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참 낚시에 미쳐 있을 때 '월척' 사이트에 올렸던 글입니다.
가끔씩 추억삼아 들춰보는데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집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은 끈기를 갖고 끝까지 함 읽어보십시오. 글이 좀 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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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에혀~~~
참말로 돌아삐리겠다.
붕어란 놈들 내가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4일 내내 어디론가 꼭꼭 숨어 버리고 코빼기도 안 비치니.........
내가 지들을 잡아먹기나 하나 원 참!
작정하고 나온 4일간의 대물낚시 여행의 끝을 알리는 동이 터오면서 갑자기 온몸이 끈적거리고
후끈거리기 시작한다.
그와 동시에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있어 벌떡 일어나 보니 창문 밖으로
웬 할머니 한분이 웃으시며 뭐라 말을 하시는 것 같다.
비몽사몽간에 창문을 열고 무슨일인가 하고 할머니를 쳐다보니
'고기 많이 잡았능교?' 하신다.
"아뇨, 한 마리도 못잡았어요."
"청소비 주야 하는데"
"청소비요?"
"마을 노인들이 청소하고 얼마씩 받아요."
"얼마에요?"
"2천원이라요"
주머니를 뒤적여 2천원을 쥐여드리고 따꼼따꼼한 눈을 부비며 밖으로 나와보니 동이 환하게
터올랐다.
햇살에 눈이 부시다.
아직 오전이지만 불볕 더위에 그새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에이고 저걸 언제 다 걷나, 무려 10대나 펴 놓은 낚싯대를 접을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다.
4일 간의 휴가를 겸한 대물낚시 여행의 마지막 순간이다.
대물여행 첫날, 그러니까 지난 주말, 다시 한번 짐보따리를 꼼꼼히 챙긴 후 집을 나섰다.
천지신명이시여!
이번에야말로 기필코 월이를 생포해 저 끝을 알 수 없는 꽝계탈출을 도모코자 하오니
바라옵건데 부디 이 뜻을 저버리지 마시고 월 상면의 기회를 주시면 백골난망하겠습니다.
낄낄낄.....
월척 걸어내면 조행기 제목을 뭐라 쓸꼬?
'에헴... 이리오너라!' 이렇게 쓸까?
아마, 제목만 보고도 떡붕어님 쪼매 뜨끔하시겠지.
30.5 턱걸이로 헛기침 엄청하신다니 말야.
'초보꾼님, 딴따라님, 육자님, 망티님 안녕!' 이렇게 쓸까?
에헤헤...... 생각만 해도 유쾌한 일이군.
차 안에서 혼자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지난 주에 커다란 가능성을 보여준 못에 도착하였다.
바로 여기.......
사곡지 가는 길로 조금만 더 가다보면 나오는 못이다. 이름은 매곡지.
지금 한창 진입로 공사중이라 통행에 약간의 불편이 있다.
엄청난 기대를 안고 도착해보니 이럴 수가........
비록 뻘물은 거의 가라앉았지만 전 주에 비해 물이 많이 빠져 있다.
차라리 지난 주의 뻘물일 때가 더 나아보인다.
금요일 밤 월척 자유게시판에 공명선생의 출사표를 패러디한 글을 올리려는 찰라 우연히 박중사님을 만나
내일 함께 매곡지로 출조하기로 약속을 했다.
저수지에 도착하여 차를 산기슭에 안전하게 주차해놓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예의 그 포인트를
찾아가니 자리는 아직 무사하다.
이미 꽤 많은 조사님들이 상류 군데군데에 포진한 가운데 유독 이 자리만 비어 있는게
다소 의아할 지경이다.
이 못은 핸드폰이 안 터진다. 011은 잘 터지는 것 같은데 내가 쓰는 016은 영 먹통이다.
혹시나 박중사님이 도착하셨나 저수지를 둘러보니 아직 도착하지 못하셨는 지 안 계신다.
전화를 하려해도 먹통이니 찾을 방법이 없다. 일단 대를 펴고 있으면 찾아오시리라.
불볕더위에 하나 둘 대를 펴자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수건으로 닦아낸 지 1분 후면 또 땀 한 바가지가 주루룩 쏟아진다.
안경이나 안 썼으면 그나마 좀 나을텐데 한 손엔 낚싯대를 들고 또 한 손으론 안경을 밀어올리고
땀을 닦으려니 이거 아주 죽을 맛이다.
눈 언저리로 땀이 흘러 들어 눈이 따갑다.
몇 대째 대를 펴고 있는데 등 뒤에서 "뚝~새~님" 하는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나타나셨는 지 박중사님이 환한 미소로 맞아주신다.
"아이고 박중사님 안녕하세요?"
얼룩덜룩 군복차림의 박중사님을 상상했는데 얼룩무늬 반팔은 없으셨는 지 오늘은 평범한
차림이시다.
상류쪽을 둘러보고 오셨다는데 마땅한 자리가 없다고 하신다.
에구 죄송스러워라.
구미에서 먼길 오셨는데 자리가 없으니 이거 아주 낭패다.
지난주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결국, 박중사님은 안평쪽으로 가야겠다고 하신다.
에혀~~~
만나자마자 몇 마디 얘기도 못해보고 바로 또 제갈길을 가야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짧은 순간 박중사님을 만났다.
박중사님이 가시는 걸 보고 계속해서 대를 폈다.
좌에서 우로 무려 여덟대.
겨우겨우 대편성을 모두 마치고 나서 옷을 쥐어짜니 땀이 흠뻑 배어나온다.
끈적끈적 찝찝하지만 그대로 의자에 눌러 앉아 어여 어둠이 내리길 바랄뿐이다.
아직 해가 좀 남았길래 잠을 좀 자두고 싶었지만 막상 의자를 제치고 누우니 잠이 안 온다.
덥기도 하지만 오늘 밤의 기대감 때문인지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차에 가서 땀도 식히고 좀 쉬다오고 싶었지만 혹시나 누가 낚싯대 걷어갈까봐 그러지도
못하겠다.
에라, 모르겠다.
라면이나 끓여 먹자.
후루룩 쩝쩝, 그저 물 붓고 라면 넣어서 끓인 거지만 맛은 가히 일품이다.
이젠 제법 새물찬스님 라면 맛에 근접한 것 같다.
뉘엿뉘엿 해는 넘어가고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려고 한다.
캐미를 꺾어 달고 새우를 달려는데 어라, 새우가 죄다 모기새끼만하다.
아!
새끼손가락만한 왕새우가 필요한데 모기만한 새우로는 월척하기 힘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하긴, 요즘은 새우를 구하기 힘든 시기라고 하는데 그나마 새우를 구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제 본격적인 밤낚시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등 뒤는 사과밭인데 사과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요거이 발갛게 익을 때쯤 다시 한번 찾아볼까나.
to be continued.....
이제 완연히 어둠이 내리고 더위도 한풀 꺾인 듯 하다.
