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시작이 어려뿐이었다.
처음 두 손을 움직이는 것은 너무 큰 용기를 필요로 했지만,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손과 팔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내손은 어느세 그녀의 두팔위에 가볍게 얹혀져 있었다.
그녀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녀는 놀라지 않고 시선을 땅에 떨군체 그대로 서있었다.
가볍게 그녀를 끌어 당겼다.
그녀의 몸이 거부감 없이 내품쪽으로 당겨져 왔다.
그녀는 두팔을 들어올려 나와의 완전한 밀착을 차단한체
그렇게 내품에 안겨져 왔다.
그녀의 머리에서 나를 자극시키던 그 향기가 강렬하게 풍겨져 왔다.
하지만 머릿속엔 늘 그려지던 야한 영상들은 떠오르지 않았다.
가슴이 뛰기는 했지만 터질듯이 요동치지 않았다.
호흡도 안정된 상태로 품어져 나왔고, 몸도 뜨겁게 일어서지 않았다.
그냥 그대로의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그녀가 한없이 사랑스러웠고, 나에 대한 그녀의 감정을 확인한 것에 대한
희열이 가슴 벅차게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주길 바랬다.
그녀의 뜨거운 입술에 입마추고 싶었다.
그렇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며 뜨겁고 감미로운 입맞춤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바램마져도 늘 죄의식에 점철됐던 욕정에서 기인된 바램이
아닌 사랑에서 시작된 바램이었다.
그저 분출되는 욕정을 충족시키기 위한 바램이 아닌, 그녀의 사랑을 느끼고
내 사랑을 느끼게 해주고픈 순순한 욕망이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시간은 정지한듯했고
누구가의 사랑을 확인했다는 것에 대한 희열과 황홀감이 빠져
내가 세상의 중심이 되어있는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늘의 별과 달도 우리를 중심으로 돌고,
살랑이는 미풍도 우리를 감싸고 돌고 있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지금 이곳을 중심축으로 뱅뱅 돌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를 감싸 안으려 팔을 그녀의 등쪽으로 움직이며 고개를 나춰
숙여진 그녀의 얼굴쪽으로 내 얼굴을 움직였다.
그녀는 가볍게 팔로 나를 밀치며 내품에서 빠져나갔다.
내품에서 빠져나가 비켜선 그녀는 여전히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그렇게
모로 서 있었다.
두 팔로 그녀의 어께를 잡고 몸을 돌려 힘껏 끌어 안아버리고픈 욕구가
일었지만 그걸 거부하는 이성의 소리가 나를 막아서고 있었다.
내게 그녀는 이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켜주고 아껴줘야 할 그런 소중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녀와 한순간의 욕정의 충족이 아닌,
이성의 비호 아래 충만된 감정의 분출로 이루어진 결합을 원하고 있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로 만들어진 하룻밤의 결합이 후회와
영원히 복구될 수 없는 관계의 파탄을 만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가볍게 다시 그녀의 팔에 두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녀가 슬쩍 몸을 빼더니 보조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시선을 어디다 줘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든게 어색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수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 벌어진 일들에 대한 불쾌감은 없는듯 했다.
술을 마셔서인지 솟아오르는 감정때문인지 그녀의 볼이 불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녀와의 기대했던 입맞춤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 있었지만
나를 거부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서 발견한 그녀의 감정들로 인해
한없는 기쁨이 밀려들고 있었다.
나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라면이 담긴 코펠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라면냄새가 너무 좋네요.”
그녀가 난처해 할까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도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나를 보고 빙그레 웃어 보였다.
“낚시터에서 밤에 끓여먹는 라면 맛이 젤 좋아요.
아무리 산해진미가 다 있어도 꼭 밤에는 라면을 끓여 먹어요.“
그녀의 앞에서 코펠 뚜껑을 열었다.
훅 김이 솟아오르며 라면의 찐한향이 훅 풍겨져 왔다.
나는 그릇에 라면을 덜어 그녀에게 건넸다.
그녀는 라면을 후후 불어서 먹기 시작했다.
배가 많이 고팟던가 그녀는 정신없이 라면을 먹었다.
배추김치를 얹어서 먹고 맛을 음미하고
파김치를 얹어서 먹고 맛을 음미하고
반찬찬합에 든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얹어서 먹는거 같았다.
배추김치를 라면위에 올려서 먹던 그녀가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눈에 눈물이 그렁한거 같았다.
그녀의 눈을 마주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거 같았다.
