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집안 이야기를 쓴 김에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올려 볼랍니다.^^
바로 이맘때 처음 만났던 지금의 매제와의 동출이야기입니다.
"오빠. 나 부탁이 있어."
97년 가을.
사무실에 걸려온 막내 여동생의 전화에 전 의아해했습니다.
"너가 갑자기 웬일이냐.....부탁이라니? 뭔데?"
내용인즉슨, 몇달 사귄 남자애인이 있다. 아직 서로 깊은 관계는 아닌데
결혼상대자로서 남자인 오빠가 한번 보고 평가를 해달라....뭐 이런 거였죠.
"그래? 야....얌전한 강아지인줄로만 알았드니......ㅋ"
약간 부끄러워하던 동생의 다음말은 저에게 기대감을 가지게하기에 충분했죠.
"사실 그사람도 낚시를 좋아하거든?
오빠얘길 했더니 함 자리를 만들어 달래.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게 덜 서먹할테고....."
ㅋ.....이게 웬 떡이냐. 공식적으로 당당하게 낚시갈 쾌가 생겼구먼....^^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동생나이 29. 하긴 혼기가 꽉찬 나이니 오히려 안일하게 생각한 제가 문제죠.
음......막내매제라......
듣자하니 나이는 나보다 1살아래.
일단 낚시를 좋아한다니 60점은 먹고 시작합니다.ㅎㅎㅎ
나름대로의 기준을 설정해 봅니다.
1. 첫대면하는 자리이니만큼 낚시는 낚시고
공과 사는 구분해서 확실한 동생의 낭군감인지 본다.
2. 만일 아니다~싶으면 차려논 낚시상이나 받고
매몰차게 동생관리에 들어간다.
3. 이친구다~싶으면 낚시하는 매제 얻었으니
무조건 날잡자고 부모님 설득 들어간다.
4. 첫인상부터 확실하게 기선제압들어가서
1살차이지만 형님 어려운 줄 알게 한다.
5. 낚시에서조차 고수다운 인상으로
앞으로 출조에도 사부대하듯하게 한다.
뭐....대충 이런거였죠. ^^;
어쨌거나 저쨌거나......약속한 10월의 한 토요일.
제가 있는 회사로비의 한쪽으로 그 친구의 차가 도착합니다.
"오빠! 인사해. 이사람이야."
서로 간단히 인사를 하고 슬쩍 인상을 살핍니다.
음.....덩치는 나랑 비슷하네....
제가 한 몸무게 하걸랑요. 85kg.......우선 몸매로 한 압박 줄라고 했던 작전은
그 친구의 저랑 거의 판박이같은 덩치에 작전실패...........
"자, 타시죠."
처음부터 살갑게 형님이라고 부르고 알랑방구끼는 스타일은 아닌것이.....
이친구도 나름대로 손위처남이 될지 모르는 저를 점수매기고 있는듯......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이 친구....
회사 낚시회 총무랍니다.
음.....총무까지 할 정도면.....만만치않은 고수일 듯......
잠시 스스로 긴장감을 느끼며 아직까진 이렇다할 마이너스 점수는 안나옵니다.
일단 낚시를 좋아한다는 것............................60점.(너무 편파적인가요? ^^)
불어학과를 나와 작긴하나 무역회사에서 외국인대상으로
영업을 하는데 영어와 불어를 좀 한답니다.
음......3개국어라............................+ 10점.
부모님 두분 다 건강하시고 강남에 거주하고
광명쪽에 아파트도 하나 당첨되었다는군요.
음........집장만이 벌써?............................+15점.
목적지인 안성의 모 저수지에 도착할 때
이미 이친구 저에게 85점은 확보했습니다.^^;
해질무렵이고 여동생이 있는 관계로.......
그냥 편안한 잔교식좌대위에 자리잡습니다.
이친구.....낚시회 총무답게 트렁크에서 이것저것 짐들을 꺼내 설치하는데....제 눈이 커집니다.
난 그냥 엉덩이 꽉끼는 간이 접이의자인데.....
이친구는 등받이가 머리끝까지오는 커다란 의자,
것두 뒤로 확 제껴지는 의자를............(그 당시엔 이런 의자가 흔치않았죠.)
밤에 추울까봐 휴대용 가스난로를......(이것 역시 그때는 귀했었죠)
그 외에도 삐까뻔쩍한 이런저런 낚시용품을 꺼내 놓는데......좀 기죽더군요.
"이거 이렇게 하면 편~히 기대서 낚시할 수 있고....이건 추우면 요렇게....."