상류쪽에 많은 분들이 포진했지만 소란스럽지는 않다. 천만다행이다.
개꾼 없는 세상!
이리 좋을 수가.....
개꾼하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언젠가 다워리님이 어느 못에 밤늦게 도착한 탓에 본의 아니게 개꾼행세를
한 적이 있었노라 하셨는데 그 얘기를 접한 뒤로는 개꾼들을 보면 자꾸 다워리님이 생각나니 이것 참
괴이한 일이다.
다워리님은 절대 개꾼이 아닌데.........
에혀~~~
부채살 모양으로 펼쳐놓은 찌불의 향연, 금방이라도 꿈뻑하며 찌가 올라올 것만 같다.
이야호, 멋져부리네~~~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온다.
바로 이맛이야. 내가 이 맛에 대물낚시하러 온다니깐..... 고롬.
옛날엔, 아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케미는 들쑥날쑥 지멋대로 자릴 잡았는데 이젠 끝만 살짝 보일만큼만 물 밖으로
내어 놓고 있으니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도 이제 서서히 초보꾼 티를 벗어가나보다.
나중엔 아예 케미를 물 속에 잠궈놓아야겠다.
너무 잠궈놓으면 찌불 보는 재미가 좀 반감되려나?
맨 왼쪽에 덤으로 하나 던져 놓은 1.5칸 대의 찌불이 살짝 올라왔다가 내려간다.
햐, 요것봐라.
방정맞게 까부는 게 아닌 우아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니 일순간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된다.
지난번 출조 때에도 다섯치 붕어가 앙탈하며 끌려나오지 않았던가.
새우를 달았으니 급하게 챌 필요는 없다.
고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맨치로 턱에 손을 괴고 앉아 저놈도 나처럼 대물사냥하러 나온 허접꾼일까
생각하며 2단, 3단 중후한 입질을 보여주기만 기다리면 된다.
아마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렸다.
크헤헤헤.....
바보 같은 붕어 녀석....
이 대물꾼 뚝새가 두 눈 부릅뜨고 째리고 있다는 사실은 모를테지......
난 오늘 우측 두 번 째 3칸 대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밑의 그림 우측 상단에 보이는 이글거리는 불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밤새 입질 구경하기 힘든 다른 못에 비해 그나마 매곡지는 심심찮게 입질을 해주는 넉넉한 성품을 가진
못임에 틀림 없다.
아직 대물이 나올 시간은 아닌 것인가 항상 마음 속에 꿈꾸던 그런 멋진 입질이 보이진 않지만
간혹 몇 cm씩 올리는 입질은 더러 보인다.
그러나 채지는 않는다.
예전 같으면 찌가 쑥 빠지도록 그냥 무식하게 챘을 법도 한데 이젠 그냥 놔둔다.
잔챙이 붕어는 더 이상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다시 미끼 갈려고 부산떨면 그것 또한 대물을 상대하는데 해로울 뿐이다.
우히히~~
대물낚시 1년만 하면 뚝새 만큼 한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기어이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뒤돌아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살짝 시계를 보니 2시다.
예전엔, 자꾸 예전 소리 해싸서 읽는 분들께 죄송하지만 자꾸 옛날과 비교가 되서 하는 소리니
조금 성가시고 귀찮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전엔 그랬다.
초저녁에 입질이 없다 싶으면 이내 꾸벅꾸벅 졸다가 동틀 무렵 잠이 깨서 아 오늘도 날샜다 이랬을 터인데
이젠 밤새 한숨 안 자고 쪼아댄다.
나으 이 집념, 이 고집, 이 성깔!
붕어들이 벌씨로 눈치를 챈 모양이다.
비록 적장이지만 사구칠 붕어 그놈 참 대단한 놈이 아닐 수 없다.
'뚝새한테 걸리면 무조건 죽음이니까 대구경북 각지의 붕돌이 붕순이 붕애들은 고저 몸을 사리고 뚝방 밑으로
전원 집결하여 은폐엄폐해 있다가 다음날 아침 동이 틀 때를 기다릴 것'
요래 서슬 퍼런 명령을 내려놨으니 내가 무신 재주로 월이를 생포할 수 있을 것인가.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으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측 2번 째 대의 찌불이 깜빡하는게
보이지 않는가.
손이 떨리고 다리가 떨리고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아직 대엔 손도 내밀지 못했다.
드디어 왔구나.
그래,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자그마치 오늘로 42번 째 출조에 25,000km를 달려와 겉보리 수백 봉지, 새우 수천 마리, 휘발유 수천 리터,
통행료 90 여 만원을 초개 같이 버리지 않았던가?
어디 그 뿐인가?
차 빠뜨리기 십수 회, 발 빠지기 십수 회, 사지로 차 몰아넣기 등등.......
대물낚시 역사상 이래 막대한 물량 투입과 전투력 손실을 가져온 엽기 행각은 없었을 터!!
너 오늘 잘 만났다.
너 죽고 나 살자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또 한번 찌불이 꿈뻑 한다.
검객이 칼을 빼듯이 전광석화와 같은 동작으로 낚싯대 손잡이를 부셔져라 움켜잡고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찌를 노려본다.
에공에고...이게 빠져부렀네..
to be continued.....
<< 3 편 >>
이내 올라올 것 같던 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 소식이 없다.
잔챙이가 덤볐나? 움켜 잡았던 대를 다시 내려 놓았으나 아직 희망의 불씨가 꺼지진 않았다.
날이 밝아오려면 아직 두어 시간은 더 있어야 하니까.....
대물이 어슬렁거리며 나올 시간인데 조금씩 졸음이 몰려오는 것 같다.
몇 차례 뺨도 때려보고 종아리도 꼬집어 보지만 찌불이 여기저기서 불쑥 불쑥 솟아오른다.
안 되겠다. 오늘 이렇게 졸면 끝장이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목을 돌리며 잠을 쫓아보려고 하였다.
오른쪽으로는 스르르 잘 돌아가는데 왼쪽으로는 조금 삐걱거린다.
뿌두득 뚝뚝......
이렇게 얼마간 있으니 다시 찌불이 똑똑히 보인다.
정신이 돌아온 것이다. 휴우~~~~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의자에 꼿꼿이 앉아 우측 2번 째 대를 주시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다시 한번 찌불이 깜빡하는게 보인다.
으갸갸갸갸......
왔구나 왔어.
여지 없이 낚싯대를 두손으로 움켜잡고 찌가 올라오길 기다리며 숨을 죽인다.
살짝 움직였다.
그래, 조금만 더 올려야 내가 챌 수가 있지. 조금만 더 올려봐.
주문이 통한 것인 지 한 마디 정도 사알짝 올린다.
후악......
숨도 안 쉬고 있으려니 숨이 찰 지경이다. 빨리 안 올리고 뭐하는겨.
어.... 올린다 올려.
중후하게 10cm는 올린 것 같다.
이 짧은 시간 엄청난 갈등이 몰려온다.
