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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IP : 47874f255e791fc 날짜 : 조회 : 3646 본문+댓글추천 : 8

아파 보면 아프지 않을 때가 행복한 때였음을 느끼고

불행을 겪어 보면 별 탈 없는 평범한 때가 행복하였음을 안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매일매일 마음을 비우고 겸허히 살려고 하지만

현실과 맞닥뜨리면 쉽게 감정에 치우쳐버린다.

 

지나는 바람에 울리는 나지막한 풍경소리

커다란 울림으로 나를 일깨우기에 옮겨 봅니다.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 신달자 시인의 엣세이 -

 

경제학 교수였던 남편(고 심현성 전 숙명여대 교수)1977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녀 나이 35세 때의 일이다.

 

한 달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남편은 반신불수가 됐고,

수발은 24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그녀는 일찌감치 촉망받는 시인이었지만,

시는 남편의 약값도, 셋이나 되는 아이들의 과자 값 벌이도 안됐다.

결국 양복 천을 팔기 위해 보따리장수에 나섰다.

 

정신을 차릴 즈음, 이번에는 시어머니가 쓰러져

꼬박 9년을 앉은뱅이로 살다 아흔에 세상을 떠났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잔혹한 운명은 자신마저 내버려두지 않아

그녀 역시 유방암을 이겨내야 했다.

 

혹자가 겪었더라도 얘깃거리가 될 만큼 가혹한 운명이다.

그런데 이런 지옥 같은 삶의 주인공이

신달자 시인(전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늘 세련되고 화사하며, 매력적인 눈웃음을 짓는 시인의 이야기라고

누군들 짐작이나 할까?

 

신달자 시인이 대학 교수’, ‘한국문단의 대표 여류작가라는 화려함 뒤에

꼭꼭 감추어놨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저자에 따르면, 에세이는 대학 정년퇴임 마지막 해를 앞두고 펴낸 책이다.

 

시인이 피를 토하듯 쏟아내는 인생사를 보면,

우선은 작가에게 그러한 삶의 고난이 있었음에 놀라고,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온 가족 집단자살을 생각하고, ‘

남편의 심장을 쏘기 위해 소리 없는 총을 구하고 다녔으며,

시어머니를 너무 미워해 여름 밤 벼락이 치면

벼락 맞을까 봐 나가지를 못했다는 말을 해 댈까.

 

그녀는 당시의 수난을 한 마디로 함축했다

'나는 아프지 않았지만 죽었고, 그는 아팠지만 살아있었다.'

시인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준 것은 신앙이었다.

남편이 혼수상태에 빠졌을 때, 하염없이 거닐다 발걸음이 다다른 곳은

언제나 성당이었다. 그녀는 십자가상을 바라보며

주여, 주여!’ 울부짖곤 했고, 곧 바로 천주교에 귀의했다.

남편은, 결국 나 죽거든 결혼하지 마라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시인은 남편이 참 복되게 떠났다고,

스스로도 지나고 보니 고통스러웠던 일보다 잘 견뎌낸 일만 남더라고 했다.

 

시인은 이제 홀로 남아 시를 쓴다. 이제는 다 흘러 옛 이야기가 됐고,

더 이상 세상에 진 도 없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그 남자 때문에

콱 혀 깨물고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다시금 아내이고 싶다.’고 고백한다.

신명나게 도마질을 하고 수다를 떨면서

여보! 여보!’ 그렇게 자꾸 남편을 부르며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그에게 맛보라고 권하고 싶단다.

시인에게 남은 삶은 더 이상 고통도 아픔도 아니다.

세상에는 절체절명으로 불행한 일이 없다는 진리도 깨쳤다.

 

그녀는 절망의 늪에서 건져 올린 희망의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적었다.

하느님이 나의 게으른 습관을 잘 아셔서

나를 부지런하게 하기 위해 무거운 일거리를 주신 것인지 몰라.(중략)

그래서 나는 열심히 살았고, 열정을 잃지 않았고,

무너진 산에 깔려 있으면서도 사랑을 믿었고,

내일을 믿었고, 하느님을 알게 되었으며 축복을 받았고,

딸들을 얻었으며, 무엇이 가족 사랑인지 알았고,

어머니는 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내게 영원히 싸우고 사랑할 것은 삶이며

아름다운 일상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의 병은 대부분 '스트레스'에서 온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주로 부정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감사하는 마음'은 스트레스와 병을 이길 수 있다.

 

1998년 미국 듀크 대학병원의 해롤드 쾨니히와 데이비드 라슨

두 의사가 실험한 결과에 의하면, 매일 감사하며 사는 사람은

그렇지않은 사람보다 평균 7년을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존 헨리 박사도 감사는 최고의 항암제라고 했다.

감기약보다 더 대단한 효능을 가진 것이 바로 '감사약' 이란다.

감사는 혈압도 떨어트리고 소화작용도 촉진시킨다.

감사는 "만병통치약" 이란다.

우리가 1분간만 웃고 감사하면 24시간의 면역체계가 생기고,

1분간 화를 내면 6시간의 면역체계가 떨어진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이다.” -탈무드

 

 

여보, 비가 와요  -신달자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 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1등! IP : 3dbe6843864adea
좋은책 소개 감사합니다.
저는 50이 되어서 생에 걸음마를 아주조금은 알것 같네요.
추천 1

2등! IP : 2d41ed9960815ca
24살에 가슴아래 하반신이 마비가 되고
6개월의 투병끝에
25살 나이에 다시 걸음마를 배우던 시간들이 떠오르네요
다시 정상으로 걸을수 있기까지 2년여가 걸렸고
후유증으로 20여년을 고생했지만
힘들어도 열심히살다보니
어느덧 환갑을 넘어 머리가 백발입니다...^^
추천 3

IP : 47874f255e791fc
어려움이 있더라도 묵묵히 이겨내신 분들의 삶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고지비님,
힘든 시간이었지만 귀감이되는 삶을 사셨네요.

항상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추천 0

IP : 23dd869014cee75
대단하신 분이지요....
저한테는 오랜 문단의 대선배님 입니다....
글보다 그분의 삶을, 그분의 정신을 더 존경합니다. ........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