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 목소리의 씁쓸한 뒷맛

24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아쉽게도 대한체육회와 산하 종목별 체육회를 질타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악과 시대착오적 폐습, 불공정한 절차 등 총체적 난맥상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핵심을 비켜가는 답변을 하거나,

과거부터 지속된 관행이라고 둘러대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오죽하면 전재수 위원장이

"3선을 하면서 10년 가까이 국회에 있었지만 오늘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건 처음 본다"고 하였겠습니까.....

여론의 뭇매를 맞는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해명'의 자리이기도 했지만

그 해명은 설득력이 없었고

특히 배드민턴협회의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용품까지도 특정 후원사 용품 사용을 강제하여

협회의 이익 외에는 선수들의 경기력이나 선호도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몇해 전 TV방송사에서 실시한 트롯트 콘서트에서 우승한 가수는 1회 출연료가 1억을 넘어

불과 2년여만에 수백억을 벌었고 콘서트 암표는 5백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알려졌습니다.

그 외 출연한 입상자들도 회당 수천 만원의 출연료를 받아 모두 돈 방석에 앉았고

그중 중학생인 아이의 회당 출연료 2,000만원을 받는다는 말에 기가 막힙니다.

언제부터인지 이 나라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버는 예능인 천국이 되었습다.

물론 미국이나 유럽 같은 큰 시장에 비해서는 미흡하고 

그들도 나름대로 피나는 노력의 결과로 거기에 이른 것은 인정해야겠지만,

그렇더라도 그 호사와 영광은 일반 국민들이 살짝 배아플 정도의 차이가 적당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는 박봉에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는 지독한 '위화감'과 좌절'을 주는 잔혹한 처사이며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의대 아니면 스포츠, 연예인 지망생으로 쏠리고

사회 곳곳에 한탕주의가 만연한 사회적 병리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런 세태에도

수많은 예능 출연과 광고 제의도 물리치고,

'나는 운동선수 일 뿐이다'라며

자신의 말에 진정성과 힘을 싣기 위해

묵묵히 인고의 길을 걸어온 스물두살 '안세영' 선수가 남긴 한마디에

협회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은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지금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은폐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한체육회와 종목별 단체에 자정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는 이참에 연간 4천200억 원이나 되는 혈세를 지원을 받으면서도, 

깜깜이 운영 속에서 조직을 위한 조직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체육단체에 대한

체계적이고 꼼꼼한 관리, 점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