새우 입질에 성급함은 절대 금물이다. 귀가 따갑도록 들은 말이고 몇 번의 경험을 한 터라 우아하게 밀어올리는 입질에도 도저히 챌 수가 없다.
이러다 한번 더 힘차게 밀어주겠지 그때 끝장을 내자.
몇 초 간의 시간이 흘렀지만 찌는 그대로 멈춰 있다.
이게 어찌된거지?
아직 물고 있는건가?
만약 물고 있던 새우를 뱉었으면 찌가 다시 내려가야 하는게 아닌가?
챔질 타이밍을 놓쳤나 싶어 땅을 치고 있는데 이때서야 다시 찌가 스르르 내려간다.
으햡~~~
내가 귀신인가?
내 이런 일이 있을 줄 미리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절묘하게 들어맞을런지는 몰랐는데 두고두고 아쉽고 분통이 터진다.
그냥 채보기나 하는건데......
정말이지 속이 쓰리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후로 오른쪽 2번 째 대의 입질은 다시는 볼 수 없었고 그 바로 옆 3번 째 대에서 몇 번의 입질이 있었다.
갑자기 찌가 쭈우욱 올라오기에 얼떨결에 잡아챘더니 일곱치 날씬한 붕애다.
이 못은 거머리가 득시글 거리기 때문에 거머리 망태기도 하나 장만해서 가져왔다.
바로 방생해줄까 싶었지만 지금 방생해주면 그 순간부터 입질 뚝 이라는 말을 들은 게 있어서 일단 망태기에 넣어놨다.
여기저기서 방정맞은 입질에 다섯치 여섯치 정도의 붕애를 두어 수 더 했지만
이미 승부는 끝난 것 같다.
아까 챔질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몰려오는 것과 동시에 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아이쿠야....
꼬박 날밤을 샜네 그랴.....
완전히 동이 트고 나니 어젯밤 그 좋았던 모습은 다 어데로 가고 폐허를 방불케 하는 어지러운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바로 이런 모습......
더 이상 여기 머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더 뜨거워지기 전에 얼른 대를 걷고 어딘가 그늘진 곳을 찾아 한숨 자야겠다 싶다.
주섬주섬 대를 걷어 차에 싣고 문득 이곳으로 오다가 발견한 아담한 못이 생각나 탐색차 발길을 돌렸다.
만약 괜찮을 것 같으면 미리 자리잡고 겉보리 투척한 후 한숨 잘 요량이다.
뿌우웅 뿌웅......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을 시원스레 잘도 달려간다.
아까 봐두었던 곳으로 다가가니 어느 조사님이 그 자리에 대를 펴놓고 계신다.
옆에 텐트가 있는 걸 보니 어제 밤낚시를 하신 듯......
밤낚시 조과가 어땠냐고 물어보고 싶지는 않다.
어디가 되든 밤낚시를 하려면 미리 겉보리 투척 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겉보리 구입을 위해 다시 의성**낚시방으로 가려는데 응가가 마렵다.
아침에 일어나면 꼭 응가부터 하는 습관이 있는 터라 낚시하러 나와도 그 생리적인 현상은 한 치의 오차가 없다.
아구구구.... 응가 마려워 뚝새 죽네.....
일단 시내로 나가야겠기에 화장지 하나 주머니에 쑤셔넣고 냅다 달렸다.
마침 오는 길에 봐둔 만천휴게소가 생각이 났다.
거기 가면 화장실이 있겠지.
얼른 와서 화장실을 찾으니 만천휴게소 맞은편에 간이 화장실이 있다.
후다다다닥......
화장실을 향하여 부리나케 달려갔다.
**&&%&^%%*&^&%$
얼씨구 시원한 거!!
정녕 이 배설의 즐거움이란 대물붕어 걸어내는 것 보담 못하진 않을거야.
배설을 마치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앗! 저게 뭐야?
급한 불을 꺼서인 지 아까는 보이지 않던 게 눈에 확 들어온다.
그건 바로 뚝방!
요거요거 이 뚝방, 이것만 보면 눈이 번쩍 뜨이는 병적인 현상이 생긴 진 이미 오래다.
여기가 무슨 저수진가? 도로를 따라 가며 살펴보니 꽤 큰 못인 것 같다.
아하~~~~
바로 여기가 만천지로구나. 만천 휴게소가 바로 옆에 있으니 만천지가 아니면 그 무엇이란 말인가?
무릎을 탁 쳤다.
어디 한번 둘러나 볼까?
도로를 따라 가며 저수지 인물을 살피던 중 내 눈을 의심케 하는 풍경에 그만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아래 사진의 빨간줄 그은 부분......
사진엔 뒷 모습만 보이지만 도로가에서 바라보면 대단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도로 옆을 따라 최상류 마을 앞 까지 부들이 그림 같이 펼쳐져 있고 군데군데 작업을 해놓았는데
우와~~~~
내 이런 장관을 본 건 난생 처음이다.
부들밭 공략은 이렇게 한다 라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듯 하다.
마치 톱날 모양으로 대여섯 개씩 구멍을 뚫어놓았는데 그 누가 작업을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하겠다.
이런 근사한 포인트가 도로를 따라 네다섯 군데는 된다.
포인트 마다 어제 밤낚시를 한 듯한 분들이 아직 미련이 남았는 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만약 오늘 이분들이 철수를 한다면 여기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중 젤로 마음에 드는 포인트를 차지하고 계신 분께 다가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살짝 조황을 물어보니 하루에 한번 정도 입질을 볼 수 있다고 하신다.
한참을 열을 올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준다.
특히 밤 9~10시 경에 입질이 들어온다고 알려주시며 곧 철수할 것이니 여기서 한번 해보라고 하신다.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저수지를 한번 둘러볼 겸 상류 마을쪽을 통해 건너편 산밑으로 들어가 보았다.
상류 초입의 부들밭이 아주 장관이다.
상류를 벗어나면 장관을 이루는 부들밭은 끝나고 듬성 듬성 부들이 산재해 있다.
대신 마름이나 말풀 같은 수초가 펼쳐져 있다.
산자락 밑으로는 4자리 정도가 나온다.
이 자리도 괜찮아 보이지만 도로 맞은편 쪽의 마을 옆 부들밭을 공략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바로 이 자리......
to be continued.....
어제 날밤을 꼬박 새고도 저 철옹성 같은 부들밭을 기어코 공략해야 한다는 생각에 졸음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버렸다.
만천 휴게소에서 밥을 한상 받아먹었더니 힘이 펄펄 난다.
이제 해는 중천에 떠서 그야말로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미 옷은 땀에 쩔어 시큼시큼한 냄새가 난다.
비상용으로 갈아 입을 옷 하나를 더 가져오긴 했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갈아 입는 도중에 흠뻑 땀에 쩔어 버릴 텐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껴두었다가 마지막날 서울 올라갈 때 갈아입어야겠다.
