귀신인 기자놈들이 가만 있을 것 같은가”
신조 형사가 상의 셔츠 단추를 한 개 풀면서 묵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반장님. 대 동경경시청의 노무라 수사반장이 거의 3년이 되도록 일개 좀도둑에 불과한
문화재 도둑놈을 잡지 못한 것이 신문에 터진다면 그게 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정녕 모르시는 겁니까?”
노무라 반장이 묵직한 비음을 토하며 손가락 사이에 얼굴을 파묻자 신조가 더욱 비장감 서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한다
“청장님께 개인적으로 청탁을 하는 자들로 봐서 뒤가 떳떳하지 못한 구린자들임이 느껴지지만
그런 시덥잖은 재벌들이 가지고 잇던 보물들을 도둑맞았으니 범인을 검거해 달라며 개인적으로
부탁하는 치들을 저는 용납 못합니다 떳떳하게 공개적으로 신고를 하던지 할 것이지 뒷구멍으로 부탁을 하고
그 사건에 매달리며 풀이 죽은 반장님 모습을 보자니 제가 분통이 터져서 그럽니다”
노무라 반장은 신조형사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 그로서는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입장인지라 일단 신조형사를 안정 시켜야만 했다
"알겠네 신조 형사. 곧 자네를 합류시킬 계획 이었다네 하지만 이 사건은 비밀리에 수사를 해야만 하네
그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하네 그럴수 있겠는가?“
“알겠습니다 반장님. 기자들이 눈치 못 채도록 비밀리 움직이겠습니다”
“좋아. 외사과의 미즈노 형사를 불러주게”
신쥬쿠의 안사장 오피스텔에서 비로의 스승이 보내온 메일을 토대로 치밀하게 계획을 짠 세 사람은
마지막 점검에 들어가고 있었다
“비로군. 그럼 나 먼저 오사카로 내려가 있을테니 준비가 끝나는 대로 연락주고 내려오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안사장님. 먼젓번처럼 테쓰야 호텔에 묵으실건가요?”
“비로군. 자네답지 않은 말이군 한번 거쳐 간 곳은 두 번 다시 가지 않는다 자네 스승님께서도 즐겨 쓰는 말씀이시던데?”
안사장이 눈을 찡긋 하며 장난스럽게 말하자 비로는 얼굴이 벌개짐을 느끼며 멋적은 웃음으로 받으며
두 눈을 찡긋거려 주었다 이윽고 안사장이 오피스텔을 나가자 소년이 생각났다는 듯이 비로에게 말한다
“대장. 도대체 안사장님은 스승님과 어떤 사이야?”
“그야 비즈니스 사이겠지 그러나 스승님이 어떤 분인지는 알지? 스승님이 믿고 거래를 하는 분이라면
안사장님은 믿을만한 분이니 의심은 거둬도 된다”
“아니.. 의심이 아니라 안사장님이 스승님 못잖게 너무 신비스러워서 말야”
“하하. 녀석두.... 두 분이 모두 신비스런 인물들이니 서로 거래를 하는 거 아니겠니?”
“그래도 웬지 안사장님은.......”
“뭐? 안사장님이 왜?”
“아냐 아무것도....“
“녀석두 싱겁기는, 염려말아 안사장님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해 남쪽과 북쪽 모두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발벗고 나서시는 분이라고 들었다 그 분은 일본에서도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분이니만치
결례됨이 없도록 매사에 처신을 조심히 하고.....”
“알겠어 대장”
그러다가 소년이 생각났다는 듯 말한다
“참, 대장. 경범이가 보내준 택배는 내일 도착하는거야?”
“아마 늦어도 모레까진 도착할게다”
“그러면 택배가 도착하는 즉시 오사카로 떠나야겠네?”
“그래야겠지 그러기 전에 다시 한 번 물건들을 정리해볼까”
공항 입출국 심사가 까다로워서 눈에 띄는 물건들은 가져오지 않았고 필요한 물건들은 경범이가 보내줄 것이지만
비로는 세심하게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이봐 소년, 이번에 주문한 나무표창은 몇 센티로 했다고?”