내 놀란 표정을 본 그녀가 그렁한 눈으로 미소지으며 말했다.
“너무 맛있어요.”
그녀의 말에 나는 큰소리를 내며 웃고 말았다.
거칠것 없이 큰소리로 한참을 웃어댔다.
정말 오랜만에 그렇게 큰소리로 웃어보았다.
내 웃음에 그녀가 나를 보고 슬쩍 눈을 흘겼다.
그 질곡의 세월을 딪고도
아직도 소녀티가 남아 있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담배를 한 개피 물고 그녀에게 담배연기가 가지 않도록 수면쪽으로
담배연기를 내 뱉었다.
어둠속에 푸르스름한 담배연기가 뻣어나갔다.
지금 이순간이 꿈같이 여겨졌다.
내 인생에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오늘밤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이토록 가슴 설레여 본적인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나질 않았다.
조심스레 서로의 감정을 저울질해가며 심장이 두근거렸던 때가 언제 였던지,
행복감에 도취되어 가슴이 시려 본적인 언제 였던지,
이렇게 거침없이 큰소리를 내며 웃어본적이 언제였던지,
..............
다 기억속 저편 까막득한 세월 넘어의 이야기들이었다.
내가 남자로 존재하고 있었던가?
아니었다.
나는 남자가 아닌 아버지로, 남편으로 존재했던 것이다.
중성화 되어버린 이미지, 아버지와 남편이란 이름으로......
그녀는 내게 아직도 내가 남자임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내 심장은 아직도 터질듯이 뛰는 욕망이 살아 있음을,
내 혈관엔 뜨거운 혈액만이 흐르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내가슴에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가 너무 크게 남아있다는 것을,
아직도 사랑을 꿈꾸고, 사랑받길 원하는 청춘이 남아 있다는 것을,
...........
혼자 있는 시간이면 알싸한 취기처럼 나를 감싸던 외로움과 고독이
무엇이었는지 그녀는 나에게 일깨워 주고 있었던 것이다.
후루룩 거리며 라면 국물을 마시는 소리에 생각에서 깨어나
그녀를 바라보았다.
한젓가락밖에 먹지 않은 라면두개를 그녀 혼자 다 먹고,
국물마져 다 바닦을 내버릴 기세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 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 작은 코펠에 커핏물을 올렸다.
코펠째 들고 후후 불며 라면 국물을 먹던 그녀가 나를 보고 게면 적은듯
웃으며 휴지로 입을 닦았다.
“밥도 있는데 말아서 더 드실래요.”
나는 농담처럼 가볍게 그녀를 놀렸다.
그녀는 씽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많이 먹었어요.”
“배가 많이 고팟나 봐요.”
내 질문에 그녀는 잠시 대답을 하지 않은채 그대로 있었다.
그러더니 혼잣말처럼 나지막히 내 질문에 대답했다.
“너무 오랜만에 먹어보는 뜨거운 음식이었어요.”
나는 그녀의 대답에서 뜨겁다라는 표현이 촉감상의 뜨거움을 말하는게
아니라는 뉘앙스가 느껴졌다.
그 말에서 그녀가 현재 많이 외로운 삶을 살고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타면서도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혼했다는 김노인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둘이 커피를 홀짝이면서도 머릿속에 궁금증이 가시질 않았다.
“이런 말 결례인지는 모르지만 한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내 질문을 기다리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다른 가족들은 미국에 있는 건가요?”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고 그녀의 얼굴위로 그늘이 드리워 졌다.
괜한 질문을 했나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내 감정을 추스린듯 그녀가 담담하게 대답을 했다.
“이제 남은 가족은 엄마 뿐이예요.”
이제 남은 가족이라는 말은 있었던 가족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왜요. 결혼을 않하신 건가요?”
“했었죠.
...........
이년전에 남편이 사고로 죽었어요.“
“그럼 애들은?”
“저는 애를 낳을 수 없다네요.”
그녀의 표정이 침울하게 변해갔다.
더 이상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궁금했던 것들을 알게 되어 시원하기도 했지만, 괜한 질문으로 그녀를
힘들게 만든거 같아 후회가 일었다.
말없이 커피를 마시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좋은 사람이었는데....,
애가 없어도 둘이 즐기며 살면 된다고....
늘 날 감싸주던 사람이었는데....“
그녀는 한숨처럼 긴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그동안 그녀는 누군가의 소중한 보살핌과 따뜻한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으리라는 것을.....