차 트렁크를 여니 그동안 주워담은 쓰레기 봉지가 여러 개가 나뒹굴고 있다.
이 역시 비에 젖고 물에 젖어 썪음썪음한 냄새가 폴폴 풍긴다.
은빛상어 같은 내 애마가 우째 이모양 이꼴로 변했는 지 기가 찬다.
한 2년 동안은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손세차만 할 정도로 애지중지 키웠던 녀석인데 어쩌다 주인이
대물낚시 한답시고 사방팔방으로 싸돌아다니는 통에 졸지에 똥차로 전락해버렸으니
천하에 못된 주인이로고......
차에서 하나 둘 짐을 내려서 다시 또 이고지고 산 밑 부들밭 공략을 위해 보무도 당당하게
걸음을 내딛는다.
짐만으로 보면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대물꾼 아닌가!
동네 아주머니도 이 엄청난 짐보따리에 고기 다 잡아가는 줄 알고 안색이 파랗게 변해버리는데........
덜그덕덜그덕 삐걱삐걱 통통 하는 대물꾼 행차소리에 황소개구리들 앞다투어 물 속으로 뛰어든다.
헛 참 고놈들 사람 볼 줄 아는구만.....
휴~~~
드디어 오늘 공략할 부들밭 앞에 도착.
이 땡볕에 어줍잖은 작업을 할 생각을 하니 하늘이 노랗다.
그러나 이미 결심은 섰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다.
오!
천지신명이시여!
이 대물꾼 뚝새 저 철옹성 같은 부들밭을 고저 낭창대고 디립다 무거운 수초낫과 갈쿠리 이 두 가지
비기를 이용하여 집중공략코자 하오니 굽어 살피시어 이 치열한 공성전에서 승전보를 울릴 수
있도록 해주시고, 달이 기울 때를 기다려 적장 하나를 이쪽으로 보내주십시오.
이두메지나 4호 바늘로 단 1합에 쓰러뜨려 후세에 길이 빛날 전공을 세우고자 함이니
거두어 주소서.
비장한 각오로 입을 꼭 다물고 낚시가방에서 비기를 꺼내들었다.
무식한 수초제거기와 청룡언월도 비스무리한 수초낫, 삼지창 비스무리한 갈쿠리를 가방 이쪽저쪽을 뒤적여
꺼내고 마지막으로 동네 대장간(철물점)에서 어렵사리 구한 숫돌도 꺼내 놓았다.
그새 녹이 슬어버린 수초낫을 서슬이 퍼렇토록 갈고 또 갈았다.
스샥 스샥......
수초낫을 들어 날이 제대로 섰는 지 바라보니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살기가 돈다.
됐다 이만하면 적군은 삽시간에 초토화시킬 수 있을지어다.
으랏차차차차차........
이놈들아 내 칼을 받아랏...... 싫음 말고....
단칼에 나가떨어지는 적들의 시체가 산을 이룬다.
이내 물은 검푸른 색으로 변해버린다.
그야말로 부들이 추풍낙엽 처럼 쓰러진다. 아래 사진 하단부 참조.
에구 더워라.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한 구멍 파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다섯 군데를 어는 세월에 다 마칠 것인가.
이거 뒤지게 작업해봐야 오늘 밤에 입질 볼 가능성은 있을 지 도무지 의심스럽다.
승산이 없는 작업인 것 같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이젠 물러설 수 조차 없다.
비지땀을 흘리며 약 3시간에 걸쳐 작업을 한 끝에 이런 모양의 부들밭 작업을 마쳤다.
으하하하하......
작업이 끝난 부들밭을 바라보니 드디어 해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회심의 미소가 피어난다.
오 놀라워라.
정녕 이것이 나의 작품이란 말인가!
좋아 오늘밤 달이 기울 때를 기다리고 이젠 곤히 잠을 청하자.
옆 조사님께 자리를 좀 봐 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거목이 쓰러지듯 엎어져 디비잤다.
to be continued....
몇 시간이나 잤을까!
문득 눈을 떠보니 자동차 안은 뜨거운 열기로 후끈 달아있다.
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린다.
오뚝이 처럼 벌떡 일어나 수건으로 땀을 닦고 정신나간 사람 맨치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본다.
아닌게 아니라 정신나간 놈과 다를 바 없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있으니 조금씩 정신이 든다.
아직 해는 중천에 떠 있다.
오늘 밤 달이 기울 때 적장을 맞아 한바탕 승부를 벌이려면 조금 더 자둬야하지만
더 이상 잠이 오질 않는다.
하여간 물가에만 오면 잠이 안 오는 통에 아주 돌아삐리겠다.
에라!
놀면 뭐하나 작업이나 마저 해지 뭐....
쾡한 정신으로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아!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개구리밥'(?) 이라고 하는 수초가 떠밀려와 애써 뚫어놓은 구멍을 가득 메워버렸다.
아이고 이기 뭔일이댜~~
줄기라도 있으면 갈쿠리로 살살 걷어내면 좋겠는데 줄기도 없고 뿌리도 없고
잎만 동동 떠 있으니 갈쿠리 틈새로 살살 빠져버린다.
좀 걷어냈다 싶으면 어느 틈엔가 또 밀려와 쌓이니 적당히 하고 포기하는게 나을 성 싶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 작업을 했나 하는 후회가 들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수초낫과 갈쿠리를 요리조리 바꿔가면서 사력을 다해 작업을 마쳤다.
내가 자리잡은 곳은 키 큰 부들 사이의 푹 꺼진 곳으로 바람이 통하질 않아
더욱 더 덥게 느껴진다.
어제 오늘 흘린 땀만 2톤은 족히 될 것 같다.
잠을 좀 자둘까 싶어 의자를 제치고 누워보았지만 잠이 올 리 없다.
수건으로 눈을 덮어 애써 어둠을 만들어보려 했지만 뜨거운 열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다.
이리저리 뒤척이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기세 등등하던 더위도 한풀 꺾였다.
아차~~
새우가 없잖아.
어둑해질 무렵 새우채집망을 던져보긴 하겠지만 새우가 들어오길 기대하긴 힘들다.
늦기 전에 얼른 새우를 사와야지.
뿌웅~~~
빠다다당~~~
요란한 소리를 내며 애마가 튀어나간다.
스텐 재질의 중간 머플러(2번 머플러)가 미처 달궈지기 전이라 빠다당 떠는 소리가
잠시 나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마후라 빵꾸났다고 하겠지만 계속 그러는 건 아니고 출발시
잠시 동안만 나는 소리인데 난 이 소리가 저으기 듣기 좋다.
7ism(세븐이즘) 63 파이 짜리 중간 머플러와 테일 머플러를 달았을 때의 사운드 및
리스폰스가 제일 좋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커다란 배기음 소리와, 한층 강화된 단속이
무서워 결국 이 두 가지 물건은 도로 떼어내 어느 매니아에게 반값만 받고
되팔아먹었다.