“박달나무로 7센티미터지. 그리고 개수는 50개”
박달나무 표창은 비로가 혁띠 안쪽에 차고 위험에 처해지면 써야 할 무기로서 인명 살상용이 아닌 방어용 무기로서
커다란 대못처럼 생긴 표창이었는데 이 나무표창을 7년이나 연습한 비로는 가히 표창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원하는 곳에 던지면 백발백중을 자랑하고 있었다 비로의 스승도 표창 던지는 솜씨만큼은 인정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비로는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다녀오기로 하고 소년은 주변 지리도 익힐 겸
가벼운 관광을 하기로 하고 저녁에 오피스텔에서 만나자며 각자 헤어졌다
오피스텔을 나온 소년은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23구내의 야마노테센 전철을 타고 한바퀴 돌아보기로 생각하고
사람들한테 묻고 물어서 야마노테센 전철을 탔다
소년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별천지나 마찬가지였다 어딜 들어서든지 항상 친절하게 맞아주고
과잉 친절이 몸에 밴 나라라는 생각을 가지는 건 어쩌면 정규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소년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따라서 일본인의 혼네와 다테마에가 무엇인지를 소년이 알 턱이 없었다 소년이 백련암에서 자라면서
주지스님께 교육받은 일본이라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쳐들어와 강제로 식민통치를 하고 온갖 문화유산을
약탈해간 나라 정도로만 배웠을 뿐이다
전철에서 내린 소년은 시부야 거리를 거닐며 구경하다가 시장기를 느끼고 식당을 찾기 위해 공원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우동집을 발견한 소년은 우동 한 그릇과 빅맥 새우버거 하나를 먹고 좀 쉬기 위해 공원으로 가서
이번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 때 뒷 쪽 화장실 근처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왜이래. 니들 내가 누군지 알고 함부로 이러는거야”
세 명의 사내가 여자 하나를 감싸고 희롱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 세 명이 무지막지 하게 굴어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히 대하고 있었다
“요 버릇없는 계집애가 뭘 믿고 까불어. 네가 이 오빠 어깨를 쳤으니 먼저 사과해야 하지 않아?”
“웃기지마 니들이 뻔히 수작을 걸어온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 뭐. 뻔한 수작? 이 계집애가 단단히 혼나야 정신이 들겠네 이걸 그냥 확...”
여자는 더욱 앙칼지게 쏱아부었다
“너희들같은 양아치들에게 굽힐 내가 아냐 니들 사람 잘못보았다”
“뭐, 양아치? 이 쌍/년이 어디서 감히 까불어”
100킬로는 넘을 듯 한 떡대가 앞으로 나서며 여자의 뺨을 후려쳤고 여자가 쓰러짐과 동시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하려고 하자 떡대가 발길로 핸드폰을 걷어차버리자 여자는
더욱 증오의 눈길을 세 명의 패거리들에게 보낸다
“니들 세 놈 얼굴 내가 입력해 놓았어 니들은 이제 다 죽었다 개쉬퀴들”
앞 무릎 쪽에 야구공만큼 구멍 난 청바지를 입은 사내가 말했다
“야, 이 년 아무래도 단단히 맛 좀 보여줘야겠다 화장실 뒤로 끌고가”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두 사내가 여자를 한쪽씩 붙잡고 개끌듯이 질질 끌고가는 것이 소년의 눈에 들어왔다
소년은 혀를 찼다 어느나라를 가나 다 똑같군 저런 양아치들은.....
여자는 거의 발악을 하고 있었으나 시종일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소년은 상관하지 말고 그냥 가자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공원을 나가려는데 여자의 단발마가 터져나오고
옷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곤 주지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약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건 진정한 사나이의 길이 아니니라’
소년은 쓴 웃음을 지으며 발길을 돌려 화장실로 향하였다 그리고 소년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꽤 되는데 이들 세 남자의 행패에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자의 상의는 이미 찢어져 있었으며 떡대가 바지마저 벗겨내려던 참이었다
“이봐, 그쯤에서 끝내시지”
소년이 한마디 하자 세 놈이 동시에 돌아보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서 바라보았다
“꼬마야 방금 우리보고 한 말이니?”
