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나는 부산스런 아내의 움직임에 잠에서 깨었다.
아내가 늦은듯이 총총걸음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도시락은 준비해 뒀어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던 아내가 내가 깬걸 느꼈는지, 밝고 쾌할한 음성으로 내게 말했다.
“오늘 대전교육 가는거 알고 있죠? 늦지 않게 올거예요.”
나는 아내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한달에 한번 대전에서 전국 담당자들이 모여서
회의 겸 신규상품에 대한 교육이 있고는 했다.
총총걸음으로 안방과 거실을 오가던 아내가 준비가 다 된것인지 내게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내를 현관까지 배웅했다.
“너무 늦지마, 나도 없는데 애들만 있으니까.”
하고 아내에게 빨리 오라는 말을 했다.
“그게 내 뜻대로 돼, 끝나면 바로 올게....”
아내는 나와 애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애들은 아내에게 상투적으로 인사를 하고는 바로 쇼파로 돌아가 tv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아침도 먹지 않은체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간밤에 잠을 설친 탓인지 별다른 생각없이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깊은 잠에 취해있다 나른한 몸으로 깨어났다.
벌써 안방에는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
멍하니 누운체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밤 내 마음을 헤집던 그 번민과 고통들이 아련히 가슴을 져미고 들어왔다.
하지만 지난밤과 같은 격정적인 충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젯밤 감정적으로 몸서리치던 상상들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것들로 떠올려졌다.
누구일까?
내 생각이 맞다면 그 대상이 누구일까가 제일 먼저 궁금했다.
아내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려 졌다.
아내 주변에 남자들은 많지가 않았다.
아내는 카드사 텔레마케팅팀 실장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내의 주변에는 여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아내와 몇 번 같이 얼굴을 마주했던 젊은 지점장이었다.
그는 아내보다 한 살 어렸지만 호방한 스타일 이었다.
나와는 다르게 깔끔한 스타일에 늘 멋쟁이 같이 옷을 잘 차려입고 다녔다.
아내는 그와의 동석이 끝나고 나서 늘 내게 저렇게 깔끔하게 다닐 수 없느냐고 투정을 부리곤 했다.
저 사람은 혼자 광주에 내려와 있는데도 늘 저렇게 깔끔하게 자기관리를 하고 다닌다고
내게 좀 배우라고 하던 말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와의 동석에서 나는 그에게서 호방한 스타일 속에 내포된 이지적인 느낌을 받고 있었다.
결코 그런 일을 저지를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떠오르는 사람은 지역 본부장이었다.
늘 젊쟎고 나이가 나보다 열 살이상 연배였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늙었고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낄수 없는 사람이었다.
더구나 그와는 몇 번 가족끼리 만난적이 있었고,
유난히 우리 애들을 이뻐해 주던 사람이었다.
나와도 가끔 술자리를 따로 할만큼 친분이 있었다.
그도 가족들은 서울에 있었고 관사에 홀로 지내고 있었다.
둘다 금요일 밤이면 가족들에게 올라갔기 때문에 서로 시간을 낼 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전혀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일까?
차라리 그편이 그나마 낳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오래되었을까?
그것이 두 번째 이는 생각이었다.
얼마나 오랬동안 그런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아내가 나를 얼마나 오랫동안 속이고 있었던 것일까?
어느 선까지 가버린 것일까?
그것이 세 번째 이는 생각이었다.
자꾸만 보름전쯤 현관을 들어서며 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일부러 피하는 듯했던 아내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내의 그런 모습은 처음 보았던거 같다는 생각이 들자 내 마음속엔
나름대로의 해답이 내려지고 있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아내는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었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던 아내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내 나름대로의 추론들을 해 나가고 있었다.
그 추론들은 끝이 없을 듯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이 처음일까?
아내가 내 시선을 피했던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내가 이런 경험들이 많았다면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하는게 모든게 사실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모른체 넘어가 줄까?
위험한 짓을 그만 두라는, 의미를 알기 힘든 경고를 하고 그냥 넘어가줄까?
아내가 그런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내가 아내를 버릴 수 있을까?
나는 절대로 아내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내 생명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아내를 절대로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그럼 내가 그 사실을 확인한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 고통만을 키우고 우리 가족만 불행 속에 몰아 넣게 되지 않을까?
나는 결백한가?