대신 장농 위에 짱박아 두었던 허접한 54 파이 짜리 스텐 머플러를 다시 꺼내 부착했더니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 꼭 이런 요상한 소리를 낸다.^^
의성**낚시방에 들어 새우를 사고 나가려는데 사장님이 이번엔 어디로 갈꺼냐고
묻는다.
"만천지에 가볼라고요"
뜻밖이라는 듯 만천지요? 하며 다시 묻는다.
"네, 그림 좋던데요, 산 밑에 생자리 만들어서 함 해볼 참입니다."
그러자 이내 종이를 꺼내더니 슥삭슥삭 저수지 그림을 그리더니 여기 앉으라며
포인트를 일러주신다.
그림 속의 포인트를 보니 아침에 어느 조사님이 앉았던 바로 그 자리와 일치한다.
고맙지만 산밑 부들밭이 욕심이 나서 이미 작업 다 해놓고 왔다고 말씀드리고
가게를 나왔다.
다시 차를 타고 만천지로 돌아오려는데 문득 회한이 인다.
도대체 내 꼬라지가 이게 뭐냐!
얼굴에는 뗏국물이 줄줄 흐르지, 옷은 땀에 쩔어 시큼시큼하지, 제대로 잠을 못자
눈은 쾡하지, 며칠 양치를 못했더니 입냄새도 풀풀 나는 것 같고.....
도대체 이 먼길 와서 고기 한 마리 몬잡고 맨날 이기 뭔 짓인 지 모르겠다.
에혀~~~~~
자리로 돌아와 날이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린다.
과연 오늘밤 입질을 볼 수 있을까?
한참 고민하며 시간 죽이고 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내 오른쪽에 자리하신 노조사님이 서 계신다.
밤에 채비 넣기가 쉽지 않겠다고 하시며 커피 한 잔 하겠냐고 오라고 하신다.
"네, 알겠습니다."
커피!
하여간 난 누가 커피를 준다고 하면 지옥에라도 따라가지 싶다.
얼른 대답하고 쫄래쫄래 옆 조사님께로 다가갔다.
이미 물을 다 끓여놓고 컵을 하나 건네주시면서 입맛대로 타서 마시라고 하신다.
컵 1/2만큼 뜨거운 물을 채우고 몇번 휘젖고나서 마시니 바로 꿀맛이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노조사님 짐보따리에 눈길이 간다.
나 만큼이나 짐이 많아보인다.
커피도 봉지째로 있는 것 같고 나무젓가락이며 종이컵이며 아주 통째로 가지고
오신 모양이다.
짐이 꽤 많으시다고 말씀드리니 혹시나 해서 항상 여유있게 준비해 오신다고 하신다.
있다가 저녁도 같이 먹자고 하시는데 어이구 젊은 놈이 대접해 드려야 하는데
그저 고마울 뿐이다.
노조사님은 일 때문에 전국을 두루 다니신다고 하시는데 틈 날때 마다 낚시를
다니신다고 하신다. 여기 만천지도 두어 번 오셨다고......
(아래 사진은 노조사님 포인트와 대편성 모습)
커피 잘 얻어마시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산 그림자가 넓게 드리워져 있다.
새우쿨러를 열어보니 햐 요놈들 아주 싱싱하게 살아 움직인다.
씨알이 좀 잘긴 하지만 요즘 같이 새우 구하기 힘든 시기에 그나마 새우를 구했다는
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모두 꺼내 새우망에 넣고 오른쪽 2.6칸 대 부터 하나씩 꺼내 케미를 달고 제일 큰
새우부터 하나씩 달아서 던졌다.
어느틈엔가 구멍을 가득 메운 개구리밥 때문에 채비가 잘 들어가질 않는다.
두세 번 시도 끝에 모두 제자리에 안착.
드디어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금새 어둑어둑하다.
물 위로 살짝 드러내 놓은 케미가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다.
오늘밤 달이 기울면.......
to be continued...
한바탕 비가 쏟아지려는 지 날이 꾸물꾸물하다.
비가 와도 좋다.
제발 조금만 내려다오.
달도 별도 없는 캄캄한 밤, 부슬부슬 가랑비가 흩날릴때 아무 기척 없이 거룩하게 올라오는 찌불을 상상하니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아!
오늘밤 파아란 찌불이 껌뻑하며 올라온다면 ........
으~~~~~~
숨이 막혀 죽을 지도 모른다.....
엉뚱한 대를 움켜잡지는 말아야 할텐데....
행여나 물에 빠지지는 않겠지.....
꿈꾸듯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노조사님께서
저녁 먹자며 부르신다.
아이구, 이런 고마울 데가.....
아까도 커피 잘 얻어마셨는데 저녁까정.....
쭈뼛쭈뼛 자리로 가보니 노조사님께서 뜨거운 물에 데운 햇반과 알맞게 익은 김치를 내어놓으시곤 나를 기다리고 계신다.
뚝딱 밥 한 그릇을 해치우고 나니 커피까지 한 잔, 오늘 무슨 날인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내일 아침식사는 꼭 내가 대접해 드려야지.
밥을 다 먹어갈 즈음 툭툭 한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요즘 일기예보의 정확도에 새삼 놀라며 자리를 정리하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커피며 밥이며 계속 얻어먹기만한게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생각하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로회복제라도 하나 사드릴까?
그려, 나도 하나 마시고.....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매점에 가서 피로회복제 4개랑 음료수, 물을 사서
노조사님께 갖다 드렸다.
뭘 이런 걸 사왔냐고 손사래를 치시는데 이렇게라도 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하다.
한바탕 쌔리부울 것 같던 비는 이내 그치고 다시 가랑비가 오락가락한다.
덕분에 많이 시원해졌다.
오늘밤 이런 날씨만 계속 이어진다면 뭔가 큰일낼 것 같은데.......
기다리고 기다리던 완전한어둠이 찾아오고 수면 위로는 보석 같은 찌불의 대향연이
펼쳐진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오!
어둠을 밝히는 여섯 개의 영롱한 빛이여!
내 이 심장을 고동치게 만드는 신비로운 빛이여!
저 거룩한 찌불이 사그러드는 내일 아침까지는, 나는 나는 좋아 죽는다.
쿠쿵!
한바탕 굉음이 일면서 일순간 캄캄하던 수면이 대낮 같이 환해진다.
뭣이여 이기?
번쩍~~~
우르릉 쾅!
어디선가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거센 빗줄기가 들이치더니 때맞춰 왼쪽 마을쪽에서부터
무시무시한 바람소리와 함께 강풍이 휘몰아친다.
아이고 이제 나 죽었다.
허겁지겁 파라솔을 머리 위까지 내리고 쥐죽은 듯 쪼그리고 앉아 행여나 이 와중에도
찌가 움직일까 살피고 있는 난 이 무신 청승인가!
그러고보니 지난 늦여름 형님과 함께한 회룡지의 그날밤이 생각난다.