구멍난 청바지가 말하자 소년이 싱글거리며 대답한다
“여기에 형씨들 말고 또 누가 있는가?”
그러자 세 놈이 다시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보더니 박장대소를 터뜨린다
“햐아...이 꼬맹이가 머리가 돈 놈 아녀. 나 원 같잖아서리..꼬마야 집에 가라 가
이 형들은 지금 청춘 사업에 바쁘니 너랑 놀아줄 시간이 없단다 응? 그러니 가라 가”
“형씨들이 저 아가씨를 곱게 보내주면 나도 집에 가지”
세 놈이 뜨악한 표정을 짓더니 여자를 깔고 앉아있던 떡대가 앞으로 나서며 말한다
“아니. 이 꼬맹이가 겁을 상실했나 뜨거운 맛 좀 봐야 알겠어 엉?”
떡대가 소년의 멱살을 잡기 위해 손을 내밀자 소년이 두손으로 떡대의 손을 잡고 뒤로 꺽어서 엉덩이를 내지르자
떡대가 저만치 나가 떨어진다
떡대가 어리둥절 한 표정이었다가 화가 났다는 듯 벌떡 일어나서 재차 공격을 가해오자 소년이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떡대의 면상을 두발당상으로 내지르자 떡대의 코에서 코피가 줄줄 흐르며 쓰러진 채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청바지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햐, 이 꼬맹이 봐라 뭔가 한가닥 했다 이거지? 원 겁대가리 없는 새끼”
청바지가 발길을 날리며 소년을 붙잡으려 하자 소년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의외로 쉽게
소년의 멱살을 붙잡은 청바지가 싱겁다는 투로 한마디 내뱉는다
“뭐 이래 이놈 이거 한가닥 있는 놈인 줄 알았는데 별것도 아니잖아”
청바지가 소년을 업어치기로 매치려는 찰나, 소년은 무릎으로 청바지의 낭심을 걷어차고는
손날로 목젖을 가볍게 부딪치자 청바지가 게거품을 물면서 나가떨어졌다
남은 한 놈이 놀라는 표정이더니 뒷주머니에서 재크나이프를 꺼내더니 잇새로 말했다
“빠가야로, 꼬맹이 넌 죽었다”
그러나 소년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칼을 든 놈을 향해 앞으로 걸어나가자 그 놈은 어어.....
하면서 ‘오지마, 오지마’ 하며 칼을 허공 중에 휘적거리고만 있었다
“이봐, 너희 쪽발이들은 한번 빼든 칼은 절대로 그냥은 집어넣지 않는다면서?”
“뭐라고. 쪽발이? 그렇다면 너는 조센징?”
“조센징이라.....그래 너희들은 우리 한국 사람을 조센징으로 부른다지? 그래 나 조센징이다”
그러자 칼든 놈이 갑자기 분기탱천 하며 소년에게 덤벼들었다
“칙쇼, 감히 조센징놈이 우리 야쿠자를 뭘로 보고...”
녀석이 재차 칼을 들고 들어오자 그때까지 이 상황을 구경만 하고 있던 여자가 단발마를 토하며 소리지른다
“아악,조심해요”
녀석이 칼날을 밑으로 내려 잡고 소년에게 덤벼들자 소년은 그대로 주저앉고 뒤돌려 차기로 녀석의 다리를 강타하니
녀석이 쓰러지면서 칼을 놓치고 만다 소년이 칼을 냅다 걷어차 버리자 녀석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라 한다
“이봐, 게임은 끝난 것 같은데?”
소년이 싱겁다는 투로 말하자 비로소 세 놈은 소년을 한동안 노려보더니 서로를 부축하며 물러나버렸다
소년은 쓰러져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서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여자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벤치에 있던
여자의 가방을 건네준 소년이 조용히 한마디 한다
“괜찮다니 다행입니다 그만 집으로 가보세요 저도 이만...”
