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친구들은 낚시를 레져로 처음 접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40대 이상인 분들은 아마 저랑 비슷하게
맑은 강이나 계곡에서 헤엄치고 고기 잡는 재미로 유년을 보내고 보통 초등학교 시절쯤에 낚시라는 신세계를 첨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저도 무지하게 어항, 족대(반두) 등으로 죄없는 청도 강고기들 잡아 족치다가 조립낚시로
첨 낚시를 했습니다. 청도 원정다리 교각 쯤에 물이 깊은데 산지렁이 한마리 잡아다가 1cm 정도 잘라서 바늘 끝
안보이게 꽂아서 던져 놓으면 깐족깐족 하다가... 쭉~~~ 달랑달랑 피라미, 갈겨니, 운좋으면 손바닥 만한 메기
등등 많이도 잡았더랬습니다. (기억이 아련 하시죠?) 그 더운 한여름에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쪼그리고 앉자서 낚시대
두손으로 들고 거의 중층하듯이 몇시간씩... 체력도 좋고 열정도 좋은 어린이였드랬습니다. ^^*
그 때부터 한살 어린 이종 사촌 녀석이랑 참 강에서 많이 고기 잡았었는데, 초등학교 5학년인가 6학년인가... 가물가물한데
천하장사 이만기씨가 광고했던 슈퍼타이(중성세제)가 나오면서 단 1년 만에 참종개(얼룩덜룩한 미꾸리), 버들붕어, 납자루
구구리(뻥구리) 등이 모조리 사라져 버렸지요... 그 이후에 붕어 낚시 좋아하시는 우리 월님들 입장에선 잡어지만
어린 맘에 너무 단조로운 어종 구성에 낚시할 맘이 싹 사라져 버렸지요... 그 때쯤 드디어 저수지 낚시를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첨 들어가면서 반에서 중간 정도 하다가 여름 방학 때 열심히 공부해서 2학기 개학하고 첫 교내 시험에 올백...
낚시 및 고기잡기를 좋아하는 절 우려반 대견함 반... 섞어서 지켜보던 아버지께서 제 손을 잡고 대구 남부정류장 맞은편에 있던
낚시가게로 데려가셨습니다. 여서 함 골라보자... 아버지 말씀에 가슴이 꿍쾅... 초록색 바탕에 검은 띄가 감기듯 말려있는
수향... 3칸대와 4절 받침대를 사주시니... 주인 아저씨가 '아니... 머 상받을 일을 한 모양이네...' 하셨고... 평생 남 앞에
자랑질이란걸 안하시던 아버지께서 이넘이 내 아들넘인데 전교 일등을 했지 뭡니까? 라고 말씀하시는걸 보고 저도 깜짝 놀랬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돈이 아까워서 늘 잡아쓰던 지렁이도 한통 사주시면서 '저수지 낚시를 내가 가르져 주마'... 라고 하셨죠.
의리땜에 아버지 졸라서 경산에 살던 이종 사촌놈도 태워서 청도 내리에 있는 (거가 제 고향입니다) 손바닥 만한 저수지에 갔습니다.
늦 장마가 한판 쓸고 지나가서 물색이 완전 황토색이었고... 아버지의 강좌가 시작 되었죠...
잘 아시죠? 강에 피래미들과는 달리 우리 장한 토종 붕어들은 바닥에서 먹이를 취하고 찌를 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점잖게 밀어
올리고 어쩌고 하시면서 채비를 해주시고 이종사촌 녀석이 절 보면서 '이모부 정말 멋지다.'를 연발해서 어께가 으쓱했더랬습니다.
여튼 생애 첫 카본대인 수향 3칸대, 은성, 로얄 글라스대 2칸, 2칸반 3대 해서 총 4대를 펴고...지렁이 달아 넣기가 무섭게
손바닥만한 붕어가 경상도식 가지채비에 2마리씩 대롱대롱... 피래미와 비교할 수 없는 쭉 째고, 파르르 떠는 손맛에 시간 가는줄
몰랐습니다. 첨에 한 2~3마리 까지 찌 읽는 법과 챔질법 등을 가르쳐 주시던 아버지는 더우셨는지 나무그늘 아래에서 부채질 하시면서
쉬고 계셨고, 오후 2시쯤 되니 날이 푹푹 찌면서 입질도 좀 뜸해졌습니다. 그러가 3칸대 은성 수향 낚시대 찌가 물속으로 갑자기
사라지면서 낚시대를 쳐드니... 이건 이전 잔챙이와는 비교할 수 없는 당길힘이 느껴지면서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뭐라고 질렀냐면... '월척이다!!!!' 건너편 아버지 피식 웃으셨고... 이종사촌도 설마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흥분에 온 몸과 맘이 마비된 저는 그냥 낚시대를 개 끌듯이 끌어당겼고 진짜 거짓말 같이 월척이 '비행하듯 날아와서'
제 허벅지를 철퍼덕 때렸습니다. ^^* 못뚝에서 길길이 뛰었구요... 아버지 달려와서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붕어를 쳐다봤구요...
이종 사촌녀석은 샘이나서 거의 울상이 되었던 기억이 아련합니다. 당시에는 붕어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월척 낚는 일이 참 어려웠습니다.
낚시 좀 한다는 아버지께서 나도 28cm가 최고 기록인데... 라고 탄식하셨으니 말이죠...
동시에 이종 사촌놈도 입질을 받아 27cm급 한마리 낚았구요... 이넘은 그 이후 큰고기 병이 걸려서 낚시 다니다 부모님께 많이 얻어 터지고
했습니다. 여튼 당시에는 낚을 고기를 놔준다는 개념이 희박한 개발도상국 대한민국 국민 답게 아버지와 할아버지 댁으로 잡은 고기 가져가서
그냥 배따고 매운탕 해먹었드랬습니다. 참... 뭐가 대단한 일이라고 내가 잡은 고기 배는 내가 따야된다고 직접 생애 첫 월척을
사시미질 해버렸고... 이종사촌놈도 준척을 자기 손으로... 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미안한 맘이...
갑자기 그 시절이 생각나는건 아버지께서 이제 하시던 사업을 완전 접으시고 할아버지 시골집을 밀고 새로 집을 지으셨습니다.
지난주 찾아뵈었더니 '사업한다 뭐한다 하면서 30년간 못했던 낚시는 내년부터는 좀 본격적으로 해보려고 한다'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얼마나 감독적인 선언이셨는지... 이전 마눌 눈치 안보고 아버지랑 함께 가방 메고 못뚝에서 앉자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 뭉클합니다.
봄에 복지카드 재충전 되면 아버지 낚시대 한세트 해드릴려고 알아보고 있습니다. 제발 건강하셔서 함께 웃으며 좋아할 날이 더 많았으면
하는 맘에 옜기억을 되살려 글을 남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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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면 제껏도요.... ㅎㅎ
부자간에 낚시하시면 보기도 넘 좋을것같네요 ^^
아버님과 행복한 시간 가시시길 바래봅니다
감사히 잘 읽었슴미더^o^
복지카드로 전 비자금조성합니다만....^^;
아버님과 함께 늘 건강하고 행복한 출조길 되십시오~^^
요즘도 비만오면 아부지 전화 옵니다!!!
아들 메기 낚으러 가자!!!!ㅎㅎ
오랫동안 제곁에서 함께 하시길 빌어봅니다~
처음 하시는 낚시인지라 별 흥미를 느끼시지는 못하신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련하네요.
부럽다는 말씀과 함께 좋은 추억 많이 담으시라는 말씀도 같이 드립니다.
부럽습니다.
오래 오래 함께 하세요 ^^
건강하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