하필이면 어느 무덤 앞에 자릴 잡게 되었는데 그날도 한밤중에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닥쳤다.
금방 그치려니 했던 비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한기가 스며들어 우리 둘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이대로 계속 있다간 얼어죽을 것 같은 생각에 결국 형님이 전화를 걸어 관리인에게
철수를 부탁하였지만 관리인도 이 폭풍우엔 엄두가 안 나는 지 내일 아침에나 오겠다고
버틴다.
할 수 없이 우린 그러마 하고 내일까지 버틸 요량으로 파라솔을 푹 눌러쓰고 비가
그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못오겠다던 관리인이 아무 인기척도 없이 검은비옷을 뒤집어쓰고 등 뒤 무덤
앞에 갑자기 나타나서 '갈거요' 하는 소리에 우리 둘은 놀라서 기절할 뻔 하였다.
으휴~~~~~
그때 생각만 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한바탕 세찬 비가 내리치니 파라솔은 있으나마나다.
파라솔 안으로 비가 줄줄 흐른다.
으으으.....
1톤 가량의 비지땀을 흘리면서 장장 세 시간에 걸쳐 완성하고 달이 기울기만을
기다렸건만 이 모든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쪼그리고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은 지 한 시간 가량이나 됐을까
그렇게도 세차게 쏟아붓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갑자기 왼쪽이 훤해진 것 같아 돌아보니 키 큰 부들이 바람에 다 쓰러져버려
그 사이로 마을을 비추는 가로등이 환하게 내 자리를 비추고 있다.
애써 작업한 구멍도 밀려온 개구리밥으로 가득 메워지고 주변의 부들은 처참하게
쓰러져 있다.
아비규환~~~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아아아아아아~~~~~~~
내 돌아삐리겠다.
진짜로 돌아삐리겠다.
내 무신 죄를 지었길래 이리 날씨가 협조를 안 하는걸까!
으헝헝헝........
to be continued.....
비가 그치고 만신창이가 된 자리를 바라보고 있자니 속이 쓰리다.
애써 뚫어놓았는데 구멍 주변의 부들이 비바람에 넘어져버리고 밀려든 개구리밥 때문에
채비를 다시 넣을 수가 없게 됐다.
비바람에 밀렸는지 잔챙이가 건드렸는지 징거미가 끌고 갔는지 찌는 제 위치에
정렬하지 못하고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오늘밤 한 번이라도 입질을 볼 수 있을까 염려스럽지만 마냥
기다리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날지도 모르는 놈을 놓칠새라 눈을 똥그랗게 뜨고
찌불의 움직임을 살핀다.
아직까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아직 놈이 올 시간이 아닌가보다.
많은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딱 한 번의 입질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는데......
이젠 새우 입질 형태가 어떤 지 다 잊어버렸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하염 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순간 오른쪽 2번째 대에서
깜빡하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어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2.6칸 대를 힘껏 움켜잡았다.
잠시 뒤 다시 한번 깜빡.
제발 조금만 더......
에이~~ 씨~~
조금만 더 올려보란 말이야. 그래야 내가 채지....
뭐 이래~~~
곧 올라올 것 같던 찌는 더 이상 움직이질 않는다.
입질 형태로 보건데 잔챙이가 건든 건 아닌 것 같다.
깜빡거리는 정도의 입질이었지만 중후한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좋아!
이제 놈들이 왔나보군.
으흐흐...
이거 오늘 사고치는 거 아냐?
일단 입질을 했으니 좀 더 두고보자고......
비바람에 제 자리를 잃고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찌불을 보니
영 아쉬움이 남는다.
제 자리만 지키고 있었더라면 세 봉지나 뿌린 겉보리가 위력을 발휘했을텐데
밑밥 준 데에서 한참이나 벗어나 있으니 이것 참 분통이 터진다.
번쩍!
이번에는 왼쪽 2번 째 대에서 케미가 깜빡거린다.
그저 깜빡이는 정도지만 무지 밝다.
이게 한 10cm 정도만 올라온다면 으........
상상만 해도 황홀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조금 전과 똑같은 상황이다.
계속해서 깜빡이긴 하는데 좀처럼 찌를 밀어올리진 않는다.
뭐지?
잔챙이는 아닌데.......
징거미가 건드는건가?
두어 시간에 한 번 간격으로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결국 제대로 된 입질을
보는덴 실패했다.
시간이 얼마나 됐을까 궁금해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 4시가 다 됐다.
낮에 3시간 정도 밖에 못 잤는데도 꽤나 잘 버티고 있다.
한 두어 번 졸음이 몰려왔지만 용케도 잘 참아냈다.
조금만 더 버텨볼까도 생각했지만 더 이상 가망이 없을 것 같아
한숨 자고 내일 또 어디론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갑자기 졸음이 몰려온다.
에라 모르겠다.
차에 가서 한숨 자고 나오자.
그렇게 차에서 한참 곤하게 자고 있는데 누군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뭔가하고 창문을 내려보니 의성**낚시방 사장님이다.
조황확인차 나오신 모양인데 낚시는 안 하고 밤새 자고 있다고 핀잔을 주신다.
열심히 쪼우고 이제사 잠들었는디.......^^
잠시 얘길 나눈 후 사장님은 다시 돌아가셨다.
시계를 보니 7시쯤 됐다.
이미 잠은 다 깼으니 다시 자기도 그렇고 일단 자리로 돌아왔다.
잠든 사이에 혹시나 대를 끌고가지는 않았는지 내심 걱정했지만 낚싯대 6대는
밤새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럼 그렇지.
자길 잘했네 그려.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더 이상 앉아 있고 싶지가 않다.
어디 시원한 그늘 아래로 가서 한숨 푹 자고 싶은 생각 뿐이다.
주섬주섬 대를 걷고 떠나기 전 옆 노조사님께로 가보니 노조사님도 밤새 입질을
못보셨다고 하신다.
원래 오늘 하루 더 밤낚시를 할 예정이었는데 오늘 내려가시겠다고 하신다.
아무래도 어젯밤 폭풍우가 악영향을 끼친 것 같다.
이래저래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차에 짐을 실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사곡지가 생각이 났다.
전에 정도님이 하룻밤에 월척 7마리를 잡은 곳이라고 하면서 언제 한번 같이 가자고
했던 곳이다.
좋아, 거기나 한번 가보자.
지도를 보니 매곡지 조금 못가 왼쪽편으로 나 있는 조그마한 못이다.
이쪽으로 몇번 와봤으니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근처까지 와서는
찾지를 못하겠다.
할 수 없이 마을 근처에서 만난 어르신들께 여쭤보니 정작 사곡지를 잘 모른다.
허 이것 참~~
"사곡지요? 요 아래 큰 못에서 사람들 낚시 많이 하는데 큰 고기도 많아요."
"아 거기는 토현지고요, 사곡지는 이쪽 어디 길 왼쪽편에 있는 못이거든요."
사곡지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차에서 지도를 꺼내왔다.
