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5년전쯤 일입니다.
원주가 고향인 저는 이미 고인이 되신 할어버지의 영향으로 고등학생때부터 원주, 횡성권을 죽도록 파고 다녔던 소위 말하는 낚똘 이었습니다.
2002년도에 호구지책으로 인천 남동동단에 있는 모회사로 취직을 하였고 그 해 여름 고향쪽으로 독조를 하게되었습니다.
그 해 여름 휴가를 맞아 고향에서 낚시를 할 요량으로 퇴근하자마자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피서철이라서 그런지 인천에서 원주까지 거의 3시간이나 걸려서 집에 도착을 했습죠.
흘러가는 시간은 야속하기만 한데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저녁까지 먹고 서둘러 짐을 챙겨 아버지의 애마인 프린스ACE를 빌려 타고
근 한시간은 걸려서 포인트에 다다르자 이미 어둑어둑하더군요. 강원도 산골이다보니 해도 일찍지고...
뭐 그래도 더위는 피할 수 있겠다는 건설적인 마인드로 포인트에 도착을 해보니 이미 저수지 건너편에서 열낚중인 한 조사님의
캐미 불빛이 보이더군요. 멀리 있더라도 혼자는 아니라는 생각에 외롭지는 않겠다고 혼자 생각하며 광속으로 검문소설치를 완료 했고 바로 열낚모드로 들어갔습니다.
참 오랫만에 고향따의 낚시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산꼴까지 와서 낚시를 하려니 정말 밤하늘의 별은 코앞에서 반짝이고, 한여름 이지만 산꼴은 살짝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 주더군요. 아담한 저수지에 건너편 조사님과 단둘이서 밤새 열심히 봉돌이 물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경쟁아닌 경쟁을 하듯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낚시를 하였습니다.
월에는 못미치지만 9치급 마릿수와 메기 여러마리, 꾸구리 마자등 고기도 심심치 않게 잡았습니다.
물론 건너편의 조사님과 단둘이서요.
동쪽하늘이 퍼렇게 밝아 올 때즘 마을 원로 한분이 삽자루 하나를 들고 올라오시면서 말을 걸어 주시더군요.
"많이 잡았수? 밤에 낚시를 했나보네"
네~~~
"이거 다 몇해 전에 죽은 윤씨가 강에서 잡아다가 넣어놓은 거여. 우리 마을 사람들 심심할때 매운탕이나 하라고"
네~~~
"다 가져가지는 말게나"
네~~~
"그건 그렇고 밤새 여기서 낚시하면서 무섭지도 않았수?"
무섭긴요 그냥 찌만 보면 되는 데요뭘...그리고 건너편에도 낚시하는 사람 있잖아요.
저 사람도 고기 좀 잡은 것 같던데 고기 놓아주라고 하세요...라며 용기와 함께 고기에 대한 살짝의 집착을 보였는데...
그때 원로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저의 염통을 콩알만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니 젊은이 바로 뒤에 차세워 놓은 석축위가 공동묘지여. 못본겨? 건너편에서 공동묘지를 보면서 낚시하는 사람이나
공동묘지를 바로 앞에서 낚시하는 젊은이나 아무튼 대단하네. 옛날 윤씨도 낚시 엄청했지"
라며 삽을 들고 다시 마을로 내려가시더군요....
아~~~~자욱한 아침 안개에 뒤가 보일리 없다는 생각에 아니, 별로 공동묘지를 확인 하고 싶지않아 뒤를 돌아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저야 몰랐다고 치더라도 저보다 일찍와서 대편성한 건너편 조사는 공동묘지를 마주하고낚시를 한 셈이 되었네요..
또한 제가 만약 밤중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건너편 조사는 집에 갔을지 아니면 상관없이 공동묘지를 마주하고 낚시를 했을지... 그 조사는
"저 조사도 대단하다 공동묘지 코앞에 쩐을 피네" 라는 생각을 했을까? 라며 혼자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짐을 쌌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도 인천에 살면서 화성권과 평택호 그리고 그새 결혼을 해서 처가가 있는 서산권을 열심히 파는 조사이지만,
원주 횡성권의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과 맑은 공기가 그립네요.
월님들도 내년에는 강원도 붕어와 함께 힐링낚시를 경험하였으면하는 마음에 몇자 적어 봅니다.
참! 부남호 보다 원주가 더 가까운건 아시죠?
늘 건강하고 즐거운 조행이 되시길 바라며 올 한해도 마무리 잘 하시고 내년에는 모두 4짜조사에 등극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전 아직 34.5입니다만요...
- © 1998 ~ 2024 Wolchuck all right reserved. ▲TOP
혹시 건너편에서 낚시하던분이 "윤씨" 그분 아니였을까요? ㅎㅎ
저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ㅋ 요즘은 아무도 없는 산골 저수지에 혼자는 못해요 ㅋ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그쪽 지도 보다가 봤나 보네요.
근 삼십년 가까이 전에 삼거지에서 낚시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길을 잘못 들어
율동지 구경도 해 봤구요.
글을 읽으면서 저도
건너편에서 낚시 하시던 분이
윤씨 아저씨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사는곳이 원주이고 근무처가 횡성이라 더 반갑네요^^
잘 읽고 갑니다.
저수지에서 밤낚시를 하던중 꼬박 졸리다가 눈을뜨면 깜짝 놀라곤 했지요
물귀신이 발을 잡아당긴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밤 10시가 가까워지면 "갈까 말까"를 수없이 망설이다가 대충 싸서 집으로 돌아오곤했어요
지금은 소고기는 좋아하는데 소똥냄새가 밤새도록 진동을하니 안가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