공원을 나오면서 소년은 쓸데없는 일에 끼어든거 아닌가 하고 자책을 했다 대장은 항상 말했다
일본에서는 행동 가짐을 항상 조심히 하라고... 한참을 걷다가 목이 마른 소년은 자판대 앞에서 동전을 넣고
음료수를 하나 꺼내 마시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명랑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목이 마른데 하나만 주실래요?”
무심코 뒤를 돌아 본 소년이 의아한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방금 세 명의 불량배에게 봉변을 당할 뻔했던 여자가
생글거리는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주는 건 어렵지 않지요 허나 그리 혼이 나고도 아직 거리를 배회해요? 이 동네는 그놈들 나와바리 같은데요
집으로 가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전화를 했으니 이제 그런 놈들은 겁나지 않아요”
“전화요? 집에 전화해서 오빠들이라도 불렀나 보군요”
“좋도록 생각해요 그나저나 나 목마르단 말예요”
그렇게 말한 여자가 소년의 손에 들려있던 음료수를 다짜고짜 나꿔채더니 입으로 가져가서 벌컥벌컥 마신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 소년은 갑자기 이 여자가 민들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료수를 한 번에 다 마신 여자가 헐떡거리며 숨을 고르며 소년을 바라보자 소년은 갑자기 얼굴이 홍당무가 된다
“오빠는 한국에서 오셨어요? 아니면 재일교포?”
갑자기 여자가 눈부시다는 생각을 하며 소년은 고갤 숙이며 으응.. 하며 모기만한 소릴 내었다
“네. 뭐라고요? 하하하 오빠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까는 그리도 용감하더니 지금 보니 영 비맞은 수탉 같애요”
여자가 생글거리며 소년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명량히 말하자 소년은 더욱 얼굴이 홍당무가 됨을 느끼며
이 자리를 벗어나고만 싶었다
“네에.. 한국에서 왔어요 관광하러요”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그러세요? 그러면 오빠가 일본에 있는 동안 제가 가이드를 해줄게요 오빠가 저를 구해줬으니
그 정도는 제가 응당히 해도 되겠지요?”
“괜찮아요 저는 일행이 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더 잘됐네요 오빠 일행까지 제가 책임질게요 그럼 됐죠?”
소년이 당황하며 말한다
“아,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우리에게도 가이드는 있으니 아가씨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 싫어요 그럼 오늘만이라도 오빠를 위해 제가 가이드 할래요 그건 괜찮죠?”
“글쎄 괜찮데도요. 난 됐으니 아가씨 볼일이나 보세요 전 이만 가겠습니다”
소년이 돌아서며 길을 걷자 여자가 다급하게 외친다
“안돼요 오빠. 그러는 게 어딨어요 제 생명의 은인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요
그냥 그대로 가시면 강간범이라고 소리 칠거예요”
소년이 화들짝 놀라 돌아서서 말한다
“아니, 내가 언제 강간을 했다구...”