"요기가 사곡진데 어떻게 가면 돼요?
"아, 여기요. 여기는 이리로 쪼금 더 가서 큰 길 나오면 왼쪽으로 가면 돼요."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르쳐준 길로 쭉 올라가니 왼쪽편으로 제방이 보인다.
제방 옆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계속 가니 길 옆으로 저수지가 펼쳐져 있다.
기대했던 것 만큼은 아니지만 저수지 인물은 괜찮다. 특히 상류에는 뗏장과 마름
등의 수초가 잘 발달해 있다.
그런데 아직 뻘물이 덜 가라앉았는 지 물색이 흐리다.
길 옆에 차를 대놓고 이제 막 대를 걷고 계시는 분께 조황을 여쭤보니
밤새 잔챙이 몇 마리 잡으셨다고 하신다.
이런저런 얘길하다가 밤낚시 하려는데 어디가 좋겠냐고 여쭤보니 채비는 튼튼한 지
물어보신다.
"네, 원줄 4호에 바늘도 큰 걸로 씁니다." 으쓱...^^
"그럼 저기 뗏장밭 보이죠? 저기 저쪽에 가보면 군데 군데 구멍이 있는데
채비 잘 넣어놓고 조용히 기다리면 큰 놈 나올겁니다."
"여긴 무조건 조용히 해야 해요. 조금이라도 불빛이 있으면 안 되고 발소리도
내면 안 되요."
하여간 이 조사님 무조건 조용히 해야만 대물구경 할 수 있을거라고 힘주어
강조하신다.
조심해서 내려가시라고 인사드리고 잽싸게 그쪽으로 가 보았다.
상류쪽을 한번 쭉 둘러보니 아까 그 조사님이 말한 자리가 제일 나아 보인다.
평일이고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한숨 자고 나와도 자리는 뺐기지 않을 것 같다.^^
일단 한숨 자고 난 다음에 대를 펴자.
적당히 그늘이 깔린 곳을 찾아 차를 대놓고 한숨 디비잤다.
아!
사곡지여 너를 믿는다. 쿠당~~~~
to be continued....
몇 시간을 잤는 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잠에서 깨어났다.
차 문을 열고 나오니 또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이놈의 비, 하여간 지겹도록 내린다.
그러나 지금 내리는 비는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아주 고마운 비다.
날이 너무 뜨거우면 놈들이 상류로 올라붙지 않을테니까 오히려 잘 된 거지 뭐.
흐....
대물낚시 1년을 꽝치고나니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은 있어 이리도 편하게 해석을 한다.
꾸역꾸역 차에서 짐을 내렸다.
짐이 트렁크에 하나 가득인데 이게 다가 아니다.
자동차 뒷자석에도 뭔가가 잔뜩 쌓여 있다.
어지간하면 이 모든 걸 한 번에 다 짊어지고 나를텐데 이번엔 그럴 욕심도
그럴 힘도 없다.
차에서 포인트까지 엎어지면 코닿을 데니 한 두어 번에 나눠 들고가야지.
으랏차차차~~
낚싯대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놈의 가방은 왜 이렇게 무거운 지.....
그래도 가방에 의자 달고 파라솔 달고 새우쿨러 달고 텐트까정 달고 양손에 삐꾸통
큰 거 두 개 들고 손가락 사이에 겉보리랑 물통을 담은 봉지까지 들고 가는 거에
비하면 이건 일도 아니다.
맨날 이렇게만 다닐 수 있으면 팔공산 꼭대기는 우습게 올라갈 수 있겠다.
그런데 포인트에 도착해서 보니 웬지 자꾸 눈길이 가는 이상한 게 놓여 있다.
직사각형의 나무 박스인데 옆은 하얀색 비닐 같은게 씌워져 있다.
이거 뭐지?
혹시 죽은 사람 매장할 때 쓰는 관 아냐?
허걱~~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들지만 애써 다른 것일거라 생각하고 싶다.
설마 여기 이런게 있을라고?
그런데 자꾸만 눈길이 그쪽으로 향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대를 펴야하는 자리 바로 옆이기 때문이다.
아~
이런 개떡 같은 일이 있나.
왜 하필 이런게 여기 있는거야?
가방을 내려놓지도 못하고 그냥 다른 곳으로 자릴 옮길까 싶어 이리저리 둘러보지만
포인트는 여기가 제일 나은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
에라 모르겠다.
설마 저게 관 일리가 있겠어?
혹시나 아무도 없는 컴컴한 밤에 불쑥 찾아올 지 모르는 공포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가지고 온 여러가지 잡다한 짐을 그 나무상자 위에 올려놓아 관 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장을 해놓았다.
좌우지간 이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고 일단 대부터 펴야겠다.
제일 만만한 2.2칸 대를 꺼내 마름 앞에 던져보았다.
흐미~~~
택도 없다.
일단 2.2칸을 옆에 살짝 내려놓고 다음 타자인 2.6칸 대를 꺼내 던졌다.
어쭈구리~~~
이번엔 조금 길었던지 마름 위에 사뿐히 얹혀버린다.
이런 ~~~~
살살 당기니 꼼짝도 안 한다.
얼라리요?
초릿대가 휘어지도록 몇번을 튕기니 마름 줄기를 끊어버린 바늘과 봉돌이 쓩하고
내 면상을 향해 날아온다.
으아아악 나 죽었다. 걸음아 날 살려라.
이럴 땐 달리 방법이 없다.
그저 눈을 꼭 감고 낚싯대를 높이 치켜든 상태에서 앞쪽으로 대를 비스듬하게
세우고만 있으면 된다.
원줄이 제 아무리 길어봐야 새발의 피지. 낚싯대 길이 이상 벗어날 수가 없으니
지 풀에 왔다리갔다리 하다가 멈춰서겠지.
잠시 후, 빡~~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온다.
8호 쯤 되는 고리봉돌이 쏜살 같이 날아와 정통으로 내 낚싯대 손잡이 부분에
일격을 가하였다.
원줄이 좀 짧았기 망정이지 자칫했으면 손가락 부러질 뻔 했다.
휴~~~~~
대물낚시!
진짜 돌아삐리겠다.
백번 양보해서 붕어는 못잡아도 좋다고 치지만 우아한 자태로 채비를 투척하는
재미라도 있어야 할텐데 어정쩡하게 반스윙으로 앞치기를 구사해야 하니
하여간 대물꾼은 이런 채비투척의 재미 마저 고스란히 반납해야한다.
원 참!
이렇게 재미 없는 낚시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
그냥 좀 슝슝 던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재미 없는 낚시를 나는 왜 하는 지 모르겠다.^^
듬성듬성 나 있는 뗏장수초에 자꾸 채비가 걸린다.
결국 뗏장에 걸려 꼼짝 않는 채비를 어거지로 끌어내다 뒤에 일렬로 줄 서 있는
나무가지에 그만 채비가 걸려버렸다.