한 여인에게 이미 내 마음 전부를 줘버렸던 나는 결백한가?
그녀가 호텔방에서 나를 제지 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나를 아무말 없이 받아드렸다면 나는 어차피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 전부 탐했을 것이다.
내가 결백하지 못한데 아내가 결백하길 바라는 것조차 내 이기심이 아닌가?
하지만.... 하지만.....
이런 상태로, 이런 의구심이 가득 찬채로 그렇게 버텨낼 수 있을까?
매일매일 의심과 불안감으로 가득 찬채 그렇게 버텨낼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모든걸 알아야만 한다.
한줌 의구심도 남지 않게 모든걸 알아야 한다.
모든걸 알아야 용서도 가능한 것이다.
숨겨진 일말의 의구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나는 절대로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숫한 고통을 안겨 주었다.
사업실패로 험난한 삶속으로 가족 전부를 몰고 갔고, 그 빈한한 삶속에서도
아내는 제 자리를 지키며 나와 애들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왔다.
그런 아내를 두고 한여인에게 정신없이 휩쓸려간 내가 더 큰 죄인이다.
과연 아내의 부정을 모두 알게 된다면 나는 진실로 아내를 용서할 수
있을까?
아니 나 또한 아내에게 그녀와의 모든 일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많은 생각들이 어지러히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지만 그 모든 것은 의미없는 생각일 뿐이었다.
내가 아무리 많은 생각들을 한다고 해도 그건 단순히 사상누각일 뿐임을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모든 일들 또한 아무런 근거를 갖지 못한 상상뿐이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나는 지금 그녀를 탐했던 내 자신의 죄책감에 아내 또한 나와 동일한 죄를 지었을 거라는
과대망상에 빠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자신의 죄책감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본능의 야비함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제발 그것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나는 낚시를 간다고 애들에게 말하고 집을 나섰다.
하지만 낚시를 갈 마음은 없었다.
나는 광주댐 상류쪽으로 차를 몰고 갔다.
내가 유난히 산책을 좋아했던 탓에 늘 아내와의 데이트 코스가 되었던
광주댐 상류로 홀로 여행을 떠났다.
광주댐 상류 가사 문학관 근처에 차를 세웠다.
차가 없던 시절 아내와 버스에서 내리던 종점이 그곳에 있었다.
차를 세워두고 식영정을 올라갔다.
아내와 늘 함께 걷던 그 코스를 오늘은 혼자서 걷고 있었다.
너무도 오랜시간 이곳을 잊고 지냈다는 생각이 슬프게 다가왔다.
아내와 이곳을 몇 번이나 왔을까?
나는 식영정 돌계단을 오르며 하나둘 숫자를 세어나갔다.
정말 많이.... 다 기억하기도 힘들만큼 이곳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영정 위에 오르니 유난히 붉었던 그 소나무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붉은 소나무를 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는 저 붉은 홍송이라고 아내에게 말하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 붉은 홍송줄기들 사이로 광주댐의 수면이 보였다.
하얀비늘처럼 햇살이 수면가득 빛나고 있었다.
그곳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었다.
변한것이 있다면 오직 나만 변해 있을 뿐이었다.
삶에 찌들고, 빈한한 내 마음에 찌들고,
차곡차곡 쌓인 번뇌만을 안고 이곳을 찾아온 나만이 변해있을 뿐이었다.
나는 아내와 걷던 그 길을 따라 걸었다.
가사문학관 뒤쪽에 방치되어 있던 정자엔 식당이 들어와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속 걸어가니 지실마을 돌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돌담들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지실마을 초입에 자리한 큰 은행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그 노란 은행잎이 비처럼 쏫아지던 가을날,
우리는 그 아래에서 얼마나 행복한 웃음을 지었던가?
서로가 서로를 마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에 젖어 탄성을 자아내지 않았던가?
이제 세월이 흘러 그 축복받던 날들을 모두 잊고 살았던 내 중년의 삶이여!
세월이 날 중년의 삶속으로 끄집고 간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내 삶이 축복받은 청춘의 삶을 내팽겨쳐 버렸던 것이구나.
익숙해진 일상과 습관처럼 배어버린 무심함이 날 고독하게 만들고 피폐한 삶을 살게 했던 것이구나.
나는 그 오랜 세월을 버티고선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불과 45년의 삶을 살고 인생의 전부를 깨닫게 된 현자같은 조소를 흘려보았다.
