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인들에게 겨울은 시련의 계절입니다. 추운 겨울에는 조과도 안 좋을 뿐더러 마땅히 낚시할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겨울에 남도 원정출조를 매년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수도권에 사는 낚시인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남도 원정출조의 로망이 있을 것입니다. 이번에도 예전에 다녔던 직장 선후배 네 명이 의기투합하여 따뜻한 남쪽나라 남도로 원정출조를 다녀왔습니다.
12월 초에 다녀온 시간이 좀 많이 흘렀지만 네 남자의 남도 낭만출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사진은 거의 휴대폰으로 촬영했습니다.
서울서 4시간 30분을 달려 전남 무안 구정리 3번 수로에 도착을 했습니다. 지인인 얼레꾼 장영철님의 정보에 의하면 어제까지 구정리 4번 수로에서 월척급 이상으로 마릿수가 나왔다고 해서 4번 수로에 갔으나 벌써 소문이 쫙 퍼졌는지 많은 낚시인들로 인해 마땅히 자리할 만한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인근의 3번 수로에 왔습니다. 이곳에는 낚시인이라고는 한 명도 없어서 왠지 불안합니다. 하지만 풍광 좋고 주차하고 바로 밑에서 낚시할 수 있는 편리함에 그냥 이곳에서 낚시하기로 합니다.
보트낚시꾼이신 선배님께서 좋아할 만한 포인트도 있네요.
먼저 본부석부터 설치를 합니다.
올해 10월에 정년퇴직한 후배님이 능숙한 솜씨로 본부석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광주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님은 못하는 게 없을 정도로 기술이 좋습니다. 오늘도 비닐하우스 같은 본부석을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남도 출조 때는 늘 이렇게 본부석을 직접 만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고마운 후배님입니다.
선배님께서 같이 도와주시는데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신 게 마냥 즐거우신가 봅니다.
비닐하우스처럼 철사로 튼튼하게 가벽을 설치했습니다.
뚝딱뚝딱 금새 본부석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본부석으로 쓰기 편한 캠핑용 쉘터가 있지만 저는 편리함보다 이런 낭만적인 본부석이 더 좋습니다. 그래서 늘 후배님께 부탁하면 이런 멋진 본부석을 만들어 줍니다. 마치 포장마차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본부석을 낭만포차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제 본부석이 완성이 되었으니 낚시 준비를 합니다. 후배님의 자리입니다. 본부석 바로 옆입니다.
저는 후배님과 5m 정도 떨어진 바로 옆에 포인트를 정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입니다.
32칸부터 48칸까지 총 7대를 편성했습니다. 미끼는 어분글루텐으로 남도 붕어들을 유혹해봅니다.
제일 연장자이신 선배님께서는 보트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으십니다.
준비를 끝내고 출항을 합니다.
그림 같은 포인트에 정박을 하고 낚시를 시작하십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멋진 찌올림과 함께 나와준 남도 붕어입니다. 씨알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깨끗한 붕어입니다. 일단 붕어 얼굴을 봤으니 마음이 편해집니다. 지금부터 나오는 붕어는 덤입니다.
본부석 바로 옆에 선배님께서 낚시텐트를 치고 낚시삼매경에 빠지셨습니다. 사진을 찍는 중에도 붕어가 나와주는데 사이즈는 제가 낚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하늘에 멋진 구름이 수를 놓습니다.
비 예보는 없는데 구름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주는 것 같습니다.
구름 사이로 내리는 햇살이 물가에 내려앉으니 멋진 풍경을 연출해줍니다.
그저 풍경만 바라봐도 마음이 평온합니다. 간간히 붕어가 입질을 해주는데 사이즈는 고만고만합니다.
어느덧 해가 기울기 시작합니다.
그러더니 파스텔색 물감을 뿌려놓은듯 황홀한 석양이 드리워집니다.
자연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입니다.
남도 원정 때는 항상 먹게 되는 메뉴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우 생고기(육사시미)입니다. 광주에 사는 후배님이 한우로 유명한 장흥에서 지인이 운영하는 정육점에 부탁하여 한우 생고기를 고속버스 택배로 받아서 낚시터로 공수해왔습니다.
경상도에서는 뭉테기라고 불리고 전라도에서는 생고기라 칭하고 수도권에서는 육사시미라고도 합니다. 후배가 목장갑을 끼고 능숙한 솜씨로 먹기 좋게 썰기 시작합니다.
버드나무로 제작한 도마 모양의 플레이트에 세팅을 하고 나니 훨씬 먹음직합니다.