이 때, 소년의 앞쪽 길에서 방금 전에 소년에게 개망신을 당하고 사라졌던 그 세 놈의 양아치들과
그 뒤로 다섯의 사내들이 뒤따르며 소년에게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소년은 아뿔싸 했지만 이미 일은 벌어진 뒤였다
그리고 비로 형의 노한 얼굴이 생각나자 소년은 이를 앙다물었다 저런 양아치들은 얼마든지 와도 겁나지 않지만
문제는 이 여자가.... 여기까지 생각을 했을 때, 세 놈의 양아치들이 뒤에 서있는 다섯 명에게 말한다
“오야붕. 여기 이 꼬마놈입니다”
“뭐얏, 아니 이런 꼬마에게 두둘겨 맞고 다녀? 그러고도 네 놈들이 대 히로미쓰 조직에 몸담고 있다고
자랑할 생각였어? 한심한 놈들”
소년은 여자의 귀에 대고 재빨리 중얼거렸다
“어서 뒤돌아 뛰어요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여자는 의외로 겁먹은 얼굴이 아닌, 오히려 생글거리며 소년을 안심시키려는 듯 윙크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이봐 꼬마야 좋은 말로 말할 때 들어라 저쪽 공원으로 좀 가자”
소년이 나서서 한마디 하려는데 여자가 먼저 나서서 말한다
“그래요 아저씨들, 우리 공원에 가서 해결해요”
그렇게 말한 후, 소년의 손을 잡고 공원쪽으로 걸어가자 히로미쓰 패거리들은 뻘쭘해진 표정을 하며 공원으로 향한다
이윽고 여자가 봉변을 당한 화장실 쪽에 다다르자 휙 돌아서며 패거리들을 보고 앙칼지게 한마디 쏘아부친다
“니들, 히로미쓰 패거리라고 했지 어디 어떻게 나오나 볼까”
그리고는 허공에 대고 박수를 세 번 치자 잠시 후 검은색 양복을 말끔히 빼입은 건장한 사내 셋이 다가오더니 여자에게 말한다
“아가씨, 조금 전에 지켜드리지 못한 죄는 차후에 달게 받겠습니다 말씀 내려주십시오”
“이놈들은 히로미쓰 패거리라고 하네요 죽지 않을 만큼만 정신 들도록 해주실래요?”
“넷, 명을 받들겠습니다”
세 명의 양복 사내가 돌아서자 칼칼한 목소리로 말한다
“히로미쓰 조직원이라고 했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느꼈던지 히로미쓰 조직원 중에서 책임자로 보이는 녀석이 앞으로 나서며 한마디 한다
“ 당신들은 누구요?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요?”
“그건 알거 없고 니들은 오늘 좀 맞아야 쓰겠다 이유는 우리 아가씨를 희롱한 죄다”
말이 끝나자 세 명의 사내는 히로미쓰 조직원들을 타격하기 시작했는데 한결같이 무술 고단자들로 보였다
순식간에 여덟 명의 히로미쓰 조직원을 굴복시킨 세 명의 사내는 여자를 돌아보며 다음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표정을 했다
“슌스케, 그쯤에서 끝내고 그만 돌려보내줘요”
“네 아가씨. 그렇게 하지요”
길바닥에 나딍굴며 신음을 토하고 있는 녀석들을 향해 슌스케라 불리운 자가 말했다
“이봐 꺼져라 그리고 오늘 일어났던 일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마라 만약 발설하면
너희들은 켄지 형제들이 끝까지 찾아가서 땅에 발라버린다 알겠나?”
켄지 형제라는 말을 들은 히로미쓰 조직원들은 두 눈을 화등잔만큼 뜨더니 대답도 못하고
걸음아 나살려라 하며 잽싸게 튀기 시작했다
시부야 시내의 한적한 커피숍에 자리를 한 소년과 여자는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고 있던 중이었다
한동안 커피잔만 만지작거리던 여자가 먼저 말했다
“참, 오빠는 이름이 뭐예요. 저는 미치꼬 라고 해요”
“네에,, 저는 곽기봉 이라고 하지만 그냥 춤추는 소년으로 불립니다”
‘춤추는 소년요? 하하 잘 어울리는 이름 이네요“
“근데 오빠 편하게 반말로 대해줘요 난 이제 스무 살이고 대학교 1학년에 재학중 입니다”
“으응... 나는 스물 네 살이고 학교는......”
그러다가 소년은 생각났다는 투로 미치꼬에게 물어보았다
‘미치꼬는 아마도 무시무시한 집안의 공주님 같더군 경호원들이 셋이나 따라붙는 걸 보니“
미치꼬가 명랑하게 웃으며 말한다
“그건 아니고요 울 아빠가 영향력이 좀 있는 분이시거든요 아이, 우리 그런 애긴 그만하고 딴 이야기 해요”
제 4부 끝
소년과 미치꼬의 국경을 넘어 오가는 천방지축 사랑이야기와 노무라 수사반장과 비로의 한판 두뇌싸움,
그리고 야쿠자들까지 끼어들어 국보급 문화재 쟁취를 위한 한바탕 회오리판이 벌어지는
사나이들의 격전장에 팬들의 깊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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