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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의 개망나니들....

IP : 4f0ad7ae5881d93 날짜 : 조회 : 10377 본문+댓글추천 : 9

 

이 글은  우리나라 최초의  낚시잡지인  <낚시 춘추>를 창간하신     <한형주> 박사님의 글임을  먼저 밝혀 둡니다.

붕어낚시를  아주 많이 사랑(?)하셨던  그분의  저서인  <팔자섬의  메뚜기 > 에  옮겨온 내용입니다.

.내용은  다소    길지만  한번쯤  읽어볼 만한 글인것 같아 올렸으니....  혹시, 긴 글을 싫어하시는 분은  패스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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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5월의 어느 일요일에  나는 충북 충주 근교에 위치한 호암저수지에 다녀왔다큰 기대를 갖고 떠났으나 의외로 잔챙이에시달리고 게다가 못 볼것을 본것 같아 무거운 마음으로 돌아왔다새벽에  서울을 떠나서 그곳에 닿은 시각이 여덟시, 물가에 내려서수초속을 살피니 이제 한참 산란중이라 풀위에서 중치급의 붕어들이 철벅거리며 한창 산란상태였다이거 야단났구나~!  이렇게 철벅거리니 오늘 낚시는 재미 못보겠는걸아니나 다를까 그때부터 낚싯대를 한대 펴 들고 여기저기에 드리워 보았으나 감감 무소식이다수초구멍을 쑤셔도 막무가내고 멀리 던져도 찌는 얌전하기만 하다어찌할 도리가 없어서 이제는 작은 바늘로 갈아 끼고 수초도 없는 빤빤한 바닥의 수심이 있는 곳을 찾아서 짐을 풀고 정착하였다.  3호대 한대로 꾸준히 떡밥을 던지면 잔챙이라도 오겠지 하는 심산에서였다한참동안 떡밥을 떨구고 있노라니까  생각한대로 어신은 오고 그때부터는 13cm 내지 15cm 정도의 새끼 붕어들이 줄달아서 올라온다씨알이 너무 잘아서 마음이 내키지는 않지만 이것마저 낚지 않으면 하루 해를 어떻게 보낵것인가 싶어서 잔챙이라도 고맙게 낚고 있었다.

 

한참 낚고 있노라니까 어디서 몰려 왔는지  20대의 시골 청년들이 너댓명 나의 우측 약 20m 되는곳에 와서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하는 것이다그중에서 한사람은 제법 떡밥낙시를 하는데 얼굴을 언뜻 보아서도 까맣게 타고 영낙없는 우거지상인 것으로 미루어서 낚시광의 청년이 틀림없었다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까 말투마다 상소리가 튀어 나오고 여간 거칠은 무리가 아니다. 낚싯대는 한 대로 낚시광으로 보이는 청년만이 낚시를 하는데 나머지는 뒤에서 노닥거리다가 고기를 한 마리 낚으면 서로 튀어 나와서 고기배를 따고 왕초 낚시광의 시중을 들고는 다시 뒤로 물러나 앉는다. 저쪽 길가에 처녀의 그림자만 보이면 괴상한 휘파람을 불어대고 또 상소리에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가지가지를 연출한다. 한참 있더니 어느 하나가 가장 나이 여려 보이는 부하에게 명령을 하는데 너 어디어디에 가서 내 이름을 대고 소주 두병과 초고추장을 달래서 가져 오라는 것이다.  싫어서 늑장을 부리는 이 친구에게 호령을 내려서 쫓고는 다시 나머지는 낚시하고 노닥거리고 광란이다

 

그러는 사이에 이곳도 관리인이 있어서 50대의 요금징수인이 두사람 짝을 지어 찾아 들었다나에게는 모자를 보더니 웃으며 인사하고 자나갔는데 다음 이 젊은이들에게 가서 요금을 요구한다.  <조어료를 내시오> < 무슨 돈이요?>  아래위로 눈을 부라리며 대뜸 언짢은 대꾸.... <여보시오, 오십원씩 받는 것을 알지 않소~!  한번도 아니고 이거 너무하지 않소?>  < ~ 지금 돈을 가지러 보냈으니 한바퀴 돌고 다시 오시오> < 아니~ 한 바퀴 돌아 오려면 저녁이 되겠소  그러지 말고  빨리 돈을 내시오> 달래듯이 부드럽게 말한다. < 이거 왜 이리 잔소리가 많아~!   이것들이 눈에 뵈는게 없어?> 그제서야 본성이 드러난다. <이놈들~ 맛좀 보겠어?>  이렇게 험악하게 나오니 중년의 두 어진 요금 징수원은 서로 눈짓을 하더니 슬금슬금 자리를 피해 떠났다.    내가 보기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나이 차가 있는듯 했다아무리 무법 천지고 힘이면 모두 해결이 되는 고장이라 하여도 도대체 이럴 수가 있을까요즈음에도 대한민국에 이와 같은 어둡고 함한 곳이 있었던가 싶었다.  하물며 지금이 어떤 때인데...  시골은 지금 새마을 사업으로 도로가 좋아지고 모두가 근면하며 도약으로의 발돋움을 위해  피와 땀을 흘리고 있는 광경만 보아 왔는데 도대체 이것이 웬 꼴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했다

