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제방아랫쪽에서 낯익은 스쿠터 엔진소리가 들려왔다.
오입쟁이 김노인이었다.
제방위로 모습을 드러낸 김노인의 얼굴엔 장난끼 만은 웃음이 머금어져 있었다.
미루나무아래 오토바이를 세우고 오랜친구를 보는 둣히 싱글벙글 웃으며
가벼운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오랫만이시. 그동안 무탈하니 잘 지냈능가?”
김노인은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내손을 잡고 세차게 흔들었다.
“예, 어르신도 무탈하셨죠.?”
“그랴,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별라두 반갑네 그려.”
“아직 물이 안식었어요. 커피한잔 하세요.”
“커피는 뭔 커피! 술 받아온거 있음 술이나 한잔 줘봐.”
나는 삐꾸통에서 소주한병과 간단한 반찬통을 꺼냈다.
“짜식은, 형님왔는디 인사도 않하구....”
김노인은 텐트 넘어로 고개를 내밀어 떨어져 앉아 있는 강노인을 넘겨보고는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더니 호흡을 가다듬고 김영감을 향해 농을 걸 자세를 취했다.
나는 그런 김영감의 소매를 얼른 잡아끌어 술잔을 건넸다.
“여기, 한잔 받으셔요. 오늘 어르신 심기가 많이 않좋으신거 같어요.”
“어째 저리 풀이 죽어있는 것이여.”
김노인은 종이컵 가득 부은 소주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반찬통에서 김치하나를 집어 넣었다.
“캬, 맛나다.
나는 말이여,
기집이 따라주는 술 다음으로 여기서 얻어묵는 동냥술이 젤 맛나....
어이 한잔 더 따러봐“
“천천히좀 드셔요”
하며 잔에 다시 술을 가득 채웠다.
김노인은 술잔을 들고 일어서더니 강노인을 넘겨다 보며
서서히 술을 들이켰다.
김노인에 얼굴에는 진심으로 강노인을 걱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둘은 서로 형동생해가며 늘 아웅다웅했지만 평생을 같이해온 지기라
그런지 서로를 끔찍이도 위했다.
늘 서로 농을 주고 받으며 티격티격하지만 그 속에 묻어나는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함이 늘 느껴졌다.
김노인은 낚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와 강노인이 낚시를 하고 있노라면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처럼 나타나
사온 술이 거덜날 때까지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가곤했다.
주로 먼저 농을 거는 쪽은 김노인이었다.
하지만 결국 입씨름에서 이기는건 강노인이었다.
항상 강노인의 마지막 말에 김노인이 항복을 하곤 했다.
“읍내 오양하구 밤봇짐 싼것은 제수씨가 아는거구,
그 송양은 제수씨가 아냐?
저기 뽕나무 아래서 엉덩이가 들썩이든 그이는 누군고?
살결이 뽀야기도 하드만....“
대충 여기까지 강노인의 말이 나오면 김노인은 강노인의 입을 틀어막았다.
“이 사람이 젊은 사람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언제적 이야기를....”
그러면 강노인은 김노인의 손을 치우며 말을 이어갔다.
“언제적? 그작년에도 저기 산자락 밭두렁에서.....”
“알았어!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응께 그만혀, 그만하쟈구.....”
하지만 김노인은 뻔히 질줄 알면서두 번번히 강노인에게 농을 걸어가곤했다.
강노인의 힘이 가득들어간채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김노인의 얼굴에
근심이 어리기 시작했다.
김노인은 사뭇 심각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뭔일 있는겨, 왜 저러고 있어?
이번 설에 아들하고 싸운거 때문에 아즉도 저러는 것이여. 사람하구는....”
“모르겠어요.”
나는 짐짓 저수지위 아주머니댁에 찾아온 그녀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이 정확히 파악돼지 않은탓에 모른척 했다.
“근데, 어르신 저 윗집에 삼십대 중반쯤 돼는 여자손님이 올라가던데 누구데요. 이쁘던디....”
“올 사람이 없는디....”
하며 고개를 갸웃하던 김노인이 생각난듯 정색을 하고는 강노인쪽을 다시 쳐다 보았다.
“왜요? 누군데요?”