아주 오늘 골고루 속 썪인다.
채비 뜯길 각오하고 줄을 잡고 우악스럽게 잡아당겼더니 나무가지가 부러지면서
채비가 달려나온다.
꼭 사과나무 처럼 생긴 나무인데 사과는 안 달려 있다.
휴~
다행이다. 하여간 채비 하나는 튼튼한 모양이다.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대편성이 끝나지 않았다.
오늘 따라 유독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여간 일쿵절쿵해서 겨우 대편성을 끝냈다.
왼쪽의 관 같이 생긴 나무상자 옆에서부터 부채살 모양으로 2.6, 3.0, 3.5, 3.3, 3.6
4.0, 1.9 이렇게 총 7대의 대를 폈다.
대 편성하는 데에도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이제 대편성을 마쳤으니 다음은 겉보리를 뿌릴 차례.
짧은 대는 별 문제 없지만 3.5칸과 4칸대가 문제다.
손바닥에 한 웅큼 담아 던지려니 아무래도 영 미덥지가 않다.
금싸라기 같은 겉보리인데 엉뚱한 데로 던지면 아니 된다.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겉보리 한 봉지를 들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마침내 좋은 수를 생각해냈다.
내가 생각해도 아주 기발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바닥에 있는 흙을 겉보리와 함께 버무려서 던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순간 뇌리를 쌔린 것이다.
어차피 약간의 뻘물이 져 있는 상태이니 아무 문제 없을 것 같다.
두 주먹 정도 고운 흙을 골라담아 겉보리와 섞어 비비니 황토만큼이야 못하지만
제법 쓸만하다.
야구공만하게 뭉쳐서 3.5칸 대를 향해 정조준.
으라차차차~~~~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양새가 아주 제대로다.
잠시후 찌를 정통으로 맞히며 물결이 출렁거린다.
야호~~~
4칸 대도 이런식으로 던져니 훨씬 더 수월하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어두워지기만 기다리면 된다.
오늘밤 나 혼자라면 좀 무서울 것 같다.
누군가 딱 한 사람만 더 와주었으면 좋겠는데.......
to be continued.....
해가 떨어지려면 두어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
차에서 좀 자고 나오고도 싶지만 혹시나 누가 낚싯대를 다 걷어간다면?
어이구 건 안 되지.
그냥 의자에 앉아서 자야겠다.
의자를 한껏 뒤로 제치고 누워보았지만 잠이 오기는 커녕 점점 더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다.
심심풀이로 오랫만에 떡밥낚시라도 한번 해볼까 싶지만 혹시나 잔챙이들이 성가시게 할 것 같아
그냥 두었다.
의자에 누웠다 일어났다 하면서 한참을 뒤척이다 보니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여전히 가랑비는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다.
주머니를 뒤져 방울 케미를 꺼냈다.
봉지를 뜯고 케미를 꺼내 낚싯대 수 만큼 케미를 부러뜨렸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파랗게 빛을 발하는 케미!
아직은 희미하지만 조금 있으면 보름달 같이 환하게 빛을 내겠지.
미끼도 안 달고 던져 놓은 대를 하나씩 꺼내 케미를 달고 새우를 달아서 다시 제자리로 던져 넣었다.
하나, 둘, 셋.....합이 모두 일곱.
일곱 개의 케미불빛이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오늘밤은 아주 깜깜할 것 같다.
갑자기 옆에서 부시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철퍽철퍽 하는 물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 소리나는 곳을 보니 웬 어르신 한 분이 반도를 들고 물 가장자리를 따라 오른쪽 끝에서
내가 있는 자리를 향해 다가오고 계신다.
뭔가 하고 한참을 바라보니 반도를 이용해서 새우를 채집하고 계시는 것이다.
과연 새우가 들어왔을까 궁금해서 어르신께로 다가가보니 조그마한 새우가 몇 마리 들어 있다.
나도 어르신과 함께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새우를 잡아 준비해오신 망에 넣어드리며
밤낚시 하실거냐고 여쭤보니 그렇다고 하신다.
다행이다.
오늘밤 그리 무섭지는 않겠다.
어르신 말씀이 어젯밤에 비가 제법 많이 왔기 때문에 오늘 수온이 좀 내려갔을 것 같아 손자랑 같이
밤낚시하러 나오셨다고 하신다.
오늘밤엔 낚시가 될 것 같다는 말씀을 남기고 저만치 멀어져 가신다.
혹시나 싶어 얼른 나도 새우채집망을 꺼내 물에 던져놓았다.
비록 새우를 사오긴 했지만 만약 새우가 들어온다면 그걸 써볼 참이다.
새우망을 던져놓고 자리에 앉으니 제법 어두컴컴하다.
아직 입질이 올 시간은 아니지만 찌불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이 케미 불빛에 반사되어 반짝인다.
한참을 넋 놓고 케미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뭔가가 번쩍한다.
아니, 뭐지?
순간 고개를 돌려 왼쪽을 바라보니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려고 껌뻑껌뻑 하고 있다.
아이고 맙소사!
이게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참 돌아삐리겠다.
잠시 후 가로등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엄청시리도 밝다.
비가 오는 탓에 가로등 불빛이 더 멀리까지 비친다.
때문에 사뭇 기대가 컸던 3.5칸 대랑 그 옆 3칸 대, 그리고 2.6칸 대의 찌가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아~~~~
허탈하다.
오늘밤엔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뇌리를 쌔렸는데.......
정말로 하늘이 원망스럽다.
내 미처 길 옆에 가로등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게 후회스럽다.
이미 대는 다 폈고 다시 옮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내일 날이 밝을 때 까진 이렇게 있어야 하나보다.
참 지지리도 복이 없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가자미눈을 하고 찌를 쳐다봐야겠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이 곳 붕어들은 이미 가로등 불빛에 적응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찌가 제대로 보이질 않으니 낚시할 맛이 나지 않는다.
속이 상해서 담배 하나를 꺼내 물고 긴 한숨을 쉬고 있으려니 이번엔 또 뭔가 도로쪽에서 환한 불빛이 비친다.
트럭 하나가 도로쪽으로 오고 있다.
제발 낚시꾼을 싣고온 차는 아니길........
건강 하세요
잘 보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생하셨네요..
댓글이 달릴 거라곤 기대를 안 했었는데 말이죠.
감사하고요, 이 다음에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
언젠간 어복 대박으로 들어오실껍니다 ㅎㅎ
손맛을 제대로 못보셔서..아쉽네요..
다음엔 꼭 4짜 하시길 바랍니다.
늦게 오면 포인트 없을까.. 일찍 왔더니..
더버 죽겠는데 누구 낚싯대 봐 줄 사람도 없어 피서도 못가고
걍 죽치고 있으려니.... 에혀~~
더버도 주무시러 못가는 둠벙님의 심정 잘 압지요^^
그 날 더위에 지쳐 다 죽어 갈 즘
다른 조사들은 해거름에 슬슬 나오시누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