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목적 지지자들의 특징

​

​

“피고인 송철호와 대통령과의 친분을 배경으로 대통령비서실이 나서 김기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경찰에 독려하거나 지시하여 표적수사가 진행되면...선거에 있어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

동아일보가 공개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은 한 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지방선거에서 대통령의 친구를 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청와대 비서관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잘 드러나 있어서다. 주군의 친구에게도 충성을 바치는 그 마음이 참 아름다운데, 이들은 개입 전 19.3% 대 40%라는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송철호의 시장 당선이라는 해피엔딩을 연출해 냈다. 안타깝게도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들은 이런 미담을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데, 추미애 장관이 이 아름다운 스토리를 담은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으려고 애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쯤 되면 아무리 지지자라 해도 옹호하긴 힘들겠다 싶지만, 인터넷을 장악한 문대통령의 극성 지지자, 소위 문빠들은 달랐다. 그들은 공소장 비공개는 피고인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 했고, 막상 공소장이 공개되자 ‘검찰이 쓴 소설’이라고 우기는 중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것이, 이런 일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부터 문빠들이 쭉 해온 일이어서다. “그냥 또라이네” 하며 상대 안 하는 게 상책이지만, 이들은 인터넷 사이트를 장악하며 여론을 조작하는 등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기에 피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을 알아야 대처할 방법이 생기는 법, 문빠의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해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첫째, 이들에게 문대통령은 최고 존엄이다. 자기 부모님은 욕해도 되지만 문대통령에겐 티끌만한 비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이들의 신념. 최근 한 개그맨이 대통령을 ‘문재인 씨’라고 지칭했다는 이유로 밥줄을 끊어버릴 듯 몰아붙인 게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더해 조국 전 장관처럼 문대통령이 총애하는 이도 기꺼이 주군으로 모시니, 김정은에 대한 북한 인민들의 태도도 이들에 비하면 불손해 보인다.

둘째, 영원한 우리편은 없다. 문빠들은 자신의 주군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노 전 대통령도 헌신짝처럼 버린다. 기소 후 공소장 공개는 노 전 대통령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만든 법안이지만, 이게 청와대의 치부를 드러낼 것 같으니 천하의 악법 취급을 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울 때는 진정한 검사라 추앙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비리를 수사하자 적폐로 모는 중이다. 그 윤석열을 임명한 분이 문대통령이고, 윤석열은 ‘살아있는 권력도 적극 수사하라’는 대통령의 말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말이다.

셋째, 내로남불.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서남수 교육부장관이 테이블에서 라면을 먹은 게 엄청난 비리인 양 비난을 퍼부으며 낙마시켰던 이들이 현 정권 인사들의 굵직한 비리를 열렬히 옹호하는 것을 보면 기가 찬다. 손혜원의 경우를 보자. 국회의원으로서 직접 목포 땅을 산 것은 최소한 윤리적으로는 문제가 있는 행위고, 보훈처 장관을 겁박해 좌익 활동을 했던 자기 아버지를 국가 유공자로 만든 것은 파렴치하기까지 하지만, 지금도 손혜원은 문빠의 아성인 클리앙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 김기식이 금감원장에 임명됐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가 의원시절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전력이 드러났고, 이는 금감원장으로서 명백한 결격사유건만, 문빠들은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걸 보니 김기식이 무서운가보다”는 궤변을 펴며 그를 옹호했다.

넷째, 메신저 공격. 불리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이거 조중동 기사잖아” “시방새 (SBS) 안믿어” “경향신문 안사요”라고 말하며 부정하고 보는 것도 이들의 특징. 그들에게 진정한 언론은 ‘뉴스공장’과 ‘알릴레오’ 그리고 요즘 부쩍 떠오르는 ‘아주경제’가 전부다. 대형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현 정권의 비리를 공격하면 메시지를 반박하는 대신 그를 일베. 자유한국당 지지자 등으로 취급해 버린다. 이들과 합리적인 토론이 불가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인데, 어이가 없어서 반박을 안 하면 자기들이 이겼다고 정신승리를 해버리니, 제아무리 토론의 귀재라도 상대하기가 힘들다.

다섯째, 괴벨스 뺨치는 선전. 선동. 이는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조국 수사를 시작한 지 두달도 채 못됐을 때 이들은 “100명이 넘는 특수부 검사 동원해서 반년 가까이 털었는데 겨우 이거냐?”고 우겼고, “조국 관련 기사가 최순실 국정농단 때보다도 많은 100만건에 달한다”라고 했다. 현재 부인 정경심과 5촌 조카, 그리고 동생이 구속됐으며, 조 전 장관도 무려 11개 혐의로 구속된 상태지만, 문빠들은 “겨우 표창장 하나 때문에 이 난리를 피웠냐?”라고 얘기하고 있는 중이다. 이쯤되면 괴벨스가 ‘난 저 정도까진 아니야’라며 손사레를 칠 것 같다.

여섯째, 물타기.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가 문제가 된 뒤부터 문빠들은 ‘왜 윤석열은 나경원 아들 조사 안해요?’를 시전하고, 검찰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현 정부의 선거개입을 수사할 때, “왜 자유한국당은 수사 안하냐?”며 거품을 문다. 문빠들아, 생각을 좀 해라. 윤석열은 현 정권 초기 박근혜. 이명박을 잡아넣었잖니. 이제 민주당의 더러운 짓거리를 수사해야 니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형평성에 맞지 않겠니?

일곱째, 기꺼이 사기 피해자가 된다. 고 장자연을 이용해 한탕 하려고 했던 윤지오에게 1억5천만원 가량을 걷어줬던 게 바로 문빠들, 보통 사람 같으면 자신을 탓하며 앞으로 그러지 말아야지 하겠지만, 이들은 이 사기를 당한 걸 자랑스러워하는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졌다. 그랬기에 김어준이 조국 백서를 낸다고 했을 때도 3억원의 돈을 걷어준 게 아니겠는가? 책 한권을 전면 컬러로 한다고 해도 수천만원이면 떡을 칠텐데, 그렇게 많은 돈을 걷는 이유가 뭘까? 김어준 측은 “소송에 대비해서”라고 하지만, 그걸 대비해 미리 돈을 걷는 게 도대체 말이 되나? 하지만 이들은 모금에 동참한 게 그저 행복하고, ‘나도 내고 싶은데 못내서 안타깝다’고 하고 있으니, 이들을 ‘자발적 노예’ 말고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이것 말고도 문빠들의 기괴한 행태는 한둘이 아니어서, 여기에 관해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랄 지경이다. 오죽하면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가 ‘이토록 뻔뻔한 지지자는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겠는가? 더 슬픈 것은 앞으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이 날뛰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토록 지겨웠던 박근혜 정부 때보다 현 정부의 시간들을 견디는 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 건 다 그들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