이것봐라? 동생을 위해 세심하게 준비한 성의는 좋은데........
문제는 편한 의자, 손난로등 편의 용품은 제것은 단 한개도
챙겨 오질 않았다는거죠. 그리곤 둘이 딱 붙어 앉아
난로 하나 드릴까요? 라든지의 빈말이라도 한마디없이
의자를 턱....하니 제껴서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동생과 속닥속닥.........
음.....괘씸....창고에 잔뜩 있다면서 하나 더 챙겨올 일이지.....
- 20점!!!!!!!
하긴, 낚시하는 사람이 장비탓을 하겠습니까.....
그냥 편하고 따뜻해보이니 부러워서....^^
내 저 장비보다 실력으로 한 수 가르쳐주리......
어쨋건 낚시는 해야겠기에.......
첫밑밥을 던진후 두번째 밑밥을 갈려 2.6 대를 드는데...
윙~~~~
낚시줄이 울기 시작합니다.
아마 고기가 물고 있었던듯.....ㅋㅋㅋㅋ 이런 행운이.....
"야! 오빠 잡았나보다~~ 와, 금방 잡네?"
낚시를 첨 따라온 동생의 화이팅에 어깨가 으쓱......어험,,
"허~~ 물고 있었나 보죠?"
어쭈구리? 이 친구이거.....동생 앞에서......운이 좋았다는 말을
은근히한다 이거지?
"허허.....예. 오늘 좋은 델 데려와줘서 출발부터 좋네요..."
맘속과는 180도 다른 말이 목구멍에서 일단 나오고.....
발갱이 한마리 끌어냈습니다.
"와~~ 오빠, 정말 크다!!!! 잉어야?"
"음......이건 뭐 그냥 잉어새끼인데......한 50cm는 되겠네."(험, 험....^^)
그런데 이친구,
"아니, 뭐 한 45cm 될까말까 하겠는데요?"
아니, 이거 뭐하자는 거냐.....점수를 따러왔으면
뻥 좀 보태 1미터라고하는 게 보통이거늘.....
은근히 존심 상하네 이거........
또 -20점!!! (현재 스코어 85점 -20점 -20점 =45점.)
좀 잘해라......이미 내 맘속에서 커트라인밑으로 내려가버렸다.....ㅋ
암튼....이 친구....
저에게 성적표가 좋지않게 나온줄 아는지 모르는지.....싱긋 웃습니다.
낚시를 시작한지 제법 시간이 되자.....가을바람이 불고 한기가 느껴집니다.
음.......힐끗 옆을 보니....
둘은 난로에 손 비벼가며 무릎위에 담요까지 얹고 도란도란.....
"오빠.....안 추워?"
(ㅋ....역쉬 내 동생.....착한 놈 같으니)
"어, 아니? 나야 뭐 이렇게 낚시한 게 어디 한두번인가?"
(실은 욜라 춥다.....ㅜ..ㅜ 너 난로 좋아보인다....)
이런대화가 오가면 눈치있는 놈이라면 잽싸게 난로를 들이대야할텐데.망할.....
암튼 날은 추운데...
45점짜리 친구나, 저나, 동생이나...별반 입질을 못 받습니다.
"오빠.....나 졸려. 차에서 먼저 잘께"
"응? 그래. 감기 안걸리게 하고...."
동생은 춥고 졸려서 차에 들어가 잔다고 하니
이친구 차문을 열어주러 같이 올라갑니다.
잽~~싸게 동생 난로 발앞에 갖다 두고......아....따뜻해.....^^;
잠시후.....다시 돌아온 45점짜리 친구. 둘이서 낚시에 매진합니다.
이제, 슬슬 쐬주도 한잔하고.....분위기 좀 잡아서 대화나 풀어볼 시간입니다.
"허....제 동생하곤 어떻게 만나신건지요?"
"아, 예.....지난번에...........어쩌구저쩌구......"
딱 그 얘기 한두마디 하고서는......쐬주는 커녕............
"저도 좀 먼저 자겠습니다. 어제 야근을 해서...."
"네? 아, 네. 들어가 쉬세요." (얼라리? 나보고 혼자 잘놀라는 거냐.....)
"그럼 손맛 많이 보세요~"
음......동생이 들어가잔다고 한지 10분도 안되어 사라지는 저 태도.....
-20점!!!!!
현재 스코어 너 25점이다, 임마! 매제는 무신........닝기루.
하지만 어쩝니까.....오히려 조용히 낚실 즐기니 다행이다....라며 찌불을
바라보는데 꿈쩍않던 찌불에 슬그머니 예신이 옵니다.
깔짝 깔짝.......