그렇게 나는 소쇄원을 지나고 다시 되돌아 환벽당을 거쳐 차로 돌아왔다.
그 어디 한곳, 구석구석 아내와 함께하던 추억이 어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렇게 사랑하고 행복했던 우리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현실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
새로운 사랑을 꿈꾸던 나와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부정한 짓을 저질렀으라 의심받고 있는 아내....,
우리를 이렇게 변질시켜 놓은 것이 세월이었을까?
아니면 애초 우리들의 사랑이 불안전한 것이었을까?
붉은 노을이 광주호 수면위로 벌겋게 내리고 있었다.
나는 붉은 노을이 가져다 주는 처량함 속으로 한없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의 기운이 사라지고 사위에 푸르스름한 어둠이 기운이 다 가시고
세상이 완전한 검은 어둠에 묻힐 무렵 나는 차안으로 들어왔다.
갑자기 이유를 알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시계를 보니 7시 20분이었다.
몇 번을 망설이다 아내에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계속 신호음이 울렸지만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리다 다시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여전히 신호음만이 울릴뿐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번도 아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전화를 먼저 건 적이 없었다.
아내가 내 전화를 받으면 왜 전화했는지 말하기가 쉽지 않을거 같았다.
한참을 기다리고 있노라니 아내에게서 문자가 날아왔다.
‘지금 ktx 타고 가고 있어요. 광주역에 8시 20분 도착할거예요.
자느라 전화온줄 몰랐어요. 지금 사람들이 자고 있어 통화 못하고 문자 보내요. 무슨일 있어요.‘
나는 아내의 문자를 보고 갑자기 소름이 돋아났다.
잦은 출장으로 ktx를 많이 이용해 봤기에 여덟시도 않된 시간에 사람들이 자고 있어 전화통화가 힘들다는
아내의 말을 선뜻 이해할 수가 없었다.
충분히 객차 연결복도로 나와 전화를 할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지금 수화기를 통해 열차소리가 들리지 않는걸 내게 들킬까봐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냥 너무 늦나하고 걱정이 돼서. 낚시도 않돼고 갑자기 당신 생각이 나길래’
나는 내가 지금 낚시터에 있는 것처럼 회신을 했다.
그리고 차에 시동을 걸고 악셀을 밟았다.
시간은 7시 50분이었다.
급히 서두르면 광주역까지 열차 도착전에 도착할 수 있을거 같았다.
나는 아주머니를 싫고 달리던 그때처럼 차를 몰았다.
차량통행이 많은 곳이라 놀란 차들이 가끔 경음기를 울려댓지만 그런 것엔 개의치 않았다.
나는 열차가 도착시간이 5분이나 지나 광주역에 도착했다.
도로에서 바라보니 승객들이 역광장으로 우르르 쏫아져 나오고 있었다.
너무 늦어버린 탓에 그 사람들 사이에서 아내의 모습을 찾는건 어려울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차를 그대로 몰아 집으로 향했다.
그녀가 집에 도착하는 모습이라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처음엔 그녀가 집에 도착해서 나와 마주칠때의 표정을 살펴보고 싶었다.
하지만 집 근처에 도착해서 마음이 바뀌었다.
아내가 택시에서 내리는지 아니면 누군의 차에서 내리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앞에서 좀 떨어진 이면도로에 차를 세우고 급히 집앞 택시를 내리는 곳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그러면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넘어에서 아들의 두터운 음색이 울려 나왔다.
“여보세요.”
“응 아빠다. 엄마 왔냐?”
“응 아빠, 엄마 택시타고 오고 있다고 방금 전화 왔어. 근데 왜?”
“아니 됐어.”
나는 전화를 끊고 근처에 몸을 숨길만한 곳을 쭉 살펴보았다.
그러다 어두운 건물 계단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계단실의 어둠속에 몸을 감춘체 밖을 바라보았다.
건너편 횡단보도에 아내가 서 있었다.
아내는 내 생각보다 더 빠르게 도착했던 것이다.
아내가 택시에서 내린건지 승용차에서 내린건지 확인을 하지 못했다.
택시를 타기위해 줄을 섰다면 아내가 도착하기엔 너무 빠른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이곳에 숨어드는걸 아내가 봐버린게 아닌게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다.