 

젊은이들의 욕구 불만도 이해하고 또 그 발산에도 너그럽다고 자부하던 나다그러나 이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이 사람들을 누가 교욱을 시켜야 할것인가도대체 아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먹고 사는 무리들인가부모가 있겠지~!  아마도 집에서 어지간히도 속을 썩이는 애물단지들임에 틀림이 없다나의 머리속에는 가지가지 추측과 상상이 이 젊은 이들을 눈앞에 놓고 오가기 시작하였다. 몇시간이 지났을까심부름 갔던 친구가 돌아왔다호주머니 양측에서 소주 한병씩 끄집어 내고 작으마한 병도 하나 땅에 놓는다그간에 연출된 여러가지 장면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담배꽁초로 다투다가 한 친구가 얻어 터지지를 않나~~ 이윽고  담배 고갈이 극도에 달하더니 나의 좌우 후면의 풀속을 더듬어서 꽁초를 수집해 가기도 하고 자전거를 끌고 지나가는 소년을 꿇어 앉히고는 자전거를 약탈하다시피 해서 히히닥 거리고 교대로 타면서 길가는 쳐녀의 앞뒤를 맴돌면서 희롱하지를 않나~~ 하여튼 가관이었다.   그간에 나는  찌만 쳐다 보며 되도록 그쪽에 신경을 쓰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또다시 새로운 광경이 전개되었다그때부터는 간디스토마 대회가 벌어졌다고나 할까소주 한잔에 붕어 한두마리, 그것도 아무런 도구도 없이 손으로 붕어 배를 따고는 저수지 물에 철렁철렁 대충 행궈서  초고추장에 꾹~ 찍어서 자근자근 씹어 먹는다소위 기이한 천렵이 시작된 것이다. 서로가 맛있다며 아귀다툼이 시작된다너는 몇마리 먹었으니 그만 먹으라느니, 또 소주 한잔 주거니 받거니 붕어 한마리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잘도 먹는다. 아직까지는 참고 견뎠다그러나 이와 같은 광경은 차마 외면하고 찌만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 젊은이들, 이것들이 인간인가이것들이 과연 사람인가 싶었다굳이 이런 꼴을 보지 않으려고 해도 오도독 오도독 붕어 씹는 소리가 귀에 선명히 들려 오는 것은 막을 수 가 없었다더구나 저수지의 물은 뿌옇게 흐려 있는데 이 물에 씻어서 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 쯤도 모르고 있으니 고약하게만 느껴지던 이 철부지 청년들이  차라기  불쌍하고  가엽게 느껴졌다정말 배운것이 없구나~!  그 나이가 되도록 담배를 피우면서도 담배 살 돈도 없고, 비린 것을 먹고 싶어도 오죽 먹지 못하였으면    이 더운 땡볕에 낚시꾼  친구를 따라 와서 우두커니 저수지에 앉아 요금 징수원에게 공갈이나 치고 시비까지 걸면서 붕어가 잡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까그러고 보니 하나같이 얼굴에 빈혈기가 있어 보이고 건강치가 않아 보인다그주제에 젊었다고 처녀만 지나가면  수컷 본능은 잘 발동하여 제법 꼬리를 치니 가상키도 하다. 그래도 그중에서 낚시광으로 보이는 왕초같은 친구는 입도 무겁고 붕어도 먹지 않고 낚시만 전념하고 있었다간혹, 한 마리기 낚이면 옆에 있던 다른 친구가 콧노래로 <또한마리 나왔다 이번은 내차례다. 어서 먹자  냠냠~! >

 