“미영이.... 미영이가 왔는갑네....”
김노인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듯 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미영이는 외국에서 산다구 하던디...., 근 이십년 만이네....,
근디 뭔일로 왔으까?
홀엄니 혼자 있어도 이십년간 코빼기도 않보이길래
평생 안올지 알았더니.....“하고 말하는
김노인의 머릿속도 복잡한듯 보였다.
김노인은 무슨생각에 잠긴건지 알듯 모를듯한 혼자말을 가뜸 되네이뿐
더 이상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언제 낚시대를 갠것인지 단촐한 낚시짐을 들고 강노인이 걸어 나왔다.
얼굴은 조금 전처럼 어둡게 굳어 있었다.
“나 먼저 감세.”
강노인은 내 옆을 지나며 혼자말처럼 인사를 건넸다.
“네, 조심해서 가셔요.”
하고 대답했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이 강노인은 묵묵히 미루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김노인도 내게 눈인사를 하고는 강노인의 뒤를 따라 갔다.
갑작스러운 돌풍이 휩쓸고 닦친듯 감정의 소용돌이들이 휩쓸던 소류지에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3년의 세월을 거의 매주 찾았던 소류지였지만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알던 사람들의 내가 알지 못했던 모습들과
내가 알던 시골마을의 내가 알지 못했던 모습들을 이제야 보게 된듯
모든게 서먹하고 생경스럽기만 했다.
이런 분위기와 혼란스러움에 빠져 잠시 시간을 놓쳐버린 것이었을까?
숫한 상념들에서 벗어나 정신을 수습 했을 때는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 후였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 위에는 붉은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딴데 정신을 판사이 입질이 있었던지,
두 개의 찌는 엉켜있고 나머지 찌들도 수초에 박혀 있거나,
자리를 많이 벗어나 있었다.
수초에 찌가 박힌 찌부터 건져보니 여섯치 붕어가 아직 달려 있었다.
그리고 엉킨 두 대의 낚시대를 건져 보았더니 이미 붕어는 빠져 나가고 없었다.
케미를 꺽어 끼우고 새우미끼를 새로 끼워 한 대 한 대 다시 투척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저수지 제방위로 아주머니가 올라왔다.
읍내에 나갔다 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자리에서 일어서 아주머니에게 목례를 했다.
아주머니도 눈을 마주치며 아는체를 했다.
미루나무 아래 근처에 온 아주머니가 말을 건넸다.
“어째. 오늘은 혼자네. 어르신은 낚수 않오신겨.”
차분하고 정감이 넘치는 따스한 음성이었다.
크게 웃지도, 과장되게 표현하지도 않는 차분하고 정다운 분위기....
많이 친해보려고 가까이 다가가 보지도 않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려 애써보지도 않았지만 늘 편한 고향의 낯익은
아주머니와 같은 느낌을 가진 분이었다.
내가 그곳 영감님들과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탓인지
날 바라보는 시선에 호감을 지니고 계셨다.
“예, 오셨는데 무슨일이 있으신가 먼저 가셨네요.”
“그래, 혼자 밥먹기 뭣하믄 찬은 없어도 와서 저녘묵을겨?”
“아니 괞챤습니다. 다 준비해서 왔어요.”
“그랴.”
아주머니는 그렇게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무릅관절이 좋지 않은듯 팍팍한 걸음을 옮기며 올라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았다.
매일 오르내렸을 이길이 오늘은 아주에게 다른 의미의 길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걸음 한걸음 집에 가까워 질수록 그녀와 아주머니의 해후가 어떤 의미로 귀결되게 될지
가슴이 조여 왔다.
아주머니가 집모퉁이를 돌아서 보이지 않을때까지 나는 계속 가슴조이며 지켜보았다.
케미를 다 끼우고 포인트에 채비를 모두 투척해 놓았지만,
혼란스러운 마음에 낚시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그녀에게서 느껴진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의 강렬한 체취와 한번도 본적이 없는 강노인의 경직된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사위에 어둠이 내려 앉기 시작하며 케미가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부들대 경계포인트에 던져둔 2.8칸대의 케미가 움찔 그 빛을 발했다.