생고기 색깔만 봐도 얼마나 신선한 고기인지 느껴집니다.
한우 생고기에는 반찬이 필요치 않습니다. 소금장과 양념장만 있으면 됩니다.
배도 깍고 계란 노른자위와 함께 육회도 만들었습니다.
얼른 먹고 싶다는 생각뿐 입안에서 침이 고입니다.
남도출조 때 만나게 되는 행복한 밥상입니다.
제가 가지고 온 계룡산 철화분청 주병에 소주를 담아 술잔에 따릅니다. 도자기를 좋아하는 저는 출조 때 계룡산 철화분청 주병과 술잔을 갖고 다닙니다. 낚시터에서 이렇게 술 한잔하면 마치 그 옛날 선비가 되는 느낌입니다.
네 명의 남자가 남도로 원정출조를 와서 낭만포차에서 정을 나눕니다.
술잔의 문양을 보면서 한잔하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주변에 낚시인이라고는 저희 말고는 한 명도 없어서 마음놓고 밤 분위기를 즐깁니다. 캠핑용 알전구도 설치하고 나니 캠핑낚시 분위기가 절로 살아납니다.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추억을 얘기하니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회사는 같았으나 서울, 대전, 광주로 각각 근무지가 달라서 자주 보지는 못하고 회사 일로 한 곳에서 함께 일할 때만 만날 수 있었지만 같은 직종에 종사했기에 선후배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있습니다.
아무리 안주가 좋아도 밥은 먹어야죠. 단촛물을 준비해왔기에 제가 한우생고기 초밥을 즉석에서 만듭니다.
익힌 고기가 아닌 생고기 초밥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먹어본 사람만 아는 독특하고도 맛이 일품인 한우생고기초밥입니다.
모두들 너무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 세워 주시네요.ㅎㅎ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는 각자의 자리에 가서 밤낚시를 합니다. 밤에도 비슷한 씨알의 붕어가 나와줍니다.
그런데 갑자기 지인한테서 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황당한 소식이 카톡 문자로 날라옵니다. 그순간 낚시하고픈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다들 심란한 마음으로 본부석에 모여 오뎅탕으로 추위를 녹이며 현 시국에 대해 걱정을 하면서 얘기를 나눕니다. 그리고는 자정을 훨씬 넘겨서 차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잠을 설치면서 자는둥마든둥 하고서는 잠에서 깨어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니 계엄령이 해제되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천만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차에서 나왔더니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마치 일출이 석양처럼 하늘이 붉게 물듭니다.
아무리 따뜻한 남도라고 해도 겨울은 겨울인가 봅니다. 떠 놓은 물에 살얼음이 꼈습니다.
아침장을 보기 위해 미끼를 달고 낚시를 시작합니다.
저 멀리 산 너머에서 올라오는 아침 해가 물가에 비춥니다.
고요한 호숫가 정경처럼 바람 한점없이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해줍니다.
지난 밤의 심란함도 눈앞의 풍경에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아침 마실을 나온 오리들이 줄지어 어디론가 갑니다.
그러던 중에 아침 인사하는 붕어를 만났습니다. 찌올림 만큼은 예술이었는데 사이즈는 비슷합니다. 월척이 아니어도 이 계절에 나와주는 붕어가 너무 고맙습니다.
선배님께서도 연신 붕어를 낚아내시는데 사이즈가 연안과 비슷하다고 하십니다. 이번 출조에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인데 핸드폰으로 찍어서 좀 화질이 아쉽네요. 그래도 선배님께서는 인생 사진이라고 좋아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비 예보가 있어서 이제 철수를 하려고 합니다.
2박 3일간의 조과입니다. 마릿수 손맛은 봤는데 월척은 없습니다. 그래도 남도 붕어가 멀리서 왔다고 반겨주었으니 충분히 만족합니다.
2024년이 저물어가는 12월 초에 남도로 떠난 네 남자의 낭만출조도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거 같습니다. 2월에 또다시 남도 원정출조를 기약하며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남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조행기 감사합니다.
너무 멀어서 쉽지 않은 곳인데 마음은 항상 그곳에 가 있는 꾼 이랍니다.
동반자들과 어우러져 멋진 집도 짓고
호텔요리 버급가는 육사시미 요리, 국보급으로 보이는 술 잔......햐아
준비하느라 애쓰셨겠는데 멋 진 사진으로 간직하셨군요.....
나눠보게 돼서 영광입니다.
부럽기만 합니다.
앞으로도
네분이 분열없이 쭈욱
행복한 낚시 인생 이어 가시기를
기대 합니다.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