잠시후 황홀한 찌올림에 이때만을 기다렸던 저의 챔질이 시작되고....
"우웅~~~"
꽤 큰 놈인 모양. 직감적으로 저것이 붕어라면 덩어리임에 틀림없을 거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칩니다. 아.....흥분.........
몇차례의 끌고 당기는 힘겨루기속에 놈은 마침내 항복을 선언하고....
잔교식 좌대앞까지 끌려온 놈의 머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크다!!!
그런데.....
물이 빠져 있던터였는지....수면과 좌대까지의 높이는 근 1미터 이상.
뜰채없이 올리다간 자칫 낭패를 볼 상황이였지요.
젠장......잠자러 들어간 사람 깨울 수도 없고...주변엔 아무도 없고....
갑자기 좀 전에 잠자러 간 25점짜리 친구가 원망스럽습니다.
어쩔 수 있나.....최대한 힘을 빼서 끌어올릴 수 밖에......
하나......둘.......셋!
"툭! 첨벙!!!!!!!!!!!"
아......허망......한눈에 보기에도 월이상인데.....ㅠ..ㅠ
끊어진 목줄을 바라보고 있자니 잠자러간 25점짜리가 이젠 밉습니다.
에잇! 또 -15점!!
이젠 제 맘속에 10점짜리로 전락한 그 친구를 원망하며 채비손질을 합니다.
그래....잉어였을 거야....아냐, 찌올림은 붕어였는데....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찌불을 다시 밝히지만....한번 떠난 놈은
이미 걸음아 나살려라하고 주변을 떠난 모양......
어느새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넘었습니다. 주변엔 아무도 없고...
춥고......졸리고.......하지만 졸린다고 해도 잘 수도 없습니다.
그 매제가 될지도 모를 친구의 차하나로 셋이 왔는데....이미 동생과
그 친구가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자니...전 밖에서 덜덜덜.....
음....설마 차안에서 둘이 뭔 짓을 하진 않겠지?
이 오빠가 두눈 시퍼렇게 뜨고 밖에 있는데...
별 생각을 다하며 난로에 손비벼가며 졸음과 추위와 싸우는데....
피시시......
허걱! 가스난로의 가스가 다 된 모양. 불이 꺼집니다.
젠장.....모르겠다......10점짜리 그 친구의 난로를 갖다 다시 불붙이고
이왕이면 편하게하자고 그 좋아보이던 의자도 갖다 앉습니다.
거....되게 편하군......
의자 등받이를 뒤로 턱~누이니 어찌나 편한지....(지금이야 저도 있지만^^)
슬슬.....잠이 옵니다.
"투둑!!!"
깜빡 잠이 든 모양. 갑자기 발앞에 들려온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낚시대가 끌려나가다 뒤 총알에 걸려 꺼떡 대고 있습니다.
휘~익!
잽싸게 대를 세워보니......이미 상황종료.
범인은 엄청 컸던 모양으로....낚시대의 초릿대호사끼까지 통으로
뜯어가버렸습니다.
잠이 확 달아나버린 전....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채비를 교환.....
그때부터 아침이 밝을때까지....전 잉어들의 공격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죠.
아마...잉어떼가 골자리에 들어 온 모양.
40~60 정도되는 발갱이들을 아침 6시까지 10수이상하였죠.
흐흐흐......인간아....잠만 잔 걸 후회할거다.....
어쨋건 손맛도 보고 전리품을 챙겼으니....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낚시에서는
그래도 낚시총무인 너보단 못하지않다...하며 보여주리라하는 생각에
밤을 꼬박 새고 드디어 동생과 함께 10점짜리가 나타납니다.
"많이 잡으셨어요?"
"아뇨....뭐 그냥 그럭저럭...."
(ㅎㅎㅎ.....손맛 잘 봤지........)
밤새 찬바람에 이슬맞고 잡아논 전리품을 언제쯤 구경하자고 할건가....하는데
"오빠, 잡았어? 나 구경해도 돼?"
"응....여기 밑에 살림망안에 있어(동생아....밤새 그말만을 기다렸다...ㅋㅋ)
굉장히(?) 무거울테니 내가 들어주지....^^"
살림망.....
첨엔 무겁더니 들수록 가벼워지더군요......
왜그런지 궁금하시다고요.........
살림망밑의 조임줄을 헐겁~게 풀어놓으시면 아실겁니다....
잉어들의 무게에....살림망밑단의 조임끈이 풀어져
잠시 퍼덕대던 놈들은 하나둘씩 순식간에 물속으로.....ㅜ..ㅜ
고기를 구경하겠다고 서있던 두사람에겐 물보라만 잔뜩 보여주곤
저는 황망히 빈살림망을 들고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죠...ㅜ..ㅜ
"하하하하...."