이와 같은 광경은 일년 열두달 주먈이면 거의 빠지지 않고 나가는 낚시터에서 아직껏 본 일이 없었다. 이제까지 보아온 시골은 대부분 순박하기만 하였고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않아도 느낌으로는 깨긋하기만 했다. 그러나 오늘은 중도시를 낀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면서 너무나도 괴이한 여러가지를 본 것이다. < 오도독~! 오도독~! 냠 냠~!  이번 것은 내것이다. 히~ 히~>   나는 보다못해 자링서 일어났다.  <이봐요~!  젊은이들~!> 그들앞으로 걸어가며 말을 걸었다. 다른것은 몰라도 붕어의 생식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우물에 빠지려는 아이를 구하지 않고는 못 견디겠다는 마음에서다.  나는 그들옆의 풀밭에 앉았다. 처음에는 모두가 경계하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우선 담배를 꺼내서 한대씩 나누어 주었다. 그제서야 그들의 표정들이 누그러지며 풀렸다. < 내가 보니까 잡은 붕어를 이 물에 헹궈서 맛있게 먹는데 이렇게 붕어를 먹는 것은 독약 한사발을 먹는것과 다름이 없어>  나는 부드럽게 타이르기 시작하얐다. 대학에서의 강의를 풀이해서 그들이 쉽게 알아 듣도록 타일렀다. 그랬더니 그들은 생각보다는 순진해서 곧 풀밭 땅을 내려다 보고 부끄러운듯이 히죽 히죽 웃음을 짓는 친구도 있고, 먼곳을 초점없이 물끄러미 쳐다보며 멋적어 하는 친구도 있었다.  사실, 간디스토마는 무서운 우리나라의 풍토병중의 하나다. 간디스토마가 유행하는 지역의 새끼 손가락만한 피라미 한 마리는 수천 마리의 간디스토마 유충(애기벌레)을 몸에 간직하고 있기도 한다. 이와 같은 피라미 한 마리를 불행하게도 초고추장에 찍어서 날것으로 먹었다면 일시에 우리의 간에 수천 마리의 간디스토마가 들어 박혀서 돌이킬 수 없는 간디스토마 환자가 되고 제명에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민물고기 중에서 잉어나 붕어는 피라미처럼 한 마리 몸에 그와 같이 많은 간디스토마가 들어 있는 예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많은 잉어와 붕어를 생식하면 적은 수의 간디스토마가 누적이 되어 많은 간디스토마가 몸에 들어와 박히게  돼서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결국, 독약 한사발을 들이키는거나 다름이 없는 사태가 발생되는 것이다. 

 

도대체 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언제 이와 같은 사실을 모두 알고 잉어나 붕어의 생식을 안하게 될것인지 막막한 생각이 들었다. 그간 내가 알기로는 정부당국에서 상당한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간디스토마 둥 풍토병에 대한 계몽을 꾸존히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도 여전히 서울 근교의 팔당등지에서도 잉어 회를 비씬 돈을 주고 일부러 찾아 가서 사먹는 사람들이 허다하다는 소문이고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다.  이 딱한 충주의 젊은이들에게 나는 간디스토마 강좌를 끝내고 그 여세를 몰아 선생님이 학생을 타이르듯이 교양 강좌도 펼쳤다. 나이 먹은 사람을 대하는 법, 갸냘픈 처녀들에게 남성으로서 희롱하는법(?) 등 조금전에 내가 본 실제의 예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좋게 타이르다시피 설교했다. 그중 우두머리 낚시꾼의 떡밥 낚시 솜씨를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그날 낚시에서 돌아오는 차속에서 나는 다시 하루의 이모저모를 되새겨 보았다. 멋적어하면서도 끝까지 나의 말을 고분고분하게 잘 듣던 그 사납던 젊은이들... 내가 그들을 다시 생각하듯이 그들도 가끔 나의 얼굴이 생각날때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1976년 7월에...)

 

1등! IP : ec50543780144d9
그래도 그당시에 말을들은거보면 착하다생각해하는지~~~

그청년들이 커서혹시 이글을 보면 무슨생각을할지 ~~

꼭 보았으면 좋겠네요 그청년들도 지금도 낚시를하고있을까요 ~~
추천 0

2등! IP : ebf91ea72a6b174
천천히 글을 읽었는데 재미 있고 유익합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추천 0

3등! IP : 79f94d439a5955c
1976년의

청년들을 통해서

2022년의

누군가를 볼 것이 아니라

그냥 지금의 나를

거울을 통해서 보아도

충분합니다.
추천 1

IP : c8ec805ba93b535
저번주김제안정지출조하였습니다..
부부조사님이계시더군요..그런데늦게후배한분오시더니
대핀다고얼마나오지도않은수심에랜턴비추고떠들고대피더군요..그거까지도좋아요..어차피대펴야낚시할수있으니까그렇다쳐도..밤새옆자리까지들리도록대화하고..고기가입질하네않하네
낚시대10대피셨더만그정도면나름대물하는양반인데
글케떠들고불빛비추면서입질하네않하네말할자격있나싶네요..제발낚시터기본예을좀지켜줬으면합니다
주변애민폐끼지지말고요..
추천 0

IP : 6b54ae79fbb633f
오랫만에 반가운 대명(한형주박사님)을 뵙네요
그분과 같이 낚시다니던 때가 그립네요
지금은 위쪽에서도 낚시하고 계실런지...
추천 0

IP : 4bed9aea9937cd8
그때는 대부분 시골 청년들이 그랬죠..
배움이 적은 시기였습니다.......

글쓴이는 그들에 비해 학식이 좀 높았나봅니다.

디스토마의 위험을 알려준 부분은 고마운 것이지만
웬지 글쓴이의 시선이 시골 청년들을 아래로 보는 듯 느껴져서 별로 좋은 글이라 생각되지 않습니다.

먼 옛날 이야기를 현시대에 적용해 보면 이해 안되는게 너무 많습니다.
추천 0

IP : 4fdd0892537be16
76년도면 치안이 허술하였으며 배움도 많이 부족 했던 시절이였네요
그당시 간디스토마 가 뭔지도 몰랐었습니다,

암튼 옛날 생각 나는군요,,
잘보았습니다,
추천 0