사회활동 속에서 많은 여자들을 보게 된다.
똑똑한 여자, 조금 둔한 여자,.....
자기성취를 이루며 당당한 여자, 늘 위축되고 뒤지는 여자.....,
미모가 출중한 여자, 외모에 자신없는 여자....
사교성이 좋아 친구가 많은 여자, 늘 섞이지 못하는 여자....,
보여지는 모습들은 여러 가지 모습들로 보여지지만
내 눈엔 딱 두가지 분류로 보여지곤 했다.
한 남자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는 여자와
한 남자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여자,
아무리 즐거워해도, 아무리 자기만족에 취해있어도 집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에게선 웬지모를 그늘과 숨겨둔 서러움이 느껴졌다.
주눅들고 위축된 여자도 누군가의 지극한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있으면
그늘과 서러움이 묻어나질 않았다.
그건 남자의 경우도 매한가지 였다.
아내와 사이가 좋지 못한 남자는 아무리 웃고 떠들어 대도 순간순간
외로움이 깊이 배어 있는걸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엄마하고 같이 살고 싶은데....”
그녀는 말끗을 흐렸다.
“미국으로 모시고 가시게요.”
“아니요. 광주에 집까지 마련해 뒀어요.”
나는 가슴이 설레였다.
그녀가 내가 살고 있는 광주에 집까지 마련해 뒀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어느날 훌쩍 미국으로 돌아가버리면 어쩔가 하는 걱정이 일시에
해소가 되었다.
“답답해 하실까봐 주택으로 준비를 했는데,
엄마가 이곳을 떠나지 않으려고 하세요.
오늘 엄마에게 이주간 시간을 드릴테니 옮겨갈 준비를 하시라고
말씀은 드렸는데, 어떻게 하실지 모르겠네요.“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에 불안감이 일었다.
아주머니가 이곳을 떠나게 되면 그녀는 다시 이곳엔 오지 않을 거라는
것과 광주에서 그녀와 만남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늦은거 같아 이만 가볼게요.”
그녀가 너무 갑작스럽게 작별인사를 해버리는 바람에
그녀를 붙들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또, 뵈요.”
그녀는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를 더 붙잡아 두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이미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 즐거웠어요. 다음에도 제가 라면 끓여드릴게요.”
나도 이별이 아무렇지 않은듯 일부러 쾌활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나를 보고 활짝 웃더니 뒤로 돌아 걷기 시작했다.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붙잡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차까지 간 그녀가 차문을 열기전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나도 그녀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나는 그렇게 선체 둑방아래로 차가 사라질때까지 그녀의 차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차가 둑방아래로 사라지자 의자에 앉았다.
한차례 폭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내 감정들은 산산히 분해되어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p.s 오늘 오후부터 다음주까지 월요일까지 글쓸 시간이 없을거 같아,
오전시간 써서 올립니다.
다음주까진 기다리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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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넘기고 뵈야 겠네요.
붕어우리님께 늘 고마우면서도 힘들게 한다는 생각을 동시에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다다음주까지 기다려야 한단 말씀이죠? ㅠㅠ
매번 감사히, 행복한 시간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지요 제가 끍여주는 라면을 맛나게 먹었던 그녀.... 지금은 다른사람의 아내로 있지만
내가 먼가를 직접해주어 즐겁게 먹었던 그 찰나 같던 시간이 다시 되네여 지네요
한동안 못 봐서 다읽고 글 남기네요
흥미 진진하구 재밌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구
한주가 길게 느껴질것 같습니다 ^^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려구요~~^^
나만그런가~~ 희안하네 ㅋㅋ 잘읽고갑니다.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봉님 말씀대로 짧지 않은 분량인데
그리고 길이가 길어져 식상해 하실만도 한데
이렇게 읽어주시는 것이 고맙네요.
어색하거나 식상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네요
쩌끄 윗쪽 댓글-토룡님,
이번 편에선 꼬추가 움직이면 안된다고
적혀있는 거 같은데 넘 제멋대로 아닌감여? ㅎㅎ
안돼~~~~~~~~~
차라리 나에게 죽음을 달라!
다음주 까지요 ㅡㅡ
다음 주까지 ....... 그래도 기다려야죠....
무슨 얘기가 이렇게 기누..ㅎㅎ
잘보고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클났넹~ㅎㅎ
감사합니다.
많은 삶의 방식들.
그속에서 살이가는 우리들 인생 이야기가 녹아있는것같아서 너무나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