이런....닝기루.....남은 열불나는데.....10점짜리 친구는 우스웠던 모양...
아니, 정말 이거 영~ 점수따자는 자세가 아니구만!
-10점!!
결국.....0점짜리 매제후보가 된 그 친구....좋기도 하겠다....
동생아, 미안하다...집안에서 외아들인 나의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마......
이젠 뭐.....허탈...하니 낚시할 생각도 없고.....
점수는 다 매긴 것 같고.....집에나 가야겠다......
동생과 0점이 아침에 잠깐 낚시를 즐기는 걸 지켜보다
하나, 둘씩 대를 접었습니다. 마침 오전에 일찍 가야했기에 잘되었다며
0점짜리도 대를 접습니다.
밤을 샜으니 꼬죄죄한 얼굴인것같고...개기름도 있을 것 같아
세수를 하고 가야겠다 생각하고 좀 좌대에서 물이 가까운 지역을 찾아
허리를 깊숙이 숙일때였습니다.
"풍덩!!!!"
허걱! 이런 낭패가.....조끼 윗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그만....
순식간에 수심 3미터의 물속으로 수장되었습니다....ㅜ..ㅜ
어째 매제 하나 만들어보나했더니....이번 낚시는 액운이 잇따르는 걸로 보아
처남, 매제 사인 아무래도 하늘이 말리는 듯......
잽싸게 정신을 차리고 뜰채를 피고 바닥을 긁어보지만 길이가 안되고.
인찌끼바늘을 릴에 달아 여기저기 뒤져보지만 핸드폰이 어디갔는지.....
당시, 핸드폰은 아직 많이 공급이 되진 않았고 금액도 비싸서
대충 포기해 버릴 순 없기에 전 이짓저짓을 다 해봅니다.
어라?
이 0점 친구.....어디서 구해왔는지 길다란 쇠스랑을 가져오더니
제 옆에 좌대에 배를 깔고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바닥을 더듬습니다.
"아니....거 제가 혼자하면 됩니다."
"무슨 말씀을...어떻게든 찾아야지요."
근 1시간 가까이 바닥을 뒤져도 결국 핸드폰은 나오질 않고.....
회사에 일찍 가봐야한다던 그 친구는 저때문에 시간을 많이 지체했죠.
음.....나때문에 일도 제껴두고 저리 열심히......
+50점!
제가 맘이 갈대라....순식간에 50점을 주고 말았습니다.
어쨌든....50점짜리 친구와는 그 날 조행은 그렇게 끝났고....
"오빠, 어떤 것 같아? "
"음....글쎄 잘모르겠다.(50점이니 뭐 판단이 안되네....)
결국은 너의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니냐.
조금 더 사귀어보고 판단하는게 낫지 않을까?"
결국.....저와의 미팅은 동생에겐 하등의 도움도 안되고 핸드폰만 날렸죠.^^;
그로부터 1년후......
막내동생은 화려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그 친구옆에 서게 되었죠.
한때 0점까지 내려갔던 그 친구...
이제는 깍듯하게 절 형님으로 모시는 듬직~~한 매제랍니다. ^^
(매제를 낚은 건지....제가 낚인 건지......^^;)
예전엔 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출조하였었는데.....
지금은 사업을 좀 벌인 관계로 바빠서 동행한지 오래되었네요.
한시바삐 매제의 사업이 잘되어 다시 동행할 날을 손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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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음이 ㅎㅎㅎ
즐겁게 보고 갑니다 ^^
그래도 매제하고 동출도 가능하시니 부럽네요
여동생이 없어서 부릴 매제 없구요
딸이없어 심부름시킬 사위도 없어요
요즘 며느리는 상전입니다 관리 하는데 마눌보다 비용이 엄청세요
부러워서 추천한방 ***
집안에서 고군분투 하는 아우님에게 응원 보낼테니
힘내자구.....홧팅!~~~~~~``
환자의 기운이 조금씩 느껴지고 있습니다
사는곳이 멀어 언제 물가에 갈지는 ᆢ
잘보았습니다^^
어복 충만하시고 환절기 감기 조심하세요.
그런데...
이 바로 위에 저 광고글은 뭐지??????
운영자분, 쫒아내세여. 워~~~~이~~~~
보편적인 오빠의 심정이 고스란히 베인 재미있는 글 입니다.
100점짜라 매제로 사업도 잘되어 가끔 동출의 기회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