마치 내 혼미한 정신을 깨우려는 듯 수면아래 잠겼던 케미가 움찔하며 수면위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호흡을 가다 듬으며 케미를 주시했다.
주면에 붕어가 있는듯 케미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낚시대에 손을 얹고 온몸에 긴장을 느추지 않은채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갑자기 케미가 꿈벅하고 물속에 잠깐 모습을 감추더니 서서히 상승을 시작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마음속으론 ‘더, 더...’를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정확히 삼키고 봉돌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던 입질이었는데,
상승하던 찌가 툭하고 다시 원 위치로 떨어져 버렸다.
다시 입질을 해주질 기대하며 낚시대에 손을 얹은체 긴장된 상태로 앉아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코끝을 자극하는 감미로운 향기.....,
아주 낯익은 향기가 바람결에 코끝을 자극했다.
그녀였다.
잠시 입질에 집중하는 사이 그녀가 가까이 와 있는 것이었다.
심장이 터질듯이 강하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호흡을 가다듬고 낚시텐트에서 상체를 세워 옆을 바라 보았다.
그녀가 난처한듯 서 있었다.
아직 어둠이 짖어지지 않은 탓에 그녀의 얼굴과 마주쳤다.
많이 울어서 일까? 그녀의 눈가 조금 부어있는듯 했다.
‘아주머니는 결국 그녀를....’까지 생각했지만 뒷말은 쉬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어렵게 입을 뗏다
“아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드렸네요. 고맙습니다.”
그녀는 인사를 하고는 등을 돌려 미루나무 아래로 걸어갔다.
차옆에는 낮에 보았던 캐리어 가방이 놓여 있었다.
캐리어 가방을 끌고 가려는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제가 읍까지 태워다 드릴까요?”
그녀는 잠시 멈짓하는듯 싶더니, 아무말 없이 캐리어 가방을 끌고 제방 아래로 내려갔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조금 있으면 어둠이 짙어질텐데 차를 가지고 가서 태워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제방아래로 사라지기전 가려리게 떨리던 그녀의 어께가 떠올랐다.
이유는 알수 없었지만,
그녀에게 이길은 한없이 울고 내려가야 돼는 길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그 울음을 방해해선 안될거 같다는 생각이 내발을 붙잡았다.
‘무슨일인진 모르겠지만, 부모자식간을 20년 헤어지게한 한이라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한없이 울며 가는 길도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왜 그리 강한 확신으로 자리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를 차로 읍에까지 태워주는걸 포기한채 털석 의자에 주저 앉았다.
p.s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각자 알아서 상상해 보시라구 끝내버리면 돌맞을까요?....ㅋㅋ
아니믄 추임새(댓글)도 팍팍 넣어주시구, 쇠경(추천)도 팍팍 던져주셔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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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큰돌 하나던집니다
하루에 한편씩 올려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쭈~욱 이어가실길^^
더 고조되는 즐거움.....ㅎㅎㅎ
기대됩니다.
뭐여 이거 시방.
바지도 안 내리고 쉬하겄네.
아 궁금해가 미치겠심더...
월님들께....멱살 잡힙니더 ㅡ.ㅡ
..지금...장난혀? !!....
ㅋㅋ
한번 모셔쥽쇼^^.
태워주지,그랬어,,ㅎㅎ
글을 잘 쓰신다고 속으로 칭찬 했었는데....
끝이 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해주세요.. 더~ 더!!!!
돌맹이 날라와서..
추천10방드릴랑게..얼릉좀???
추천 드립니다....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에 흔적만 남깁니다
5부에는 이렇게 끝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제방으로 사라진 그녀를
다시는 보지 못하였다...
지금까지도...
월척에서 퇴출 되실 겁니다.ㅎㅎㅎ
5편 무지 기대하며 추천 드려 봅니다..
다음이 기다려지내요 마치 일일연속극처럼 기대 합니다.
아!
다음편 기대합니다
마무리는 해줘야줘 ㅠ.ㅠ
추천~~~~~>>>꾹~~
이제는 그냥 가시려고요.....
한번에 4편까지 보고 이제 5편이 기다려집니다.
추천 누르고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릴께요...ㅎ
연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