자꾸만 아내가 택시가 아닌 누군가의 차에서 내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나는 어둠속에 몸을 숨긴체 아내가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워 보였다.
그것은 피곤에서 오는 표정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나 자책 때문에 생기는 그늘 같이 보였다.
아내가 건너편에서 내쪽으로 가까이 왔을때 나는 너무도 슬퍼보이는 아내의 표정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그 표정은 서러움이 담겨져 있었고, 어찌보면 처량한 한같은게 배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축져진체 걸어가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계단위로 털썩 주저 앉았다.
아내 주변에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인가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내에게 심한 죄책감과 후회를 가져다 주는 무슨일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확신처럼 뇌리에 내리 꽃히고 있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네온싸인 불빛들이 굴곡되어 시야에 들어오고,
시간마져 때론 너무 느리거나 때론 빠르게 뒤죽박죽 흘러가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대학 캠퍼스cc로 만나 7년간 연예를 하고, 결혼해서 16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서 그 긴세월 동안
한번도 보지 못한 표정을 발견하게된 것이다.
늘 지치지 않는 활기찬 모습이 아내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심한 시련이 찾아와도 굳게 다문입술에서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더 강해지던 모습이 아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내의 얼굴에서 나는 자책과 회한, 슬픔과 서러움을 함께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장거리 출장에 지친 표정이라고,
한번 발동이 걸려버린 의구심에 가득찬 내 눈이 그렇게 왜곡해서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명 그런 것일 거라고.....
나는 지금 정상이 아니라고......
내 자신에게 아무리 설득해 보아도 온몸을 휘감는 불안감과 공포는
사라지질 않았다.
마음속에선 숫한 갈등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체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절대 아내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과 아내도 여자이고 사람이라는 생각이 공존했고,
아내의 가슴엔 오직 나박에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과 내가 그러했듯이
아내 또한 많은 흔들림을 겪었으리라는 생각이 공존했고,
아내는 이성적인 여인이라는 생각과 나는 이성적이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공존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격과 방어가 어우러지는 내 번민속에서 서서히 방어는 힘을 잃어가고
아내에게 무슨일인가 벌어지고 있다는 공격이 승리해 가고 있었다.
내 몸속에서 내 영혼이 빠져 나가 버린듯한 상실감이 밀려들었다.
가슴을 쥐어짜는 고통이 밀려들었다.
나는 내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져들었다.
지금 이순간 누구라도 붙들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나만의 과대망상일 뿐이라는 상투적인 위로라도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누군가를 붙들고 내가 미치어 버린거 같다고,
내가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내가 미치어 버린것 같다고
소리라도 질러대고 싶었다.
차라리 누군가가 ‘에라이 이 미치인 놈아!’하고 내 뺨이라도 후려갈겨주면 시원할 것만 같았다.
정확한 근거도 없었고, 내가 그런 확신을 가질만한 어떤 정황도 없었다.
하지만 내 가슴에 내가 상상하던 모든 것들은 확신이 되어버렸다.
폭팔해 버릴 것만 같았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모조리 부셔 버리픈 욕구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일어났다.
계단실 유리문에 자꾸만 시선이 끌렸다.
부셔버리고픈 욕구가 강렬하게 내부에서 치밀어 올랐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두 주먹을 움켜쥐고 온몸에 분노가 가득찬체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내 눈에 이는 살기를 느낀 것인지, 내 몸에 들끌어 오르는 분노를 느낀 것인지
마주치는 사람들이 슬그머니 눈길을 피하며 길을 비켰다.
누군가 내 시선을 마딱 뜨리며 내게 도전적인 눈길을 던져주길 바라고 있었다.
나는 싸우고 싶었다.
아니 온몸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지도록 흠씬 두드려 맞고 싶었다.
그 육체적 고통으로 내 마음에 이는 이 모든 감정을 잠시라도 지워 버릴 수 있게....,
하지만 한참을 걸어도 아무도 내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사람들이 당신의 삶이나 감정따윈엔 관심이 없다는듯 무심히 내곁을 지나쳤다.
누군가를 만나 울음이라도 토해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미치인듯이 떠들어 대며 그의 위안이라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누구에게도 아무리 친한 친구일지라도, 내 피붙이일 지라도 이 이야기만은 할수 없었다.
절대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가슴에 품은 사람의 고통은 너무도 큰 것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아련한 향기가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잡힐듯 잡힐듯한 아련한 향기를 나는 쫓고 있었다.
아주 낯익은 냄새.....,
감미롭고 황홀한 그 향기....
나는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기전에 그녀의 향기를 먼저 떠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머릿속에 그녀의 얼굴이 가득 차들어 왔다.
나를 밝은 미소로 지긋이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이
여신같이 빛나는 그녀의 얼굴이 내 가슴 깊이 차들어왔다.
나는 전의를 상실한 투사처럼 내 몸에 가득찼던 분노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듫끓어 오르던 감정의 동요가 차분히 가라 앉는게 느껴졌다.
그녀는 내게 해답을 알려줄 것만 같았다.
내 마음속에 어지럽게 이는 이 감정들을 한줄로 명확히 규정해 줄수 있을
것만 같았다.
p.s 새로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가슴벅찬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남자라면, 중년의 남자라면 한번쯤 그려볼만한 상상입니다.
하지만 이편을 쓰면서
중년의 여인들 또한 한번쯤 소설같은 사랑을 꿈꾸워 봤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전편을 쓰면서, 그런 상상들을 그려나가면서 가슴속에 불쾌감이 일었지만,
아내가 여자라는 사실을, 여자이기에 앞서 인간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바라고, 사랑을 꿈꾼다는 것은 아직 젊음이 남아있다는 것이고
삶에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증거라는 생각에 가슴속에 이는 불쾌감이 사라집니다.
p.s 2. 댓글 50개 넘으면 낼 다음편 올려드리고, 않넘으믄 월요일 올립니뎌~
'나는 아직도 댓글에 배고프다'히딩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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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개 중에 하나를 추가 합니다. ^^;;;
즐거운 시간이였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늘 잘 읽고 있습니다.
님 생각대로 건필 하시길..
수고하세요
잘읽고갑니다^^
저도 주변에 소류지좀 찿아보려구여^^ 외딴집도있나보구여ㅎㅎ
오늘하루 화이팅하십시요^^
감사합니다~^^
해어나기 넘 힘들어요.
감사드립니다...
매일매일 붕어우리님 글 기다리는게 낙이네요~ ^^
나이 오십에 접어들면서도 늘~상 그렇네요.
이글에서 주인공은 나자신인 듯 착각하며.....ㅎ
내일 기대 할께요...ㅎㅎ
언능올려 주세요 ㅎㅎ
낼이 기다려 지는군요~~
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런지 궁금,,^^
자~자~자!!빨리들 달아 주세요 100개 채웁시다.^^
내일 기대합니다..ㅋ
좋은글 즐겁게 보고 있어요 ^^
매번 잘 보면서 댓글달지 못했습니다.
저 처럼 마음으로, 속으로 응원하는 회원님들 많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다려 집니다.
자신에 잘 못 보다는..
새로운 흥미을 느껴 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있습니다 내일도 올라오는글을 봤으면 좋겠습니다..화이팅!!
영광으로 오씨요
내가 때래 주능거슨 선순디~~~
어찌요?
션하게 한번 마져볼라요
여러가지 옵션 상품이 다양헝게~~~
연장이 전문이고
연장질 안허믄?
쪼까 비싸요 심등게~~~~~
머리가 아파와요 내일꼭 올려주세요.
시나리오로 영화 만들어 보시죠
흥미진진한데 잘 보구 갑니다
아 빨리 빨리
올려 주세요
또 궁금~~~
얼른 올려주세요.
두번째 댓글을 남깁니다.
빨랑 보여주세요^^
참갈수록 반전이 컼 종착으로 다달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무참히 더 큰기대를 안겨주네요 추천 빵 하고 기다립니당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때론 내 일이 아닌 냥 그저 스쳐 지나가길 바라는 일들
ㅎㅎ 낚시를 줄여야 겠네요 (반성?)
잘 보았습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ㅎ
당근50댓글넘구 넘어~~^^
요즈음은 매일 들어와서 찾아봅니다.
항상 다음 글이 궁금합니다.
저도 일조하려고 왔는데... ㅎ
암튼 잘 보고있습니다. 담편 기대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추천눌르고 담편 기다립니다.
사람은 보편적으로 순리대로 살아가 지더만요.^^*
내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유추 해 보면서 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우리님.^^*
수고하셨읍니다^^
감사합니다.
아내도 여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